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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우 님의 서재입니다.

천하제일 여검객 유지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7.12.05 11:00
최근연재일 :
2018.04.18 06:0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8,798
추천수 :
100
글자수 :
192,368

작성
18.01.08 20:20
조회
236
추천
3
글자
13쪽

미생을 화랑도에 입문시킨 미실

DUMMY

"할머님! 어머님!"


미실이 호들갑을 떨며 대문 안으로 들어오자 옥진과 묘도는 혼담이 성사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평소의 미실이었다면 발소리조차 내지 않고 들어와 '소녀, 종외할머님 댁에 다녀왔나이다'하고 인사를 올렸을 것이다.


미실은 마당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옥진과 묘도를 보자마자 인사도 하지 않고 소리쳤다.


"혼담이 성사되었어요!"


"참 잘 되었구나! 네 원대로 되었으니 이젠 행복하게 잘 살거라."


묘도는 기뻐 어쩔 줄 몰라 하는 미실의 손을 잡아주며 덕담을 했지만, 옥진은 혀를 차며 나무랐다.


"쯪쯪... 그렇다고 다 큰 처녀가 왠 호들갑이란 말이냐? 할미와 어미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이제서야 깜빡 했다는 듯 자신의 이마를 친 미실은 아예 큰절을 했다.


"할머님, 어머님, 소녀, 종외할머님께 혼인 승락을 받아왔나이다. 모든 것이 할머님과 어머님께서 혼담을 허락해주신 덕분이 아니겠사옵니까? 소녀, 앞으로 할머님과 어머님께 효를 다할 터이니 부디 만수무강하소서."


효를 다하겠다는 말에 가슴이 뭉클해진 옥진이 미실을 쓰다듬으며 덕담을 건넸다.


"할미와 네 어미는 네가 행복하길 바랄 뿐이다. 네가 그토록 사모해왔던 사다함과 혼인해서 잘 살기를 바란다."


미실이 사다함과 혼인하는 것이 못내 못마땅한 옥진이었지만, 이때만큼은 미실의 행복을 빌어주고 싶었다.


미실은 어머니 묘도에 이어 외할머니 옥진이 덕담을 건네자 간신히 참았던 눈물을 끝내 터뜨리고 말았다.


"할머님의 덕담에 그저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미실이 한바탕 눈물을 흘리고 나서야 옥진이 문득 무엇인가가 떠오른 듯 근심어린 얼굴로 말했다.


"그나저나 태후마마께서 변덕을 부리실까 걱정이구나."


이 말에 깜짝 놀란 미실이 옥진에게 되물었다.


"설마, 그토록 매정하게 소녀를 내친 태후마마께서 소녀를 다시 입궁시킬리가 있겠사옵니까?"


공연한 말을 해서 행복에 젖어있는 손녀를 걱정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옥진이 걱정말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할미가 노파심에 그냥 해본 소리다. 아마도 태후마마께서는 체통을 생각해서라도 너를 다시 입궁시키진 않을 것이니, 심려치 말거라."


이제서야 미실은 마음이 놓인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행복한 생각에 빠져들었다.


'사다함 오라버니가 이 소식을 아시면 얼마나 기뻐하실까?'


이제 미실은 일각이라도 빨리 사다함에게 혼담 소식을 알려주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었다.


"소녀, 사다함 오라버니께 혼담 소식을 알리러 가겠사옵니다."


옥진과 묘도에게 하직인사를 한 미실이 대문을 나서려는 순간, 옥진이 손을 들며 외쳤다.


"미실아, 잠깐만 기다려보거라."


급히 대문을 나서려던 미실이 발걸음을 멈추자 옥진이 타이르듯 말했다.


"서두를 것 없다. 어차피 알게 될 일 아니냐?"


일각일초라도 빨리 사다함에게 혼담 소식을 전하고 싶은 미실은 서두를 것 없다는 옥진의 말이 야속한 듯 애원조로 말했다.


"할머님, 부디......"


옥진은 여전히 타이르듯 말했다.


