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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우 님의 서재입니다.

천하제일 여검객 유지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7.12.05 11:00
최근연재일 :
2018.04.18 06:0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8,797
추천수 :
100
글자수 :
192,368

작성
18.02.13 22:00
조회
246
추천
3
글자
13쪽

미실의 제안에 놀란 유지

DUMMY

유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세종 전군께서 돌아가실까봐 떠나지 못하는 것이라니! 사내 대장부가 그렇게 나약해서야!"


미실은 유지가 순순히 물러날 것 같지 않아 말했다.


"인정상으로 세종 전군의 곁을 떠날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세종 전군께서 돌아가시면, 나도 죽게 되어 있소. 나 때문에 세종 전군께서 돌아가신다면, 내가 모든 책임을 지게 되어 있단 말이오. 그러니, 부디 양해해 주시오."


유지는 미실이 세종 전군 때문에 죽게 된다면 사다함이 받을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유지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마음 같아서는 세종 전군이야 자신의 팔자대로 사는 것이고, 미실 낭주께서 사다함 오라버니께로 돌아오시는 것이 좋겠지만, 그걸 미실 낭주께 강요하진 않겠소."


이때 미실의 입에서 실로 놀라운 말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유지 낭자, 이제부터는 유지 낭자께서 사다함 오라버니의 곁을 지켜주시오. 내, 보아하니, 유지 낭자와 사다함 오라버니는 참으로 잘 어울리는 한쌍인 것 같소. 내, 황후마마께 사다함 오라버니께서 유지 낭자를 배필로 맞아들일 수 있도록 청을 드려보겠소. 황후마마께서는 사다함 오라버니를 몹시 아끼시니, 필시 사다함 오라버니만 동의한다면 윤허하시어 주실 것이오."


유지는 미실의 제안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유지는 실로 난데없는 미실의 제안에 놀라고 당황했지만, 이내 정신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미실 낭주, 지금 나로서는 사다함 사형께서 하루빨리 마음을 다잡으시기를 바랄 뿐이오. 그 이외에 다른 문제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소. 나는......"


유지는 말은 이렇게 했지만, 미실이 사다함의 곁을 영영 떠난다면 자신이라도 사다함의 곁을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머리가 멍해져 말문이 막힌 것이다.


잠시 말문이 막혔던 유지는 정신을 다시 가다듬고서 말을 이었다.


"나는 사다함 사형의 사매로서 최선을 다할 뿐이오."


미실은 유지가 자신의 말과는 달리 마음이 흔들리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미실은 유지에게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유지 낭자, 지금 당장 결정하지 않아도 좋으니, 숙고해 보시오. 내, 그대의 결심만 선다면 언제든 황후마마께 청을 드려보겠소. 내가 보기에 사다함 오라버니의 마음을 다잡아 줄 수 있는 여인은 유지 낭자, 그대 뿐인 것 같소."


유지는 거의 반사적으로 미실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오. 나는... 사다함 사형의 사매일 뿐이오. 미실 낭주가 잘못 본 것 같소."


유지는 미실의 말에 머리속이 매우 혼동스러웠다.


과연 내가 미실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면서도 미실이 사다함의 곁을 영영 떠난다면 미실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이 떠오르고 있었다.


미실은 유지의 떨리는 목소리에서 유지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미실은 생각했다.


'지금 당장은 사다함 오라버니께서 유지 낭자의 마음을 받아주실 수 없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다함 오라버니는 틀림없이 유지 낭자의 마음을 받아주시게 될 것이다.'


자신도 한때 원치 않게 외할머니 옥진의 강요로 세종 전군과 혼인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세종 전군의 지극한 사랑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던가!


미실은 자신이 세종 전군의 지극한 사랑에 마음이 움직였던 것처럼 사다함 또한 유지의 지극한 사랑에 마음이 움직일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한동안의 침묵이 흐른 끝에 미실이 당부하듯 말했다.


"유지 낭자, 지금 당장 결정해 주실 필요는 없으니, 부디 숙고해 주시오. 내 어머님께 유지 낭자의 이야기를 해놓을 터이니, 언제든 연통을 주시오."


유지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미실 낭주께서 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소. 내가 보기에 사다함 사형은 나를 사매로 생각할 뿐인데 말이오."


미실은 유지가 너무도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 여인인지 모른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유지 낭자, 그대는 잘 모르시는군요. 그대는 참으로 아름다운 여인이오. 아마 이 서라벌에 그대 만큼 아름다운 여인은 손에 꼽을 수 있을 것이오."


