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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가 지지 않는 곳.

스피드는 생명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게임

은밀히
작품등록일 :
2019.02.15 17:03
최근연재일 :
2019.06.14 23:00
연재수 :
122 회
조회수 :
43,675
추천수 :
839
글자수 :
616,070

작성
19.06.0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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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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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117화 - 내가 지금 갈게 (2)

DUMMY

“너, 인마! 여태 바빴는데 어디서 뭐 하고 있었어?!”




“예? 저요?”




그러더니 윤은 노트북을 하나 꺼내들고 부장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아, 그게요. 로우가 지금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하는데 하필이면 칼레디와 대결하는 것 같던데요. 이거 보느라 늦었죠.”




그 즉시, 부장은 눈썹을 꿈틀대더니 커피를 조심히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그러고선 부하 직원들을 모두 호출했다.




“······야, 지금까지 촬영 예정이던 거 전부 취소하고 방송에 집중해.”




“네?”




“로우가 시나리오 퀘스트를 한다잖아! 그것도 칼레디랑 적으로 만나서!”




“허어어억.”




일주일간의 노력은 어떻게 되어버린 걸까. 직원들은 순식간에 혼란 상태에 빠져서 잽싸게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윤은 가만히 서서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눈동자만 멀뚱멀뚱 굴릴 뿐이다.






*






뎀뎀 벨을 수십 분 동안 상대하면서 로우가 알아낸 점이 몇 가지 있었다. 첫째는 녀석의 스피드와 파워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했다는 점, 둘째는 녀석의 방어력이 의뢰로 낮다는 점, 셋째는 녀석의 부위가 은근히 잘 파괴된다는 점이었으며, 넷째는 그 부위가 파괴되거나 대미지를 입으면 ‘이 방의 내부에 있는 어떠한 물체’를 끌고 와서 자신의 신체에 결합, 재생한다는 사실이었다.




요약해서 말하자면 덩치는 겁나게 크고 스피드도 겁나게 빠르고 파워도 겁나게 센데 재생력까지 딸려 있어서 피해를 못 준단 사실이다.




“뭐 어쩌라고!!”




요정 가루 게이지를 컨트롤해가면서 사방을 헤집으며 도망 다니기도 한두 번이지 상대할 방법조차 아예 없는 보스를 상대로 시간을 끌고 있으니 초조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레벨 차이로 인해 지는 것도 아니고 보스 특성 때문에 지는 꼴이라니. 아무래도 고레벨의 유저들이 와도 쉽사리 통과할 수 없도록 설계된 모양.




‘그렇다고는 해도 이대로 도망만 칠 수는 없는데.’




아무리 재생력이 강하다고 해도 골렘에게는 ‘핵’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마련. 판타지 소설 같은 것들을 읽으며 습득한 쓸데없는 잡지식이었지만 그것이 마지막 희망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로우는 그 핵을 찾기로 결심했다.




다리부터 시작해 골렘의 몸을 사과처럼 깎아가기 시작한다. 벨이 기둥을 휘둘러도 슬라이딩을 하며 피하면 전혀 위협받지 않는다. 풍차처럼 몸을 빙글빙글 돌리며 공격해 와도 공중으로 날아올라 천장에 달라붙으면 그만. 벨의 공격은 상당히 재빠르고 위협적이었지만, 날아다닌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는 로우는 특유의 반응 속도를 이용해 쉽게 피할 수 있었다.




쿵, 퍼석.




“으악, 젠장!”




그렇지만 그렇게 실컷 피해가며 대미지를 입히면 뭐하나. 벽이 정사각형으로 작게 갈라지더니 골렘의 부서진 부분을 또다시 채워 넣는다.




“젠장. 이 공간이 모두 사라질 때까지 패라는 거냐?!”




대체 핵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몸 어디에도 핵을 숨길 만한 공간은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추측하건데, 이 골렘은 그냥 ‘이 공간’ 내에서 무적이 되어 무한정 재생하는 게 아닐까?




‘그럴 수도 있겠네. 자연적인 재생이 아닌 주변의 물건들을 몸에 집어넣는 것으로 재생하니까.’




그렇다면 더욱더 이길 확률이 극악으로 줄어든다. 보였지만, 그 아무 생각도 없는 골렘을 이길 방법이 존재하지 않으니 기막힌 일이다.




이젠 서로의 공방이 무의미한 상황. 골렘의 공격은 로우에게 유효타를 먹이지 못했으며, 로우의 공격은 전부 재생으로 채워 넣는다.




‘죽겠네, 진짜. 여기서 이럴 시간 없는데.’




슬슬 마음이 초조해진다. 그렇기 때문인지 공격 패턴이 단조로워지고 골렘의 다리만 집중적으로 공격하게 되었는데, 그러다가 로우는 우연히 어떤 이상한 점을 보고야 말았다.




