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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귀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6
최근연재일 :
2011.08.2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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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2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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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귀검 제11화--2

DUMMY

마차는 남창의 한 객점 앞에 멈춰 섰다.

등왕객점, 남창에 위치한 강남의 3대 명루(名樓)중에 하나인 등왕각(騰王閣)의 이름을 본뜬 객점이었다.

객점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람들 중 무림인이 아닌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백우를 필두로 우문강등이 객점으로 들어섰다.

새로운 일행의 등장에도 사람들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서로의 대화를 이어나갈 뿐이었다.

고개를 숙이는 점소이에게 백우는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 방 두 개, 식사는 방으로.”

점소이는 재빨리 다시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일행을 방이 있는 위층으로 안내했다.

일행은 점소이의 안내를 받으면서 위층으로 향했다.

백우가 위층으로 통하는 계단에 발을 내디디는 순간 몇몇 사람들의 눈빛이 번뜩였다.

순간 백우의 얼굴에 살짝 미소가 번졌다.

객점의 일층은 식당으로 전체가 탁 트인 공간이었다.

통상 사람이 안으로 들어오면 안에 있는 사람들이 무심코 한번쯤은 쳐다보기 마련이다.

하지만 백우 일행을 바라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은 애써 태연함을 가장하면서 내심 서로를 경계했다.

모두가 나름대로 자연스러운 광경을 연출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억지로 자연스럽게 행동하려는 자체가 오히려 더 어색해 보이는 법이다.

더구나 일부라면 모를까 모두가 이런 행동을 취했기에 더더욱 어색해 보였다.

이 자리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복주의 수많은 객점 중에서 철검문이 자신들이 있는 등왕객점을 찾았기 때문이다.

모두가 나름대로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이미 백우는 방을 잡았다.

오늘은 이곳에서 머문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사람들마다 생각하는 기회의 시간은 달랐다.

혹자는 밤이 깊어지기를 기다렸다.

좀 더 인내심을 가진 이들은 조금 더 늦은 시각을 기다렸다.

인간이 깊은 잠에 곯아떨어지는 시간을 말이다.

그리고 인내심이 부족한 몇몇 사람들은 바로 지금을 기다렸다.

백우의 일행이 계단을 오르면서 등을 내보이는 바로 이 순간을 말이다.

백우가 계단을 오르자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한 몇몇 사람들이 몸을 들썩였다.

순간 객점의 문이 열렸다.

몸을 들썩이던 사람들이 아쉬운 표정으로 다시 엉덩이를 의자에 붙였다.

‘ 천살문의 천살지검대!’

왼쪽 가슴에는 천살이라는 두 글자가 배에 있는 지(地)자가 이를 증명하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선 인물은 천살지검대의 부대주 오진생이었다.

오진생의 등장에 사람들이 숨을 죽였다.

백우가 힐끔 오진생을 쳐다보았다.

오진생이 이에 화답하면서 공손히 포권을 취했다.

“ 귀찮군.”

백우의 말에 오진생은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객점 주변으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단순히 객점 내부의 분위기만이 아니었다.

지금 객점의 외부는 천살지검대에 의해서 완벽하게 차단되었다.

천마쌍환을 노리는 사람들이 이들의 눈치를 살피며 주변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아직은 천살문을 상대로 감히 도발을 시도하는 이가 없었다.

그러나 이들이 언제 도발을 시작할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람들은 천살문이 강서, 절강, 복건성의 패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보물에 눈이 먼 사람들에게는 이 사실이 그다지 위협이 될는지 의문이었다.

천마쌍환, 무림인들에게는 목숨을 걸어도 아깝지 않은 보물이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목숨을 걸었고 그렇게 죽음을 맞았다.

하지만 죽어간 사람들이 본보기가 되지는 못했다.

모두가 자신은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백우는 오진생은 물론 이런 긴장감까지도 무시하고 점소이를 향해 담담하게 말했다.

“ 안내하도록.”

점소이는 조금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점소이마저도 객점 안팎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했다는 뜻이다.

점소이는 일을 서둘렀다.

이층으로 올라가기가 무섭게 일행을 두 개의 방으로 안내했다.

각각의 방에는 세 개의 침상이 마련되어 있었다.

침상은 방문이 있는 방향을 제외한 나머지 세 방향의 벽면에 위치해 있었다.

그리고 방의 중앙에는 탁자가 비치되어 있었다.

방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백우가 점소이에게 말했다.

“ 간단한 요깃거리와 술을 준비해주게.”

점소이는 두말하지 않고 재빨리 허리를 숙이고 밖으로 나왔다.

모진 놈 옆에 있다가는 괜히 날벼락을 맞기가 십상이다. 점소이는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서 이 이치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최대한 신속하게 일을 처리하고 싶었다.

일층으로 내려간 점소이는 즉시 주방으로 향했다.

“ 대충 준비해 달래요.”

점소이의 말에 주방장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주방장의 입장에서는 대충이 가장 어려운 주문이었다.

대충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중에는 주문과는 다르게 까다로운 사람이 많았다.

때문에 주방장이 인상을 쓰는 것은 그리 이상한 반응이 아니었다.