미실은 사다함이 자신만 잊을 수 있다면 유지처럼 아름다운 여인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유지는 미실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유지는 자신이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얼마전 보명궁주가 자신의 미색이 빼어나다 말했을 때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들었지만, 이 서라벌에 자신만큼 아름다운 여인은 손에 꼽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미실의 말에 그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유지는 미실의 말이 진심인지 의아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 말, 진심이오? 내가...... 정말 미실 낭주가 보기에 아름답소?"


미실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이 상황에서 무엇 때문에 진심이 아닌 말을 하겠소?"


유지는 미실이 자신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 확인차 물었다.


"정말이오? 미실 낭주가 보기에 내가 아름답단 말이오?"


미실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유지 낭자, 그대가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면, 그대의 사부님께 여쭈어 보시구려."


이때서야 유지는 미실의 말이 진심인 줄 알 수 있었다.


그만큼 자신이 서라벌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아름답다는 말을 믿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유지는 머리가 몹시 혼동스러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 지경이었다.


유지는 이 상태에서는 미실과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눌 수 없을 것 같아 인사했다.


"미실 낭주, 나는 이제 그대에게 할 말을 다했으니 이만 가보겠소."


자신이 서라벌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머리가 몹시 혼동스러워진 유지는 궁전을 떠나며 다짐했다.


'만약 내가 미실 낭주의 말대로 서라벌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아름답다면, 나의 아름다움이 사다함 사형께 쓸모있기를 바랄 뿐이다.'


궁전에서 돌아온 유지는 자신의 집으로 향하지 않고 문노의 집으로 향했다.


날이 이미 어두웠지만, 사다함이 어지럼증도 낫지 않은 채 말을 몰고 떠난 후의 소식이 궁금해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유지는 사다함이 무사히 자신의 집에 도착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처럼 혹시라도 사다함이 말을 몰고 집으로 가다가 어지럼증으로 인해 낙마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기에 확인하고 싶었다.


싸리로 엮은 문노의 초가집 울타리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유지는 대경실색하여 중얼거렸다.


"이럴 수가...... 사다함 사형이 낙마했단 말인가......"


문노의 방 문지방에 사다함의 신발이 문노의 신발과 함께 가지런히 놓여 있었던 것이다.


사다함이 집으로 가다가 어지럼증으로 인해 낙마하여 쓰러져 있던 것을 문노가 다시 데려온 것은 아닐까!


사다함 걱정에 제정신이 아닌 유지는 인기척도 하지 않은 채 방문을 열어젖히고 문노의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문노의 방 윗목에는 산송장처럼 얼굴이 창백한 사다함이 정신을 잃은 채 누워 있었다.


사다함의 안색은 아까 전에 말을 몰고 떠났을 때보다 훨씬 창백해져 있어 유지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유지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사다함 사형이 어찌 이렇게 안색이 아까전보다 창백해졌단 말인가......"


문노는 유지가 인기척도 없이 방문을 열어 젖히고 들어와 중얼거리자 깜짝 놀란 눈으로 바라보며 조용히 하라는 듯 입에 손가락을 대며 속삭였다.


"유지야, 네 사형이 지금 위중하니 조용히 하거라."


사다함이 위중하다니! 유지는 문노가 입에 손가락을 대며 조용히 하라 속삭여 말했음에도 제정신이 아닌 듯 계속 중얼거렸다.


"사다함 사형이 위중하다니...... 내가 사다함 사형이 가지 못하게 말렸어야 했거늘......"


유지가 제정신이 아닌 듯 계속 중얼거리자 보다 못한 문노가 유지의 팔을 낚아채 밖으로 데려나와 노여운 목소리로 말했다.


"사부의 말이 말같지 않느냐? 네 사형이 위중하니 조용히 하라 말했거늘, 어찌하여 계속 중얼거리는 것이냐?"


유지는 문노가 이토록 화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문노가 이토록 화내는 것도 그만큼 사다함이 위중하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유지는 절규하듯 중얼거렸다.

"사다함 사형이 그토록 위중하단 말인가......"


절박해진 유지는 문노 앞에 무릎을 꿇으며 애원했다.


"사부님, 부디, 사다함 사형을 살려주소서."


탄식하듯 한숨을 내쉰 문노는 다시 입에 손가락을 대며 속삭였다.


"유지야, 지금 네 사형이 위중하니 조용히 하거라."


유지는 이제서야 자신의 목소리가 너무 컸다는 사실을 깨닫고 목소리를 낮춰 애원했다.


"사부님, 부디 사다함 사형을 살려주소서."


문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유감스럽게도 이 사부가 사다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구나......"


