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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귀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6
최근연재일 :
2011.08.2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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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1.07.26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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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귀검 제11화--1

DUMMY

제11화 무중생유(無中生有)


“ 갈(喝). 주군께서 손님으로 청하신 분이시다.”

우초의 일갈에 이은 질책, 천살지검대원들이 지그시 이를 악물고 살짝 고개를 숙였다.

천살지검대원들은 애써 살기를 억눌렀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적의까지는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우초의 일갈은 단순히 천살지검대원들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분노를, 그리고 백우의 반응을 살피고자 하는 것이다.

갑작스런 일갈에 놀랄 만도하건만 백우는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 하긴 단순한 우연일 리가 없겠지.’

우초는 백우의 반응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이정도의 일에 당황할 정도라면 천살인검대주 이덕무가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초는 이덕무와 오랜 세월을 함께했다.

우초에게 이덕무는 전장을 함께한 동료이며, 경쟁자였다.

그리고 둘도 없는 벗이기도 했다.

우초는 천살문의 다른 누구보다도 이덕무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천살인검대원 모두가 백우에게 당한 것은 중요치 않았다.

오히려 벗인 이덕무가 당했다는 사실에서 우초는 백우를 높이 평가했다.

굳이 필요 없는 시험이었다.

그럼에도 우초는 일갈을 내질렀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분노를 표출함으로써 자신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함이었다.

이 일갈에 가장 크게 반응한 것은 우문강이었다.

“ 깜짝이야.”

우문강은 화들짝 놀라면서 말고삐를 당겼다.

말이 이에 반응해 앞발을 가볍게 들어올렸다.

이를 확인한 우초의 입가에 살짝 비웃음이 흘렀다.

순간 백우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 손님으로 청한다 했는가?”

자연스러운 하대였다.

적에게, 그것도 일개 수하에게 공대는 필요 없다는 뜻이었다.

우초의 입장에서는 불쾌할 만도했다.

하지만 우초는 차분한 표정으로 가볍게 허리를 숙였다.

“ 그렇습니다. 저희 주군께서 귀공을 뵙고자 하십니다.”

“ 그렇다면 너무 무례하군.”

백우의 질책에 우초가 다시 한 번 가볍게 허리를 숙였다.

“ 불쾌하셨다면 부디 용서를...........”

우초는 이렇게 말하면서 공손히 포권을 취했다.

허나 백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했다.

“ 거절하겠네.”

우초가 난감한 표정으로 백우를 쳐다보았다.

“ 조금 전 제 행동이 불쾌하셨다면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십시오. 책임을 묻고자 하신다면 그 뜻에 따르겠습니다.”

우초는 천천히 자신의 검을 뽑았다.

그리고 두 손으로 공손히 백우에게 검을 내밀었다.

우초의 뒤에 서있던 천살지검대의 부대주 오진생이 화들짝 놀라면서 말했다.

“ 대주!”

우초가 자신을 제지하려는 오진생을 힐끔 노려보았다.

“ 네놈이 나설 자리가 아니니라.”

오진생이 재빨리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힐끔 백우를 쳐다보았다.

‘ 너무 심한 것이 아니오이까?’

오진생은 백우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허나 백우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우초가 백우를 향해 내밀고 있던 자신의 검을 움직였다.

“ 감히, 무례하다.”

우초의 검은 오진생의 목을 향해 움직였다.

비로소 백우의 입이 열렸다.

“ 그만.”

백우의 외침에 우초의 검이 오진생의 목 앞에서 멈췄다.

우초는 즉시 공손한 자세로 백우에게 자신의 검을 내밀면서 말했다.

“ 허면 초청을 받아들여 주시겠습니까?”

우초는 결연한 표정으로 백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을 죽이고 초청을 받아들여 달라는 뜻이었다.

백우가 가볍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 그대의 무례를 탓하고자 함이 아니니 그쯤하게, 허나 아무래도 격이 맞지 않는군.”

백우의 말에 우초가 지그시 이를 악물었다.

천살지검대원들 대부분이 역시 지그시 이를 악물고 있었다.

실로 거만하기 이를 데 없는 행동이었다.

당금 천하에 누가 있어 천살문주의 초청을 이렇듯 거절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우초는 천살문의 십대호법중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인물이며 또한 천살지검대주의 자리까지도 겸임하고 있었다.

천살문의 실세 중에서도 실세라는 뜻이다.

우초의 말처럼 단순히 초청을 위해서 수하들을 모두 이끌고 직접 마중을 나왔다면 그것은 실로 파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우는 격이 맞지 않다고 말하고 있었다.

‘ 저런 미친놈을 봤나.’

천살지검대원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이것은 비단 천살지검대원들 뿐만이 아니었다.

