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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귀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6
최근연재일 :
2011.08.2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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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08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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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검 제5화--2

DUMMY

“ 조호이산(調虎離山)에 이은 각개격파인가? 놈에게 보기 좋게 당했군.”

조호이산, 호랑이를 유인하여 산을 떠나게 한다는 뜻이다.

적으로 하여금 유리한 곳에서 벗어나게 하여 힘을 약화시킨 다음에 공격하는 전략이었다.

남궁혜를 철검문 밖으로 내보냄으로써 자연스레 이덕무는 건양을 떠났다. 그리고 신속하게 복건성을 정리하기 위해 소집했던 수하들마저 다시 각지로 분산시킨 것이다.

이덕무는 이것을 모두 백우가 의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수하의 보고를 받은 이덕무는 이렇게 말하면서 검을 꽉 움켜쥐었다.

“ 복건성 전체를 정리하는 와중에도 이렇다 할 희생이 없었거늘, 고작 그 한 놈에게 현보를 비롯해 스물다섯이 당하다니, 어이없군.”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 손님을 맞을 채비를 하거라.”

이덕무의 말에 현보를 대신해 부대주로 임명된 연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 손님이라니요?”

이덕무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놈이 철검문을 떠나 남하했다면 목표는 당연히 우리겠지, 그러니 우리도 그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각지에 흩어진 대원들에게 기별을 띄우고 서둘러 이곳에 합류하라 이르게.”

연백이 조금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 설마 그가 이곳까지 홀로 찾아오기야 하겠습니까?”

이덕무가 다소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연백을 바라보았다.

“ 천하의 사혈성을 적으로 돌릴 배포를 가진 인물이니라, 일단 움직였다면 여긴들 오지 못할 까닭이 있겠느냐? 더구나 친절하게도 길안내까지 해주었으니 머지않아 이곳에 당도할 것이다. 서두르거라.”

길안내라는 말에 보고를 했던 천살인검대원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연백이 가볍게 허리를 숙이면서 말했다.

“ 명을 받들겠습니다. 허면 상인들이 준비한 연회는..............”

이덕무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연백을 바라보았다.

“ 아직 임무가 끝나지 않았거늘 벌써부터 축배를 들려하느냐?, 천하는 넓다. 아직 사혈성이 완벽하게 천하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상황이거늘, 조금의 방심이 자칫 크나큰 화를 불러들일 수 있음을 너 역시 모르지는 않을 터,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급전을 띄워 대원 전원을 서둘러 이곳으로 불러들이도록.”

이덕무가 힘주어 말하자 연백이 재빨리 허리를 숙였다.

“ 봉명.”

하지만 연백은 밖으로 나가면서 여전히 떨떠름한 표정을 떨치지 못했다.

‘ 고작 현보의 죽음 때문에.’

이렇듯 연백은 이덕무의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대응이 현보의 죽음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연백은 비록 선임 부대주라고는 하지만 현보를 그다지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위에 현보가 자리했다는 사실까지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생각으로 밖으로 나가는 연백과는 달리 이덕무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연백의 생각처럼 이덕무는 현보를 매우 높이 평가했다.

그리고 다른 어떤 수하보다도 현보를 신뢰했다.

현보가 마지막 순간까지 그와 합류하려던 스무 명에 달하는 수하들에게 즉각적인 퇴각 명령을 내렸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면 현보는 스무 명의 천살인검대원으로도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뜻이었다.

이덕무는 그런 현보의 판단을 존중했다.

그래서 직접 오십 여명의 수하들을 이끌고 철검문을 찾았다.

너무나 당당하게 장례를 치루는 광경을 목격한 이덕무는 상대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때문에 무리해서 상대를 제압하기보다는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그리고 남궁혜가 철검문을 벗어나자 상대가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판이었다.

결국 상대는 사혈성을 적으로 돌렸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경우는 세 가지였다.

상대가 복수에 눈이 멀었거나, 아니면 위일천과 마찬가지로 의를 위해서 목숨을 버리기로 결정했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상대가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는 것이었다.

당금 무림에 누가 있어 저렇듯 당당하게 사혈성을 적으로 돌릴 수 있겠는가?

첫 번째, 두 번째 경우라면 그다지 대수롭지 않았다.

하지만 세 번째 경우라면 위험했다.

상대가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면 비록 사혈성을 상대로 승산이 없을지는 모르지만 지금 천살인검대와는 자웅을 결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췄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실력은 현보를 통해서 충분히 전해진 상태였다.

“ 내가 복건성을 너무 쉽게 생각했는가?”

