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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귀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6
최근연재일 :
2011.08.2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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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1.06.02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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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귀검 제2화--1

DUMMY

제2화 철검문(鐵劍門)의 참화(慘禍)


복건성은 중원대륙의 남동부에 위치해 있었다.

이 복건성에도 30여개의 군소방파가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30여개의 군소방파들 중에서 명문이라 불릴만한 곳은 딱히 존재하지 않았다.

복건성은 적어도 무림에서는 조금 소외된 지역이었다.

그러나 이 30여개의 문파들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하나의 문파가 있었다.

복건성 건양(建陽)에 위치한 철검문(鐵劍門), 소외된 복건성에서 지난 이백여 년의 세월동안 꾸준히 그 명망을 쌓아온 문파였다.

철검문은 이백여 년 전에 철검 위적이라는 인물에 의해서 건립되었다.

당시 복건성은 천주(泉州)항을 중심으로 대만(臺灣)은 물론 아라비아 상인들과도 왕성한 교역이 이뤄지고 있었다.

상업이 번성하면서 상인들은 물품의 안전한 수송을 위해 무인을 양성했다.

위적은 이런 무인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노년에 은퇴한 위적은 고향인 건양으로 돌아와 철검문을 세웠다.

당시 위적은 복건성 최고의 고수로 알려져 있었다.

때문에 상인들이 철검문에 운송을 맡기기 시작했고, 이후 철검문은 표국의 업무가 그 주된 수입원이 되었다. 그렇게 6대 이백여 년의 세월동안 철검문은 적어도 복건성에서는 최고의 무문(武門)으로 그 명망이 높았다.

백여 년에 걸친 일곱 차례의 정사대전에도 당당하게 정파의 일원으로 그 이름을 올렸다.

특히 철검문은 6대문주인 위충에 이르러 그 전성기를 구가했다.

위충이 살아생전에 완성한 철검십이식(鐵劍十二式)은 무림의 일절로 손꼽힐 정도였다.

위충이 살아있을 당시 철검문의 문도가 오백여 명에 달할 정도로 그 위세가 사뭇 대단했다.

허나 철검문은 사혈성이 승리한 제팔차 정사대전에는 참가할 수 없었다.

융중산의 일전이 벌어지기 7년 전에 돌연 위충이 병사했기 때문이었다.

위충의 죽음으로 철검문의 위세가 한풀 꺾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7년 사이 오백에 달했던 문도의 숫자가 채 일백도 남지 않았다.

때문에 정사대전에 참가할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융중산의 일전으로 사혈성이 득세하자 상황은 더더욱 악화되었다.

지금까지 철검문은 스스로 정도를 자처해왔다. 때문에 사혈성의 위협에서 안전할 수 없었고 사람들이 계속해서 철검문을 떠나고 있었다.

이제 남은 문도는 고작 삼십여 명에 불과했다.

소림마저 굴복시킨 사혈성은 군림을 위한 기반을 차근차근 다져나가고 있었다.

빠르게 대부분의 지역을 평정한 사혈성은 이제 무림에서는 변방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 복건성까지도 그 눈길을 돌리고 있었다.

정도를 표방해온 철검문에게는 크나큰 위기가 아닐 수 없었다.

이런 때에 한 소녀가 철검문의 대문 앞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소녀는 문지기 칠평을 향해 정중한 자세로 포권을 취하면서 말했다.

“ 소녀는 남궁혜라고 합니다. 철검문주님을 뵙고자 합니다.”

이제 열다섯은 되었을까?

또랑또랑한 남궁혜의 목소리에 칠평의 얼굴에 가벼운 미소가 번졌다.

앳된 소녀의 당찬 모습이 한편으로는 귀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대견스러워 보였기 때문이었다.

“ 꼬마 아가씨께서는 어디서 오셨소이까?”

칠평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남궁혜가 재빨리 대답했다.

“ 제 아버님은 철검문주님의 의제로 남자 궁자 승자를 쓰십니다.”

이렇게 남궁혜가 남궁승을 언급하자 칠평의 표정이 다소 심각해졌다.

이런 칠평의 표정에 남궁혜의 얼굴도 살짝 일그러졌다.

‘ 역시나 이곳도 마찬가지인가?, 그래도 위백부님이시라면..........’

남궁혜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칠평에게 한통의 서찰을 조심스레 건넸다.

“ 문주님께 전해주셔요.”

서찰을 받아든 칠평은 긴장된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남궁혜를 향해 공손히 말했다.

“ 아가씨, 이곳에서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사뭇 정중하기는 했지만 그만큼 조금 전과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언행이었다.

남궁혜는 다소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가는 칠평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느덧 이런 광경은 남궁혜에게는 익숙한 일이 되어버렸다.

칠평은 서찰을 들고 헐레벌떡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곧장 문주의 거처로 발걸음을 옮기는 칠평, 때마침 밖으로 나오던 철검문주 위일천이 칠평을 확인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 이놈 칠평아, 내 어떠한 경우에도 평정심을 잃지 말라 누누이 일렀거늘, 대체 어디를 그리 허둥대며 달려가는 게냐?”

위일천의 꾸지람에 칠평이 재빨리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심각한 표정으로 손에든 서찰을 위일천에게 공손히 내밀었다.

칠평의 심각한 표정에도 불구하고 위일천은 담담하게 서찰을 펼쳤다.

