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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최근연재일 :
2015.01.20 21:06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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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8,122

작성
11.02.2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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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월야공자 제12화--4

DUMMY

천조각으로 돌아온 진조범은 곧장 수하들을 모두 각자의 거처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그 역시도 곧장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진조범은 방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알 수 없는 허전함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이틀 전만 하더라도 취취가 서둘러 차를 준비해 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의 거처에는 한줌의 온기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나간 자리는 안다고 했던가?

단지 한나절 밖에 나갔다 왔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빈자리는 이토록 크게 다가오고 있었다.

진조범은 이런 허전함을 뒤로하고 탁자위에 가만히 한권의 비급을 올려놓았다.

마검삼식(魔劍三式).

진조범이 검마맹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왕신림이 하사한 비급이었다.

내용 자체는 훌륭했다. 그곳에 수록된 삼초의 검식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왕신림이 말년에 완성한 검식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았다.

진조범이 월광검보를 선택하여 익히지 않았다면 아마도 죽는 날까지 이 사실을 눈치 채지는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니 원중도의 세심한 지도가 없었다면 결코 이런 생각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진조범이 원중도의 실력을 능가하지 못했다면 또한 결코 이런 생각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원중도 정도 되는 고수까지도 알아채지 못했지만 마검삼식의 비급에 수록된 이 삼초식의 검법은 분명 완성된 형태가 아니었다.

오늘 왕신림을 찾은 것은 진조범 스스로 출사표를 던지기 위함이었다.

다른 후계자들과의 경쟁에 스스로가 참여하겠다는 자신의 의사를 먼저 왕신림에게 밝힌 것이다. 또한 후계자 경쟁에 뛰어들기에 앞서 왕신림의 의중을 한번 가늠해보고자 했던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후자가 왕신림을 찾았던 진정한 이유였다.

“ 대체 그 나이에 아직까지 무슨 미련이 남아있는가?”

이것이 오늘 왕신림을 대한 진조범의 결론이었다.

오늘 진조범을 대한 왕신림의 태도에는 딱히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러나 이런 왕신림의 모습에서 진조범은 뭐라고 꼬집어 말할 수 없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 느낌은 왕신림이 아직까지 권좌에 대한 미련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런 느낌이 또한 지금 눈앞에 있는 마검삼식이 미완성의 검식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 썩어도 준치라고 했던가?”

맹주전을 찾기로 결심한 순간 더 이상 왕신림의 기도에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실제로 왕신림을 대했을 때 위압감 따위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단지 눈앞에 늙어버린 노인이 앉아있을 뿐이라는 생각까지도 했었다. 하지만 그 늙은이가 간직한 미련의 정체가 못내 눈에 밟히고 있었다.

“ 대체 무엇이 그로 하여금?”

진조범은 다시 한 번 지금까지의 일들을 차분히 되짚어보기 시작했다.

이곳에 들어와서 세인들의 주목을 받고, 우연한 기회에 후계자 싸움의 도화선이 되었다.

3년 전 수하를 받아들이는 그 기쁜 날, 그 기쁨이 또한 위험임을 알고 있었기에 진조범은 원중도로 하여금 독을 구해오도록 했다. 그리고 원중도의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스스로 독을 씹어 삼키면서 인내하고 또 인내해왔다.

이후 사심귀의 정무진의 계속되는 방문은 독상의 치료가 아니라 독의 적절한 사용량을 조절하기 위함이었다. 진조범과 원중도, 정무진의 연극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돌이켜 보건데 정작 실제로 자신을 위협했던 후계자는 아무도 없었다.

진조범이 나이가 어리다고,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고 다른 후계자들이 그를 무시했던 것일까? 이런 진조범이 단순히 독상에 당했다는 이유로 방심했던 것일까?

지금까지 죽어나간 후계자들의 숫자를 감안한다면 그런 감상적인 상황은 결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아무도 자신을 노리지 않고 있었다. 있다면 오늘 아침에 날아온 비도가 전부라고 할 만큼, 지금까지 긴장을 유지하며 애써 독을 삼켜가면서 이루었던 모든 것이 허무할 정도였다.

여기서 한 가지 의아한 점이 떠올랐다.

