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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가 지지 않는 곳.

스피드는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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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히
작품등록일 :
2019.02.15 17:03
최근연재일 :
2019.06.14 23:00
연재수 :
1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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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676
추천수 :
839
글자수 :
616,070

작성
19.05.3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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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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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107화 - 제작? (3)

DUMMY

‘그러고 보니 무슨 스킬을 사용하든 저 정령이 항상 같이 있네?’




혹시 저 정령은 펫같은 것이 아닌, 직업상으로 얻게 된 파트너 같은 종류인 걸까. 로우의 추측은 틀리지 않았는지 로우를 항상 품속에 넣고 다니는 그와는 달리 메리세는 한시도 실리를 떼어놓지 않았다. 상당히 체력이 약해 보이는 정령이었지만, 아무리 위험한 싸움일지라도 꺼내 놓고 주변에서 날아다니게 하는 것.




‘이유라도 있는 건가.’




궁금했지만 솔직히 직접 물어보기엔 조금 실례이지 않을까 싶어서 묻지 않았다. 타 게이머의 비밀을 물어보는 건 실례나 마찬가지였으니.




하지만 그 궁금증은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해결할 수 있었다. 속살흰곰을 사냥하던 도중, 메리세는 그것의 공격을 완벽하게 피해 냈지만 실수로 그녀의 정령 실리가 공격당하는 일이 발생한 것. 체력이 상당히 낮았던 그 정령은 순식간에 빈사 상태로 돌입했고 전투 불능 상태에 이르렀다. 거기까지라면 로우가 크게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그 직후 메리세가 갑자기 스킬을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 하며 곰에게서 도망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저거, 설마······.’




정령이 없으면 힘을 낼 수 없는 건가? 로우는 그 즉시 달려가 곰을 잽싸게 쓰러뜨리고 마리에게 정령의 치유를 부탁했다. 그러자 메리세가 울 것만 같은 표정으로 실리를 껴안았다.




“미안해 실리.”




―괘······ 괜찮아. 자주 있는 일이잖아.




“내가 좀 더 빨라져서 널 꼭 보호해 줄게.”




―응. 고마워.




그는 본의치 않게 그녀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었지만, 상당히 찜찜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 * *






“마리. 어떻게 생각해?”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을 시간. 여관으로 돌아오자마자 그는 슬래이야가 머물고 있는 방의 주변을 둘러보고선 질문했다. 좋지 않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




―찝찝한 기운이 이 주변을 감싸고 있어요.




“역시 그 이상한 놈들이 왔다 간 건가.”




슬래이야를 노리고 찾아온 정체불명의 사나이들. 비록 로우에게 큰 위협은 되지 못 했지만 슬래이야가 혼자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관은 절대불침의 공간이기 때문에 아무리 NPC대 NPC라도 슬래이야를 해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상관은 없어. 네가 언제든 위치를 추적할 수 있지?”




―네. 요정을 한 명 붙여 뒀어요.




“그럼 다행이네.”




그는 슬래이야가 침대에서 자고 있는 것을 확인한 뒤 다시금 여관을 나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을로 돌아오자마자 여관부터 들렀건만, 역시나라면 역시나였다.




‘퀘스트를 클리어해야 하는 건가.’




따라오지 말라고 해도 기어이 따라오겠다는 메리세를 뒷꽁무니에 매달고 다시금 꽃단비 수선점에 찾아가자 하늘색 앞머리로 눈을 가리고 있는 특이한 인상의 그녀가 반겨 줬다.




“금방 오셨네요.”




“상당히 강한 파트너가 있거든요.”




그러자 메리세가 움찔하며 뒤로 물러났다. 부끄럽다는 의미인 것 같아 보였다.




“흐음, 재료의 상태도 상당히 괜찮아요. 좋습니다. 간만에 실력 발휘 좀 해 봐야겠네요.”




“시간은 얼마나 걸리죠?”




“1시간이면 충분해요.”




“그것밖에 안 걸려요?”




“이 게임 현실성이 뛰어나다지만 어느 정도 시스템의 보정을 받거든요. 제작의 경우에도 그렇구요. 뭐, 현실에서 제가 가지고 있던 기술도 있으니 더 빠르긴 하지만요.”




그녀는 자신의 기술에 대해 상당히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물론, 그 자부심을 가질 정도의 실력을 실제로 가지고 있기에 이렇듯 가게까지 차린 것이겠지만. 이곳을 찾아오는 유저는 로우뿐만이 아니라 그가 제작을 부탁하는 사이에도 몇 명의 유저가 오고 갔는데 장사가 잘 되는 것을 보아하니 그녀의 가게는 더욱더 커질 것이 틀림 없었다.




“그나저나 아이디가 어떻게 되시죠?”




“제 아이디는 ‘천랑’이에요.”




상당히 안 어울리는 아이디다.




“저는 로우라고 해요. 앞으로 잘 부탁 드려요.”