아마도 평소라면 그냥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점소이는 주방장의 표정이 왠지 평소와는 조금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언제나 이런 호기심이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는 법이다.

결국 점소이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주방을 확인했다.

이내 점소이의 얼굴에 후회가 밀려왔다.

벼락은 이미 주방에 준비되어 있었다.

등왕객점의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은 주방장과 보조, 두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 주방에는 세 사람이 버티고 있었다.

당연히 주방 식구가 아닌 사람이 한사람 포함되어 있었고, 더불어 기존 주방 식구들의 표정이 점소이의 의심처럼 심상치 않았다.

‘ 젠장.’

점소이는 낙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 어색한 두 주방 식구들의 표정에서 위협을 감지했다.

주방 식구들과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는 여인, 나름 분장을 하고 있었지만 결코 주방에는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였다.

이럴 때 괜히 입을 열었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 법이다.

그저 모른 척 입을 다무는 것이 상책이었다.

주방장이 요리를 시작했고, 여인은 틈틈이 못 보던 양념을 가미하고 있었다.

“ 이보게 점소이.”

손님의 부름에 점소이가 고개를 돌려 화답하려했다.

순간 주방의 여인이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서 처신하라는 뜻이었다.

점소이는 애써 태연한 표정으로 돌아서서 고개를 끄덕였다.

“ 예, 예.”

얼굴은 식당의 손님에게 향했지만 대답은 주방의 손님을 향한 것이다.

후회가 밀려왔다.

정말 이런 경우에는 모르는 게 약이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그냥 행동하면 그뿐이었다.

그러나 일단 알게 된 이후에는 상황이 묘하게 흐르는 법이다.

조금 전 행동으로 보아 사혈성의 사람은 손님을 보호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자칫 이곳에서 사달이 벌어진다면 그 책임이 자신에게 돌아올 확률이 높았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모른 채 감추는 것은 웬만한 배짱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알게 된 사실을 발설하면 주방 식구들이 위험에 처할 확률이 높았다.

점소이는 괜히 주방을 확인했다고 생각하면서 일단 주방 식구들을 위해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하기로 결심했다.

“ 방을 한 개 내어주게?”

중년인의 말에 점소이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려했다.

순간 오진생이 이층 계단을 막아서며 말했다.

“ 방은 이미 모두 찼소이다.”

점소이는 난감한 표정으로 오진생을 바라보았다.

조짐이 좋지 않았다.

무언가 사달이 발생할 것이 분명했다.

중년인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오진생을 향해 말했다.

“ 빈 방이 남아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거늘..........”

오진생은 대답대신 품안에서 한 장의 전표를 꺼내 점소이에게 건넸다.

“ 천살문의 이름으로 조금 전 손님들의 방값을 포함 이층을 통째로 빌리도록 하지.”

오진생은 이렇듯 천살문을 언급했다.

일종의 위협이었다.

점소이는 먼저 전표를 확인했다.

대륙최고의 전장인 은하전장의 황금 열 냥짜리 전표였다.

‘ 주인이 횡재했군.’

이층을 모두 빌리기에 아니 객점을 통째로 사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횡재인지는 아직은 모를 일이다. 객점의 주인이자 주방장은 지금 주방에서 다른 손님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눈치를 살피는 점소이를 향해 오진생이 말했다.

“ 이층의 손님들께 최고의 술과 요리들로 대접하도록.”

점소이가 고개를 숙이는 순간 구석진 자리에 앉아있던 세 사람의 중년인들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계단을 막고 있는 오진생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오진생이 자신의 검을 들어 올리며 이들을 제지했다.

한 중년인이 따지듯 말했다.

“ 비켜주시오, 우리는 이미 방을 예약해 두었소이다.”

오진생은 중년인이 아닌 점소이에게 말했다.

“ 해약하게.”

점소이는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중년인들의 눈치를 살폈다.

이럴 때는 역시 기다리는 것이 상책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 중년인이 오진생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 이 늦은 시각에 어디서 다시 잠자리를 구한단 말이요.”

오진생은 대답대신 지그시 점소이를 바라보았다.

이럴 경우 일단 시키는 대로 하는 시늉이라도 하는 것이 또한 상책이었다.

“ 저........, 손님.........”

중년인의 표정이 굳어졌다.

“ 경우가 아니지를 않은가? 천살문의 이름으로 우리를 겁박하려 함인가?”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이미 답을 알면서도 이런 질문을 한다는 것은 협박에 겁을 먹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오진생이 입가에 가벼운 비웃음을 흘리는 것은 또한 너무나 당연한 반응이었다.

“ 안되는가?”

이어지는 위협, 겁을 먹었다면 물러서는 것이 옳았다.

하지만 중년인은 이런 사실을 부정하며 우수를 움직였다.

그의 일행 두 명 역시 어쩔 수 없이 이에 호응하고 있었다.

어정쩡한 마음상태에서 몸을 움직이니 반응은 늦어질 수밖에는 없었다.

반면 오진생의 반응은 신속했다.

위협이 통하는 상대, 애당초 상대가 될 수 없는 이들이었다.

