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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최근연재일 :
2015.01.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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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1.02.18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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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
글자
8쪽

월야공자 제11화--3

DUMMY

며칠 뒤 백낙천의 거처인 인현각(仁賢閣)에 급보가 날아들었다.

복면인이 건넨 서찰을 다급하게 읽어가던 백낙천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그리고 이내 백낙천은 분노한 표정으로 서찰을 확 찢어발겼다.

“ 오라. 네놈들이 작당해서 감히 이렇게 나오시겠다. 어디 한 번 제대로 피를 보자는 뜻이로군. 그래 차라리 잘 되었다, 이 기회에 힘의 차이를 제대로 느끼도록 해주마!”

백낙천이 살기를 번뜩이며 복면인을 향해 말했다.

“ 지금 즉시 천멸지계(天滅之計)를 발동한다.”

복면인이 기다렸다는 듯 두 눈을 번뜩이며 깊숙이 허리를 숙였다.

“ 존명.”


며칠 뒤 왕신림은 신임 잠영대주 방징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 지금 신강과 청해성 일대 대부분의 군소방파들이 세 패로 나뉘어 교전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대공자, 이공자, 사공자가 암중에서 이들을 독려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 교전의 여파로 주변 사람들의 피해가 계속해서 속출하고 있습니다. 주군, 속히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심이.”

방징의 다급한 모습에도 왕신림은 이렇다 할 화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다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입가에 가벼운 미소까지 머금었다.

“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는가? 그동안 호시탐탐 검마맹을 노리던 늑대들이 세 마리 토끼를 등에 업고 제대로 한번 붙어보자는 것이겠지. 어쩌면 차라리 진즉 이 길을 선택했어야 했는지도.”

왕신림의 말에 방징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순간 왕신림은 입가에 잔인한 미소를 머금은 채로 천천히 두 주먹을 움켜쥐고 있었다.

“ 차라리 20년 전에 이런 결단을 내렸더라면...........”

동시에 왕신림이 방징을 향해 힘주어 말했다.

“ 마검대주 가일악에게 전해라. 전 마검대원들은 상시 경계태세로 전환하고 일체 맹 외부의 출입을 삼간다.”

방징이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왕신림을 바라보았다.

“ 주군, 설마 사태를 이대로 지켜만 보고 계실 요량이십니까?”

왕신림이 비릿한 표정으로 방징을 바라보았다.

“ 아는가? 과거 원중도는 어떠한 경우에도 그따위 질문을 하지 않았다네.”

방징이 당황스런 표정으로 황급히 허리를 숙였다.

“ 존명.”

그렇게 방징이 물러나자 왕신림이 등 뒤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 이보게 문범. 자네가 왔는가?”

왕신림의 뒤에 있는 병풍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찾아계십니까?”

왕신림이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역시나 자네로군, 이쯤 되면 자네가 한번은 나를 찾아 주리라고 생각했거늘, 언제나 자네는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

문범, 이제는 검마맹에서 잊혀진 이름이었다.

왕신림이 검마맹을 창건할 당시 초대 잠영대주의 이름이 바로 문범이었다.

육지검마 채문범, 검마 왕신림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였으며 검마맹 창업의 일등공신이었다. 오죽하면 검마 왕신림이 친히 자신과 똑같은 별호를 내렸겠는가?

하지만 육지검마 채문범은 20년 전 돌연 원중도에게 자신의 자리를 양보했다.

그리고 검마맹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인물로 회자되고 있었다. 그런 채문범이 세 명의 후계자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이렇게 다시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 그 아이는 언제쯤 움직일 수 있을까?”

왕신림의 말에 채문범이 주저 없이 대답했다.

“ 빠르면 3년, 늦어도 4년이면 충분히 가능할 것입니다.”

왕신림이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런가? 그렇다면 그때까지는 대충 모든 정리를 끝내야겠군.”

왕신림은 어느새 등 뒤의 인기척이 사라짐을 느꼈다.

“ 그래, 참으로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이 되겠구나, 그나저나 진조범이라고 했던가? 그 아이가 상상이상으로 제법 잘해주고 있구나.”

왕신림은 진조범의 모습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빙긋이 미소를 머금었다.


폭풍삼년(暴風三年), 신강과 청해성의 사람들은 이 시기를 이렇게 칭했다.

검마맹의 후계자들을 중심으로 벌어진 피의 폭풍, 그것은 왕신림의 예상처럼 단순히 검마맹의 일만이 아니었다.

검마맹의 폭정 속에 20여년을 침묵하며 살아야했던 신강과 청해성에 위치한 수많은 군소방파들, 그들이 검마맹의 후계자들을 등에 업고 미친 듯이 폭풍 속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그 속에 수많은 사람들의 은원이 뒤엉키면서 폭풍은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피의 폭풍 속에서 그 폭풍의 핵인 검마맹의 내부는 오히려 고요한 적막마저 흐르고 있었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의 법칙을 인정한다는 뜻일까?

이 거센 폭풍을 유일하게 잠재울 수 있는 맹주 왕신림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누가 침묵을 묵인이라고 했을까?

사람들은 이런 왕신림의 침묵을 마음대로 묵인이라 해석했다.

그리고 당연히 이번 싸움의 승자가 검마맹의 차기 맹주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결국 왕신림의 침묵은 더 많은 서북지역의 무림인들을 혼돈의 소용돌이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지금까지 서북무림에서 소외되었던 무림인들에게는 그야말로 좋은 기회였다.

폐쇄적이기만 했던 검마맹, 그런 검마맹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세 명의 후계자들 중 한명만을 지지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후계자를 위해서 그저 상대를 죽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 폭풍이 끝난 후 승자에게는 검마맹의 중심이 되는 영광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이렇게 환우를 따르는 방파들의 선재공격으로 후계자 싸움이 시작되었다.

환우의 공격에 뒤이어 이를 기다렸다는 듯 적륜이 이에 동참함으로써 불씨는 활활 지펴졌다.

그러나 대공자 백낙천의 힘은 이들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었다.

두 세력이 불시에 선제공격을 감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백낙천의 세력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이렇게 어느 한쪽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기에 불길은 그야말로 격렬하게 번지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신강과 청해성 일대를 뒤덮는 격렬한 전투가 이어졌다.

그 전투가 너무나 격렬했기에 사람들은 누가 승리하던지 그 승부가 빠르게 결정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세인들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삼년이 지나도록 뚜렷한 승자는 나오지 않고 있었다.

사람들의 생각이상으로 도처에 수많은 장작들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왕신림의 침묵으로 곳곳의 세력들이 계속해서 이 전투에 합류함으로써 그 불길이 더더욱 거세졌고, 장장 삼년간의 혈투로도 승부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치 거짓말처럼 묘한 침묵의 시기가 찾아왔다.

오랜 전투로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세 세력들이 다시 전열을 정비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이다. 그런 와중에 단순한 외부 세력들 간의 소모전으로는 쉽게 결판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기 시작했다.

결국 세 명의 후계자들은 다시 맹의 내부로 그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때가 진조범의 나이 스무 살, 월광검법을 익히기 시작한 지 7년이 되던 해였고, 그가 검마맹으로 들어온 지 4년이 지나갈 무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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