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귀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6
최근연재일 :
2011.08.24 17:06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260,542
추천수 :
1,839
글자수 :
198,860

작성
11.06.04 10:55
조회
7,264
추천
46
글자
14쪽

귀검 제4화--3

DUMMY

“ 생각보다 빠르군.”

“ 그래도 명색이 보타암의 후예가 아닌가?”

“ 하긴..........”

천살인검대는 두 사람이 한 조를 이뤄 남궁혜를 추적했다.

추적에 동원된 인원은 열 명, 고작 남궁혜 하나를 추적하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인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들 열 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은 이덕무와 함께 먼저 남하했다.

아직 복건성의 정리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서둘러 본대와 합류하기 위함이었다.

“ 잠깐 소피 좀 보고 오겠네.”

천살인검대원 주현의 말에 한조를 이룬 진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추격 조는 남궁혜의 주변을 맴도는 상황이었다.

아직 남궁혜가 건양을 벗어나지 않았기에 때를 기다리며 대기 중인 상태였다.

주현과 진명은 이들과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혹시나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연락을 취하기 위한 일종의 연락조였다.

소피를 보러가겠다는 주현이 조금 늦자 진명이 투덜거렸다.

“ 무슨 소피를 하루 종일 보나?”

순간 등 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단순한 인기척이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진명은 화들짝 놀라면서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주현이 가만히 서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 사람 참 실없기는, 임무 중에 무슨 장난인.............”

진명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주현의 몸이 천천히 앞으로 쓰러졌다.

“ 헉!”

화들짝 놀란 진명이 재빨리 검으로 손을 옮겼다.

몸은 쓰러졌으되 주현의 머리는 그대로 허공에 떠 있었다.

섬뜩한 광경, 하지만 인간의 머리가 홀로 허공에 떠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누군가가 주현의 뒤에서 주연의 머리를 들고 서있는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가 무섭게 진명은 그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진명은 이내 스산한 느낌과 함께 무언가가 자신의 목을 스치듯 지나간다고 느낌이 들었다.

“ 설마 귀신...........”

더 이상 진명의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그의 절친한 친구이며 동료인 주현과 마찬가지로 그의 몸만이 바닥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두 개의 머리를 움켜쥔 백우는 담담한 표정으로 뒤에 놓인 관에 두 개의 머리를 던져 넣었다.

“ 귀찮게 되었군.”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백우는 관 뚜껑을 닿고 관과 연결된 끈을 어깨에 짊어졌다.

그리고 빠르게 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 그그극, 지지직.”

관이 바닥을 긁는 소리가 묘하게도 음산한 소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마침내 남궁혜는 건양과 건구의 접경지역에 도착했다.

이제 한 발짝만 내디디면 건양을 벗어나는 것이다.

남궁혜는 건양을 벗어나기에 앞서 철검문이 있는 방향을 향해 공손하게 합장했다.

“ 부디 극락왕생하시기를..........”

건양을 떠나기 이전에 마지막으로 위일천과 채승희의 극락왕생을 비는 것이었다.

아들 위지겸을 돌봐달라던 채승희의 유언이 떠올랐다. 하지만 위지겸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철검문을 떠난 자신의 선택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남궁혜는 천천히 몸을 돌려 다시 갈 길을 재촉하려했다.

순간 “ 쉬익”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머리위로 무언가가 지나갔다.

연이어 “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바닥에 떨어졌다.

철로 된 관이었다.

남궁혜에게 비교적 익숙한 관이기도 했다.

단순히 관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지나치게 컸던, 채승희의 시체가 잠시나마 누워있었던 바로 그 철관이었다.

떨어지는 충격으로 관 뚜껑이 튕겨나갔다.

관 속에 들어있던 두 개의 머리 역시 바닥을 뒹굴었다.

동시에 남궁혜의 주변으로 여덟 명의 무인들이 뛰쳐나왔다.

남궁혜는 화들짝 놀라면서 두 개의 머리와 달려 나온 천살인검대를 확인했다.

이미 천살인검대가 자신을 추적하리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었다.

단지 의당 철검문에 있어야 할 철관과 바닥을 뒹구는 두 개의 머리, 그리고 천살인검대원들의 분노한 모습이 그녀를 당황케 했을 따름이었다.

한 천살인검대원이 다급하게 외쳤다.

“ 주현과 진명, 놈이다, 놈이 왔다.”

소리치는 천살인검대원의 음성은 떨리고 있었다.

그는 과거 무이산에서 동료들의 시체를 보았다.

직접 백우를 대면하지 않았으나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백우의 귀기를 접한 적이 있었다.

부대주인 현보를 포함 열 명의 천살인검대원이 백우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지금 이곳에 있는 동료는 자신을 포함 고작 여덟 명뿐, 죽음을 떠올리는 것이 그리 이상한 반응은 아니었다.

