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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귀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6
최근연재일 :
2011.08.2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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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10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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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귀검 제6화--1

DUMMY

제6화 철검의 뜻


천살인검대의 전멸, 은현장의 앞마당은 이들의 피로 붉게 물들었다.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참상, 하지만 이 참상을 뜬눈으로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다.

하나는 담장 너머에 숨어있는 늙은 거지였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은현장의 장주인 이진중이었다.

백우는 이미 이들의 시선을 감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굳이 이들을 방해하지도, 제거하지도 않았다.

일단의 상황이 종결되자 늙은 거지는 서둘러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러나 이진중은 멍청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있었다.

백우는 천천히 이진중의 곁으로 다가갔다.

백우가 자신의 곁으로 다가오자 이진중은 흠칫 놀라는 표정으로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이미 검을 거둔 백우의 몸에서 더 이상 귀기는 흘러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전신이 피로 물든 백우의 모습은 여전히 섬뜩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너무나 무심한 백우의 시선, 도무지 혼자서 하룻밤에 이백 여명을 도륙한 사람의 눈빛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이런 백우의 시선이 오히려 섬뜩한 분위기를 더더욱 고조시키고 있었다.

“ 누구?”

백우의 질문에 이진중이 재빨리 대답했다.

“ 상인입니다. 이곳 은현장의 장주입니다.”

이진중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백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 연회가 준비되었다고 하더군요. 잠시 참석해도 되겠소이까?”

어제 준비된 연회였다.

벌써 하루가 꼬박 지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진중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진중은 감히 고개를 가로저을 용기가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 지금도 연회 준비는 완비된 상태였다.

상인들에게 있어 정보는 생명이었다.

하지만 정보가 생명이라면 기다림의 인내는 미덕이었다.

정보가 빠른 상인이 아니더라도 이미 천하가 사혈성의 것임을 누구나 알고 있었다.

천살인검대의 지나치게 빠른 남하는 이미 사혈성에 대항할 세력이 없다는 방증이었다.

은현장의 발 빠른 대응, 권력에 민감한 상인이라면 당연한 행동이었다. 자칫 이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은현장주의 발 빠른 대응은 일단은 성공적이었다.

덕분에 다른 상인들은 은현장을 통해서 천살인검대와의 소통을 시도해야만 했다.

그 소통의 자리가 바로 어제 준비된 연회였다.

상인들은 지난 하루를 참고 기다렸다.

어떻게 해서든 사혈성과 줄을 대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줄을 대고자 하는 사혈성이 지금 이 자리에 없다는 것이었다.

이진중에게 작금의 상황은 실로 난감했다.

우선 눈앞의 중년인이 대체 누구인지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천살인검대를 도륙한 것으로 보아 사혈성의 적이라는 것이었다.

사혈성의 적과 함께 연회에 참석한다는 것, 이것은 실로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자칫 사혈성을 적으로 돌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상권이라는 것은 한정되어 있었다.

그런 상권을 놓고 다투는 상인들의 싸움은 때론 검으로 생사를 겨루는 무림인들의 싸움만큼이나 치열했다.

지금 마련된 연회의 석상에는 그런 경쟁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백우와의 관계를 놓고 뒷말이 생길 확률이 높다는 뜻이었다.

백우의 무공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이미 이진중은 충분히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개인의 무공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할지라도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더구나 상대가 천하의 사혈성이라면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결국 백우는 죽을 것이다.

지금 자신이 백우와 함께 연회장으로 가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그 죽음의 길을 함께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냥 시비를 다시 보낼 것을.’

어제 돌아온 시비의 보고는 한마디로 어이없었다.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횡설수설하는 통에 결국 이진중이 직접 이곳을 찾았다.

그리고 백우와 천살인검대의 교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자리를 피해 달아났다면 아무런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진중은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없었다.

이진중의 착각이었을까?

천살인검대를 도륙하는 와중에 백우는 이따금씩 그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그 시선이 이진중을 감히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이런 저런 후회를 했지만 결국 이진중은 백우를 연회장으로 안내할 수밖에는 없었다.

백우와 함께 연회장으로 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지만 백우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은 지금 당장 죽음을 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연회가 준비된 후원의 별채는 본시 객을 맞이하기 위한 건물이었다.

하지만 이덕무에게 본채를 내주었기에 이곳에서 연회를 준비할 수밖에는 없었다.

연회장으로 백우를 안내하는 이진중의 표정은 그야말로 어두웠다.

그런 이진중의 뒤를 피범벅이 된 백우가 뒤따르고 있었다.

누가 봐도 이진중이 협박을 당하고 있는 모습처럼 보였다.

이를 확인한 호위무사가 검을 뽑으려는 찰나 이진중이 재빨리 고개를 가로저었다.

‘ 아서라. 괜히 죽는다.’

이진중은 내심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런 이진중의 반응에 호위무사가 움직임이 멈췄다.

제법 눈치가 빠른 인물이었다.

그렇게 별채에 마련된 연회석으로 두 사람이 들어갔다.

