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귀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6
최근연재일 :
2011.08.24 17:06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260,526
추천수 :
1,839
글자수 :
198,860

작성
11.06.02 12:18
조회
9,276
추천
51
글자
11쪽

귀검 제2화--3

DUMMY

위일천이 앞마당으로 달려갔을 때 칠평이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그런 칠평의 앞으로 십여 명의 장한들이 흉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위일천이 등장하기가 무섭게 장한들 중 선두에 선 인물이 공손히 포권을 취했다.

“ 사혈성 산하 천살문(天殺門)의 이덕무라고 하외다. 복건성 일대에 위명이 자자한 철검문의 문주님을 뵙게 되어 영광이외다.”

위일천이 이런 이덕무를 향해 살짝 비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가볍게 포권을 취하면서 말했다.

“ 이름 석 자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필부가 아니오이까? 당금천하의 주인인 사혈성의 주축, 사도구문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천살문의 고수를 이렇게 뵙게 되니 오히려 제가 영광입니다. 필부는 위일천이라고 하오.”

위일천의 말에 이덕무가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이덕무는 실제로 위일천의 이름조차 알지 못했다.

위일천은 지금 이점을 꼬집어 말하면서 허례(虛禮)는 비례(非禮)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본론을 이야기하라는 뜻이기도 했다.

이덕무가 다시 한 번 가볍게 포권을 취하면서 말했다.

“ 제 견문이 짧아 문주님의 존성대명(尊姓大名)을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만 그것이 결코 허례는 아니올시다. 이미 천하가 사혈성의 것이거늘 사혈성이 쫓고 있는 자를 보호할 정도의 담력을 지니신 분을 어찌 평범하다고 하겠소이까? 귀하의 의기(義氣)에 이 이모는 실로 감탄을 금치 못하는 바이오이다.”

이미 다 알고 왔다는 이야기였다.

결국 아내 채승희의 예상이 옳았다는 뜻이었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이들에게 거짓으로 시간을 끌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 그것을 어찌 의기라 하겠소이까? 도움을 청하는 연약한 여자아이를 보호하는 것은 의당 인간으로써 해야 할 도리가 아니겠소이까?”

이덕무는 위일천의 말에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이내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 연약한 여자아이라고는 하나 그 여자아이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이미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훗날 검후(劍后)가 되어 본성에 검을 겨눌지도 모를 여자아이를 어찌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수 있겠소이까?”

위일천이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했다.

“ 단지 훗날 위험이 된다고 하여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것이외까?, 그것이 과연 천하의 주인으로써 온당한 행동이라고 생각하오이까?”

이덕무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 지난 백 년 동안 사도의 사람들은 단지 위험이 된다고 하여 정도의 무리들에게 사냥을 당해왔소이다. 그때 위문주께서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셨소이까?”

이덕무의 반박에 위일천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런 위일천을 향해 이덕무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 설마 그녀의 목숨과 철검문 일백의 목숨 모두를 바꿀 생각은 아니겠지요.”

위협이었다.

그것도 단순히 철검문의 문도만을 죽이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철검문의 문도는 이제 고작 삼십 여명, 그렇다면 그들의 딸린 식구까지도 모두 죽이겠다는 뜻이었다.

지그시 이를 악무는 위일천을 향해 이덕무가 계속해서 말했다.

“ 설사 이곳의 모든 이들이 결사항전을 한다고 할지라도 결국에는 그녀를 보호할 수는 없을 터 문주께서는 부디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지요.”

대답대신 위일천이 천천히 검을 뽑아들었다.

위일천이 검을 뽑음과 동시에 위일천의 뒤에선 칠평은 물론 어느새 주변으로 모여든 철검문의 무인들이 검을 뽑아들고 있었다.

이덕무가 계속해서 위일천을 향해 외쳤다.

“ 무모하오이다. 진정 여자아이 하나로 인해 모두를 죽게 할 작정이시오. 설사 지금의 위기를 모면한다고 할지라도 결국에는 사혈성 전체를 상대해야 할 것이외다.”

이것은 단순히 위일천을 향한 위협이 아니었다.

위일천의 뒤에 선 철검문의 문도들 모두에게 하는 말이었다.

허나 철검문의 무인 누구하나 이에 동요를 드러내는 이가 없었다.

이덕무가 다시 한 번 위일천을 향해 포권을 취하면서 말했다.

“ 다시 한 번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정확히 반각의 시간을 드리지요. 모두와 의논하여 부디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시기를.............”

이렇게 말하고 이덕무는 일단 대문 밖으로 물러났다.

허나 물러났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대문 밖일 뿐 위일천의 시야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머물고 있었다.

칠평이 앞으로 나서서 대문을 닫았다.

그러자 위일천이 천천히 문도들을 훑어보았다.

누구하나 그런 위일천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이들 모두는 철검문의 가세가 기우는 와중에도 떠나지 않았던 이들이었다.

언젠가 사혈성의 마수가 뻗칠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떠나지 않았던 이들이었다.

더 이상 말이 필요치 않다는 뜻이었다.

이덕무는 한동안 밖에서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이덕무의 곁으로 한명의 장한이 다가가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 조금 전 인근마을에서 한 대의 마차가 출발했다는 소식입니다.”

이덕무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방향은?”

장한이 재빨리 대답했다.

“ 북쪽입니다.”

이덕무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철검문의 북쪽은 이미 사혈성이 모두 평정한 곳이기 때문이었다.

“ 일단 표식을 남기고 은밀히 추적하도록.”

이덕무의 말에 장한이 재빨리 허리를 숙였다.

“ 봉명(奉命).”