"미실아, 생각해 보거라. 화랑도 부제인 사다함이 지금 어디에 있겠느냐?"


참으로 총명하기 이를 데 없는 미실은 옥진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화랑도 수련장에 있는 사다함을 만나다 이러쿵저러쿵 소문이 나서 지소태후의 귀에 들어간다면 다된 밥에 재뿌리는 격이 될 수 있었다.


사다함을 공주의 부마로 마음에 두고 있던 지소태후로서는 미실에게 혼처를 빼앗기는 격이니, 그렇지 않아도 미실을 미워하는 지소태후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일이었다.


이러한 생각에 미치자 미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님의 깊으신 뜻, 잘 알겠사옵니다. 소녀, 화랑도 수련장으로 가지 않고 사다함 오라버니의 집에서 기다리고 있겠사옵니다."


저녁 늦게서야 집으로 돌아온 사다함은 미실이 자신의 집 앞에 서있는 모습을 보자 몹시 반가워하며 물었다.


"미실아, 네가 우리 집엔 어인 일이냐?"


미실은 사다함을 만나자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가슴이 너무도 떨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미실이 침묵하자 사다함은 미실에게 말 못할 사연이 있는 것 같아 집안을 가리켰다.


"미실아, 일단 들어오너라. 집안에서 얘기하자꾸나."


미실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고지식한 사다함이 집안에 들어가면 필시 어머니 금진에게 돌아왔다는 인기척을 넣을 터, 그렇게 된다면 사다함과 단 둘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미실이 미소를 짓자 사다함도 미소를 지었다.


"그래, 말해보거라."


미실은 수줍은 듯 고개를 숙였다.


"오늘 제가 오랫동안 간절히 바랬던 혼담을 성사시켰사옵니다."


미실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오늘 사다함에게 이 말을 하려고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사다함이 오기까지 그간 기다린 몇 시진이 미실에게는 몇 개월이나 되는 것처럼 지루했었다.


사다함은 미실의 말에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기쁜 듯 웃었다.


"하하하... 네가 원하는 혼담이 성사되었다니, 참으로 잘 되었구나!"


이 말을 하는 사다함의 눈빛은 확실히 낙담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음으론 기뻐해주고 싶어도 슬픔이 밀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미실은 사다함이 겉으론 웃어도 속으론 낙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자 말 할 수 없이 기뻤다.


미실이 사랑을 듬뿍 담은 눈빛으로 사다함을 보며 말했다.


"어찌 누군지 묻지 않으시는 것입니까?"


"누구냐?"


미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사다함 오라버니입니다."


사다함은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뭐라?"


"사다함 오라버니와의 혼담이 성사되었단 말입니다."


"그게 정말이냐?"


"그러하옵니다. 소녀, 소싯적부터 오직 사다함 오라버니만을 사모해왔사옵니다......"


마침내 미실이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 것이다.


오랫동안 품어온 자신의 연정을 고백한 미실은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하다 결국은 사다함의 품에 안기고 말았다.


순간 사다함과 미실은 자신들이 집 밖에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서로를 꼭 포응했다.


다음날, 화랑도 수련장은 이른 시간부터 술렁이기 시작했다.


미실이 열두 살의 어린 동생 미생을 화랑도에 입문시키려 데리고 온 것이다.


천상의 선녀가 하강한 듯 지극히 아리따운 미실의 자태가 5천여 명에 이르는 낭도들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낭도들은 저마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미실 낭주가 신라 최고의 미녀라더니 과연 소문 그대로군!"


"신라 최고가 아니라 천하제일의 미모일세."


"월궁의 선녀도 미실 낭주를 보면 울고 가겠네."


문노가 국선이 된 이래 화랑도 수련장이 이토록 떠들석했던 적은 없었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문노가 좌중을 향해 외쳤다.


"모두 정숙하라!"


문노가 외치는 소리에 좌중이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난데없이 나타나 화랑도를 전례없이 떠들썩하게 만든 미실에게 문노가 다가가 물었다.


