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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귀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6
최근연재일 :
2011.08.2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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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1.06.1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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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귀검 제6화--2

DUMMY

마차는 다시 북으로 향했다.

백우가 철검문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삼일장은 끝난 상태였다.

하지만 죽은 이들의 관은 철검문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마차가 도착하기가 무섭게 백우는 관을 짊어지고 안으로 들어갔다.

마당에 도열된 관들과 제단에 놓인 위일천 부부의 관 사이에 백우는 짊어진 관을 내려놓고 비로소 위일천 부부의 위패에 절을 올렸다.

백우가 절을 끝내자 두노가 조심스레 관을 열었다.

이백여 개의 머리, 관의 바닥은 그들의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 부디 살펴 가시기를.............”

백우가 짤막한 인사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특유의 무심한 시선으로 채승희의 위패를 바라보았다.

‘ 형수님,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것입니다. 이 목숨을 걸고...........’

천살인검대의 척결로 일단의 복수는 마무리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채승희의 유명(遺命)대로 철검문을 재건하고 보타암의 맥을 살리는 것뿐이었다.

단순한 일이었다.

하지만 결코 단순하게만 생각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천살인검대의 죽음은 거대한 사건, 이후 사혈성의 복수를 상대해야만했다.

복수는 복수를 부르는 법, 더구나 상대가 사혈성이라면 이 복수의 칼날이 내일 당장 찾아온다고 할지라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백우를 지켜보는 남궁혜의 표정은 여전히 불안하기만 했다.

그녀를 보호했던 보타암의 사저들이 천살인검대에 모두 죽음을 당했다.

그런 천살인검대를 백우 혼자서 모두 척살했다는 사실이 우선 쉽게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백여 개의 목은 그것이 현실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남궁혜는 이런 현실이 기적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제는 사혈성 전체를 상대해야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것은 백우가 천살인검대를 상대한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기적이 필요했다.

이성적으로 이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 내심 그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지가 의문이었다.

그리고 이런 기적을 바라는 그녀 스스로가 너무나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검을 꽉 움켜쥔 위지겸의 결연한 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이런 위지겸의 결연한 모습이 다가올 위험을 암시하는 듯했다.

백우가 천천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의 옆으로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두노가 철검문의 깃발을 가져갔다.

깃발을 받아든 백우는 천천히 깃발을 흔들었다.

이를 신호로 사람들이 관을 들고 몸을 움직였다.

관은 하나 둘씩 철검문을 떠났다.

관을 들고 철검문을 벗어나는 사람들은 모두 관의 주인들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친척이거나, 혹은 친구이거나, 하지만 이들 모두는 한 자리로 향하고 있었다.

철검문의 사람들이 묻히는 곳, 철검문의 뒷산이었다.

누가 말하지도 강요하지도 않았다.

죽어서도 철검문의 사람으로 남고자하는 이들의 마음을 존중해주는 것이었다.

모두가 떠나자 두노와 일부 사람들이 위일천과 채승희의 관을 옮기기 시작했다.

철검문의 직계만이 묻힐 수 있는 선산으로 두 사람의 관을 옮기는 것이었다.

관의 앞으로 백우가 철검문의 깃발을 흔들면서 움직였다.

입관이 끝나고 위패가 사당의 놓이는 것으로 일련의 절차가 마무리 되었다.

절차가 마무리되자 백우는 철검문의 현판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두노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 건양은 철검문의 영역이다.”

두노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백우는 두노에게 철검문의 깃발을 내밀었다.

두노가 공손히 깃발을 받아들자 백우가 힘주어 말했다.

“ 건양의 사로(四路)에 철검문의 깃발을 걸어두게, 그리고 본보기로 저들의 머리를 깃발의 주변에 함께 걸어두게.”

두노가 재빨리 허리를 숙였다.

두노는 남아있는 사람들과 함께 아직 건물 안에 놓여있는 철관을 운반했다.

그리고 마차를 이용해 먼저 북으로 이동했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던 남궁혜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 그렇게까지 의도적으로 사혈성을 도발할 필요가 있나요?”

백우는 남궁혜를 무시하고 위지겸을 향해 공손히 말했다.

“ 문주, 안으로 드시지요.”

위지겸이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린 위지겸의 뒤를 따르면서 백우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 이제 시작인가?’

이렇게 생각하면서 힐끔 철검문의 현판을 바라보았다.


철검문(鐵劍門).

“ 하고많은 이름 중에 어째서 철검인가요?”

열다섯 백우가 사부인 위충에게 물었던 질문이었다.

