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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우 님의 서재입니다.

천하제일 여검객 유지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7.12.05 11:00
최근연재일 :
2018.04.18 06:0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8,799
추천수 :
100
글자수 :
192,368

작성
18.01.10 12:30
조회
242
추천
3
글자
13쪽

사다함의 약조

DUMMY

문노의 허락을 받아낸 사다함은 그 즉시 미실에게 소식을 알렸다.


"미실아, 사부님께서 미생의 입문을 허락하셨다."


미실이 몹시 기뻐하며 물었다.


"화랑으로 입문하는 것입니까?"


"화랑이 아니라 낭도다."


미생은 내심 화랑으로 입문하기를 기대했던 터라 말도 안 된다는 듯 소리쳤다.


"낭도라니요? 제 아버님이 화랑도의 상선이신데, 너무 한 것이 아닙니까?"


미생이 무예를 못하는 자신의 분수도 모르고, 안하무인격으로 나오자 사다함이 미생을 타일렀다.


"화랑이 무예도 못하는 자가 될 수 있는 것인줄 알았더냐? 지금부터라도 무예를 배워 익히면 능히 화랑이 될 수 있을 터이니 너무 실망하지 말거라."


사다함이 타이르자 미생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사다함 형님의 뜻을 따르겠사옵니다."


미생이 화랑도에 입문하려 온 것은 순전히 미실의 뜻이었다.


이제 미생을 핑계삼아 언제든 화랑도 수련장에 와서 사다함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미실은 기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미생이 화랑도에 입문했으니, 이젠 언제든 사다함 오라버니를 찾아올 수 있겠구나!‘



9월초 무렵, 사다함과 미실은 화랑도의 훈련 시간이 끝난 후 인적이 없는 곳에서 혼례식 날짜에 대해 상의하고 있었다.


혼례식 날짜에 대한 사다함의 어머니 금진과 미실의 외할머니 옥진의 의견이 달라 사다함과 미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미실이 애교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전 하루라도 빨리 혼례식을 올렸으면 좋겠어요. 사다함 오라버니가 숙모님께 잘 말씀드려 보셔요."


이 말을 하고서 부끄러운 듯 몸을 비틀며 교태를 떠는 미실에게 사다함이 곤란하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머님께서 한사코 길일에 혼례식을 올려야 한다 말씀하시니, 나로서는 어쩔 수 없구나."


미실이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저와 사다함 오라버니가 혼례식을 올리면, 그날이 바로 길일이 될 터인데......"


당시 신라인들은 선남선녀가 혼례식을 올린 날을 길일로 여겼다.


신라 최고의 미남인 사다함과 신라 최고의 미녀인 자신이 혼례식을 올리면 그날이 길일이 되리라는 것이 미실의 생각이었다.


사다함이 미실의 말에 쑥스럽게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하하하...... 너야 신라 최고의 미인이지만, 내가 무슨 선남이라고......"


미실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사다함 오라버니는 너무 겸손하신 것이 문제인 듯하옵니다. 그러니 제가 소싯적부터 사다함 오리버니를 사모한 줄도 모르고, 저의 애간장을 태운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 말을 하는 미실이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말끝을 흐렸다.


여인이란 혼인을 약조한 사내일지라도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나면 수줍음을 타는 법이다.


미실은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사다함이 미안한 듯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무지하여 너의 애간장을 태웠다니 참으로 미안할 따름이구나."


사다함이 미안해하자 미실이 괜찮다는 듯 활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제 사다함 오라버니가 제 낭군이 되실 것인데, 지난 이야기는 해서 무엇하겠습니까?"


그러고는 미실이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사다함 오라버니가 제게 하나만 약조해 주시면 여한이 없을 것입니다."


사다함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이든 약조하마."


미실이 갑자기 사다함에게 덥석 안겼다.


"옛날 박제상이 치술궁주에게 맹세했던 것처럼 사다함 오라버니 생애에 혼례식은 단 한번만 치르기로 약조하여 주세요."


충신 박제상은 아내 치술과 혼례식을 올리기 전에 일생동안 다른 여인과는 혼례식을 올리지 않겠다는 맹세를 하였다고 알려져 있었다.


일생동안 한번만 혼례식을 올린다는 것은 결국 영원한 부부가 되겠다는 뜻으로 자신과 사별한 후에도 다른 여인을 아내로 맞지 않겠다는 맹세를 해달라는 말이었다.


사다함은 미실이 자신의 품에 안기자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침착하게 미실의 새끼손가락에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내, 너와 혼례식을 올리면 일생동안 다른 여인과는 혼인하지 아니할 터, 너와 영원한 부부가 되리라 약조하겠다."


당시만 해도 아내가 나이들어 자식을 낳지 못하면 첩을 들이는 것은 당연하게 여기고 있던 터라 미실이 사다함의 약조를 받아낸 것이다.


사다함의 약조를 받아낸 미실은 마치 천하를 얻은 것처럼 행복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사다함 오라버니와 영원한 부부의 인연을 맺는 것이 제 소원이었습니다. 이제 제 소원이 이루어졌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입니다."