"미실 낭주께서 여긴 어인 일이오?"


미실이 옆에 있는 미생을 가리켰다.


"소녀의 아우 미생을 화랑도에 입문시키려 왔나이다."


미실이 눈짓하자 미생이 문노에게 인사했다.


"소생, 미생이라 하옵니다."


다소 언짢은 얼굴이었던 문노는 이제서야 납득하겠다는 듯 고개를 끄떡이며 미실에게 물었다.


"낭주의 동생이 화랑도에 입문하는 것을 낭주의 부모님께서 허락하신 것이오?"


화랑도에서 무예를 닦다 부상을 당하는 일이 즐비하여 미생처럼 나이가 어리면 부모의 동의가 필요했다.


미실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소녀의 가친이 화랑도의 상선이신데, 어찌 허락없이 왔겠습니까?"


문노는 화랑도의 2대 풍월주였던 미실의 아버지 미진부의 체면을 봐서라도 미생의 입문을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문노가 미생에게 물었다.


"무예를 배운 적이 있는가?"


문노가 형식상 물어본 말에 미생이 주저없이 대답했다.


"없습니다."


화랑도에 입문하려는 자가 무예를 배운 적이 없다니!


미생이 일말의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대답하자 문노는 기가 막혀 할 말을 잃었다.


이때 사다함이 나섰다.


"미생의 아버님이 우리 화랑도의 상선이시니 자질을 이어받았을 터, 제가 잘 가르치면 무예를 빨리 배울 수 있을 듯하옵니다."


사다함의 말에 문노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부제인 사다함의 체면을 봐서라도 미생을 그냥 돌려보낼 순 없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문노가 미생에게 물었다.


"말을 탈 줄 아느냐?"


미생은 이번에도 주저없이 대답했다.


"소생은 말을 못 타옵니다."


당시 신라의 사내들은 어려서부터 말타기를 배웠다.


미생이 아무 부끄러운 기색없이 말을 못 탄다고 대답하자 여기저기서 비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말도 못타면서 화랑도에 입문할 생각이었다니!"


"화랑도가 춤을 배우는 곳인 줄로 알고 왔나보네."


"어여쁜 누이만 믿고 온 것이 아니겠는가?"


낭도들은 미생을 화랑도에 받아들이지 말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때 미실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다들 정말 너무하는군요! 어찌 제 아우에게 기회도 주지 않고 내치려 하는 것입니까?"


사랑하는 여인이 울먹이자 사다함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사다함이 좌중을 향해 외치며 나섰다.


"다들 조용하시오!"


다시 좌중이 쥐죽은 듯 조용해지자 사다함이 미생을 격려하듯 어깨를 다독이며 물었다.


"네가 자신있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


사다함은 미생에게 호신술이나 운동 중 잘하는 것이 있는지 묻고 있었다.


화랑들과 낭도들은 태권 같은 호신술이나 축국 같은 운동으로 심신을 단련해왔기에 그 중 하나만 잘해도 미생의 자존심을 세워줄 수 있으리라.


미생의 대답은 동문서답이었다.


"피리와 춤은 자신있습니다."


순간 좌중에서 폭소가 터져나왔다.


그 따위 것들을 잘한들 무슨 소용이 있냐는 듯 좌중은 미생을 향해 야유섞인 웃음을 터뜨린 것이다.


사다함이 엄숙한 목소리로 외쳤다.


"조용하시오!"


좌중이 조용해지자 사다함이 미생에게 말했다.


"피리를 불어보거라."


사다함의 말에 미생은 기다렸다는 듯 품속에서 피리를 꺼내 불기 시작했다.


미생이 피리는 부는 순간, 좌중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미생의 피리 소리에 화랑들과 낭도들의 귀가 사로잡힐 정도였다.


이제 겨우 열둘의 어린 미생이 이토록 피리를 잘 불 줄이야!