“ 검이 화려할 필요가 있느냐?”

위충의 대답이었다.

“ 그래도 이왕이면..........”

이렇게 말하는 백우를 향해 위충이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머금었다.

“ 녹슨 철검으로도 지켜야할 사람들을 지킬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신검이 아니겠느냐? 검이란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니, 한 자루의 철검으로 건양의 사람들을 지킬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 아니겠느냐?”

“ 그래도...........”

“ 세상에는 신검도 있고, 마검도 있고, 천하제일검도 있으나 과연 그들이 천하의 사람들을 대변할 수 있겠느냐? 흔하디흔한 철검이야말로 세상 사람들의 마음이니 철검의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정도를 벗어나는 일은 없지 않겠느냐?”

“ 그렇다면 철검은 민심이며 민심은 곧 천심이니 철검이 곧 천검이라는 뜻이로군요.”

백우의 말에 위충이 환한 미소를 머금었다.

“ 하하하.”

한바탕 웃음과 함께 위충은 대견한 듯 백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날 위충의 미소가, 그날 위충의 거친 손길이 지금 철검문으로 걸어 들어가는 백우의 가슴을 새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 신검(神劍)도 마검(魔劍)도, 천하제일검(天下第一劍)도, 철검(鐵劍)도, 천검(天劍)도 아닌 귀검(鬼劍)이 철검문을 지키는 검이 되어도 되겠습니까?’

백우의 시선이 위지겸의 등을 향했다.

“ 지켜야 할 사람을 지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느냐?”

마치 위충이 그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선 위지겸이 발걸음을 멈췄다.

백우가 이런 위지겸을 향해 재촉하듯 말했다.

“ 좌정하시지요.”

그러나 위지겸은 감히 상석인 문주의 자리에 앉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 사숙, 부족한 제가, 아직 이렇다 할 무공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제가, 과연 저 자리에 앉을 자격이 있을까요?, 차라리 사숙께서............”

백우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 좌정하시지요.”

“ 허나........”

망설이는 위지겸을 백우가 무심한 시선으로 지그시 바라보았다.

“ 무공만으로 논하자면 아버님이신 사형도 그 자리에 자격이 없었지요.”

위지겸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일단의 사건으로 위일천의 무공보다 백우의 무공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 허나 그 자리는 사형의 자리였습니다.”

위지겸이 백우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백우의 무심한 시선과 위지겸의 초롱초롱한 눈빛이 한동안 교차했다.

“ 좋은 눈빛이로군요. 그 옛날 아버님의 눈빛에 뒤지지 않는............, 필경 훌륭한 문주가 되실 겁니다.”

따뜻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백우는 더없이 무심한 시선으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 건양을, 이곳의 사람들을 지키고 싶으십니까?”

위지겸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백우 역시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그것으로 족하지 않습니까?, 그만 좌정하시지요.”

위지겸은 움직이지 않았다.

“ 아직 시간은 많습니다. 그 마음만 변치 않는다면 스스로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그때가 오기까지 제가 옆에서 문주님을 지켜드리겠습니다.”

“ 마음만 변치 않는다면?”

위지겸의 중얼거림에 백우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 그것이 곧 철검의 마음이니까.’

무심한 백우의 시선을 받으면서 위지겸이 천천히 상석에 앉았다.

그 즉시 백우가 허리를 숙였다.

“ 철검위진(鐵劍威震) 문주천세(門主千歲).”

위지겸이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 일어나세요.”

백우가 다시 한 번 허리를 숙이면서 외쳤다.

“ 존명(尊名).”

백우가 자리에서 일어남과 동시에 위지겸이 상석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위지겸은 백우를 향해 절을 올리려했다.

허리를 숙이는 위지겸을 향해 백우가 재빨리 손을 뻗었다.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위지겸은 더 이상 허리를 굽힐 수 없었다.

“ 어째서?”

위지겸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백우를 바라보았다.

백우가 오히려 당혹스런 표정으로 위지겸을 바라보았다.

당혹스러움, 지금까지 백우가 드러내지 않았던 최초의 감정이었다.

“ 어째서?”

백우가 이렇게 자신에게 되묻자 위지겸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 사사로이 사숙을 사부로 모시고자 합니다. 지금 사숙을 제외하고 누가 있어 제게 검을 가르쳐 줄 수 있겠습니까?”

백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내게는 자격이 없다. 그리고 네게 검을 가르쳐줄 사람이 따로 있느니라.”

백우의 말에 남궁혜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했다.

“ 두노?”

백우가 남궁혜를 힐끔 쳐다보더니 위지겸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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