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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는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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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히
작품등록일 :
2019.02.15 17:03
최근연재일 :
2019.06.14 23:00
연재수 :
1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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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16,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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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3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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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8화 - 그게 대수야? (1)

DUMMY

그게 대수야?




마을에서 빌린 말은 마을 하나를 거칠 때마다 반납하고 다시 새로 빌려야만 한다. 상당히 귀찮은 시스템. 유저들은 말 타기가 귀찮아서 아예 마차를 하나 사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그건 돈이 많은 유저 한정. 돈을 벌기 위해 아이템 장사를 한 적도 없고 특별한 보스를 찾아다니며 장비를 먹고 판매한 적도 없었기에 로우에게는 큰돈이 존재할 리 없었다. 그건 메리세 역시 마찬가지. 아마도 그들은 동레벨대 유저 치고 던전을 제일 적게 돈 축에 속할 것이다.




그래도 말은 의외로 빠른 속도에 굉장한 체력을 가지고 있어서 마을을 횡당하기엔 전혀 무리가 없었다. 몇 시간 정도 몬스터도 거치지 않고 달리다 보니 알칼레다 마을에 마침내 도착할 수 있었다.






[인정과 인정이 모여 만들어진 마을]




[당신에게 따스한 정 한 스푼을, 돌아오는 사랑에게 되갚음을]




[알칼레다 마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알칼레다 마을에 진입하자마자 뜨는 문구와 함께 보인 것은 저 멀리 끝까지 펼쳐져 있는 주택의 일렬이었다. 이곳엔 고층 건물 따윈 짓지 않겠다는 듯 규칙도 없이 마구잡이로 지어져 있는 주택가가 아주 가득했다. 몬스터들의 습격을 위한 최소한의 성벽은 있었지만 그마저도 깨끗하고 잘 다듬어져 있을 뿐 경계가 심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인정이 많은 마을인가 봐요.”




“그러게.”




도대체 얼마나 정이 많으면 마을 소개가 이럴 정도지? 호기심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NPC들을 만나 보려는데 갑자기 마을의 중앙에서 붉은 별표식이 새겨진 갑옷을 입은 병사 7명과 투구에 붉은 별표 3개가 있는 사내가 척척 걸어와서 로우 일행 앞에 멈춰 섰다.




그들은 잠시 로우와 메리세를 슥 훑어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대들을 귀족 납치 및 협박 혐의로 긴급 체포하겠다.”




“네? 저기요 잠깐, 저희는 그런 적이 없는데요.”




순식간에 병사 4명이 메리세와 로우에게 달라붙어 그들의 팔을 구속시켰다. 여기서 저항해서 붉은 별표식이 새겨진 병사들을 건드렸다간 ‘극악 범죄자’ 마크가 새겨지게 된다. 《엔딩 월드》의 절대적인 법. 그들은 마을 내에 존재하는 평범한 경비병이 아닌, 범죄자를 잡는 ‘일종의 NPC 경찰’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미, 미친. 아니 우린 아무 짓도 안 했다니까!!”




“모든 범죄자가 항상 그렇게 말한다. 다음 변명은 술에 취해서 저질렀다고 하겠지.”




“아 진짜!”




하지만 그 병사들은 로우와 메리세를 끌고 가면서도 슬래이야만큼은 데리고 가지 않았다. 그녀는 당혹스런 눈빛으로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서 안절부절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더 혼란을 줄 수는 없었기에 그는 마지막으로 외쳤다.




“기다리고 있어요! 금방 갈게요!”






* * *






차앙!




철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로우와 메리세는 병사들에게 밀려 감옥의 구석에 틀어박혔다.




“좀 살살 넣을 것이지 예의도 없는 놈들.”




병사들은 그를 감옥에 넣자마자 쿨하게 어디론가 사라졌는데 그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철창 밖을 살펴보았다. 똑같은 철창이 복도에서 복도 끝까지 이어져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특이하게도 이 주변의 다른 방에는 그 어떤 범죄자도 존재하지 않았다.




띵!






[당신은 납치 및 협박 혐의로 인해 감옥에 갇혀 판결을 받기 전까지 감옥 바깥으로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감옥 내부에서는 스킬의 사용 및 스탯의 능력치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런 젠장! 전혀 도움이 안 되잖아.”




그는 머리카락을 쥐어짜면서 벽에 몸을 기대었다. 품에서 빠져나온 마리도 힘을 쓸 수가 없는지 제대로 나는 것조차 버거워 보였다.




“아오 빡쳐 죽겠네.”




이런 상황에 메리세는 얼마나 화가 날까. 괜히 따라왔다가 감옥에 갇힌 꼴이 아니던가? 그렇게 생각했지만 메리세를 보니 의외로 침착해 보였다.




