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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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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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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1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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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월야공자 제5화--5

DUMMY

“ 능취취라고 합니다.”

이제 스무 살을 갓 넘겼을까?

미모의 여인이 넙죽 고개를 숙이며 진조범을 향해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진조범은 다소 당혹스런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진조범의 뒤에 선 담야수의 눈은 이미 휘둥그레진 상황이었다.

벌써 유소혜를 잊어버린 것일까?

능취취의 인사가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담야수는 수줍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순간 백낙천이 진조범을 향해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 어떤가? 사제의 마음에 드는가? 이곳에서 생활을 하려면 가사를 돌봐줄 시비가 필요하다네, 그렇다고 아무나 시비로 들이기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하여 내 특별히 자네를 생각해 우리 백가장에서 데려온 아이일세.”

진조범은 백낙천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 대사형의 배려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런 진조범의 모습에 백낙천이 흡족한 미소를 머금었다.

“ 행여나 자네가 거절하면 어떻게 하나 우려를 했었는데, 이렇듯 흔쾌히 승낙을 해주니 이 사형 역시 기쁘기 한량없다네, 그래 앞으로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이렇게 백낙천은 다짜고짜 앞으로의 거취를 물었다.

그러자 진조범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했다.

“ 글쎄요. 그것이...........”

백낙천이 입가에 짓궂은 미소를 머금었다.

“ 그나저나 이번이 꼭 5년 만에 새로운 사제를 만나는 셈인가? 그동안 사부가 제자를 들이지 않더니 아마도 자네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나보이, 나도 이렇게 영민한 자네의 모습을 대하니 왠지 긴장이 되는군. 만약에 말일세, 훗날 자네가 이 검마맹의 주인이 된다면 부디 이 사형을 잊지 말고 잘 좀 봐주시게나.”

진조범이 화들짝 놀라면서 황급히 두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농이 지나치십니다. 대사형, 저는 정말 우연한 기회에 이곳에 왔을 뿐 딱히 다른 욕심은 없습니다. 그저 살아남기만을 바랄뿐이지요.”

이것은 진조범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왕신림에게 제자가 되기를 강요받는 순간부터 이곳에 이르는 동안 자객들의 암습을 경험하는 내내 진조범의 일관된 생각이기도 했다.

이런 진조범의 솔직한 모습에 백낙천이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허나 자네도 이미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곳의 후계자다툼은 그야말로 치열하다네, 때문에 언제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지.”

백낙천의 말에 진조범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백낙천이 그런 진조범을 향해 담담하게 말했다.

“ 설사 자네가 후계자 자리에 욕심이 없다고 하더라도 과연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겠는가? 허니 조심 또 조심해야 할 것이야.”

백낙천의 말에 진조범의 얼굴에 더더욱 수심(愁心)이 가득했다.

백낙천이 이런 진조범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거리면서 말했다.

“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이 사형을 찾아주게, 내 힘닿는데 까지 어린 사제를 도와주겠네.”

진조범이 재빨리 백낙천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 감사합니다. 대사형,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백낙천이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했다.

“ 은혜랄 것이 뭬 있겠는가? 그저 이 사형의 작은 바람이 있다면 우리 두 사형제의 우애가 계속해서 지금처럼 돈독했으면 하는 것뿐일세.”

진조범이 연방 고개를 끄덕이며 이에 화답했다.

“ 소제도 진심으로 그렇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사형.”

진조범의 순박한 모습에 백낙천은 계속해서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럼 이 사형은 그만 가봐야겠네. 밖에 손님이 찾아왔으니 말일세.”

진조범이 의아한 표정으로 백낙천을 바라보았다.

순간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 오공자, 속하 원중도입니다.”

백낙천이 진조범을 향해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밖으로 나가자 원중도가 재빨리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는 백낙천과 방안에 있는 능취취를 번갈아 바라보면서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 한 발짝 늦었는가?’

원중도는 이렇게 백낙천과 아름다운 능취취의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 이미 능취취가 백낙천이 데려온 시비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백낙천이 딸처럼 아끼는 아리따운 시비가 있다는 소문은 이미 맹내에 공공연히 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추측을 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 오공자, 잠시 주변을 물려주시겠습니까?”