미실이 너무도 기뻐서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었지만, 사다함은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이라는 미실의 말이 불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다함이 타이르듯 말했다.


"옛부터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있지 않느냐? 아직 혼례식도 치르지 않았으니, 말을 조심하는 것이 좋을 듯하구나."


사다함도 미실도 혼례식을 올리기 전에는 안심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들 모두 지소태후가 마음이 변해 미실을 다시 입궁시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아무리 지소태후라 한들 혼례식을 올린 부부를 갈라 놓을 수는 없을 터, 혼례식만 올리면 안심할 수 있지만, 사다함의 어머니 금진이 길일에 혼례식을 올려야 된다고 고집해 어쩔 수 없이 중양절인 9월 9일에 혼례식 날짜를 잡은 터였다.


미실은 여전히 사다함의 품에 안긴 채로 한숨을 내쉬었다.


"혼례식 날까지 아무 일이 없어야 할 터인데......"


사다함이 근심어린 얼굴로 한숨을 내쉰 미실을 위로하려는 찰나, 누군가의 인기척 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나!"


미실을 품에 안고 있는 사다함을 유지가 본 것이다.


미실도 유지를 보자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어머!"


사다함이 재빨리 미실을 품에서 떼어내자 그제서야 유지가 가슴을 진정시키고 말문을 열었다.


"사다함 사형, 지금 이렇게 한가하게 있을 때가 아니예요. 대가야가 왜적을 끌어들여 우리나라를 쳐들어왔다 해요!"


유지의 말에 사다함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


"뭐요? 대가야가 왜적들을 끌어들여 쳐들어왔다고 하셨소?"


이때 하늘에서 봉화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시야에 들어오자 사다함이 망연자실하게 중얼거렸다.


"봉화가 피어오르고 있구나!"


유지가 사다함을 재촉했다.


"지금 화랑들과 낭도들이 마루금에 모여 있어요! 빨리 가요!"


사다함은 미실에게 채 인사할 겨를도 없이 유지와 함께 마루금을 향해 뛰어갔다.


이미 오천에 이르는 낭도들이 화랑도 수련장인 마루금에 모여 있었다.


사다함과 유지가 문노를 찾았지만, 문노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내 사부님은 어디에 계신지 아시오?"


사다함이 낭도들에게 문노가 어디있는지 묻고 있을 때였다.


"사다함아!"


사다함의 숙부 이화랑이었다.


사다함은 이화랑을 보자마자 물었다.


"숙부님, 사부님께선 어디 계시옵니까?"


순간 사다함으로서는 실로 믿을 수 없는 말이 이화랑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네 사부는 화랑군을 이끌고 가야를 정벌하라는 폐하의 명을 거역한 죄로 관군에 체포되었다."


사다함은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었다.


"그것이 사실이옵니까?"


이화랑이 안타까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부는 원래 가야 출신이 아니더냐? 차마 자신의 손으로 조국을 칠 수 없었던게지."


사다함이 충격으로 할 말을 잃어버리자 이화랑이 말했다.


"나도 네 사부가 조국을 배신할 사람이 아님을 알지만, 지금으로선 어쩔 수 없구나."


사다함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비록 사부님께서 가야를 정벌하라는 폐하의 명을 거역하셨지만, 신라에 대한 사부님의 충정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변할 리가 없을 것이다.'


사다함이 결연한 얼굴로 이화랑에게 말했다.


"지금 당장 폐하를 알현하여 사부님의 무고함을 아뢰겠사옵니다.“


사다함이 이화랑에게 하직인사를 올리고 떠나려는 순간, 유지가 사다함에게 물었다.


"사다함 사형, 사부님께서 관군에 체포되었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조금 떨어진 곳에서 사다함와 이화랑의 말을 들은 유지는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 듯 경악한 얼굴로 사다함의 대답을 기다렸다.


"사실이오."


사부가 걱정된 사다함은 짧게 한마디만 대답하고서 때마침 말을 몰고 지나가던 낭도에게 손을 흔들며 외쳤다.


"급한 일이 있으니 말을 빌려주시오."


낭도가 말에서 내려 말고삐를 건네주자 사다함은 말위에 뛰어오른 후 충격으로 할 말을 잃은 유지에게 당부했다.


"사부님은 내게 맡기시오. 사매는 무관랑 사형과 함께 낭도들이 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대기토록 하시오."


유지는 사다함을 따라갈 생각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예요. 저도 말을 구해 사다함 사형을 따라가겠어요."


사다함은 평민인 유지가 자신을 따라와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아 솔직하게 말했다.


"사매가 나를 따라와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니, 부디 내 말을 들으시오."


유지는 대사형인 사다함의 뜻에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사다함 사형의 뜻을 따르겠어요. 사부님을 꼭 구해와야 해요."


"그럼 나중에 봅시다."


유지에게 작별을 고한 사다함은 전속력으로 말을 몰아 월성으로 향하던 중 두 손이 꽁꽁 묶인 채 관군을 뒤따라 걸어가는 문노를 발견했다.


"사부님!"


고개를 돌린 문노는 사다함을 보자 엄한 얼굴로 꾸짖었다.


