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귀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6
최근연재일 :
2011.08.24 17:06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260,593
추천수 :
1,839
글자수 :
198,860

작성
11.06.07 08:34
조회
7,042
추천
43
글자
14쪽

귀검 제5화--1

DUMMY

제5화 이덕무의 실수


백우는 건양과 건구의 접경지역을 지나 그대로 남하 남평에 이르렀다.

남평의 은주객점 앞에 묶여있는 두 필의 말이 백우의 눈에 들어왔다.

두필의 말안장에는 천살(天殺)이라는 두 글자가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백우는 끌고 온 관을 말 옆에 놓아두고 객점 안으로 들어갔다.

때마침 이층에서 내려오던 천살인검대원 하나가 이런 백우의 모습을 확인했다.

그리고 화들짝 놀라면서 중얼거렸다.

“ 저자는?”

그는 어제 이덕무와 함께 철검문을 방문했던 천살인검대원들 중 하나였다.

때문에 그가 백우를 알아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백우를 알아보기가 무섭게 다시 이층으로 달리고 있었다.

백우 역시 그를 확인했다.

하지만 굳이 서두르지 않았다.

백우는 천천히 그의 뒤를 쫓아 이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적이다. 적이 나타났다.”

동료의 호들갑에 네 명의 천살인검대원들이 검을 들고 복도로 달려 나왔다.

중원을 제패한 자신감인가?

적의 출현을 알리는 동료의 다급한 외침에도 모두의 표정은 차분했다.

그리고 이층에 모습을 드러낸 백우를 확인한 네 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 고작 한명인가?”

동료의 호들갑이 조금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백우의 손이 천천히 자신의 검으로 향했다.

이를 확인한 한 천살인검대원이 재빨리 백우를 향해 몸을 움직였다.

그야말로 신속한 대응, 하지만 이 신속한 대응 덕분에 그는 첫 희생양이 되어야만했다.

백우의 승룡검이 빛을 번뜩였다.

그리고 여지없이 백우를 공격했던 천살인검대원의 머리가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동료의 허무한 죽음에 다른 천살인검대원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번졌다.

짧은 순간 사라진 동료의 머리에 가렸던 백우의 얼굴이 다시 이들의 눈에 들어오자 천살인검대원들의 얼굴에서 긴장감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긴장감을 대신해서 죽음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었다.

계속해서 이들의 얼굴에 불신의 표정이 번졌다.

‘ 내가 공포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천살인검대는 정사의 운명을 갈라놓았던 제팔차 정사대전이 있었던 호북성(湖北省) 융중산(隆中山)의 일전에 참여한 그야말로 역전의 용사들이었다.

생사를 장담할 수없는 전장에서도 두려움을 떠올리지 않았던 이들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단지 검을 든 적을 마주했을 따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오르는 이 공포를 천살인검대원들은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이들의 공포를 아는 듯 백우의 입가에 가벼운 미소가 번졌다.

미소, 단순한 비웃음에 불과했다.

하지만 천살인검대원들에게는 단순한 비웃음으로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가슴 깊이 숨어있던 심연의 공포를 자극하면서 목숨을 달라고 혀를 날름거리는 그야말로 사신의 미소였다.

좁은 복도였다.

달아날 곳이 없다고 생각한 것일까?

상대는 전혀 서두르지 않았다.

천살인검대원의 숫자는 네 명이고 적은 하나였다.

수적인 우위를 살리자면 굳이 이런 좁은 복도에서 그를 상대할 필요가 없었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당연히 복도 끝에 있는 창문을 이용해 밖으로 뛰쳐나가 넓은 위치에서 적을 상대하는 것이 옳았다.

모두가 이런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누구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이런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지도 못하고 있었다.

여전히 백우는 서두르지 않았다.

검을 든 상태에서 미소를 지으면서 천천히 그들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 죽는다.’

천살인검대원 모두의 본능이 이대로 있으면 죽는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발은 움직이지 않았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까지 얼마나 혹독한 훈련을 해왔으며, 얼마나 많은 전투를 치러왔던가?

‘ 이럴 수가?’

단순히 무공의 고하가 문제가 아니었다.

심연을 후벼 파는 듯한 상대의 기도는 결코 인간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 악마............”

짧은 외침과 함께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선두에 선 인물이 백우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이성은 물러나 좋은 위치에서 동료들과 싸워야 한다고 말하고 있음에도 그의 몸은 반대로 미친 듯이 백우를 향해 돌격하고 있었다.

백우의 검이 움직였다.

백우는 먼저 그를 향해 달려들던 천살인검대원의 팔을 잘라냈다.

그리고 오른 쪽 어깨로 천살인검대원의 가슴팍을 받쳤다.

잘려진 천살인검대원의 어깨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백우의 가슴을 적셨다.

