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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귀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6
최근연재일 :
2011.08.2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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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02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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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귀검 제2화--2

DUMMY

그 시각 위일천은 자신의 처소에 있었다.

지금까지 사혈성은 복건성까지는 시선을 돌릴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얼마 전 정도의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소림이 무너졌다.

그만큼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더 이상 복건성이 안전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소림을 마지막으로 이제 천하가 사혈성의 수중에 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철검문의 일개 무사인 칠평까지도 만약의 사태를 우려할 만큼 사혈성의 천하라는 것을 세상이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위일천의 의제인 남궁승은 남궁세가의 사람이었다.

그리고 남궁세가는 정도를 대표하는 오대세가의 하나였다.

남궁승의 딸인 남궁혜를 받아들였다는 것은 자칫 사혈성을 적으로 돌리겠다는 뜻으로 내비춰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칠평이 우려했던 것은 바로 이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남궁혜가 단순히 남궁승의 딸이 아니라는 것에 있었다.

남궁혜가 칠평을 통해 건넨 서찰은 남궁승의 서찰이 아니었다.

서찰은 보타암의 주지인 정연신니의 것이었다.

또한 서찰에는 남궁혜가 남해 보타암(普陀庵)의 직전을 이었다고 적혀 있었다.

보타암은 누대로 검후를 배출해온 정도의 명문중의 명문이었다.

남궁혜는 단순히 남궁세가의 일원이 아니라 보타암의 후계자라는 뜻이었다.

칠평의 생각처럼 단순히 남궁세가의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그녀를 철검문에 들이는 것은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었다. 하물며 보타암의 후계자를 철검문에서 보호하는 것은 실로 위태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 사혈성이 벌써 보타암까지 손을 뻗쳤는가?”

보타암은 복건성에 인접한 절강성에 위치해 있었다.

보타암이 있는 보타산은 절강성에서도 동쪽 바다의 항주만에 있는 주산열도(舟山列島) 중의 한 작은 섬에 위치해 있다. 그야말로 대륙의 변방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사혈성이 이곳 복건성까지 손을 뻗치는 것도 그리 멀지는 않았다는 뜻이었다.

위일천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방문이 열렸다.

“ 부인.”

방으로 들어온 것은 위일천의 아내인 채승희였다.

채승희는 손에 든 차를 위일천의 앞에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 질녀가 찾아왔다고 들었습니다.”

위일천이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벌써 부인에게까지 그 소식이 전해졌소이까?”

채승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조금 전 지겸이의 시중을 드는 시비에게서 들었습니다. 설마 그 일로 인해 이렇듯 고심하고 계신 것입니까?”

위일천이 이를 인정하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채승희는 동생인 위자연에게 아직 자식이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채승희에게 거짓을 말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자 채승희가 조심스레 남편에게 물었다.

“ 허면 그 아이는 대체 누구입니까?”

위일천이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 남궁제의 여식이라오.”

위일천의 말에 채승희 역시 다소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그렇군요. 허면 사혈성에게 쫓겨?”

위일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아마도 그런 듯하오.”

채승희가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 남궁세가의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일개 여아가 아닙니까? 그리 크게 심려하실 일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만.”

채승희의 위로에도 불구하고 위일천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이에 채승희가 다소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 설마 단순히 남궁승의 여식이 아니라는 뜻입니까?”

위일천의 표정만으로도 이렇게 사태를 파악할 정도로 채승희는 현명한 여인이었다.

이에 위일천이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그녀는 보타암의 주지인 정연신니의 직전을 이었소이다.”

비로소 채승희가 화들짝 놀라면서 말했다.

“ 그녀가 사부님의 직전을 이었단 말인가요?”

위일천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채승희가 그야말로 난감한 표정으로 위일천을 바라보았다.

위일천의 아내인 채승희는 보타암의 속가제자였다.

그렇다고 위일천이 단순히 채승희 때문에 남궁혜를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또한 의제인 남궁승 때문에만 남궁혜를 받아들인 것도 아니었다.

위일천의 부친인 위충이 철검십이식을 완성할 당시 위충은 정연신니의 도움을 적지 않게 받았다. 보타암의 주지임과 동시에 당대의 여중제일검이라고 불렸던 정연신니와의 논검이 철검십이식의 완성에 지대한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당시의 인연으로 위일천은 아내인 채승희를 만날 수 있었다.