미생은 자신의 피리 소리가 좌중들의 귀를 사로잡자 신이 난듯 피리를 부는 채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미생의 피리 솜씨와 춤 솜씨는 화랑도 내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쯤되자 좌중들이 미생을 보는 시선도 사뭇 달라졌다.


좌중들이 미생의 피리와 춤에 눈과 귀를 사로잡힌 가운데, 문노가 그만 하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그만 되었다!"


문노가 사다함을 조용한 곳에 데려가 말했다.


"화랑도에 입문하겠다는 자가 무예도 할 줄 모르고, 말도 탈 줄 모른다면 장차 어디에 쓰겠는가?"


이 한마디로 문노는 미생의 화랑도 입문에 반대를 표명한 것이다.


사부의 단호한 말에 사다함이 용서를 구하듯 무릎을 꿇고 말했다.


"사부님, 미생은 제자가 사모하는 여인의 아우입니다. 어찌 냉정하게 내칠 수 있겠사옵니까? 미생이 비록 무예를 할 줄 모르고, 말을 탈 줄 몰라도, 피리를 잘 불고, 춤을 잘 추니, 이 또한 낭도들의 심신을 위로할 줄 아는 재주가 아니겠사옵니까? 부디 제자를 봐서라도 미생을 받아주시옵소서."


문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다함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미실만 생각하는 것 같아 걱정이 된 것이다.


잠시 침묵하던 문노가 입을 열었다.


"미생을 낭도로 받아들일지는 너에게 맡길 터, 알아서 하거라."


문노의 허락이 떨어지자 사다함이 감격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사부님께서 제자의 청을 받아주시니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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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문노와 검기로 진검승부를 겨루다 18.04.18 134 2 15쪽
31 화모에 임명된 금진 18.04.17 94 1 15쪽
30 풍월주에 오른 사다함 18.04.16 93 1 15쪽
29 무관랑을 마음에 둔 금진의 속내 18.04.15 98 2 14쪽
28 눈물을 흘리며 검기를 쏟아내다 18.04.14 104 3 13쪽
27 무관랑에게 반한 금진 18.04.13 165 3 12쪽
26 세 번째로 피를 토한 사다함 18.04.10 95 2 14쪽
25 보명 궁주를 만나러 궁전에 이른 유지 18.03.08 112 3 13쪽
24 사도황후의 설득 18.02.28 128 3 12쪽
23 청조가를 읽고 한모금의 피를 토한 미실 18.02.19 140 3 13쪽
22 미실의 제안에 놀란 유지 18.02.13 247 3 13쪽
21 보명 궁주를 따라 궁전에 들어간 유지 18.02.07 169 3 13쪽
20 미실을 찾아가 담판을 짓기로 결심한 유지 18.02.05 166 2 13쪽
19 청조가를 읊으며 눈물을 흘리다 18.02.03 145 2 13쪽
18 실연의 상처로 생긴 병 18.02.01 150 3 12쪽
17 출궁 윤허를 받은 미실 18.01.27 176 3 14쪽
16 미실의 입궁 소식을 들은 사다함 18.01.25 168 3 12쪽
15 가야 왕과 왕후를 사로잡다 18.01.23 195 3 14쪽
14 홀로 적진을 무너뜨리다 18.01.20 182 3 13쪽
13 필마단기로 가야군 진영으로 돌진하다 18.01.18 246 3 14쪽
12 진흥왕을 알현하고자 목숨을 건 미실 18.01.16 174 3 13쪽
11 미실의 시가 화를 부르다 18.01.14 181 2 14쪽
10 필마단기로 왜군을 무너뜨리다 18.01.12 213 3 14쪽
9 사다함의 약조 18.01.10 242 3 13쪽
» 미생을 화랑도에 입문시킨 미실 18.01.08 237 3 13쪽
7 난데없는 혼담 18.01.06 297 3 13쪽
6 검신의 경지에 이르다 18.01.04 389 5 12쪽
5 가혹한 운명 18.01.01 330 4 14쪽
4 미실을 찾아온 사도황후 17.12.29 368 6 12쪽
3 절망감 17.12.26 586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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