그의 외침과 동시에 스산한 기운이 주변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자신도 모르게 몸이 가볍게 떨릴 만큼 그야말로 기분 나쁜 느낌의 기운이었다.

순간 남궁혜의 두 눈에서 주르륵 눈물이 흘러나왔다.

결코 슬퍼서 흘리는 눈물이 아니었다.

이 스산한 기운이, 백우가 내뿜는 귀기가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 것이었다.

눈물과 함께 너무나 평온한 기분이 들었다.

어둠속에서 누군가가 천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 일단 전열을 정비해라.”

한 천살인검대원의 외침에 호응해 일단 여덟 명 모두가 빠르게 한 자리로 뭉치면서 사방을 경계했다.

모두가 무인이었다.

때문에 뚜벅뚜벅, 그들을 향해 걸어오는 발자국소리를 뚜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집중되었다.

그곳에서 한 사람이 천천히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가 점차 접근함과 동시에 엄청난 압박감이 천살인검대원들을 엄습했다.

그것은 지금까지 이들이 만났던 여타의 고수들에게서 느꼈던 압박감과는 사뭇 달랐다.

마치 죽음의 사신이 어둠을 헤치며 그들을 향해 걸어 나오는 섬뜩한 느낌이었다.

그가 어느 정도 접근하자 달빛 덕분에 그의 모습을 확연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천살인검대원의 예상처럼 그는 백우였다.

백우의 머리는 귀신처럼 흩날리고 있었고, 가벼운 미소 사이로 보이는 그의 치야가 달빛에 반사되어 섬뜩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백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검을 손에 쥐고 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살인검대원 모두는 동시에 죽음이라는 두 글자를 떠올리고 있었다.

누구도 백우의 실력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심지어 무이산에서 동료들의 시체를 보았던 천살인검대원 역시도 정확한 백우의 실력을 눈으로 확인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누구도 쉽사리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 우리는 여덟이다.”

누군가가 이렇게 외쳤다.

수적인 우위를 강조하며 용기를 북돋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순간 누군가가 재빨리 몸을 움직였다.

용기를 내서 백우를 공격하기 위한 움직임은 아니었다.

그가 움직인 방향은 다름 아닌 남궁혜가 서있는 방향이었다.

남궁혜가 황급히 검을 뽑으려는 찰나 그는 재빨리 남궁혜의 배후를 장악하고 남궁혜의 목에 검을 겨누었다.

일련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민첩했다.

“ 더 이상 다가오면 죽이겠다.”

이런 동료의 행동에 한 천살인검대원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를 나무라듯 말했다.

“ 장평, 그녀는 아직 건양을 벗어나지 않았다. 어떠한 경우에도 대주의 명은 지켜져야만 한다.”

장평, 그는 무이산의 상황을 지켜보았던, 그리고 백우의 귀기를 조금이나마 경험해 보았던, 현보의 절규를 들었던, 조금 전 처음 백우의 등장을 소리 내어 외쳤던 인물의 이름이었다.

동료의 질책에도 불구하고 장평은 떨리는 손으로 검을 쥐고 남궁혜를 위협하고 있었다.

장평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백우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장평을 나무라던 동료가 황급히 소리쳤다.

“ 차라리 잘되지 않았는가? 어차피 놈은 우리 동료를 해친.............”

순간 무언가 빛이 번뜩였다.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 빠르게 그에게 접근한 백우가 검으로 그의 목을 꿰뚫고 있었다.

검이 박힌 상태에서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했다.

목이 뚫린 그는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았기에 입만 뻐끔거리고 있었다.

그의 입모양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 빠르다.” 라고.............

동료의 목이 백우의 검에 꿰뚫리자 주변의 여섯 명의 천살인검대원들이 재빨리 몸을 움직였다. 천살인검대원들이 몸을 움직임과 동시에 백우 역시 손에 쥔 승룡검을 움직였다.

승룡검이 좌우로 가볍게 검신을 움직이자 관통했던 목이 몸과 분리되었다.

머리가 아래로 떨어지기 이전에 백우는 검날로 가볍게 머리를 후려쳤다.

검날에 부딪힌 머리는 그대로 관을 향해 날아가 관속으로 들어갔다.

순간 여섯 명의 천살인검대원들이 백우를 향해 검을 찔러가고 있었다.

짧은 도약, 그리고 천살인검대원들의 검날을 디디며 다시 한 번 짧은 도약, 백우는 허공에서 몸을 비틀면서 거꾸로 선 상태에서 재빨리 검을 움직였다.

백우를 찔러가던 여섯 자루의 검이 바닥에 떨어졌다.

떨어진 것은 비단 검만이 아니었다.

검을 들고 있었던 이들의 팔까지 모두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

흠칫 놀라는 표정으로 한 발짝 물러나는 여섯 사람의 중심에 백우가 다시 내려서고 있었다. 그리고 재빨리 고개를 돌리면서 그들을 향해 빙긋이 미소를 머금었다.

