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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귀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6
최근연재일 :
2011.08.24 17:06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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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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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9
글자수 :
198,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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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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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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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글자
9쪽

귀검 제3화--2

DUMMY

이제 서른은 넘었을까?

허름한 복장으로 걸어 나오는 중년인의 모습에 현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를 보아도 영락없는 대장장이였다.

단지 지나치게 무심한 중년인의 시선이 조금 이채로울 따름이었다.

더구나 그는 채승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처럼 그저 무심한 표정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그를 확인한 채승희가 품안에서 단검을 꺼내들었다.

순간 무심했던 중년인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돌연 채승희는 단검을 자신의 가슴에 찔러 넣었다.

천천히 채승희의 뒤로 접근하던 현보가 난감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멈췄다.

무심한 시선으로 채승희의 앞으로 다가가던 중년인이 비로소 다소 놀란 표정으로 재빨리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 쓰러지는 그녀를 부축했다.

“ 형수님!”

중년인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채승희를 바라보았다.

남궁혜와 위지겸은 멍한 표정으로 이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 도련님, 저 역시 철검문의 직계임을 인정하십니까?”

도련님이라 불린 중년인이 난감한 표정으로 채승희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채승희는 가슴에 찔러 넣은 단검을 뽑아 위지겸에게 내밀면서 말했다.

“ 저로 부족하시다면 저 아이를..............”

위지겸은 갑작스런 어머니의 자결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런 와중에 어머니가 자신을 향해 단검을 내밀자 더더욱 멍해질 수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어머니의 뜻을 모르지는 않았다.

그리고 천천히 단검을 받아들기 위해 채승희의 곁으로 다가갔다.

순간 도련님이라 불린 중년인이 채승희의 손에서 단검을 빼앗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인정하고말고요. 이미 충분합니다. 형수님, 어째서 이런 짓을............”

채승희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꺼져가는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말했다.

“ 저 두 사람은 철검문과 보타암의 유일한 생존자들, 부디 도련님께서 저 두 사람을 도와 철검문과 보타암을 다시 일으켜.............”

채승희는 한차례 거친 호흡을 내쉬는가 싶더니 천천히 고개를 떨어뜨렸다.

지켜보던 위지겸의 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채승희를 안기위해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순간 채승희를 품에 안은 중년인이 위지겸을 향해 호통을 내질렀다.

“ 울음을 그치지 못하겠느냐?”

중년인의 호통에 위지겸이 화들짝 놀라면서 울음을 멈췄다.

이것은 단순히 중년인의 호통 때문이 아니었다.

호통과 함께 무언가 섬뜩한 기운이 삽시간에 위지겸을 에워쌌기 때문이었다.

위지겸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죽음이라는 두 글자를 자연스레 떠올리고 있었다.

순간 현보가 세 사람을 향해 말했다.

“ 어차피 모두가 함께 가야할 길, 그쯤하면 되지 않았는가?”

현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중년인이 몸을 움직였다.

현보가 이에 대응해 재빨리 검을 뽑으려는 찰나 현보는 무언가 오싹한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 빠르다!’

현보가 이렇게 생각할 만큼 중년인의 움직임은 빨랐다.

한 순간 중년인은 현보의 품을 파고들고 있었다.

현보는 이를 제지하기 위해 재빨리 검을 수직으로 내리그었다.

순간 무언가 섬뜩한 기운이 그의 오른팔을 스치듯 지나갔다.

현보는 이내 두 눈을 부릅떴다.

품안을 파고든 중년인은 그런 현보를 밑에서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현보를 향해 차가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분명 그것은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미소라는 것이 너무나 음산하여 현보가 이를 대하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 대체...........’

현보가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의당 중년인을 공격하고 있어야할 자신의 팔과 검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현보는 바닥을 뒹굴고 있는 자신의 오른팔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매끈하게 잘려나간 팔의 끝부분을 통해서 상대가 검기로 자신의 팔을 잘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옆을 흐르는 붉은 피를 확인한 이후에야 비로소 현보는 자신이 피를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다.

“ 고수!”

현보의 짤막한 외침에 반응해 그의 수하들이 몸을 움직였다.

순간 사이한 미소가 중년인의 얼굴에 번지고 있었다.

현보는 명색이 사도의 아홉 개의 하늘인 천살문의 일원이었다.

당연히 오랜 세월 여러 가지 사이한 무공을 접해왔다.

하지만 지금 중년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이한 기운은 이런 현보조차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이었다.

우선은 몸을 움직여야만 했다.

하지만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중년인은 이런 현보에게 피식 비웃음을 흘리면서 그를 지나치고 있었다.

중년인이 자신을 지나쳐 몸을 움직인다 싶은 순간 현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신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던 사이한 기운이 이내 중년인의 몸을 중심으로 삽시간에 사방을 에워싸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현보의 눈에는 이런 중년인의 사이한 기운이 마치 무이산 전체를 뒤덮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알 수 없는 공포가 현보의 전신을 감쌌다.

움직여야만 했다.

하지만 여전히 움직일 수 없었다.

마치 가위에 눌린 듯 몸이 일체 반응하지 않고 있었다.

현보는 힘겹게 주변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비단 자신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보가 아는 수하들의 실력은 결코 이렇게 무력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누구도 현보가 알고 있던 그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는 사람이 없었다.

상대가 지나치게 강하기 때문일까?

확실히 그런 일면도 없지는 않았다.

중년인은 고작해야 단검을 들고 현보의 수하들을 마음껏 유린하고 있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중년인의 몸에서 풍기는 사이한 기운과 함께 그 잔인함이란 오랜 세월 사도의 길을 걸어온 현보조차도 결코 익숙해지기 힘들 정도였다.

귀가 떨어지고 팔이 끊어지고 피가 튀는 와중에도 중년인은 웃고 있었다.

중년인이 처음 대장간을 나설 때만 하더라도 그저 평범한 대장장이처럼 보였다.

그리고 세상을 등진 사람처럼 너무나 무심한 시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간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섬뜩한 기운과 잔인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도저히 똑같은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현보는 한 사람의 모습이 이렇게까지 대조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중년인은 수하들을 잔인하게 부위별로 도륙했다.

이따금씩 단검에 묻은 피 맛을 혀로 확인하는 중년인의 모습은 꿈에 나올까 두려울 정도였다. 현보는 잘려나간 오른팔에서 계속해서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수하들 대부분이 숨을 거둔 상태였다.

아직 살아있는 수하들 중에서 사지가 멀쩡한 수하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당연히 더 이상 전의(戰意)를 가진 수하들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년인은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 그만!’

현보는 마음속으로 수차례 중년인을 향해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런 현보의 외침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중년인은 움직이는 와중에 바닥에 널브러진 수하들의 머리통을 짓이기는 만행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뇌수가 흘러나오고 피가 바닥을 흩뿌렸다.

살아남은 수하들은 공포 속에서 그저 “으~으~.” 하는 신음소리만을 낼 뿐이었다.

마치 이 소리를 즐기는 듯 중년인의 얼굴에는 계속해서 잔인한 미소가 번졌다.

‘ 악몽이야, 악몽............’

현보는 몇 차례 눈을 감았다 떴다 반복했다.

하지만 악몽은 깨지 않았다.

잔인한 미소를 지으면서 쓰러진 수하들의 몸을 밟아 짓이기면서 중년인은 이런 현보의 앞에 도달했다. 그리고 여전히 미소를 지으면서 현보의 가슴에 천천히 손에 쥔 단검을 들이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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