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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귀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6
최근연재일 :
2011.08.2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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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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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1.06.03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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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글자
8쪽

귀검 제3화--1

DUMMY

제3화 귀검(鬼劍)의 봉인(封印)이 풀리고


“ 아주머니, 지금 어디로 가는 건가요?”

남궁혜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채승희에게 물었다.

그러자 채승희가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 편하게 사저(師姐)라고 부르거라.”

남궁혜가 다소 놀란 표정으로 채승희를 바라보았다.

채승희가 빙긋이 미소를 지으면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 내 비록 출가는 하지 않았으나 나 역시 보타암의 맥(脈)을 이었느니라.”

동문(同門)이라는 채승희의 말에 남궁혜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 헌데, 사저, 대체 지금 어디로 가는 건가요?”

마차는 북방(北方)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북방은 남궁혜가 아는 한 이미 사혈성의 영역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차가 북방으로 향하자 조금 의아했던 것이다.

이런 남궁혜를 향해 채승희가 나지막이 말했다.

“ 비록 사혈성이 천하의 패권을 차지했다고는 하지만 드넓은 강호에 그들의 마수를 벗어날 수 있는 곳이 없겠느냐? 허니 그리 염려치 말거라.”

채승희의 말에 남궁혜가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채승희는 숨을 곳이 아니라 벗어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숨는 것과 벗어나는 것, 같은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채승희의 말투에는 어느 정도 확신까지 담겨있었기에 단순히 숨는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남궁혜는 어렵지 않게 간파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남궁혜는 더더욱 의아했다.

이미 소림이 무너졌다.

정도를 표방했던 수많은 방파들이 사혈성에 복종하거나 장렬하게 산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살아남은 정도의 사람들은 과거 사도의 사람들이 그러했듯 음지로 몸을 숨기는 형편이었다. 그 누구도 자신 있게 사혈성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남궁혜는 이런 상황에서 자신 있게 사혈성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채승희의 말이 쉽게 현실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내 채승희가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 휴, 허나 과연 이것이 옳은 선택일는지.”

무언가를 갈등하는 채승희의 옆에서 아들 위지겸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채승희은 이런 위지겸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 지겸아.”

“ 네, 어머니.”

“ 혜아의 나이가 열다섯이니 네게는 누이가 되겠구나. 허나 너는 사내이니 어떠한 경우에도 혜아를 보살펴주어야 한다. 알겠느냐?”

위지겸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어머니.”

채승희가 이런 아들을 대견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남궁혜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 혜야, 너도 지겸이를 친동생처럼 보살펴줄 수 있겠느냐?”

남궁혜가 차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무언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다소 의아한 표정으로 채승희를 향해 말했다.

“ 사저, 어이해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요?”

채승희가 빙긋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 지금은 어려운 시기가 아니더냐?, 천하가 사혈성의 손아귀에 떨어졌으나 앞으로 너와 지겸이에게 많은 어려움이 닥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지겸이는 철검문의 후계자이며, 혜아는 보타암의 후계자이니 앞으로 그 어려운 길을 함께 걸어가야 하는 것 또한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니겠느냐? 내 단순한 노파심에서 이런 당부하는 것이니라.”

남궁혜와 위지겸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두 사람 모두가 무언가 꺼림칙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순간 마차가 멈추고 마부의 목소리가 들렸다.

“ 마님, 도착했습니다.”

그러자 채승희가 마차의 문을 열면서 말했다.

“ 다소 불편하겠지만 지금부터는 걸어서 가야겠구나, 혹시 따르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니 길을 서두르자꾸나.”

채승희의 재촉에 남궁혜와 위지겸이 재빨리 마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채승희가 앞장서서 움직이자 두 사람이 황급히 그 뒤를 따랐다.

이렇게 세 사람이 마차에서 멀어지자 마부는 이런 세 사람을 향해 공손히 절을 올렸다.

그리고 수중에서 검을 꺼내 망설임 없이 자신의 목을 그었다.

천천히 쓰러지는 마부의 눈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찾을 수 없었다.

단지 세 사람의 앞날을 걱정하는, 그리고 세 사람의 앞날을 축복하는 간절함이 배어있을 뿐이었다.

마부가 쓰러지기가 무섭게 한 사람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덕무의 지시로 채승희를 쫓아온 천살인검대의 부대주 현보였다.

“ 철검문이라.........”

마부는 조금이라도 채승희 일행의 시간을 벌기 위해 목숨을 끊었다.

결코 쉽게는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었다.

더구나 마부는 철검문에 몸담은 무인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검문을 위해서 목숨마저 버릴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철검문이 건양 일대의 사람들에게 얼마나 존경을 받아왔는지를 가히 짐작케 하는 대목이었다.

현보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허나 다 부질없는 일인 것을............”

이런 현보의 주변으로 서른 명에 달하는 수하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현보는 그들 중 한 사람을 향해 말했다.

“ 신의를 아는 자이니라, 묻어주고 따르도록.”

“ 봉명(奉命).”

대화가 끝나기가 무섭게 현보가 몸을 움직였다.

마부를 묻어주는 한 사람을 제외한 다른 천살인검대원들이 재빨리 그 뒤를 따랐다.

현보가 길모퉁이를 도는 순간 어째서 마부가 그곳에서 마차를 세우고 목숨을 끊었는지를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 세 갈래의 길인가?”

현보는 특별한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현보의 중얼거림과 동시에 자연스레 무리가 세 갈래로 나뉘어졌다.

모두가 추적에 능하다는 뜻이었으며 실력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었다.

중앙의 길을 택한 현보는 이동하는 와중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중얼거렸다.

“ 고작해야 무이산(武夷山)이 목적지였는가? 대체 무이산에 무엇이 있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이곳으로 이동했을까?”

하지만 현보는 그다지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채승희 혼자라면 추적하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옆에는 남궁혜가 있었고, 심지어 남궁혜보다 어린 소년이 있다는 사실까지도 이미 파악한 상태였다.

결코 멀리 달아날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

물론 조력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그것 역시도 그리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비록 열 명씩 나뉘어졌다고는 하지만 천살인검대원들의 전력이라면 능히 웬만한 조력자를 상대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얼마 후 현보는 채승희의 일행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채승희가 발걸음을 멈춘 곳은 그야말로 허름한 대장간의 앞이었기 때문이었다.

인적조차 드문 무이산의 중턱에 명패조차 없는 대장간, 다쓰러져 가는 건물 앞에 서있는 채승희를 확인한 현보는 조금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 설마 이런 곳에 은거기인이라도 있다는 뜻인가?”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현보는 채승희의 뒤로 다가갔다.

그런 현보의 귓전으로 채승희의 목소리가 들렸다.

“ 귀검의 봉인을 열고자 합니다.”

말과 동시에 대장간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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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99 물물방울
    작성일
    11.06.04 13:18
    No. 1

    은거 기인이로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5 sard
    작성일
    11.07.03 11:22
    No. 2

    감사히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3 MixiM
    작성일
    11.07.24 15:11
    No. 3

    쫓기는 사람들은 현실감 떨어지고,
    오히려 쫓는 사람들이 멋지네요.

    저 장면에서 마부가 자살해야 할 이유가 도대체 뭐가 있을까요?

    추적을 지연시키기 위함이라는데,
    도대체 어떻게 추적을 지연시킨다는건지...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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