이렇게 중얼거리는 순간 무언가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 설마, 벌써 이곳에 도착했는가?”

이덕무는 이렇게 말하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재빨리 밖으로 달려 나갔다.

이덕무가 밖으로 달려 나가자 문을 지키던 천살인검대원이 재빨리 허리를 숙였다.

이덕무는 품안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부싯돌로 서둘러 불을 붙였다.

불꽃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천살인검대에서는 오로지 대주만이 사용할 수 있는 폭죽, 신호탄이었다.

신호탄을 확인한 천살인검대원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번졌다.

융중산의 일전이 끝나고 사혈성이 천하를 장악한 이래로 대주의 신호탄이 터진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상인들에게 천살인검대원들의 복귀를 촉구하는 급전을 명한 이후 연백이 마지막으로 도착했다.

“ 놈이 벌써 도착했는가?”

이덕무는 재빨리 수하들의 숫자를 헤아렸다.

의당 이곳에 모여야 할 숫자는 서른 명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는 스물다섯 명밖에는 남지 않았다.

“ 어느 틈에 다섯이나.”

이덕무를 대신해서 연백이 화들짝 놀라면서 중얼거렸다.

그러자 이덕무가 천살인검대원들을 향해 말했다.

“ 놈이 원하는 것은 우리가 흩어지는 것이다. 모두 이 자리에서 놈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린다. 볼일도 이곳에서 서서보도록.”

이덕무의 말에 천살인검대원들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연백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 고작 상대는 한명 뿐이거늘.........., 현보의 죽음으로 대주께서는 상대를 지나치게 과대평가 하시는구나.’

다섯 명의 천살인검대원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상황에서도 연백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감히 이덕무에게 이렇다 할 불만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더구나 이덕무마저도 그 자리에서 모두와 함께 하고 있었다.

기다림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지금 그들이 서 있는 곳은 은현장의 앞마당이었다.

은현장주 이진중이 자청해서 은현장을 숙소로 내어놓았기에 은현장을 천살인검대의 임시거점으로 사용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은현장의 정문으로 누군가가 천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너무나 당당하게 말을 끌고 안으로 들어오는 백우, 그가 끄는 말의 뒤쪽으로 철관이 “ 지지직” 바닥을 긁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덕무가 다소 놀라는 표정으로 백우를 바라보았다.

“ 배짱한번 대단하구나, 최소한 어두워지기를 기다릴 줄 알았거늘..........”

백우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이덕무를 바라보았다.

굳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검을 뽑았다.

검을 뽑음과 동시에 백우의 뒤에 선 말이 앞발을 높이 추켜들었다.

“ 이~이~히~힝.”

말의 커다란 눈망울은 공포로 점철되어 있었다.

백우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귀기 때문이었다.

백우가 날뛰는 말고삐를 놓으면서 힐끔 말을 쳐다보았다.

말이 이내 몸을 부르르 떠는가 싶더니 호흡을 헐떡이며 그 자리에 가만히 멈춰 섰다.

이내 백우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스산한 기운이 사방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 크크크.”

백우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음산한 웃음소리, 동시에 스산한 바람이 불었다.

부지중에 몸을 움츠리는 천살인검대원들, 현보를 그다지도 불신했던 연백의 얼굴조차도 살짝 일그러지고 있었다.

“ 갈(喝).”

이덕무가 일갈을 내지르며 검을 뽑아들고 앞으로 나섰다.

“ 흔들리지 마라. 우리는 천살인검대다.”

계속되는 이덕무의 외침에 천살인검대원들이 검을 뽑았다.

‘ 사혈성이라, 일개 말단 검대주가 사자후(獅子吼)까지, 제법이군.’

백우는 이덕무를 바라보면서 진심으로 이렇게 감탄하고 있었다.

이덕무의 말처럼 백우는 사혈성을 상대할 결심까지도 가지고 있었다.

사혈성을 적으로 돌릴 생각이 없다면 이런 행동을 취할 까닭이 없었다.

백우의 눈에 천살인검대는 사혈성 산하의 한 개 문파인 천살문에서도 가장 낮은 직위를 가진 검대에 불과했다. 그런 검대의 대주인 이덕무가 사자후를 통해서 자신의 수하들을 잠식하는 공포를 떨쳐낼 수 있다는 사실은 다소 놀라웠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단순한 놀라움일 뿐이었다.

“ 천살검진(天殺劍陳).”

이덕무의 짤막한 외침에 천살인검대원들이 재빨리 몸을 움직였다.

천살검진, 이것은 천살문을 대표하는 검진이었다.