우문강을 포함한 백우의 일행들 역시도 다소 놀란 표정으로 백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초에게 있어서 이것은 실로 굴욕적인 일이었다.

더구나 수하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모욕을 당한 것이다.

백우는 그저 무심한 표정으로 마차에 올랐다.

우초가 손에 쥔 검을 꽉 움켜쥐었다.

왼손이 검날을 쥐고 있었기에 왼손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초는 마차에 오르는 백우를 제지하지는 않았다.

마차에서 출발을 재촉하는 백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 가지.”

백우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우문강이 철검문의 깃발을 가볍게 흔들면서 말을 몰았다.

그 뒤를 원경이 마차를 몰고 따랐다.

앞서 나가던 우문강이 말을 멈춰 세웠다.

천살지검대원들이 분노한 표정으로 일행을 막고 있었다.

우문강이 다소 난감한 표정으로 힐끔 우초를 바라보았다.

우초는 지그시 이를 악문채로 천살지검대원들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즉시 천살지검대원들이 길을 열었다.

비켜서는 천살지검대원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분노가 담겨있었다.

오진생이 재빨리 허리를 숙이면서 말했다.

“ 대주, 진정 저들을 이대로 보내실 생각이십니까?”

우초는 천천히 검을 검집으로 집어넣었다.

“ 주군께서 손님을 정중하게 청하라 하시지 않았느냐?”

오진생이 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 허나.”

우초가 오진생을 향해 살짝 고개를 가로저었다.

“ 주군께서 청하신 손님이니라.”

오진생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우초는 자신의 손에서 흐르는 피를 바라보면서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 모든 것이 나의 불찰에서 비롯된 일이거늘 어찌 남을 탓할 수 있겠느냐?”

“ 하지만........”

“ 내 직접 주군께 정황을 아뢰고 처분을 기다릴 터이니 너희들은 손님을 호위하는데 만전을 기하도록.”

오진생이 결연한 표정으로 허리를 숙였다.

“ 봉명.”

호위라 하여 단순한 호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저들이 남창에서 무엇을 하는지, 그리고 마음대로 남창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감시를 하라는 의미였다.

총단으로 향하는 우초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상황이 이렇게 되리라고는, 설마 상대가 이렇게 나오리라고는 감히 상상조차하지 못했다.

하늘같은 주군의 명이었다.

평소라면 상대가 아무리 하찮은 인물이라고 할지라도 이런 실수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우초 역시 천살문의 일원이기 이전에 한사람의 인간이었다.

상대가 절친한 지기를 죽인 원수였기에 이런 실수를 하고 말았던 것이다.

“ 나는 아직도 멀었는가?”

확실히 백우가 무례하기는 했다.

허나 우초는 백우의 무례함을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공과 사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스스로를 탓하고 있었다.

우초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며 천살문의 총단으로 돌아가는 시각에 백우 역시도 우초를 떠올리고 있었다.

일갈로 수하들의 분노를 잠재웠다.

그리고 스스로의 분노까지도 떨치고 냉정을 되찾았다.

결코 쉽게는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우초는 천하의 주인인 사혈성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에 비하면 철검문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군의 명을 수행하기 위해서 방자하기 보다는 스스로의 치욕까지도 감내하고 있었다.

역시 결코 쉽지 않은 행동이었다.

오로지 주군의 명을 수행하기 위해 스스로의 목숨까지도 내놓기를 서슴지 않았다.

그 또한 결코 쉽지 않은 행동이었다.

수하를 보면 그 주인이 어느 정도 파악되는 법이다.

이처럼 절대충성을 보이는 수하라면 굳이 그 주인을 직접 대하지 않아도 그 주인의 됨됨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법이다.

천살문주는 대륙을 아홉 등분하고 있는 사도구문의 수장 중의 한사람이다.

사제 천가현과 함께 대륙을 호령하는 열 개의 하늘 중에 하나라는 뜻이다.

우초를 통해서 그 자격에 부족함이 없다는 사실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런 천살문주가 대체 무슨 이유로 자신을 청했을까?

천살문의 입장에서 백우는 천살인검대를 도륙한 적이었다.

이곳은 천살문의 총단이 위치한 남창, 단순히 백우를 죽이고자 했다면 굳이 이런 번거로운 절차를 취할 까닭이 없었다.

천마쌍환을 노리고 있다고 할지라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죽이고 빼앗으면 그만이었다.

그렇다면 목적이 무엇이든 말 그대로 초청이라는 뜻이었다.

“ 대륙의 주인을 한번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백우는 우초를 통해서 천살문주를 가늠했다.

그처럼 천살문주를 통해서 대륙의 주인인 사제 천가현을 가늠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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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귀검 제12화--1 +3 11.08.04 3,716 36 9쪽
34 귀검 제11화--3 +3 11.08.03 3,968 3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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