퀵바

Leopold2 님의 서재입니다.

마나 수치 99.99999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로쿤
작품등록일 :
2024.02.12 23:50
최근연재일 :
2024.04.04 16:05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52,384
추천수 :
1,138
글자수 :
284,751

작성
24.03.29 08:55
조회
104
추천
3
글자
11쪽

형제유감

DUMMY

충격이었다.

사이다가 아빠라니.

게다가 대화 내용으로 미루어 보아 다 큰 자식인 것 같았다.


모두들 차에서 내려 동굴로 들어가는데 나는 방향을 틀었다.


“어디가?” 라울이 물었다.

“혼자 생각 좀 하게.”


대충 둘러대고 동굴에서 좀 떨어진 나의 아지트로 갔다.

적당한 곳을 찾을 수 없어서 손수 터를 닦은 곳이었다.


습관처럼 마나 방울을 응축하고 폭발해 보아도, 마나 분출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는 없었다.

그러다 문득, 목소리에 마나를 실어 투움바를 부르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는 경황이 없어서 그냥 넘어갔는데, 분명 입에서 미량의 마나가 흘러나온 기억이었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스읍. 후우우···”


몇 번이고 호흡을 가다듬고, 숨을 가득 들이마신 뒤에 소리쳤다.


“아아아아아!”


내 목소리에 커다란 새 몇 마리가 날아올랐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마나는 보이지 않았다.


한창 소리를 지르고 있는데 사이다에게 연락이 왔다.


―들리십니까?

“네?”

―어떤 미친놈이 아까부터 소리를 지르고 있습니다!


헉스.

소리가 너무 컸던 모양이다.


―그건 그렇고, 투움바가 포로 취조를 좀 도와달라고 찾아왔어요.


나는 곧장 동굴로 날아갔다.


*


우리는 투움바와 함께 동굴을 내려갔다.

투움바의 시선에서 마을로 입장하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의 시선에서 보니 거종들이 오가는 모습이나 마을 풍경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오크.

나무 감옥에 갇힌 오크는 드워프 거종보다 훨씬 덩치가 컸다.

비좁은 나무 감옥에 웅크린 오크가 꼿꼿이 선 드워프만 했다.

우리는 곧장 언덕 위의 오크에게 다가갔다.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라. 알리오를 데리고 오겠다!”


투움바는 그렇게 말한 뒤 어디론가 사라졌고, 곧 알리오가 나타났다.

그는 우리를 지나쳐 바로 가랑에게 갔다.


“형제여.”


오크는 그저 흘끔 쳐다볼 뿐, 알리오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어 유감이군. 이제 우리가 농담 따먹기나 할 사이는 아니니 바로 묻지. 어제의 공격은 선전포고라고 봐도 무방한가?”


여전히 대꾸는 돌아오지 않았다.


“입을 다문다고 해서 좋을 건 없을 텐데. 다시 묻겠다. 어금니족은 우리와 전쟁을 하려는 것인가?”


그제야 오크가 알리오를 쳐다봤다.


“선택지가 없었다.”


그렇게 말하고는 힘없이 덧붙였다. “···형제여.”


알리오는 무슨 말을 하려는 듯이 입술을 달싹이다가 결국 입을 다물고 계속하라는 눈빛을 보냈다.


“식량을 비축하기 위해 멀리까지 사냥을 나가도 사냥감을 잡으면 이런 게 떨어지더군.”


오크가 허리춤에서 코어 결정을 꺼냈다.

그에게는 너무 작아서, 검지와 엄지로 겨우 집을 정도였다.


“원래 물소 한 마리면 다섯은 배불리 먹어야 하는데, 이제는 한 마리로 하나를 먹이는 것도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우리를 공격해? 한때 형제였던 우리를?”

“나는 윗선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야. 전투에 나서지 않으면 처형된다. 그것이 어금니족의 법.”

“차라리 도움을,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그랬나.”


그렇게 말하고 알리오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파스타족과 우리 어금니족의 생각과 기질이 다르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 아니던가.”


둘의 대화를 듣다 보니 방법이 하나 떠올랐다.

나는 알리오가 취조하는 동안 그 생각을 굴렸다.


대화가 길어졌다.

이따금 알리오는 우리를 쳐다봤고, 오크는 우리의 존재를 아직 알지 못하는 듯했다.

취조 과정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생각이 너무 파스타족 쪽으로 치우친 게 아닌가 하는.

취조를 듣다 보니 오크가 그렇게까지 말이 안 통하는 족속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료들도 비슷하게 여기는 모양인지, 가랑이 말할 때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였다.


*


나는 포로 취조 중에 굴렸던 생각을 동굴에 와서 풀어 놓았다.

오늘 저녁 메뉴는 피자였다.

고르곤졸라 치즈에 모짜렐라, 페퍼로니가 듬뿍 들어간 피자와 불고기가 들어간 하와이안 피자···

그 종류만 해도 열 가지가 넘었다.


“잘 먹겠습니다!”


동시에 외친 후 우리는 경쟁하듯 피자를 먹었다.

