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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귀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6
최근연재일 :
2011.08.2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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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1.08.0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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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귀검 제12화--1

DUMMY

제12화 악마의 검


남창에 피바람이 몰아쳤다.

천마쌍환으로 인해 한바탕 소란이 벌어진 것이다.

요화 옥접을 찾기 위해 사람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물건은 하나였다.

그 물건을 노리는 사람들의 숫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자연스레 몇몇이 무리를 이루기 시작했다.

생존을 위해 요화 옥접 역시 무리를 구했다.

언월도객 유진산을 시작으로 몇몇 전대고수들이 요화와 손을 잡았다.

계속해서 무리간의 충돌이 이어졌고, 붉은 피가 대지를 적셨다.

이렇듯 남창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남창의 주인이며 절강, 복주, 강서성의 주인인 천살문은 움직이지 않았다.

객점에서의 소동이 벌어진 다음날 아침 두 사람이 등왕객점 안으로 들어왔다.

한 사람은 천살지검대주 우초였다.

천살지검대의 대주이자 십대호법의 일인인 우초, 천살문에서 결코 낮은 위치가 아니었다.

이런 우초가 동행한 인물의 그림자조차도 밟지 않으려는 듯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거물이라는 뜻이었다.

우초의 안내로 등왕객점으로 들어선 이는 얼핏 보아도 육순을 훌쩍 넘긴 노인이었다.

노인은 백우와 일행이 식사를 하고 있는 자리로 다가가 정중히 포권을 취했다.

“ 필부는 천살문의 황제현이라고 하오이다. 귀공을 모시러 왔소이다.”

예를 갖추는 황제현의 표정은 더없이 온화했다.

하지만 온화함 가운데 알 수 없는 위압감이 느껴졌다.

말로는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신비한 분위기마저 연출하고 있었다.

우문강마저 다소 놀란 표정으로 황제현을 바라보았다.

‘ 설마 이인영이 이분을 보낼 줄이야, 실로 거물이 납시셨구나.’

우문강은 천살문주를 단순히 이름으로 떠올렸다.

하지만 황제현은 이분이라고 떠올리며 자연스레 거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만큼 황제현의 신분이 범상치 않다는 뜻이다. 아니 단순히 신분을 떠나서 황제현은 사혈성에 몸담은 많은 사람들에게 신화적인 존재였다.

과거 황제현은 이인영의 아버지인 천살문의 전대문주 이교의 서동이었다.

한낱 서동에서 시작해 천살천검대주의 자리까지 오른 그야말로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신분의 벽을 뛰어넘어 정점의 자리에 오른 그의 행보는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되었다.

또한 희망이 되었다.

혹자는 황제현이 있음으로 인해서 천살문이 사도구문의 으뜸이 되었다고 말하는 이가 있을 정도였다.

절검(絶劍) 황제현(黃齊賢)은 단순히 천살문의 이인자가 아니었다.

천살문주 이인영조차 쉽게 대하지 못하는 천살문의 정신적인 지주였다.

비단 천살문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우문강은 지금이라도 당장 황제현에게 예를 갖추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만큼 황제현은 천살문 뿐만 아니라 사도의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인물이었다.

천살문이 절강, 복주, 강서성을 평정하는 동안 황제현이 이끄는 천살천검대는 일체 움직이지 않고 이곳 남창에 머물렀다.

그런 황제현이 지금 백우의 앞에 서있는 것이다.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황제현은 단지 그저 서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은연중에 내뿜는 그의 기도는 주변의 사람들을 위축시키고 있었다.

백우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이미 식사를 멈춘 상태였다.

잠시 후 백우 역시도 식사를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 황제현을 바라보았다.

“ 백우라 하오.”

가볍게 포권을 취하는 백우, 우문강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백우의 건방진 행동이 눈에 거슬렸다.

합니다도 아니고 하오라는 백우의 반존대가 귀에 거슬렸다.

불쾌한 기색의 우문강, 하지만 황제현은 그저 평온한 표정으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 내 생이 끝나기 전에 그대와 같은 후학을 다시 만날 수 있다니, 이 늙은이가 오늘 진정 호강을 하는구려, 우보(牛步)는 실로 좋은 제자를 두었구려.”

다시라는 말에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우문강은 어렴풋이 한사람을 떠올리고 있었다.

사제 천가현, 다른 사람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면 아마도 우문강은 검을 뽑아들었을 것이다.

천가현은 우문강에게 하늘이었다.

이런 표현은 자칫 천가현을 모독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허나 절검 황제현의 말이었기에 우문강은 아무런 반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황제현의 말에 백우의 표정도 달라졌다.

우보(牛步)는 다름 아닌 백우의 사부 위충의 호였다.

소의 걸음처럼 느리게, 하지만 그 내딛는 일보에 흔들림이 없도록.

계속해서 황제현이 백우를 향해 말했다.

