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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귀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6
최근연재일 :
2011.08.2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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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1.06.0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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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귀검 제4화--2

DUMMY

모든 사람들이 증오의 시선으로 이덕무를 노려보았다.

어린 위지겸까지도 이덕무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덕무는 시종일관 담담한 표정으로 향에 불을 붙이고 예를 갖추었다.

그리고 이런 와중에도 냉철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남궁혜의 모습이 이덕무의 눈에 들어왔다.

‘ 숨기지 않는다, 자신감의 표현인가?’

이미 현보의 죽음을 전해 들었다.

소식을 접한 이덕무는 그 즉시 일단의 수하들을 이끌고 다시 북상해 철검문을 찾았다.

아니나 다를까 한밤에 철검문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이덕무는 단순히 본보기로 삼기 위해 철검문에 불을 지르지 않았던 것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그것은 철검문을 존중한 이덕무의 호의였다.

채승희의 탈출을 돕는 마을 사람들, 죽음을 불사하고 철검문을 떠나지 않은 무인들과 그 식솔들, 그것만으로도 위일천의 인망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당연히 사람들이 장례를 치러 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마지막까지 의(義)로써 죽음을 함께 했던 위일천과 철검문의 사람들에게 그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어디까지나 누군가가 이들을 몰래 묻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설마 이렇듯 당당하게 장례를 치를 것이라고는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물론 현보의 죽음도, 그리고 지금 남궁혜를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이 자리에 참석시키는 것까지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이었다.

차분히 주변을 살피던 이덕무의 시선이 백우에게 멈췄다.

‘ 저자인가?’

이런 생각과 동시에 따르는 수하들을 힐끔 쳐다보았다.

동행한 천살인검대원들 몇몇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 자리에 동석한 천살인검대원들은 현보와 함께 무이산에 갔던 이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무이산에서 잠시나마 백우를 확인했던 이들이었다.

이들의 신호에 이덕무가 알았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먼저 상주인 위지겸의 앞으로 다가가 포권을 취하면서 말했다.

“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위지겸은 이를 악문채로 이덕무를 노려보며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원수가 눈앞에 서있었다. 그리고 뻔뻔하게도 조의를 표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위지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더없이 비참하게 느껴졌다.

‘ 위일천은 좋은 후예를 두었구나. 하지만...........’

이덕무는 자신을 노려보는 위지겸의 눈빛에서 총기를 읽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위지겸의 운명이 그리 길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아이의 운명을 끝낼 사람이 바로 자신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덕무는 위지겸을 지나쳐 백우의 앞에 멈춰 섰다.

이덕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백우가 먼저 가볍게 포권을 취했다.

“ 호의에 감사드리오.”

다소 퉁명스러운 말투, 하지만 그 속에 증오나 적의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덕무는 다소 의외라는 표정으로 백우를 바라보았다.

‘ 단순한 복수가 아니었는가?’

무이산에서의 처참한 광경을 이미 보고받았다.

복수가 아니라면 그토록 참혹한 광경을 연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차분한 백우의 모습이 그 참혹한 광경과는 쉽게 연결되지 않았다.

‘ 이해할 수 없군.’

이렇게 생각하면서 이덕무가 가볍게 포권을 취했다.

“ 호의라...........”

백우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에 놓인 수많은 관들을 훑어보는 백우, 이덕무는 백우가 시신을 온전하게 보존해준 것을 호의라고 표현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 지나치게 말을 아끼는 자로군.’

이덕무는 이렇게 생각하며 백우를 향해 말했다.

“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을는지요.”

백우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덕무가 계속해서 말했다.

“ 지금이라도 사혈성을 따른다면 건양에서 철검문의 지위를 인정하도록 하지요. 아시다시피 지금은 사혈성의 천하, 부디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겠소이다. 상이 끝날 때까지 대답을 기다리겠소이다.”

천살인검대원들이 흠칫 놀라는 시선으로 이덕무를 바라보았다.

천살인검대원들의 입장에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과거 위일천에게도 그러했고, 지금도 너무나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더구나 이제는 상대가 자신의 상관과 동료들을 처참하게 도륙한 인물이 아닌가?

백우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천살인검대원들을 향해 이덕무가 가볍게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이들에게 경고를 보냈다.

그러나 천살인검대원들은 적의를 숨기지 않았다.

백우가 천천히 위일천과 채승희의 관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 아직 피조차 채 다마르지 않았구려.”

축객령이었다.

이덕무가 가볍게 포권을 취하면서 말했다.

“ 남궁혜만 내주신다면 승낙의 뜻으로 알겠습니다. 부디 현명한 판단을............”

백우가 이덕무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덕무는 천천히 돌아서서 그대로 철검문을 빠져나왔다.