"화랑의 부제인 네가 화랑도와 함께 있지 않고 대체 여긴 어인 일이냐?"


사부의 꾸짖음에 사다함은 당황했다.


"제자, 사부님께서 관군에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폐하께 사부님의 무고함을 아뢰러 가고 있던 중이었나이다."


문노가 다시 사다함을 꾸짖었다.


"네가 진정 이 사부의 가르침을 잊었단 말이냐? 전시에는 나라가 우선이며, 부모조차 먼저 생각해선 안 된다 하지 않았더냐? 이 사부는 죄를 지어 체포된 것이니 너는 어서 돌아가라."


사부의 꾸짖음에 사다함이 숙연한 얼굴로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제자, 사부님의 가르침에 따르겠나이다."


"어서 떠나라!"


문노의 재촉에 사다함은 말에 탄 그대로 하직인사를 했다.


"사부님, 제자는 이만 돌아가겠나이다. 부디 옥체 강건하옵소서."


말머리를 돌려 마루금을 향해 말을 몰기 시작한 사다함은 눈물을 머금으며 다짐했다.


'내 기필코 왜국을 끌어들여 우리나라를 침략한 대가야를 정벌할 것이다. 대가야만 정벌한다면 사부님께서 폐하의 명을 거역했다는 오명을 씻을 수 있으리라!'


사다함이 사부를 무사히 데려오기만을 학수고대하던 유지는 멀리서 사다함이 말을 몰고 오는 모습이 보이자 기다리지 못하고 뛰어 마중나갔다.


사다함이 혼자 말을 몰고 오자 유지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사부님은요?"


유지는 사다함에게 그럴만한 사정이 있으리라 짐작하고 물은 것이다.


사다함은 문노를 데려오지 못한 것이 안타까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


"사부님께서 말씀하시길, '이 사부는 죄를 지어 체포된 것이니 너는 어서 돌아가라'고 하셨소."


"아..."


유지가 외마디 탄식을 내뱉자 사다함이 결연한 얼굴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대가야를 정벌하는 것만이 사부님의 죄를 씻는 유일한 방법인 듯하오."


유지가 사다함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사부님의 제자인 우리가 대가야 정벌에 큰 공을 세운다면, 누구도 사부님을 탓하지 않을 거예요."


바로 이때 옆에서 사다함과 유지의 말을 듣고 있던 무관랑이 나섰다.


"우리 셋이 힘을 합쳐 싸워 우리 사부님의 명예를 회복합시다!"


무관랑의 말에 사다함과 유지가 약속이나 한듯 동시에 말했다.


"좋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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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여검객 유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2 문노와 검기로 진검승부를 겨루다 18.04.18 134 2 15쪽
31 화모에 임명된 금진 18.04.17 94 1 15쪽
30 풍월주에 오른 사다함 18.04.16 93 1 15쪽
29 무관랑을 마음에 둔 금진의 속내 18.04.15 98 2 14쪽
28 눈물을 흘리며 검기를 쏟아내다 18.04.14 104 3 13쪽
27 무관랑에게 반한 금진 18.04.13 165 3 12쪽
26 세 번째로 피를 토한 사다함 18.04.10 95 2 14쪽
25 보명 궁주를 만나러 궁전에 이른 유지 18.03.08 112 3 13쪽
24 사도황후의 설득 18.02.28 128 3 12쪽
23 청조가를 읽고 한모금의 피를 토한 미실 18.02.19 140 3 13쪽
22 미실의 제안에 놀란 유지 18.02.13 247 3 13쪽
21 보명 궁주를 따라 궁전에 들어간 유지 18.02.07 169 3 13쪽
20 미실을 찾아가 담판을 짓기로 결심한 유지 18.02.05 166 2 13쪽
19 청조가를 읊으며 눈물을 흘리다 18.02.03 145 2 13쪽
18 실연의 상처로 생긴 병 18.02.01 150 3 12쪽
17 출궁 윤허를 받은 미실 18.01.27 176 3 14쪽
16 미실의 입궁 소식을 들은 사다함 18.01.25 168 3 12쪽
15 가야 왕과 왕후를 사로잡다 18.01.23 195 3 14쪽
14 홀로 적진을 무너뜨리다 18.01.20 182 3 13쪽
13 필마단기로 가야군 진영으로 돌진하다 18.01.18 246 3 14쪽
12 진흥왕을 알현하고자 목숨을 건 미실 18.01.16 174 3 13쪽
11 미실의 시가 화를 부르다 18.01.14 181 2 14쪽
10 필마단기로 왜군을 무너뜨리다 18.01.12 213 3 14쪽
» 사다함의 약조 18.01.10 243 3 13쪽
8 미생을 화랑도에 입문시킨 미실 18.01.08 237 3 13쪽
7 난데없는 혼담 18.01.06 297 3 13쪽
6 검신의 경지에 이르다 18.01.04 389 5 12쪽
5 가혹한 운명 18.01.01 330 4 14쪽
4 미실을 찾아온 사도황후 17.12.29 368 6 12쪽
3 절망감 17.12.26 586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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