“ 이 늙은이와 함께 가주시겠소이까? 결코 그대에게 해가 되는 일은 없을 것임을 이 늙은이가 약속드리지요.”

황제현의 말에 백우는 공손히 포권을 취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백우의 행동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정중한 모습이었다.

황제현 역시 정중히 포권을 취하는 것으로 이에 화답했다.

‘ 궁금한 것이 많을 터인데 실로 말을 아끼는 아이로구나.’

황제현은 이렇게 생각하며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위충의 호인 “우보”를 기억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위충이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을 당시에는 철검(鐵劍)이라는 호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이 철검 혹은 철검문주로 위충을 칭하고 기억했다.

백우의 기억에도 위충을 우보라 칭한 사람은 겨우 서너 명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서너 명을 위충은 지기라 칭했다.

물론 모두가 정도의 사람들이었다.

헌데 사도의 인물인 황제현이 위충을 우보라 칭하고 있었다.

백우의 입장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가 궁금할 만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우는 굳이 그를 묻지 않았다.

황제현의 등장으로 적어도 두 가지 사실은 확신할 수 있었다.

우선 그에게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사부인 위충과의 관계를 떠나서 그만큼 황제현이 범상치 않다는 뜻이다.

우초의 행동이나 우문강의 반응으로도 이를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또 하나는 이런 인물을 자신에게 보냈다는 것에서 그만큼이나 천살문주가 자신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백우는 말없이 황제현의 뒤를 따랐다.

황제현이 객점의 밖으로 나서자 대기 중이던 천살천검대원들이 허리를 숙였다.

소림이 무너진 이후에 이들이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천살천검대를 지켜보는 백우의 눈빛이 살짝 일렁였다.

그만큼 천살천검대는 다른 두 개의 검대와는 차원이 달랐다.

우문강 역시 살짝 마른침을 삼켰다.

일백의 천살천검대, 천살문의 진정한 주력이었다.

천살천검대에는 천살문의 십대호법 중 다섯이 포함되어 있을 정도였다.

이들 모두는 황제현이 직접 선택하고 가르친 이들이기도 했다.

이미 열 명의 천살천검대원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앞서서 길을 살피기 위함이었다.

지금 남창이 혼란스럽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천살천검대에게 도전할 세력은 없었다.

하지만 주변을 경계하는 천살천검대원의 눈빛은 결연했다.

단 한 순간의 방심도 허락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황제현이 움직이자 백우 일행이 그 뒤를 따랐다.

이들의 움직임에 발맞춰 나머지 천살천검대원들이 호위하듯 따랐다.

천살천검대원들의 발자국은 정확히 황제현의 발자국과 일치하고 있었다.

일사불란한 이들의 움직임은 하루 이틀 호흡을 맞춰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오십대의 다섯 호법들을 비롯해 이십대 초반의 청년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마치 한사람처럼 호흡까지도 함께하는 느낌이었다.

천살천검대의 뒤를 천살지검대가 조심스럽게 따랐다.

앞서가는 천살천검대를 바라보는 천살지검대의 얼굴에는 동경의 기색이 역력했다.

이렇듯 천살천검대는 천살문에 몸담은 모든 무인들이 꿈꾸는 자리였다.

심지어 천살지검대주 우초마저도 다소 부러운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 언젠가는 나도 다시 저분의 밑에서..............’

젊은 시절 우초는 잠시나마 천살천검대에 몸담았었다.

그런 우초에게도 천살천검대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아니 저 백전노장 황제현이 바로 그의 동경의 대상이었다.

우초는 진심으로 황제현이 살아있는 동안 다시 한 번 자신을 불러주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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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귀검 제12화--3 +6 11.08.10 3,862 40 11쪽
37 귀검 제12화--3 +5 11.08.08 4,012 43 15쪽
36 귀검 제12화--2 +3 11.08.05 3,765 38 13쪽
» 귀검 제12화--1 +3 11.08.04 3,716 3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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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귀검 제11화--2 +4 11.07.29 3,973 35 14쪽
32 귀검 제11화--1 +6 11.07.26 4,206 35 10쪽
31 귀검 제10화--3 +6 11.07.22 4,133 3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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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귀검 제8화--3 +3 11.06.24 5,432 40 14쪽
23 귀검 제8화--2 +2 11.06.23 5,136 41 13쪽
22 귀검 제8화--1 +2 11.06.22 5,317 3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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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귀검 제7화--2 +4 11.06.20 5,644 43 16쪽
19 귀검 제7화--1 +3 11.06.18 5,667 45 9쪽
18 귀검 제6화--5 +3 11.06.17 5,496 48 7쪽
17 귀검 제6화--4 +3 11.06.16 5,716 45 10쪽
16 귀검 제6화--3 +2 11.06.15 5,823 48 7쪽
15 귀검 제6화--2 +3 11.06.14 6,008 4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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