천살인검대원과 머리를 맞댄 백우가 이빨을 드러냈다.

말 그대로 이빨을 드러내며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다.

이를 지켜본 다른 천살인검대원들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 그는 어디에 있는가?”

백우의 속삭임에 백우와 붙어있는 천살인검대원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몸을 떨고 있었지만 입은 열리지 않았다.

순간 그의 가슴팍을 받쳤던 백우의 어깨를 들썩였다.

떨리던 그의 몸이 움찔하는 반동으로 뒤로 물러나자 백우의 검이 그를 향해 움직였다.

여지없이 천살인검대원의 머리가 바닥을 뒹굴었다.

백우는 다시 천천히 다른 천살인검대원들을 향해 발걸음을 움직였다.

한 발짝, 한 발짝, 다시 가장 가까이에 위치한 천살인검대원이 백우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백우는 몸을 숙여 그의 검을 피함과 동시에 검으로 그의 두 다리를 잘랐다. 그리고 주저앉는 그의 몸을 훌쩍 뛰어 넘으면서 허공에서 한 바퀴 회전해 뒤돌아서며 검을 쥔 그의 손을 베었다.

피가 바닥을 적셨다.

주저앉은 천살인검대원은 그 피가 자신의 피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숨이 멈추지는 않았다.

고통보다는 공포가 그의 뇌를 장악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뒤에서 백우가 몸을 숙이면서 귀에 대고 속삭였다.

“ 그는 어디에 있는가?”

‘ 그라니 누구를 말하는 것이오?’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목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 빌어먹을.’

한마디 말조차 제대로 내뱉지 못하는 자신이 어이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자괴감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 두 사람이나 더 있었다.

그야말로 유유히 등을 돌려 몸을 숙인채로 자신의 동료에게 질문을 던지는 백우, 그런 백우의 등 뒤에선 두 사람이 바로 그들이었다.

정말 어이없었다.

무방비상태로 동료를 협박하는 상대를 그저 바라만보고 있는 자신이 한심했다.

그런데도 발이,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등 뒤로 뿜어져 나오는 백우의 귀기에 호흡까지 가빠지고 있었다.

‘ 미친, 이런 미친, 이건 꿈이야.’

꿈, 그것도 악몽이라고 생각했다.

가위에 눌려서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뺨이라도 후려쳐 악몽을 깨고 싶었지만 깰 수 없는 악몽이었다.

이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백우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검으로 두 다리를 잃고 주저앉은 천살인검대원의 목을 후려쳤다.

바닥을 뒹구는 동료를 확인한 천살인검대원 두 사람이 동시에 두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 검의 손잡이로 자신의 다리를 후려쳤다.

‘ 움직여라, 움직여.’

절박한 두 사람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뒤에 보이는 창문을 통해 달아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백우의 재물이 될 천살인검대원은 일어나 몸을 돌리는 백우를 향해 달려드는 자신을 발견하고 있었다.

아무런 희망이 없었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한심할 정도의 움직임이었다.

그야말로 마구잡이, 지금까지 무수한 훈련과 실전을 통해 익힌 자신의 검법이 아니었다.

백우를 향해 접근하는 순간 백우의 눈빛이 번뜩였다.

이를 확인한 천살인검대원은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을 감아버렸다.

‘ 미쳤다!’

대결 중에 눈을 감는다는 것, 결코 있어서도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죽여 왔던 사람들의 무력함을 비웃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모든 사람들보다도 지금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 빌어먹을.”

외침에 이어 악다문 그의 입으로 피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재빨리 눈을 떠 상대를 찾았다.

상대는 웃고 있었다.

결단코 비웃음이었다.

그리고 그의 귀에 대고 이렇게 속삭이고 있었다.

“ 그는 어디에 있는가?”

상대의 말에 천살인검대원은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흐르기 시작했다.

‘ 어째서.’

자신의 무력함에, 그동안 자신이 쌓아왔던 모든 것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듯한 절망감에, 죽음보다 더 큰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두 눈을 부릅뜬 채로 이미 그의 머리는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백우는 마지막 남은 천살인검대원을 향해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이미 그는 자신의 검의 손잡이로 피가 날 정도로 자신의 허벅지를 후려치고 있었다.

고통이 공포를 이기지는 못했다.

하지만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의 뒤에는 창문이 있었다.

비로소 그는 창문으로 몸을 던질 수 있었다.

스스로에 대한 만족이었을까?

아니면 창문으로 몸을 던진 것만으로도 안도하는 것일까?

그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그런 그의 시야로 그의 뒤를 쫓아 아래로 뛰어내리는 백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라면 의당 어려움 없이 바닥에 착지했을 것이다.

하지만 백우를 바라보면서 그는 쿵하는 소리와 함께 등으로 착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백우는 그런 그의 위로 떨어지면서 검을 쥔 그의 팔을 밟았다.