“괜찮아?”




“네? 괜찮아요. 저는 재미있는걸요.”




“······재미있어?”




“으음······ 네. 저는 이런 신기한 경험을 별로 못 해 봤거든요.”




이게 신기한 경험인가. 감옥에 갇히는 게. 볼수록 특이한 여자다.




여태까지 평범하게 사냥에 사냥밖에 해 보지 못 했던 메리세에게는 로우의 하루하루가 정말 신기하고 즐거운 일들로 가득했기 때문에 항상 부러워했고, 그렇기 때문에 따라다녔던 것이겠지만 항상 이런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 본인은 스트레스를 받아 죽어 버릴 지경이었다.




“그래서 언제까지 여기 있으란 거야? 판결은 언젠데.”






[판사가 날짜를 정하지 않았습니다.]






“아 뭐 어쩌라구요. 나 무죄 판결 나면 책임 질 건가?”




이번엔 시스템의 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물론 대답을 바라고 말한 건 아니었다.






* * *






도대체 마을에 이런 공간이 어디에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 끝없이 높게 솟아오른 탑의 내부는 계단으로 가득했는데, 그 내부에는 처음에 만난 복면의 암살자들을 제외하고는 쥐새끼 한 마리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칼레디는 계단을 앞서 오르며 장난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 모양새는 흡사 그거군요. 처음엔 이 탑의 주인을 지키기 위해 충실한 부하들이 먼저 나서서 침입자인 저희들을 처리하려고 했지만, 탑의 주인은 ‘그대로 올려 보내거라’라는 근엄한 목소리로 저희의 출입을 허락한 게 아닐까요?”




“······아주 시나리오를 쓰세요.”




신아는 불안해서 죽을 것만 같은데 칼레디는 태연하게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고 여유롭게 휘파람까지 불고 있었다.




‘으윽, 재수 없는 놈!’




나선형을 계단을 오르다 복도 몇 개를 관통하고 또다시 계단을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기나긴 복도를 지나 마침내 도착한 곳은 어느 고풍스러운, 하지만 낡아 버린 문 앞에 도착했다. 어찌나 문짝이 거대한지 목이 빠져라 올려 봐야 할 정도였다. 칼레디는 망설임 없이 문에 다가가 똑똑 노크를 했다.




“치킨 배달 왔습니다.”




“······야 이 미친놈아.”




그런다고 문을 열어 주겠냐! 라고 소리치기 직전, 놀랍게도 그 거대한 문이 자동으로 끼이익 소리를 내며 열리기 시작했다.




“허얼.”




“하하, 역시 치킨엔 귀신같이 반응하는군요.”




그냥 어떤 미친놈이 깝치는지 보고 죽이려는 게 아닐까? 신아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꾹꾹 참았다.




문이 열리자 마자 칼레디는 뚜벅뚜벅 구두 소리를 내며 들어갔는데, 공간이 넓어서 그런지 작은 소리마저 사방에 진동하여 울려 퍼졌다. 신아는 최대한 발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살금살금 뒤로 따라서 들어갔다.




내부는 보랏빛이 마치 기둥처럼 허공에 떠 있는 침대에 쏘아지고 있었는데, 수많은 약재와 링거, 생명선 같은 것들이 그 침대에 이어져 있었다.




“······나의 손님들이 왔구나. 정말, 겁도 없이 찾아와서는.”




그 즉시 칼레디는 신아에게 귓속말 어택을 날렸다.




“제 말이 맞죠?”




“당신 정말 죽여 버리고 싶어.”




얄미워 죽겠다. 정말 어찌하면 저렇게 얄미울 수가 있을까.




“안녕하세요. 아쉽게도 근엄한 목소리는 아니군요.”




“내 목소리? 끄흐흐, 근엄하기엔 내 나이가 아직 어리지 않을까 싶은데.”




그렇게 말하며, 침대에서 주섬주섬 누군가가 몸을 일으킨다. 상당히 높은 곳에 있는 데다가 보라색 빛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아 신아는 잠시 눈살을 찌푸렸다가, 어느 정도 눈이 적응되어 ‘그것’의 모습이 보이자마자 소리를 지를 뻔하여 입을 틀어막았다.




“이 모습으로는 내 나이를 추정하기도 불가능하겠지? 놀랍게도 난 아직 20대야.”




“팔팔하게 생기셨는데요.”




“크흐흐, 그것 참 고맙구만.”




도대체 저 모습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마에 돋아 있는 한 쌍의 뿔은 마치 염소의 그것을 연상케 했는데, 그나마 한쪽은 뭔가 사고라도 있던 것인지 깨져 있었다. 피부는 온통 갈라져서는 검붉은 빛을 띄고 있었는데 흡사 철을 녹였다가 다시 굳힌 것과 비슷했다. 손에는 구불구불한 손톱이 자라고 있었으며 코는 움푹 패여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고 한쪽 눈은 공허한 바람만이 가득했으며 다른 한쪽 눈은 붉은자밖엔 존재하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그의 등에는 자그마한 단검이 찔려 있었다.