‘다리를 재생시킬 땐, 무조건 벽에서 부위를 가져온다?’




한참이나 다리를 때리고 있자 벽의 공간이 작게 정사각형으로 분리되어 골렘에게 달라붙는다. 그것을 또다시 공격해서 박살내면 벽의 또 다른 공간이 정사각형으로 나뉘어 떨어진 부위에 채워 넣는다. 그러한 작업을 몇 번이나 반복하자 벽의 일부가 텅텅 빈 것처럼 갈라져버렸다.




“이거, 이용할 수 있겠는데?”




로우는 골렘의 주변을 시계방향으로 돌며 탐색전을 재차 펼쳤다. 다리, 목, 발, 허리, 가슴, 왼팔, 허벅지. 마치 점수를 매기듯 골렘의 몸을 군데군데 타격한다. 그러자 사방의 모든 물체가 분노한 듯 들고 일어나더니 뎀뎀 벨에게 다시금 합쳐지기 시작. 로우는 그 수많은 재생장면을 모두 눈에 담았다.




오른발이 잘려나가자 벽에 걸려 있던 석상의 일부가 떨어져 날아와 붙는다. 허리가 부서지자 천장에 매달려 있던 장식이 나뉘어서 날아왔으며 눈알이 박살나자 창문에 있던 유리조각이 날아와 빈자리를 채웠다. 그 외에도 책상, 탁자 등의 사소한 물건들도 날아와서 골렘의 신체에 다닥다닥 붙었다. 정말 경이로운 장면. 이 공간 자체가 골렘이 상처 입는 것을 거부하는 듯, 이 방의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뎀뎀 벨을 살리겠다는 듯.




그러던 도중, 로우는 마침내 찾아낼 수 있었다. 뎀뎀 벨을 돌파하고 이 방을 빠져나갈 방법을.




‘등을 타격하면 바닥이 들고 일어나서 재생에 가담한다.’




물론 그것도 부위가 중요했으니, 위쪽의 등을 타격하면 동쪽에 있던 바닥이 살아나서 날아왔으며 아래쪽의 등을 타격하면 서쪽의 바닥이 살아나서 날아왔다. 로우는 한 부위만 집중적으로 노리기로 했다. 그나마 높이가 낮고 골렘의 공격이 닿기 어려운 자리인, 아래쪽의 등을 계속해서 깎아내는 것. 그럼 서쪽의 바닥이 일어나 계속해서 뎀뎀 벨의 상처를 채워 넣는다. 그것은 로우가 바랐던 일. 스킬까지 사용해가며 등을 아예 박살을 내버리자 바닥 자체가 뒤집어 까지듯 뎀뎀 벨에게 향했는데, 그곳을 향해 뎀뎀 벨을 서서히 밀어내자 그것은 아주 느린 걸음으로 이동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뎀뎀 벨이 밀려나는 속도와 바닥이 사라지는 속도는 비례했으며 로우는 그럴수록 긴장을 늦추지 않고 한 대 한 대 아주 신중하게 공격을 먹이고 빠지는 것을 반복했다.




꿍.




“······좋았어!”




그러다 마침내, 재생을 하느라 비어버린 바닥에 뎀뎀 벨의 한쪽 발을 빠뜨리는 것에 성공. 아예 밀어 넣을 참으로 허공을 날아 강하게 쏘아서 돌진하여 부딪치자 녀석의 몸이 크게 경직되어 뒤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나이스!”




로우는 주먹을 불끈 쥐고 쾌재를 불렀다. 이게 바로 로우가 원하던 그림이었다. 움푹 파인 땅에다가 뎀뎀 벨을 빠뜨려 홀딩하는 것! 이렇게 되면 녀석의 행동이 크게 제약을 받을 것이었다. 물론, 그 다음의 계획? 그런 건 없었다. 일단 몸부터 편해지자는 생각에 실행했던 그 계획은, 칼레디도 로우도 예상할 수 없는 사건을 초래했다.




쿵, 쿠구구궁. 쾅, 쿠웅!




“어······?”




뎀뎀 벨을 바닥에 빠뜨리는 것은 좋았는데, 바닥이 하도 닳고 닳아서 얇아진 탓일까. 골렘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바닥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로우는 크게 당황하여 뒤로 물러났다.




“뭐야, 뭐야뭐야. 어떻게 되는 거야?”




이거 기물 파손죄로 고소당하는 건 아니지?! 기겁하여 허둥지둥 대는 것은 로우뿐만이 아니라 골렘도 마찬가지였던 듯 양팔을 허우적대더니 주변의 지형을 부수기에 이르렀는데, 그것이 오히려 바닥을 부수는 결과가 되어버려 아예 움푹 꺼져버렸다.