그런 와중에도 철검문에 모인 사람들의 면면을 관찰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철검문을 빠져나온 이덕무가 의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 무이산의 상황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의당 증오심을 드러낼 줄 알았건만, 당최 내심을 알 수 없는 인물이로군.”

그리고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중얼거렸다.

“ 조금 전 고개를 끄덕인 것은 승낙의 뜻인가? 아니면?”

이덕무는 이렇듯 무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던 백우의 모습이 좀처럼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 남하한 대원들이 합류하려면 얼마나 걸리겠는가?”

이덕무의 말에 뒤따르던 수하 하나가 공손히 대답했다.

“ 빨라도 보름은 소요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했다.

“ 놈은 하나, 이곳에 모인 오십이면 충분하지를 않습니까?”

이덕무 역시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내심 식장에 당당히 참석하고 있는 남궁혜의 모습과 지나치게 차분한 백우의 모습이 좀처럼 머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인가?’

의아한 것은 남궁혜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남궁혜는 이덕무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

특히 백우와의 대화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정확한 대화의 내용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대화 속에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을 또한 놓치지 않고 있었다.

‘ 설마?’

무언가 불안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남궁혜는 만약의 경우를 우려해 장례식에 참가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백우는 그녀를 위해서 따로 자리를 마련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것은 그녀에게 참석을 강요하는 것이었다.

그녀로 인해 시작된 혈겁, 그녀가 참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남궁혜의 입장에서는 그리고 이후 철검문을 위해서라도 남궁혜는 자신이 참석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덕무가 도착했을 때 남궁혜는 몸을 피하려했다.

하지만 백우가 그런 그녀의 뒤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다.

그대로 있으라는 뜻이었다.

계속되는 백우와 이덕무와의 대화, 남궁혜의 입장에서는 의아한 상황이었다.

‘ 결국 이곳을 떠나야 한단 말인가?’

남궁혜는 어쩌면 백우의 의도가 철검문을 위해 그녀를 이덕무에게 넘기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철검문을 생각한다면 결코 나쁜 선택이 아니었다.

위일천의 은혜를 생각한다면 철검문을 위해서 그녀의 목숨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보타암이었다.

개인으로써 그녀가 아닌 보타암의 유일한 생존자라는 것이, 그녀를 마지막으로 보타암의 맥이 끊어진다는 것이 못내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만일 백우가 끝까지 자신을 지키려한다면 어떻게 될까?

결국 철검문은 다시 한 번 어제와 같은 운명을 맞을 수밖에는 없다고 생각했다.

설사 백우가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천하의 사혈성을 상대로 운명을 바꿀 정도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보타암을 위해서 첫 번째 경우는 피해야만 했다.

철검문을 위해서 두 번째 경우도 피해야만 했다.

결국 남궁혜는 달아날 것을 결심했다.

달아난다고 할지라도 얼마가지 못해 잡힐 것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남궁혜는 이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보타암을 위해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스스로의 만족, 그리고 철검문을 위해서도 마찬가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밤이 깊어지자 남궁혜는 철검문의 담을 넘었다.

막상 철검문을 나섰지만 남궁혜는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그저 남쪽으로 발걸음을 움직일 뿐이었다.

“ 새가 둥지를 떠나 남쪽으로 이동합니다.”

보고를 들은 이덕무가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 결국 이것이 철검문의 선택인가?”

이덕무는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백우를 떠올렸다.

‘ 고작 이 정도의 인물이었는가?’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하긴 어쩌면 이것이 최선인지도.”

남궁혜를 그대로 자신들에게 내놓는 것은 위일천을 배신하는 행동이었다.

그렇다고 남궁혜를 보호하고자 한다면 어제와 같은 일이 되풀이될 수밖에는 없었다.

남궁혜를 자연스럽게 달아나도록 하는 것, 결과적으로 위일천의 뜻을 배신하지 않으면서 사혈성을 따르겠다는 뜻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남궁혜를 내놓는 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었다.

이덕무는 이런 상황을 모두 백우가 의도했다고 생각했다.

자신과의 대화, 그리고 침묵, 이것이 남궁혜를 궁지로 내몰았다는 뜻이었다.

명분을 지키고 실리까지 취한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진정으로 명분을 지켰다고, 위일천이 죽음으로 지켰던 의리를 여전히 지킨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덕무는 이런 백우의 결정이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 어리다고는 하지만 보타암의 후예, 그녀가 건양을 벗어나는 순간 최선을 다해서 사냥을 시작한다.”

백우의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덕무는 이렇게 결단을 내렸다.

건양을 벗어난 이후 남궁혜를 사냥하는 것은 그나마 죽은 위일천을 위한 배려였다.

그의 의리를 끝까지 지켜주기 위함이었고, 그로써 철검문의 명예를 지켜주기 위함이었다.

이덕무를 비롯해 오십 여명의 천살인검대가 추적을 위해서 흩어져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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