다들 말은 안 했지만 드워프 마을에서 기가 빨렸던 모양이다.

초반 러쉬를 끝내고, 내가 입을 열었다.


“아이디어가 있어요.”


모두가 피자를 오물거리며 나를 봤다.


“원정대를 꾸릴 겁니다.”

“원정대요?”


제일 먼저 반응한 것은 사이다였다.


“파스타족과 어금니족의 전쟁을 막는 동시에 그들이 게이트에서 더욱 멀어지게 만들 수 있습니다.”


마나가 충분하지 않은 지역으로 가면 고기의 비율이 높은 사냥감을 얻을 수 있다.

그 사실을 볼로네제에게 알리고, 어금니족에게도 알린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조카까지 좋은 작전인 것이다.

하지만 생각처럼 만만한 일은 아닐 터.


식사 중에 시작된 회의는 티타임까지 이어졌다.


“일단 투움바와 함께 볼로네제를 만나야겠어요.” 내가 말했다.


그들이 나를 어디까지 신뢰하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내 말 만으로 원정을 준비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원정이 말처럼 간단한 일은 아니니까···

지난 전투에서 그랬듯이, 그들에게 신뢰를 줄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


“좋은 생각 있으십니까들?”


내 물음에 다들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럼 밥도 먹었겠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얘기합시다.”


그동안 식사 테이블과 동굴 안을 정돈했다.

모두들 함께 움직여 준 덕분에 5분도 안 되어서 정리가 끝났다.


“여기 와서 문득 느끼는 건데, 평소에 우리를 도와주시는 분들께 고맙다는 생각이 드네요. 22층에서 생활할 때 말이에요.” 라울이 말했다.


그의 말에 나는 랄프와 베스카가 떠올랐다.

그런 다음에는 줄줄이 그리운 사람들의 얼굴이 다녀갔다.

며칠?

길어 봐야 열흘쯤 못 본 것 같은데 1년은 못 만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시 이야기가 시작되었고, 사이다가 가장 먼저 아이디어를 내놨다.


“그들을 우리가 먹여 살리면 어떻습니까!”

“네. 다음 분?”


내 말에 사이다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다음은 라울이 의견을 내놨다.


“일단 파스타족과 더 어울려 지내면서 천천히 설득하는 건 어때? 그들을 이해하면 꺼낼 수 있는 이야기가 더 다양해질 것 같은데.”


오, 역시.

라울의 의견에 나머지 셋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라울 헌터님과 비슷한 생각입니다. 함께 지내면서 우리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면 설득이 더 쉬워질 테니까요.” 제라드가 말했다.


맞다.

맞는데···

뭔가 2프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금니족과 접촉해 보는 건 어때요?”


파스타족을 설득할 수 있다면, 어금니족은 왜 안 되는 거지?

라울과 제라드의 이야기를 듣고 당장 든 생각이었다.


“그건 좀 어렵지 않겠습니까?” 제라드가 말했다.

“나도 동감이야. 파스타족은 투움바라는 카드가 있었잖아.”


사이다는 화자가 바뀔 때마다 부지런히 고개를 돌려 가면서 경청했다.


“방법이 있어.”


원래 내 생각에다 동료들의 아이디어를 조합한 것이었다.


“사냥감 샘플을 파스타족과 어금니족에게 동시에 던져 준다.”

“사냥감 샘플?”

“응.”

“코어 결정이라면 그들에게 쓸모가 없잖아.”


셋의 의문을 라울이 대표로 내게 묻고 있었다.


“물론 마나의 영향권 밖으로 나가서 사냥을 해야지.”


내 대답에 모두는 다시금 의문을 표했고, 의문은 침묵을 낳았다.


“혼자 움직인다는 말씀이군요?”


사이다가 침묵을 깨고 말했다.


“제 자가용이 생각보다 성능이 좋아요. 하나보단 둘, 둘보단 넷이 낫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말해 주다니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사이다가 맞는 말을 했다.

거대한 단체의 수장인 만큼, 그는 협력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의 말 대로 혼자서 다 짊어지기보다는 함께 움직이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럼 함께 출발해 봅시다. 동쪽으로.”


얼굴들을 보니 라울과 제라드도 이견이 없는 듯했다.

순식간에 원정이 결정됐다.


“제가 미리 가서 물색한 뒤에 연락 넣을게요.”

“좋습니다!”

“아, 그 전에. 부탁 좀 드릴게요.”

“얼마든지요!”


나는 사이다에게 사냥감을 담을 거대한 인벤토리를 부탁했다.


“인벤토리 안에 적당한 칼도 하나 넣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팀장님!”


*


우리는 아침 일찍 동굴을 나섰다.

나를 제외한 동료들은 사이다의 자가용을 탔다.


“수고해.”

“고생하십시오.”

“파이팅입니다! 팀장님!”


동굴 위로 날아오르자 항성이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나는 동굴 반대편으로 몸을 틀어 단숨에 파스타족 마을을 벗어났다.