원중도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능취취가 알아서 고개를 숙이면서 밖으로 나갔다.

담야수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자 원중도가 그를 향해 눈짓했다. 그제야 비로소 담야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이미 담야수의 마음은 능취취를 따라 밖으로 나가 있었고, 비로소 몸이 밖으로 나간 것이었다.

밖으로 나온 능취취는 이미 주방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이를 확인한 담야수는 헤벌레하는 표정으로 그녀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렇게 모두가 밖으로 나가자 원중도가 대뜸 진조범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 속하 원중도 오공자님께 충성을 맹세합니다. 부디 거둬주십시오.”

갑작스런 원중도의 행동에 진조범이 적지 않게 당황했다.

“ 왜 이러십니까? 그만 일어나시지요.”

원중도가 진중한 표정으로 진조범을 향해 말했다.

“ 오공자께서 허락하시기 전까지는 결코 일어날 수 없습니다. 부디 속하를 거두어주십시오.”

진조범이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알겠습니다. 허니 일단 일어나시지요.”

원중도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 허면 허락의 뜻으로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맹주님께서 주군께 전해드리라는 물건입니다. 맹주님께서는 누구에게도 이것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리지 말라 하셨습니다.”

그렇게 진조범에게 마검삼식의 비급이 전해졌다.

비급을 받아든 진조범은 곧장 비급을 품속에 갈무리했다.

원중도가 그런 진조범을 향해 담담하게 말했다.

“ 오공자님, 앞으로의 무공수련은 이 방 지하에 연결된 연무장만을 이용하십시오.”

그리고 원중도가 침대 옆에 걸린 줄을 잡아당기자 드르륵 소리와 함께 바닥이 갈라지면서 숨겨진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 맹주님의 다섯 분의 제자 모두의 침상에는 이 기관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지하의 연무장으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입니다. 만일 다른 누군가가 다시 기관을 열면 연무장내에 비치된 방울이 울리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후계자들의 안전과 각자의 무공수련을 누구도 훔쳐보지 못하도록 만들어진 시설이지요.”

원중도의 설명에 진조범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왕신림은 진조범을 제외한 나머지 4인에게도 각각 자신의 절기가 수록된 비급을 한 권씩 전했다. 진조범의 경우처럼 후계자들은 상대가 어떤 절기를 받았는지를 알 수 없었고, 또한 이후 수련 역시도 상대에게 철저히 비밀에 붙여지고 있었다.

이렇듯 왕신림은 자신의 절기를 제자들에게 한가지씩만 전수하고 있었다.

때문에 사람들은 왕신림이 자신의 모든 절기를 한사람에게 전수하기를 꺼려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을 정도였다.


진조범의 거처를 벗어나 밖으로 나온 백낙천, 그는 진조범의 모습을 떠올리며 모처럼 유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오랜만에 보는 순박한 사제로군.”

이렇게 중얼거리는 백낙천의 얼굴에 가식은 없었다.

백낙천이 능취취를 진조범의 시비로 보낸 것은 물론 진조범을 감시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능취취의 빼어난 미모를 보고 진조범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궁금했다.

하지만 나이가 어려서일까?

아니면 얼마 전 자객들 때문에 놀란 가슴을 아직 진정시키지 못했기 때문일까?

진조범은 능취취에게 이성으로써는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진조범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능취취를 시비로 받아들였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자신을 전혀 의심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이런 진조범의 행동은 그가 검마맹의 맹주자리를 노리고 있지 않다는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것이었다.

백낙천은 지금까지 24명의 사제를 만났다.

하지만 진조범처럼 야심이 없는 인물은 아직 없었다.

또한 이토록 자신을 경계하지 않는 인물도 아직 없었다.

때문에 왠지 그런 진조범이 신선하게 느껴졌고, 또한 마음에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가 도와준다고 할지라도 이 어수룩하고 순박한 막내사제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그로써도 의문이었다.

“ 어찌되었건 아직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지.”

비록 백낙천이 진조범의 이런 모습에 안심을 하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경계의 끈을 놓은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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