“ 우두둑.”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두 사람의 귀에 선명하게 들렸다.

“ 아악.” 때마침 지나가던 사람들 몇몇의 비명소리가 대로를 울렸다.

백우의 차가운 시선이 천살인검대원에게 향했다.

“ 그는 어디에 있는가?”

“ 퉷.”

천살인검대원은 대답대신 이렇게 침을 뱉었다.

하지만 침 역시 백우의 발끝에 살짝 묻을 따름이었다.

최후의 생존자이기에 고문이 이어질 것으로 생각했던 것일까?

천살인검대원은 나름대로 결연한 표정으로 백우를 노려보았다.

더 이상 저항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오히려 용기를 불러일으킨 것일까?

아니면 조금 전 창문으로 몸을 던진 것만으로도 자신을 칭찬하고 싶은 것일까?

묘한 표정이 그의 얼굴을 스치듯 지나갔다.

하지만 고문 따위는 없었다.

이내 백우의 검이 움직였고, 그의 목이 그대로 분리되었다.

백우는 검을 거두면서 그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훌쩍 몸을 던져 허공으로 도약했다.

일층과 이층 사이에 패인 작은 홈을 딛고 곧장 이층의 창문으로 올라섰다.

멋진 경공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이런 백우의 움직임에 감탄하는 사람은 없었다.

단지 바닥에 누워있는 머리를 잃어버린 시체에 행인들의 시선은 고정되어 있었다.

그의 가슴 왼편에 적힌 선명한 글귀 천살(天殺)은 천하의 주인인 사혈성의 아홉 개의 중심축의 하나인 천살문의 일원임을 나타내고 있었다. 배 부분에 크게 써진 인(人)자는 그가 천살문중에서도 천살인검대의 일원임을 또한 나타내고 있었다.

사혈성 산하 천살문의 천살인검대원의 죽음, 이미 천하가 사혈성의 것임을 지나가는 행인들도 알고 있었고, 이미 복건성의 대부분이 천살인검대에 의해서 사혈성에 복속되고 있다는 사실까지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이런 천살인검대원의 죽음이었기에 그 의미는 남달랐다.

이층의 창문으로 도약한 백우는 계속해서 천살인검대원들의 머리를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검을 거둔 백우에게서 더 이상의 귀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의 머리를 다섯 개나 들고 있는 백우의 모습에 마주친 점소이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점소이 역시 그들이 누구인지를 알고 있었기에 백우의 모습이 더더욱 두렵게만 느껴졌다.

그런 점소이를 향해 백우가 은자 한 냥을 던졌다.

“ 치우도록.”

그 말을 마지막으로 백우는 객점 밖으로 나왔다.

관의 뚜껑이 열려 있었다.

그리고 말 한필이 사라진 상태였다.

천살인검대원 하나가 근처에 있었다는 뜻이었다. 급박한 나머지 관에 있는 동료들의 머리를 그대로 내버려두고 황급히 이곳을 벗어난 것이다.

동료들의 머리를 통해 남궁혜를 담당했던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열 명이 당했다면 객점의 다섯 명의 동료들과 자신이 힘을 합친다고 하더라도 승산이 없다는 뜻이었기에 보고를 하는 쪽을 택했던 것이다.

“ 일행이 더 있었는가?”

이렇게 중얼거리는 백우의 얼굴에 가벼운 미소가 번졌다.

말발굽이 향하는 방향은 복건성의 성도인 복주였고, 그렇다면 이덕무가 복주에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말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 하긴, 복건성이 목표라면 당연히 복주겠지.”

백우는 관 뚜껑을 닫고 관과 연결된 끈을 말에 묶었다.

“ 이랴.”

백우는 망설임 없이 복주를 향해 말을 몰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물물방울님, 단검잔인님 항상 지켜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연으로는 분량이 되면 옮길 생각입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십시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귀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 귀검 제5화--2 +1 11.06.08 6,621 40 14쪽
» 귀검 제5화--1 +2 11.06.07 7,043 43 14쪽
10 귀검 제4화--3 +2 11.06.04 7,266 46 14쪽
9 귀검 제4화--2 +1 11.06.04 7,273 43 11쪽
8 귀검 제4화--1 +2 11.06.04 7,702 48 11쪽
7 귀검 제3화--3 +2 11.06.03 8,338 51 12쪽
6 귀검 제3화--2 +2 11.06.03 8,448 58 9쪽
5 귀검 제3화--1 +3 11.06.03 8,820 52 8쪽
4 귀검 제2화--3 +4 11.06.02 9,280 51 11쪽
3 귀검 제2화--2 +2 11.06.02 10,781 56 10쪽
2 귀검 제2화--1 +4 11.06.02 14,840 58 10쪽
1 귀검 제1화 +4 11.05.27 21,089 68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