마나 방울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곳에서 사냥감을 찾으려면 거의 동쪽 도시까지 가야해서 마음이 급했다.


날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도시의 거종들과 혹시 모를 충돌부터 해서 어금니족은 또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마나 분출은 아직 제자리 걸음에···

그러다가 머리를 저었다.

생각만으로는 당장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당장은 비행에 집중해야 한다.

지난번에는 꼬박 하루가 걸렸다.


쿠와앙!


나는 속도를 높였다.


쿠와아아아아앙!


평소보다 더.


*


마나 보호막이 손실되는 것을 무시하고 날면 대략 1,000만 km/h의 속도를 낼 수 있다.

그 속도로 날 때는 시스템 창을 켤 수가 없어서 정확한 속도를 측정할 수는 없었다.

소리가 사라지고, 주변 풍경들이 모두 다르게 변한다는 것 정도만 알 수 있었다.

세상에서 유리되는 느낌이랄까.

뿐만 아니라 내 몸조차 내 것이 아닌 듯한 느낌에 휩싸인다.

마나 보호막의 경계가 5cm씩··· 속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10cm, 20cm씩 내게로 다가온다.

그러한 현상은 내 안에 잠들어 있던 공포라는 감정을 끄집어낸다.

이대로 속도를 더 높인다면···

마나 보호막이 완전히 사라진 뒤, 내 몸은 어떻게 되는 걸까.

문득 어떤 충동이 들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아마도.

내 비행 속도는 천만을 아득히 넘어섰다.


다시 눈을 뜨니, 마나 보호막의 경계와 내 얼굴이 거의 닿을락 말락했다.


“흡!”


깜짝 놀라 다시 속도를 낮춘다.

놀랍게도.

발 아래쪽에서 동쪽 도시가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하하···”


비행에 제동을 걸었다.

심장이 쫄깃해진 것을 감안해도 이 정도면 제법 쏠쏠한 보상이 아닌가.

하루를 꼬박 날아와야 했던 곳을 두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돌파한 것이었다.

두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았다.

양손이 덜덜 떨리고 있음을 조금 뒤에 알았다.


나는 도시를 발 아래 두고, 다시 서쪽으로 날아갔다.

이제 파스타족과 어금니족이 주식으로 삼는 물소를 찾아야 한다.

굳이 똑같은 종이 아니라도 비슷한 녀석이면 될 것이다.


도시는 한눈에도 파스타족 마을이 있는 곳보다 입지가 좋았다.

주변에 산이 많고, 군데군데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바깥에서부터 도시를 관통하는 굵직한 강줄기도 두엇 보였다.


고도를 낮춘다.


“어디 보자···”


산 쪽은 볼 것도 없고.

나는 마나 방울 경계에서 얼마간 떨어진 곳 중 개활된 곳들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찾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나 수치 99.99999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기 (시유순!) 24.04.04 69 0 -
55 데드 라인 (1부 끝) 24.04.04 100 3 14쪽
54 007 제임스 본··· 24.04.03 88 2 13쪽
53 딜리버리 서비스 (2) 24.04.02 80 3 11쪽
52 딜리버리 서비스 (1) 24.04.01 94 3 11쪽
» 형제유감 24.03.29 105 3 11쪽
50 아··· 빠? 24.03.28 117 4 11쪽
49 달밤의 전투 24.03.27 112 3 11쪽
48 차원이 다른 클래스 24.03.26 126 3 11쪽
47 연금술사 손나래 24.03.25 131 3 11쪽
46 밤하늘 가득 수놓인/ 푸른 실/ 어디에서 왔나 24.03.22 154 3 11쪽
45 히스테리? 미스터리! 24.03.21 151 6 12쪽
44 피미엔토 피칸테 24.03.20 160 6 11쪽
43 공모자들 24.03.19 180 7 11쪽
42 랭킹북 24.03.18 194 7 11쪽
41 투움바는 내 친구 24.03.16 207 12 12쪽
40 모솔은 뚠뚠··· 오늘도 뚠뚠··· 열심히··· 24.03.15 218 11 11쪽
39 낚시의 신 +1 24.03.14 223 13 11쪽
38 왕벌의 비행 +1 24.03.13 246 14 12쪽
37 워크숍 +1 24.03.12 270 13 12쪽
36 아이돌과 함께 춤을 +1 24.03.11 264 13 12쪽
35 마이 아이돌 +1 24.03.10 297 12 12쪽
34 ■■, 결코 시들지 않는··· +1 24.03.09 315 17 11쪽
33 배후 +2 24.03.08 327 17 12쪽
32 왕좌의 주인 +1 24.03.07 341 16 11쪽
31 암살은 반칙? +1 24.03.06 357 18 11쪽
30 용사님들의 계획 +1 24.03.05 414 16 12쪽
29 이세계의 용사가 되었다 +1 24.03.04 476 17 12쪽
28 던전 피크닉 +1 24.03.03 530 24 12쪽
27 게이트만 큰 게 아니었나 봅니다. +4 24.03.02 615 2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