안에는 대략 오십 여명의 사람들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이진중과 이덕무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덕무를 대신해서 백우가 안으로 들어서자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들이 파악한 이덕무의 모습과 백우의 모습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었다.

또한 피범벅이 된 백우의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 무슨 사달이 벌어졌는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백우가 이덕무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당금 무림에 누가 있어, 더구나 이 복건성에 누가 있어 사혈성을 상대할 수 있겠는가?

한 상인이 재빨리 나서며 먼저 포권을 취했다.

“ 귀인을 뵙소이다.”

이 상인을 필두로 연이어 사람들이 포권을 취했다.

“ 귀인을 뵙소이다.”

백우는 여전히 무심한 표정으로 이들을 향해 가볍게 포권을 취했다.

‘ 오만하다. 과연 사혈성인가?’

너무나 무심한 표정으로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좌중을 둘러보며 포권을 취하는 백우의 모습에 상인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 이 사람은 복청에서 상단을 운영하는...............”

상인들이 앞 다투어 백우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이런 광경을 지켜보면서 이진중은 내심 비웃음을 흘렸다.

‘ 이 자의 정체를 알게 된다면 과연 저들이 어떤 표정들을 지을는지.............’

상인들의 소개가 끝나자 백우는 여전히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 이 사람은 철검문의 백우라고 하외다.”

백우의 말에 이진중마저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미 철검문이 멸문을 당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리고 철검문에 천살인검대를 모조리 도륙할 만한 실력자가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도 없었다.

상인들 모두가 다소 어이없는 표정으로 이진중과 백우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누군가가 이런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 허허, 철검문이라, 이장주, 지금 우리랑 장난을 하자는 것이오이까?”

이진중이 그를 바라보면서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 지금 이것이 장난으로 보이는가?’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이를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했다.

“ 허장주 말씀이 지나치외다. 이 이모가 장난으로 이 자리에 귀인을 모실 성 싶소이까?”

그리고 허장주의 곁으로 다가가 가볍게 어깨를 토닥였다.

‘ 살고 싶으면 조용히 닥치고 있게.’

순간 백우의 시선이 허장주에게 향했다.

이진중이 흠칫 놀라는 표정으로 슬쩍 뒤로 물러났다.

이진중이 이렇듯 과민한 반응을 보이자 허장주도 움찔 몸을 떨었다.

상인답게 눈치 하나는 빠른 인물이었다.

이진중이 이런 반응을 보인다는 것만으로 상대가 지극히 위험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눈치 챘던 것이다.

다소 요상한 분위기가 연회석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누구 하나 쉽게 입을 열지는 않았다.

이진중이 이런 분위기를 무마하기 위해서 재빨리 백우를 향해 말했다.

“ 이런, 이런, 귀인을 모셔두고 내 정신 좀 보게, 일단 좌정하시지요.”

이진중의 깍듯한 공대에 사람들이 조심스레 이진중과 백우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백우는 여전히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 이 백모가 이곳을 찾은 까닭은 철검문이 다시 활동을 재개했음을 여러분께 알리려 함이오이다.”

그리고 찬찬히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가볍게 포권을 취했다.

“ 많은 협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백우는 발걸음을 돌렸다.

이진중이 재빨리 백우의 팔을 잡으면서 말했다.

“ 이렇게 찾아주셨는데 잠시라도..........”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말이었다.

백우가 천천히 이진중을 향해 시선을 돌리자 이진중이 화들짝 놀라면서 붙잡았던 팔을 재빨리 놓았다.

“ 호의 감사드리오.”

백우의 말에 이진중은 그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철검문의 활동재개, 그것은 말 그대로 업무를 재개하겠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철검문은 상단의 호위를 하는 것이 그 주 수입원이었다.

많은 협조를 부탁한다는 말은 말 그대로 호위가 필요하면 철검문을 찾아달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백우의 생각일 뿐이었다.

특히 이진중에게 이것은 다분한 협박으로 받아들여졌다.

백우가 나가기가 무섭게 상인들은 이진중에게 사건의 경위를 묻기 시작했다.

순간 연회장의 문이 다시 열렸다.

그리고 그 문 앞에는 백우가 이진중을 바라보며 서있었다.

백우에 대해서 막 이야기를 하려던 이진중이 화들짝 놀라면서 그를 바라보았다.

‘ 입조심을 하라는 뜻인가?’

이진중이 이런 생각으로 백우를 바라보자 백우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 마차를 빌릴 수 있겠소이까?”

이진중이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 그것이 뭬 그리 어렵겠습니까?”

그리고 호위무사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호위무사가 공손히 백우에게 허리를 숙였다.

“ 따르시지요.”

백우가 호위무사를 따라 움직이자 이진중은 천천히 그 뒤를 따랐다.

이진중은 백우가 별채를 벗어나는 것을 확인한 연후에야 비로소 서둘러 다시 연회석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상인들 사이에 분주한 대화가 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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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귀검 제6화--4 +3 11.06.16 5,723 4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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