문노는 목이 메인 듯 말끝을 흐렸다.


유지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애원했다.


"사부님, 부디, 사다함 사형을 살릴 방도를 생각해 보소서. 사부님께서는 의술이 뛰어나시니 오직 사부님만이 사다함 사형을 살리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문노는 다시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다함의 병은 의술로 고칠 수 있는 병이 아니다."


의술로 고칠 수 있는 병이 아니라는 문노의 말에 유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정녕 사부님의 의술로도 사다함 사형의 병을 고칠 수 없는 것입니까?"


문노가 고개를 끄덕였다.


"참으로 유감스럽지만, 이 사부의 의술로도 어쩔 수 없는 것 같구나."


유지는 하늘을 향해 절규하듯 중얼거렸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세상에 더없이 선량하신 우리 사다함 사형에게 어찌 이리도 가혹한 운명을 내리셨단 말인가......"


이것이 바로 유지가 자신의 목숨보다 사모하는 사다함의 운명이란 말인가!


유지는 절규의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하염없이 울던 유지의 눈물이 잦아들 무렵, 문노가 별안간 유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뭔가 뇌리에 떠오른 듯 중얼거렸다.


"사다함의 병은 미실과의 이별에서 비롯된 터이니, 미실을 대신할 여인만 나온다면, 사다함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문노의 말에 귀가 번쩍 뜨인 유지가 눈물을 흘리는 채로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 순간 유지와 시선이 마주친 문노는 조각으로 깎아놓은 듯 아름다운 이목구비를 가진 유지의 얼굴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어쩌면 유지, 너의 미색이 사다함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문노의 말은 서라벌에 유지 만큼 아름다운 여인은 손에 꼽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미실의 말과 다를 바 없었다.


유지가 문노의 말이 진심인지 확인하듯 되물었다.


"사부님께서는 제가 사다함 사형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만큼 아름답다 생각하십니까?"


문노는 유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래, 이 사부가 보기엔 유지, 너의 미색은 네 사형 사다함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우니라."


유지는 자신의 미색이 사다함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답다는 문노의 말에 희망이 생기자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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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문노와 검기로 진검승부를 겨루다 18.04.18 134 2 15쪽
31 화모에 임명된 금진 18.04.17 94 1 15쪽
30 풍월주에 오른 사다함 18.04.16 93 1 15쪽
29 무관랑을 마음에 둔 금진의 속내 18.04.15 98 2 14쪽
28 눈물을 흘리며 검기를 쏟아내다 18.04.14 104 3 13쪽
27 무관랑에게 반한 금진 18.04.13 165 3 12쪽
26 세 번째로 피를 토한 사다함 18.04.10 95 2 14쪽
25 보명 궁주를 만나러 궁전에 이른 유지 18.03.08 112 3 13쪽
24 사도황후의 설득 18.02.28 128 3 12쪽
23 청조가를 읽고 한모금의 피를 토한 미실 18.02.19 140 3 13쪽
» 미실의 제안에 놀란 유지 18.02.13 247 3 13쪽
21 보명 궁주를 따라 궁전에 들어간 유지 18.02.07 169 3 13쪽
20 미실을 찾아가 담판을 짓기로 결심한 유지 18.02.05 166 2 13쪽
19 청조가를 읊으며 눈물을 흘리다 18.02.03 145 2 13쪽
18 실연의 상처로 생긴 병 18.02.01 150 3 12쪽
17 출궁 윤허를 받은 미실 18.01.27 176 3 14쪽
16 미실의 입궁 소식을 들은 사다함 18.01.25 168 3 12쪽
15 가야 왕과 왕후를 사로잡다 18.01.23 195 3 14쪽
14 홀로 적진을 무너뜨리다 18.01.20 182 3 13쪽
13 필마단기로 가야군 진영으로 돌진하다 18.01.18 246 3 14쪽
12 진흥왕을 알현하고자 목숨을 건 미실 18.01.16 174 3 13쪽
11 미실의 시가 화를 부르다 18.01.14 181 2 14쪽
10 필마단기로 왜군을 무너뜨리다 18.01.12 213 3 14쪽
9 사다함의 약조 18.01.10 242 3 13쪽
8 미생을 화랑도에 입문시킨 미실 18.01.08 236 3 13쪽
7 난데없는 혼담 18.01.06 297 3 13쪽
6 검신의 경지에 이르다 18.01.04 389 5 12쪽
5 가혹한 운명 18.01.01 330 4 14쪽
4 미실을 찾아온 사도황후 17.12.29 368 6 12쪽
3 절망감 17.12.26 586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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