세 사람은 무기조차 채 뽑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천천히 쓰러졌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의 얼굴에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 과연 천살문인가?’

오진생은 이런 사람들의 시선을 확인하면서 천천히 피 묻은 검을 검집으로 집어넣었다.

이처럼 느릿느릿한 행동은 의도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사람들에게 심어주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위압적인 자세로 주변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 더 이상 빈방은 없다.”

이제 누구하나 쉽게 이에 반박하려 나서지 못했다.

순간 주방의 문이 열렸다.

이를 확인한 점소이의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스치듯 지나갔다.

문제의 여인이 요리가 담긴 쟁반을 들고 주방에서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 오라버니는 저쪽 음식을 부탁해요.”

나긋나긋한 여인의 음성, 하지만 점소이의 귀에는 거북하게만 들렸다.

여섯 사람을 위한 음식이기에 혼자서 한꺼번에 나르기는 어려웠다.

점소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음식과 술을 챙겼다.

여인이 막 계단을 통과하려는 찰나 오진생이 여인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 주방에서 일하는 여자치고는 손이 너무 곱군.”

여인은 몸을 움츠렸다.

오진생의 허락이 없이는 움직이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점소이의 얼굴에 긴장감이 번졌다.

여인이 밖에 나와 있다는 것은 주방이 안전하다는 뜻이었다.

조금 전 오진생의 실력을 보건데 여인을 쉽게 제압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 사실을 말하려면 지금인가?’

이런 생각으로 점소이가 무언가를 말하려했다.

순간 주방에서 주방장이 목을 내밀면서 말했다.

“ 그 아이는 제 여식입니다. 오늘은 손님이 많아 부득불 일을 좀 도와달라고 제가 그 아이에게 부탁했습니다.”

오진생은 그래도 의심스러운 듯 주방장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순간 식당에서 두 사람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진생의 시선이 그들에게 향했다.

점소이까지 음식을 들고 오진생의 앞에 도착했다.

오진생은 일어선 두 사람을 경계하며 허락의 뜻으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일어선 두 사람의 시선이 범상치 않았다.

두 사람은 오진생을 가늠하는 듯 찬찬히 오진생을 살피고 있었다.

무턱대고 자신에게 덤비던 조금 전 세 사람보다는 강하다는 뜻이었다.

오진생의 눈치를 살피던 두 사람은 계산대로 향했다.

“ 주인장, 계산을 부탁하오.”

주방장이 재빨리 밖으로 나와 계산을 도왔다.

시작이 가장 어렵고 중요한 법이었다.

두 사람이 밖으로 나가자 눈치를 살피던 몇몇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객점의 모든 사람들이 밖으로 나갈 때까지 오진생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사람들이 나가기가 무섭게 밖에서 일단의 교전소리가 들려왔다.

“ 기어이..............”

오진생의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스치듯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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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귀검 제13화--3 +5 11.08.18 3,622 40 9쪽
40 귀검 제13화--2 +3 11.08.16 3,821 42 8쪽
39 귀검 제13화--1 +2 11.08.15 3,629 43 9쪽
38 귀검 제12화--3 +6 11.08.10 3,862 40 11쪽
37 귀검 제12화--3 +5 11.08.08 4,012 43 15쪽
36 귀검 제12화--2 +3 11.08.05 3,765 38 13쪽
35 귀검 제12화--1 +3 11.08.04 3,715 36 9쪽
34 귀검 제11화--3 +3 11.08.03 3,967 35 8쪽
» 귀검 제11화--2 +4 11.07.29 3,973 35 14쪽
32 귀검 제11화--1 +6 11.07.26 4,206 35 10쪽
31 귀검 제10화--3 +6 11.07.22 4,133 35 8쪽
30 귀검 제10화--2 +4 11.07.21 4,126 37 10쪽
29 귀검 제10화--1 +6 11.07.08 4,620 39 10쪽
28 귀검 제9화--4 +4 11.07.07 4,781 36 15쪽
27 귀검 제9화--3 +5 11.07.06 4,620 38 10쪽
26 귀검 제9화--2 +4 11.07.05 4,792 35 11쪽
25 귀검 제9화--1 +5 11.07.04 4,930 37 9쪽
24 귀검 제8화--3 +3 11.06.24 5,432 40 14쪽
23 귀검 제8화--2 +2 11.06.23 5,136 41 13쪽
22 귀검 제8화--1 +2 11.06.22 5,317 38 9쪽
21 귀검 제7화--3 +2 11.06.21 5,505 41 10쪽
20 귀검 제7화--2 +4 11.06.20 5,644 43 16쪽
19 귀검 제7화--1 +3 11.06.18 5,667 45 9쪽
18 귀검 제6화--5 +3 11.06.17 5,496 48 7쪽
17 귀검 제6화--4 +3 11.06.16 5,716 45 10쪽
16 귀검 제6화--3 +2 11.06.15 5,823 48 7쪽
15 귀검 제6화--2 +3 11.06.14 6,008 48 10쪽
14 귀검 제6화--1 +3 11.06.10 6,231 44 11쪽
13 귀검 제5화--3 +4 11.06.09 6,513 4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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