도합 스무 명이 한조가 되어 펼치는 검진으로 천살문내에서도 천지인으로 대별되는 세 개의 검대만이 이 검진을 펼칠 수 있었다. 검진을 형성하기 위해 움직이는 천살인검대원들, 하지만 이런 천살인검대원들보다 백우가 먼저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 흥.”

이덕무는 백우의 움직임을 검진이 형성되는 것을 방해하려는 것으로 파악했다.

때문에 나서서 백우의 앞을 막았다.

이덕무의 검이 백우의 검과 부딪혔다.

뛰어난 무인이라면 검과 검이 마주하는 순간 서로의 실력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덕무는 제대로 백우를 가늠할 수 없었다.

단순히 검을 맞대는 순간 그의 몸이 뒤로 밀려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검진을 형성하기 위한 그 짧은 시간을 벌고자 함이었지만 이덕무는 결코 상대를 얕보지 않았고 혼신의 공력을 끌어올린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공력은 완벽하게 그를 압도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 설마!”

무언가 불길한 느낌이 이덕무의 가슴을 스치듯 지나갔다.

백우는 뒤로 물러나는 이덕무를 향해 빠르게 돌진했다.

이덕무는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을 향해 접근하는 백우를 향해 검을 내뻗었다.

접근하던 백우가 자신의 검을 수직으로 세웠다.

이덕무의 검 끝이 백우의 검신과 맞닿았고, 순간 이덕무는 승룡검의 검신에 새겨진 용의 각인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덕무가 승룡검의 검신에 새겨진 용의 각인을 확인하는 순간 백우의 검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승룡검은 마치 뱀이 먹이를 감싸듯 이덕무의 검을 타고 몸을 비틀면서 이덕무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이덕무는 황급히 검을 빼내려했다.

하지만 검은 그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백우의 승룡검은 결코 연검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덕무의 눈에 보이는 것은 단순한 환영이라는 뜻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검이 움직이지 않자 이덕무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순간 백우의 눈빛이 번뜩였다.

‘ 사악하다.’

자신의 심장을 파고드는 듯한 사악한 기운에 이덕무의 간담이 서늘해졌다.

동시에 그의 검을 타고 오는 승룡검이 검날에 품고 있던 용을 밖으로 뿜어내고 있었다.

그렇게 승천하는 용은 단순한 용이 아니었다.

조금 전 백우의 눈빛과 마찬가지로 귀기를 번뜩이는 귀룡이었다.

‘ 대체 어떻게 이런 현상이.’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이덕무는 난감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는 없었다.

귀룡은 이덕무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귀룡이 휘감고 지나간 자리는 산산이 부서져 있었다.

검은 물론 검을 쥔 이덕무의 팔까지도, 그리고 이덕무는 움직이지 않았다.

단순한 환상이 아니었다.

백우의 검은 정확히 이덕무의 심장을 꿰뚫고 있었다.

두근, 두근, 두근.

백우는 검을 통해서 이덕무의 심장소리까지 느끼고 있었다.

백우는 천천히 이덕무의 심장에 박힌 검을 뽑았다.

검이 뽑힘과 동시에 심장이 요동치며 밖으로 피를 뿜어냈다.

“ 멋지군. 소문의 철검십이식인가?”

이덕무의 중얼거림에 백우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대답대신 사위를 집어삼킬 듯한 강렬한 귀기를 내뿜고 있었다.

천천히 쓰러지는 이덕무의 입에서 가벼운 탄성이 터져 나왔다.

“ 아!”

이덕무는 쓰러지는 와중에 자신이 두 가지 실수를 했음을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바닥에 쓰러진 이덕무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숨이 끊어지기 일보직전이라는 뜻이었다.

“ 검진을..........”

이것이 이덕무가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이덕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백우의 검이 그의 목을 스치듯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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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귀검 제4화--3 +2 11.06.04 7,266 46 14쪽
9 귀검 제4화--2 +1 11.06.04 7,273 43 11쪽
8 귀검 제4화--1 +2 11.06.04 7,702 48 11쪽
7 귀검 제3화--3 +2 11.06.03 8,338 51 12쪽
6 귀검 제3화--2 +2 11.06.03 8,448 58 9쪽
5 귀검 제3화--1 +3 11.06.03 8,820 52 8쪽
4 귀검 제2화--3 +4 11.06.02 9,280 51 11쪽
3 귀검 제2화--2 +2 11.06.02 10,781 56 10쪽
2 귀검 제2화--1 +4 11.06.02 14,839 58 10쪽
1 귀검 제1화 +4 11.05.27 21,089 68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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