서찰을 읽어 내려가던 위일천이 칠평을 향해 말했다.

“ 그 아이는 어디에 있느냐?”

칠평이 조심스레 주변을 살피면서 나지막이 말했다.

“ 지금 대문 앞에 있습니다.”

그러자 위일천이 버럭 호통을 내질렀다.

“ 이놈, 내 집에 찾아온 객을 집 밖에 세워두었더란 말이냐?”

위일천의 꾸지람에 칠평이 조심스레 대답했다.

“ 허나 남궁승 어르신의 따님이라 하기에..........”

위일천이 계속해서 노한 표정을 칠평을 바라보았다.

“ 남궁제의 여식임을 밝혔음에도 그 아이를 밖에 세워두었더란 말이냐?”

연이은 위일천의 호통에도 칠평은 당황하지 않고 조심스레 말했다.

“ 허나 상황이 상황인지라 아무래도 신중을 기하는 것이 좋을 듯하여..........”

위일천이 이런 칠평의 말을 막으면서 말했다.

“ 네 지금 무슨 말을 하느냐? 어서 그 아이를 안으로 들이고 지겸이의 옆방에 데려다 두거라, 먼 길을 오느라 피곤할 터이니 시비에게 일러 우선 따뜻한 음식부터 준비해주어라.”

위일천의 말에 칠평이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 하오나 문주님, 남궁세가는 이미...........”

위일천이 다시 버럭 호통을 내질렀다.

“ 썩 시키는 대로 하지 못하겠느냐?”

칠평이 난감한 표정으로 위일천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위일천은 칠평이 우려하는 바를 알고 있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아이가 호북성에 있는 자연이의 딸이라고 이르거라. 알겠느냐?”

위일천의 말에도 불구하고 칠평은 여전히 난감한 표정으로 허리를 숙였다.

위일천이 언급하는 자연은 호북성 다릉현의 지부인 정청산이라는 관리에게 시집간 위일천의 누이였다.

아직도 망설이는 칠평에게 위일천이 재촉하며 말했다.

“ 다른 사람이 그 아이를 발견할지도 모르니 어서 서두르거라.”

위일천의 말에 칠평이 서둘러 다시 대문으로 달렸다.

대문에서 칠평을 기다리는 남궁혜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 설마 위백부님께서도............”

철검문에 당도하기 전까지 남궁혜는 수차례 다른 곳에 몸을 의탁하려했다.

허나 그녀를 받아주는 곳은 아무 곳도 없었다.

이제 철검문에서도 그녀를 거절한다면 더 이상 찾아갈 곳도 마땅치 않았다.

드넓은 중원에 자신의 몸 하나 의탁할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자 남궁혜의 두 눈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허나 이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 이대로 포기할 수는.........’

그녀가 처음 보타암을 떠날 당시에는 일행은 스무 명에 달했다.

허나 이곳 철검문에 이르는 동안 모두 흩어져 이제는 그녀 혼자만이 남은 상황이었다.

오로지 그녀를 살리기 위해 다른 스무 명의 사저들이 희생한 것이다.

불안한 표정으로 눈시울을 붉히는 와중에도 꽉 움켜쥔 그녀의 두 주먹에는 그녀의 굳은 결의가 담겨 있었다.

빼곡히 열린 대문사이로 칠평이 허겁지겁 달려오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 역시 이곳도..........’

남궁혜는 칠평이 자신에게 거절의 의사를 밝히기 위해 헐레벌떡 달려온다고 생각했다.

허나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그녀의 앞에 도착한 칠평은 숨을 고르면서 말했다.

“ 아가씨, 일단 안으로 드시지요.”

이렇게 말하는 와중에도 칠평은 계속해서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서둘러 그녀를 별채로 안내했다.

별채는 위일천의 아들인 소문주 위지겸의 거처였다.

평소 다른 사람들의 통행이 잦지 않았기에 위일천은 일단 사람들의 눈에 띠지 않도록 그녀를 별채로 안내하도록 했던 것이다.

칠평은 그녀를 위지겸의 옆방으로 안내하고 위일천의 지시대로 시비를 찾았다.

“ 호남성의 작은 마님의 따님이신 정승혜님이시니라, 모시는데 있어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거라. 먼 길을 오셨으니 우선 따뜻한 목욕물과 가벼운 요기꺼리부터 준비하도록 하여라.”

칠평의 지시에 시비가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돌아서면서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 작은 마님께 저토록 장성한 따님이 계셨던가?”

시비의 중얼거림에 칠평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실제로 위자연은 아직 자식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 과연 언제까지 이 비밀이 유지될 수 있을는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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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99 물물방울
    작성일
    11.06.04 13:05
    No. 1

    그래도 의리가 남아 있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sard
    작성일
    11.07.03 11:15
    No. 2

    감사히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1 바이발할
    작성일
    11.07.22 16:14
    No. 3

    남궁에 승자 쓰십니다. 이게 맞는 표현 아닌가요? 이것도 우리나라식 표현이지만요.. 홍길동 같으면 본관인 어디 홍에 길자, 동자 쓰십니다... 이게 맞는걸로 알고 있는데요. 성은 이름(자-字)를 붙이지 않는걸로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4 나라아빠55
    작성일
    14.02.06 20:01
    No. 4

    남자 궁자가 아니라 남궁이 성씨지요.
    남궁에 승자를 쓰시는 어른이 저희 부친되십니다.
    이것이 맞겠지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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