‘ 인간이 아니다.’

모두가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재빨리 다시 검을 움직이려 했다.

아직 자신들의 팔이 떨어져나간 것조차도 모르는 듯했다.

검을 대신해서 붉은 피가 팔이 떨어진 그들의 어깨에서 뿜어져 나왔다.

여섯 사람의 얼굴이 동시에 일그러지고 서로가 서로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다시 백우의 검이 움직였다.

백우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들의 목을 검으로 베어갔다.

계속해서 한차례 더 몸을 빙그르르 회전하며 분리된 머리가 바닥에 떨어지기 이전에 검날로 이들의 머리를 다시 한 번 후려치고 있었다.

머리는 정확히 관을 향해 날아갔다.

그 사이에는 장평이 멍한 표정으로 남궁혜를 목에 검을 겨누고 서 있었다.

자신의 옆을 스쳐지나가는 동료들의 머리, 바닥을 낭자한 동료들의 피, 바닥을 뒹구는 동료들의 몸뚱이, 장평은 완전히 넋이 나간 상태였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 다가오면 죽이겠다.”

“ 다가오면 죽이겠다.”

하지만 백우는 계속해서 그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엄청난 귀기가 장평의 몸을 압박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평은 입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 다가오면 죽이겠다.”

입 대신 손을 움직여야 했다.

남궁혜의 목에 자그마한 상처라도 남겼다면 어쩌면 백우가 움직임을 멈추지는 않았을까?

그러나 정작 장평의 손에서 떨리는 검은 남궁혜의 목에 조금의 상처도 남기지 않고 있었다.

천천히 장평을 향해 걸어가던 백우가 갑자기 빠르게 움직였다.

장평이 화들짝 놀라면서 말했다.

“ 다가..........”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검 역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단지 남궁혜의 목 앞에서 부르르 떨고 있을 따름이었다.

백우의 검은 정확히 그의 이마를 관통하고 있었다.

장평에 비해 작은 남궁혜의 몸은 전혀 그의 방패가 되지 못했다.

비로소 장평의 떨림이 멈췄다.

그리고 손에 쥔 검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백우가 검을 뽑자 장평의 이마에서 피가 쏟아졌다.

자신의 머리위로 장평의 피가 떨어지자 남궁혜는 그만 털썩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녀의 하체로 짭짜래한 액체가 흐르고 있었다.

백우는 장평을 위협했지만 그 위협의 중심에 남궁혜 역시 서있었다.

함께 공포를 느낀 것이다.

힘없이 주저앉은 남궁혜는 계속해서 장평의 피가 자신의 몸으로 떨어지고 있음에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백우는 앞으로 쓰러지는 장평의 몸을 받아들었다.

그녀의 옆으로 장평의 시체를 끌고 가 관 옆에서 목을 쳤다. 그리고 그의 머리를 다른 동료들의 머리와 함께 가지런히 관 속에 넣고 관의 뚜껑을 닫았다.

그때까지도 남궁혜는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백우가 검을 거두자 거짓말처럼 사방을 어지럽혔던 귀기가 사라졌다.

백우는 천천히 앉아있는 남궁혜의 앞으로 다가갔다.

여전히 무심한 표정이었다.

“ 돌아가라, 내가, 철검문이 너를 지켜주겠다.”

백우의 말에 남궁혜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안도의 미소였다.

남궁혜는 뚫어지게 백우를 바라보았다.

그런 남궁혜의 뇌리에는 계속해서 백우의 목소리가 떠나지 않고 있었다.

“ 지켜주겠다. 지켜주겠다. 지켜주겠다.”

백우의 목소리는 메아리처럼 계속해서 그녀의 뇌리를 울리고 있었다.

주르륵, 다시 두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어째서 이렇게 눈물이 흐르는지 남궁혜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

보타암의 참사 속에서도, 자신을 위해 희생한 사저들의 죽음 속에서도 나오지 않았던 눈물이 계속해서 쉬지 않고 흐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귀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 귀검 제5화--2 +1 11.06.08 6,615 40 14쪽
11 귀검 제5화--1 +2 11.06.07 7,041 43 14쪽
» 귀검 제4화--3 +2 11.06.04 7,265 46 14쪽
9 귀검 제4화--2 +1 11.06.04 7,270 43 11쪽
8 귀검 제4화--1 +2 11.06.04 7,700 48 11쪽
7 귀검 제3화--3 +2 11.06.03 8,336 51 12쪽
6 귀검 제3화--2 +2 11.06.03 8,446 58 9쪽
5 귀검 제3화--1 +3 11.06.03 8,819 52 8쪽
4 귀검 제2화--3 +4 11.06.02 9,278 51 11쪽
3 귀검 제2화--2 +2 11.06.02 10,778 56 10쪽
2 귀검 제2화--1 +4 11.06.02 14,838 58 10쪽
1 귀검 제1화 +4 11.05.27 21,087 68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