쿠웅!!!!!




“······.”




결국, 바닥은 완전히 무너졌고 뎀뎀 벨은 그곳에 빠져서 사라져버렸다. 로우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잽싸게 날개를 펼쳐 뎀뎀 벨이 떨어진 공간 속으로 쏘옥 들어갔다. 떨어지는 도중에는 요정 가루를 쓸 필요가 없었기에 그대로 중력에 몸을 맡기고 쭉쭉 한참이나 내려갔다. 마침내 나온 공간은 거대한 정육면체 모양의 공간이었는데, 저 멀리 뎀뎀 벨이 처박혀서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이, 이거 큰일은 아니겠지? 어차피 여기 던전 아니야? 괜찮은 거 맞지?’




혼란스러운 와중, 먼지가 서서히 걷히더니 저 멀리서 누군가가 저벅저벅 걸어왔다.




‘뭐지?’




시야가 뿌옇게 가려져서 누군지 알 수 없는 상황. 일단 얼굴이나 보자는 생각에 로우는 날개를 접고 바닥에 내려앉으려고 했는데, 어째서인지 날개를 접는 순간 위로 끌려가는 듯한 기분이 들어 다시금 펼칠 수밖에 없었다.




‘내려오는 동안 위아래가 바뀌었던가?’




그런 잡생각도 잠시, 마침내 나타난 얼굴을 본 로우는 씨익 미소를 흘렸다. 칼레디, 그를 뎀뎀 벨과 놔두고 도망친 비겁한 놈.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입을 벌렸다.




“로우?”




“그래, 나다, 인마.”




뭐, 어찌 됐건 좋은 게 좋은 거라지 않겠는가? 뎀뎀 벨도 어찌어찌 해치웠겠다, 로우는 잘 만났다 싶어서 칼레디에게 검을 겨눴다.




“아까 튀었잖아? 2차전 시작해야지?”




솔직히 지금도 상당히 지쳐 있는 상태였지만 아직까진 싸울 수 있었다. 투기를 활활 불태우며 칼레디를 향해 적의를 표출하자 그는 한숨을 푹 쉬더니 양팔을 번쩍 들었다.




“항복입니다.”




“······엥?”




뭐라고? 지금 잘못 들은 건가 싶어 고개를 살짝 내밀어 다시 말해보라는 제스처를 취하자 칼레디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제 항복이란 소립니다. 제 계획에는 뎀뎀 벨에 당신이 완벽하게 발이 묶여야 하거늘, 왜 저걸 저렇게 멋지게 해치워놓고 여기까지 오신 겁니까?”




“아니 그거야 뭐······.”




“괴물 같은 당신들의 전투력에 질렸습니다. 솔직히 당신 동료들, 미친 것 같아요. 중력을 뒤집어 놓으니 아예 공간을 박차서 추격해 오질 않나. 하여튼 저는 더 이상 못 하겠습니다.”




“······.”




뭔가 굉장히 허무해졌다. 칼레디가 이렇게 빨리 포기할 줄이야.




물론 로우가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면 방금까지 칼레디는 탑 랭커급의 전투력을 보유한 메리세와 바일렌을 혼자서 상대하느라 체력이 다 빠진 상태였다. 거기에 로우까지 오니 얼마나 막막하겠는가. 지금까지 그들을 상대로 혼자서 버틴 것도 솔직히 용했다.




“그럼 나 슬래이야 데려간다?”




“마음대로 하십시오.”




“진짜지? 뭐 꿍꿍이 더 없지?”




“없습니다.”




“허 참, 아직도 수상한데. 막 뒤돌면 내 뒤통수 치고 그러는 거 아니야?”




“저는 그렇게 비겁하지 않습니다.”




“아니, 그건 솔직히 아니라고 생각해.”




어깨를 으쓱, 칼레디가 슬쩍 시선을 피하자 로우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대체 무슨 구조인지는 모르겠는데 로우의 파티원들이 죄다 천장에 드러누워 있었다. 칼레디가 항복까지 했으니 공간을 원래대로 되돌려주겠다며 바닥을 손바닥으로 탁, 치자 천장에 붙어 있던 파티원들이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야, 이 미친놈아!”




칼레디를 향해 소리를 질러도 ‘제가 뭘요?’라며 어깨를 으쓱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중력이 반전되어 바닥에 완전히 떨어지기 직전, 기운을 차린 메리세는 허공을 도약하여 슬래이야를 낚아채는 데에 성공해 바닥에 무사히 착지했으며 신아는 칼레디가 품으로 받아내었고 바일렌이 떨어지는 것을 본 로우는······ 열심히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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