장한이 일단의 무리와 사라지자 이덕무가 천천히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 이제 약속한 시간이 되었소이다.”

이덕무의 말과 동시에 대문이 열렸다.

위일천의 모습이 보이자 이덕무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 이미 남궁혜를 밖으로 빼돌린 것을 알고 있소이다. 허나 그 일과는 상관없이 문주께서 지금이라도 뜻을 바꾸어 본성에 투신하시겠다면 그동안과 마찬가지로 복건성에서의 철검문의 지위를 인정하도록 하겠소이다. 결코 나쁜 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하외다.”

위일천이 다소 놀란 표정으로 이덕무를 바라보았다.

그만큼 이덕무의 조건이 파격적이라는 뜻이었다.

허나 위일천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했다.

“ 호의는 감사하나 사양하겠소이다.”

이렇게 말하면서 위일천이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이덕무를 바라보았다.

이런 제의를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이덕무가 그만한 위치에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이덕무가 이끌고 온 이들도 결코 평범한 이들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이런 위일천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이덕무가 소속된 천살문은 앞서 위일천이 언급했듯이 사혈성의 주축이라고 할 수 있는 사도구문의 하나였다.

이 천살문의 중심에는 천지인(天地人) 세 개의 검대가 있었다.

그중 비록 말석이라고는 하나 인검대(人劍隊)를 맡고 있는 것이 이덕무였다.

천살인검대주(天殺人劍隊主) 이덕무는 또한 천살문의 십대호법중의 한사람이기도 했다.

이덕무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위일천을 향해 말했다.

“ 어째서인지 그 연유를 물어도 되겠소이까?”

위일천이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 철검문이 철검문으로 남아있기 위함이외다.”

이덕무가 다소 감탄하는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만일 위일천이 정도를 언급했다면 이덕무는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허나 철검문이 철검문으로 남고자 한다는 이 대답의 의미를 이덕무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단일한 세력이 천하를 차지하는 것에 반대를 한다는 뜻이었다. 이것은 지금까지 정도를 표방하는 무리들에게 쫓겼던 사도무림이 계속해서 주장해온 것이기도 했다.

이덕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위일천을 향해 천천히 포권을 취했다.

그리고 차분한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 살(殺).”

이덕무의 말과 동시에 철검문을 에워싸고 있던 이백의 인검대가 담을 넘기 시작했다.

이후 시작된 일전은 압도적인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 일방적인 도살이었다.

철검문주 위일천이 아버지 위충의 무학인 철검십이식을 제대로 전수받을 수 있었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허나 가진바 인품과는 달리 무공에 대한 그의 재능은 그다지 뛰어나지 못했다.

만약 그의 재능이 뛰어났다면 위충의 죽음이후 철검문이 쇠퇴의 일로를 겪었을 이유도 없었다. 허나 철검문의 무인들은 최후의 한 사람까지 저항을 멈추지 않았다. 이는 또한 위일천의 인품이 그만큼 훌륭하다는 방증이었다.

이렇게 이백년 철검문의 역사가 종지부를 찍는 듯했다.

학살이 끝날 때까지 이덕무는 움직이지 않았다.

실제로 이덕무는 다시 철검문의 문턱조차도 넘지 않았다.

학살이 끝난 이후 천살인검대는 모두 다시 이덕무의 뒤로 돌아왔다.

“ 현보.”

이덕무의 부름에 천살인검대의 부대주 현보가 재빨리 허리를 숙였다.

“ 그대는 삼십 명의 수하들을 이끌고 달아난 남궁혜의 뒤를 쫓도록, 이후 그녀와 접촉하는 모든 이들을 제거하도록.”

현보가 재빨리 허리를 숙였다.

“ 봉명(奉命), 허면 대주께는?”

이덕무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 일단 계획은 틀어졌으나 나는 계속해서 남하해 복건성을 정리하도록 하겠네. 그대도 남궁혜를 제거한 연후에 본대에 합류하도록.”

현보는 다시 한 번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현보가 삼십 명의 무인들과 함께 자리를 떠나자 예정된 수순처럼 몇몇이 횃불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철검문을 불태워버리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덕무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들을 제지했다.

“ 본성에 대응하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본보기로 이대로 남겨두도록.”

이덕무의 지시에 횃불을 든 인검대원들이 즉시 횃불을 껐다.

이후 이덕무는 현보에게 말한 대로 계속해서 남하했다.

철검문을 떠나면서 이덕무는 잠시 씁쓸한 표정으로 쓰러진 위일천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중얼거렸다.

“ 어째서 북쪽이었을까?”

조금은 꺼림칙하기는 했으나 인검대의 부대주인 현보의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애써 이런 꺼림칙한 느낌을 지우고 몸을 움직였다.

“ 현보가 알아서 잘 처리하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귀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 귀검 제5화--2 +1 11.06.08 6,615 40 14쪽
11 귀검 제5화--1 +2 11.06.07 7,041 43 14쪽
10 귀검 제4화--3 +2 11.06.04 7,264 46 14쪽
9 귀검 제4화--2 +1 11.06.04 7,270 43 11쪽
8 귀검 제4화--1 +2 11.06.04 7,699 48 11쪽
7 귀검 제3화--3 +2 11.06.03 8,335 51 12쪽
6 귀검 제3화--2 +2 11.06.03 8,445 58 9쪽
5 귀검 제3화--1 +3 11.06.03 8,817 52 8쪽
» 귀검 제2화--3 +4 11.06.02 9,277 51 11쪽
3 귀검 제2화--2 +2 11.06.02 10,776 56 10쪽
2 귀검 제2화--1 +4 11.06.02 14,836 58 10쪽
1 귀검 제1화 +4 11.05.27 21,085 68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