이런 여러 가지의 인연으로 위일천은 감히 남궁혜를 내칠 수 없었던 것이다.

순간 채승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 설마 함정인가?”

그러자 위일천이 놀란 표정으로 채승희를 바라보았다.

“ 부인, 함정이라니요?”

위일천의 말에 채승희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 제가 직접 눈으로 살피지는 못했으나 남궁혜라는 아이는 이제 고작 열다섯 살 정도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맞는지요?”

위일천이 이를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채승희가 계속해서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 아무리 가진바 재능이 출중하다고는 하지만 본암은 결코 그렇게 어린 아이를 후계자로 선택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다급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그 아이를 후계자로 선택할 수밖에는 없었다는 뜻이겠지요.”

위일천이 채승희의 의견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채승희가 계속해서 말했다.

“ 더구나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라도 후계자 혼자서 탈출을 시도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이해 유독 그 아이 혼자만이 이곳까지 무사히 당도할 수 있었을까요?”

위일천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면서 말했다.

“ 그렇다면 부인의 생각으로는 저들이 의도적으로 그녀를 놓아주었다는 이야기로군요.”

채승희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연신니는 남궁혜의 재능을 보고 어린 남궁혜에게 보타암의 미래를 맡겼다.

그렇다면 남궁혜의 무공이 그녀의 호위들에 비해 결코 뛰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궁혜가 혼자 이곳까지 왔다는 것은 필시 추적자가 있었다는 뜻이고, 아마도 호위들이 남궁혜를 위해 희생했다는 뜻이었다.

이를 달리 생각한다면 호위들을 모두 물리칠 정도로 뛰어난 추적자가 있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남궁혜 홀로 무사히 이곳까지 도착했다는 사실은 확실히 이상한 일이었다.

“ 아마도 옥석을 가리고자 함이겠지요?”

채승희의 말에 위일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 옥석을 가린다면?”

채승희가 재빨리 말했다.

“ 남궁세가 출신의 보타암의 후계자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사혈성을 적으로 돌리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사혈성이 천하를 차지했다고는 하지만 천하를 모두 적으로 돌릴 수는 없는 일, 이보다 더 좋은 시험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채승희의 말에 위일천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과연, 부인의 말에 일리가 있소이다. 하긴 남궁세가 출신에 보타암까지, 이곳 복건성에서도 연이 닿지 않는 방파가 그리 많지 않겠군요.”

위일천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 결국 그녀가 이곳까지 무사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는 것은 아무도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뜻인가?, 아니면 그녀를 받아들인 모든 방파가 사혈성에 의해서 괴멸되었다는 뜻인가?”

채승희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아마도 전자일 것입니다.”

위일천이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했다.

“ 어이해 그렇게 생각하시오.”

채승희가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다.

“ 만약 후자였다면 남궁혜라는 아이가 적어도 대문으로 그렇듯 당당하게 들어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녀로 인해 피해를 본 방파가 있었다면, 또한 그녀가 추적을 따돌렸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결코 대문으로 당당하게 들어오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위일천이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있는 검을 꽉 움켜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부인의 생각이 옳은 듯하오, 허면 사혈성의 주구들이 근처에 있다는 이야기, 아무래도 부인께서 별채로 가주셔야겠소이다. 부인의 추측이 사실이라면 위험이 머지않았으니 부인은 두 아이를 데리고 서둘러 이곳을 벗어나시오.”

순간 주변에 요란한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채승희가 난감한 표정으로 위일천을 바라보았다.

“ 부군께서는?”

위일천이 결연한 표정으로 다시 한 번 검을 꽉 움켜쥐었다.

“ 나는 철검문주외다.”

위일천의 말에 채승희는 아무런 반박도 할 수가 없었다.

싸우지 않고 등을 보일 수는 없다고, 의(義)를 위해서 남궁혜를 내줄 생각은 더더욱 없다고 위일천은 말하고 있었다.

앞서 걸어 나가는 남편의 뒷모습을 채승희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켜보았다.

어쩌면 지금 보이는 남편의 등이 생에 마지막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채승희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남편은 자신을 믿고 후사를 맡기며 전장으로 떠나는 것이다.

무문의 아내로써 그런 남편에게 눈물을 보여 그의 결심을 흔들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위일천이 밖으로 나가기가 무섭게 채승희 역시 곧장 밖으로 나가 별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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