“간만에 찾아온 손님들인데······ 대접이라고 해 줘야겠군.”




그러더니 그는 허공에 손짓을 한다. 그러자 입구에서 보았던 복면을 쓴 사나이들이 나타나 바닥에 테이블과 의자를 깔아 놓고선 주전자와 찻잔을 놓고 사라졌다.




“그대들의 출입을 허용한 이유는 별거 없어. 나를 찾고 있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으니. 그러니, 부탁을 좀 들어줘야겠어.”




띵!






[퀘스트 - ‘그날의 맹세는 절대로 시들지 않는 꽃잎과도 마찬가지니’가 갱신되었습니다!]






“내 부탁은 간단해. 나의 옛 연인이 나를······ 찾고 있다더군. 그것을 저지해 줘. 이런 내 모습을 보이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해······.”






[내용: 야안, 그는 자신의 옛 연인이 자신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그녀에게 끔찍하게 변해 버린 자신의 모습을 보이기 싫었던 그는 결국 영원히 그녀가 자신을 찾을 수 없도록 하고 싶었다. 그의 목숨은 이제 이틀 남짓한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에 와서 그녀가 자신을 찾아왔다는 사실이 너무 괴로워, 결국 당신에게 의뢰한다.]




[완료 조건: 야안이 죽을 때까지 슬래이야가 찾아오지 못 하게 저지한다.]




[실패 조건: 슬래이야와 야안의 조우.]






칼레디는 말없이 퀘스트 내용은 읽어 내려 갔다. 그러면서 뭔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잠시간 생각하던 그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질문을 했다.




“연인분 역시 귀족이 아닌가요? 그렇다면 호위병을 동행하거나, 또는 정보력을 가지고 있어서 저희의 힘보다는 직접 저지하는 게 빠르실 텐데요.”




“아니, 틀렸어. 그녀는 더 이상 귀족이 아니야······. 그저 자신의 의지대로 다른 유저의 도움을 받아 나를 찾아오고 있지. 그렇다는 것만 알아 두면 좋겠군.”




“그렇다면······ 원래는 귀족이었다는 말이군요?”




그러더니 칼레디는 슬래이야에 대해 이것저것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야안의 기분이 나쁘지 않도록, 절대로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그러자 야안은 막힘 없이 술술 대답해 줬고 칼레디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그녀는 아무런 힘도 없습니다. 유저라는 존재에게 의지해서 여기까지 왔을 테지요. 그렇다면 간단합니다. 슬래이야와 동행하고 있는 그 유저들을 ‘귀족 납치 및 협박’ 혐의로 체포해 버립시오. 그 연인분도 원래는 귀족이었을 테니 가능할 겁니다.”




“······그거 좋군.”




생각보다 퀘스트가 쉬운데? 칼레디는 그렇게 생각했다. NPC 경찰들의 힘이라면 그 어떤 유저라도 힘을 쓸 수가 없을 것이다.




그 뒤로 칼레디는 야안에게 몇 가지의 조언을 해 준 뒤 방 문을 나섰다. 그 유저들의 얼굴이라도 보려는 심정으로. 하지만 야안이 있던 방과 멀어지자 저 멀리서 검은색 일색의 복장을 한 사내 한 명이 칼레디에게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뭐죠?”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뭔지 예상이 가는 건 저뿐인가요.”




그러자 신아가 발끈하여 입을 열었다.




“저도 예상 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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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111화 - 약속은 깨야 제 맛 (2) 19.06.03 156 4 11쪽
110 110화 - 약속은 깨야 제 맛 (1) 19.06.02 152 3 12쪽
109 109화 - 그게 대수야? (2) 19.06.01 153 4 12쪽
» 108화 - 그게 대수야? (1) 19.05.31 167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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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105화 - 제작? (1) 19.05.28 175 5 12쪽
104 104화 - 그거 조금 미끄러워요 (8) 19.05.27 163 4 11쪽
103 103화 - 그거 조금 미끄러워요 (7) 19.05.26 184 4 11쪽
102 102화 - 그거 조금 미끄러워요 (6) 19.05.25 199 4 11쪽
101 101화 - 그거 조금 미끄러워요 (5) 19.05.24 165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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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99화 - 그거 조금 미끄러워요 (3) 19.05.22 189 3 12쪽
98 98화 - 그거 조금 미끄러워요 (2) 19.05.21 185 5 11쪽
97 97화 - 그거 조금 미끄러워요 (1) 19.05.20 185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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