‘ 과연 지금까지 죽어나간 왕신림의 제자들이 실제로 그들 사이의 다툼으로 죽어간 것은 확실한 것인가?’

독상을 가장했을 당시 백낙천이나 환우는 서로를 의심했다.

하지만 정작 독은 진조범 자신이 직접 집어삼킨 것이었다.

만약 진조범이 죽었다면 두 사람은 아마도 끝까지 그렇게 서로를 의심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 설마.’

무언가가 떠오른 듯 진조범의 눈빛이 번뜩였다.

“ 밖에 아무도 없느냐?”

진조범의 외침소리를 들은 강일운이 헐레벌떡 달려와 방문을 열었다.

강일운을 확인한 진조범이 재촉하듯 그에게 말했다.

“ 어서 가서 원총관을 불러오게.”

무언가 심상치 않은 진조범의 표정에 강일운이 재빨리 고개를 숙이며 원중도를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정확히 일각의 시간이 흐른 후 원중도가 진조범의 방으로 들어왔다.

“ 찾아계십니까?”

땀으로 흔건하게 젖어있는 원중도의 모습에 진조범이 빙긋이 미소를 머금었다.

원중도는 오늘 진조범이 출사표를 던지기 위해 왕신림을 찾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는 곧 어떠한 형태로든 진조범이 후계자 다툼에 뛰어든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원중도는 바빠질 것이다.

원중도 역시 이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원중도는 우선 흥분을 가라앉히고 마음도 다잡을 겸 이곳을 방비하는 호위들을 제외한 수하들을 이끌고 연무장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던 것이다.

“ 일단 자리에 앉게.”

진조범이 자리를 권하자 원중도가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서로를 마주보는 두 사람, 원중도의 얼굴은 다소 상기되어 있었다.

이제 진조범이 앞으로의 일들에 대해서 자신과 의논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진조범의 질문은 원중도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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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월야공자 제12화--2 +83 11.02.23 45,505 518 10쪽
49 월야공자 제12화--1 +120 11.02.22 45,510 517 10쪽
48 월야공자 제11화--4 +115 11.02.19 46,382 545 10쪽
47 월야공자 제11화--3 +100 11.02.18 45,384 516 8쪽
46 월야공자 제11화--2 +68 11.02.17 44,511 470 9쪽
45 월야공자 제11화--1 +70 11.02.16 44,765 477 9쪽
44 월야공자 제10화--4 +61 11.02.15 45,201 501 11쪽
43 월야공자 제10화--3 +45 11.02.14 46,221 488 10쪽
42 월야공자 제10화--2 +53 11.02.13 45,111 471 9쪽
41 월야공자 제10화--1 +45 11.02.12 46,050 482 11쪽
40 월야공자 제9화--6 +44 11.02.11 46,383 463 8쪽
39 월야공자 제9화--5 +50 11.02.10 45,487 475 8쪽
38 월야공자 제9화--4 +47 11.02.09 45,016 473 8쪽
37 월야공자 제9화--3 +37 11.02.09 45,433 458 10쪽
36 월야공자 제9화--2 +54 11.02.08 45,620 471 7쪽
35 월야공자 제9화--1 +39 11.02.07 46,111 466 9쪽
34 월야공자 제8화--3 +43 11.01.31 47,241 505 9쪽
33 월야공자 제8화--2 +37 11.01.30 46,271 476 11쪽
32 월야공자 제8화--1 +35 11.01.29 46,955 495 10쪽
31 월야공자 제7화--4 +43 11.01.28 46,695 483 13쪽
30 월야공자 제7화--3 +23 11.01.26 46,607 477 8쪽
29 월야공자 제7화--2 +24 11.01.25 46,052 488 8쪽
28 월야공자 제7화--1 +27 11.01.24 47,250 517 12쪽
27 월야공자 제6화--4 +31 11.01.23 47,273 489 11쪽
26 월야공자 제6화--3 +27 11.01.22 46,090 463 8쪽
25 월야공자 제6화--2 +26 11.01.21 46,533 466 9쪽
24 월야공자 제6화--1 +26 11.01.20 47,800 468 14쪽
23 월야공자 제5화--5 +25 11.01.19 48,443 49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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