“······로우요?”




어디서 들어 본 이름인데. 천랑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한 10초 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손바닥에 주먹을 탁 쳤다.




“아! 저 당신 알아요. 영상 게시판에서 자주 봤거든요.”




“그, 그래요? 영광이에요.”




“대단해! 설마 지금 저 유명인의 옷을 제작하고 있는 건가요? 맙소사. 현실에서 이 일을 할 때부터 유명인사의 옷을 디자인하는 게 내 꿈이었는데!”




“아뇨. 저 유명인사 아니에요.”




“맞거든요! 와, 대박. 어떡해. 동료들한테 자랑해야지!”




“그 전에 디자인 먼저······.”




“아, 맞네. 현대풍의 디자인을 원하신다고 하셨죠? 제가 금방 만들어 드릴게요!”




“자, 잘 부탁 드려요.”




뭘까 이 여자. 갑자기 말수가 늘어났다. 그녀는 서랍에서 도안지를 꺼내더니 펜으로 슥슥 줄을 그어 가며 디자인을 설명했다.




“요건 어때요? 어깨 위의 깃털이 포인트! 정열적인 70년대 양아치 스타일! 가죽 재킷에 찢어진 바지는 물론이요 머리엔 헬멧까지 있다구요!”




그는 메리세를 돌아보았다. 굉장히 끔찍한 무언가를 바라보는 듯한 표정으로 디자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흠, 그럼 이건 어떠신지요. 나는 자유분방한 현대의 도시 남자! 흰색 곰의 털이 달린 코트에 붉은색의 가죽 바지! 상의는 양복이라구요.”




뭐야 이 끔찍한 혼종은. 로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그녀는 또 다른 도안을 꺼내 들었다.




“자, 잠시만요. 저는 특이한 디자인 같은 거 필요 없으니까 최대한 평범하게요. 눈에 띄는 건 싫거든요.”




“네에? 로우 님처럼 특별하신 분은 특별한 옷을 입어야 한다구요.”




“아니요. 저는 별로 유명해질 생각도 없고 특별한 옷을 입을 생각도 없어요.”




“그래요? 손님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아쉽지만 제일 평범한 걸로 보여 드릴게요.”




그러면서 가져온 도안은 가죽 바지에 흰색의 와이셔츠, 거기에 넥타이가 달려 있는 디자인이었다. 무난하고 평범한 건 둘째 치고 로우의 마음에 쏙 들었다. 그는 그 디자인을 본 즉시 대답했다.




“이걸로 결정할게요!”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기다리자 천랑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옷이 완성되었다며 그에게 장비를 넘겼다. 신발은 워커 계열이었으며, 발목의 살짝 위까지 덮는 정도라서 걷는 데에 상당히 편해 보였다. 현실이라면 발목과 뒤꿈치가 상당히 아플 것 같은 모양새였지만 여긴 현실이 아니었으니.






[그림자 진혼곡 상의]




등급: 레어




내구도: 100/100




타입: 가죽옷




방어력: 301




레벨 제한: 70




MP 회복량 증가 21%




MP 총량 + 7%




지능 +2%






[그림자 진혼곡 하의]




등급: 레어




내구도: 100/100




타입: 가죽옷




방어력: 372




레벨 제한: 70




MP 회복량 증가 19%




MP 총량 + 5%




지능 +3%






[그림자 진혼곡 부츠]




등급: 레어




내구도: 100/100




타입: 가죽옷




방어력: 103




레벨 제한: 70




MP 회복량 증가 15%




MP 총량 +4%




지능 +1%




이동속도 +7%






2세트 효과: 이동 속도 15% 증가




3세트 효과: MP 회복량 35% 증가






“와, 이 장비들 방어력이 상당한데요?”




“물론이죠. 로우 님이 항상 몸을 사리면서 플레이하시는 것 같길래 제가 조금 신경 썼지요.”




“그, 그걸 어떻게······.”




여타의 다른 사람들은 로우가 공격을 피하는 이유를 그저 민첩 탱킹을 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했을 뿐 그의 방어력에 대해서는 아무도 의문을 품지 않았었다. 하지만 천랑은 그의 방어력이 약하다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던 것. 약점이라도 들킨 것처럼 로우는 순간 가슴이 움찔 했다. 아니, 약점을 들킨 게 맞았다. 그의 낮은 방어력은 언제나 페널티였으니.




“정말 감사합니다. 비용은 어떻게 되죠?”




“필요 없어요. 말했잖아요, 유명인사의 옷을 디자인하는 게 소원이라고. 굳이 대가를 지불하고 싶으시다면 그거 입고 언젠가 또 한 번 영상이라도 찍으세요. 제 옷을 입은 사람이 TV에 나오면 기분 좋을 듯? 후후.”




“와, 그래도 이렇게 좋은 장비를 주시는데······.”




“괜찮아요 괜찮아요. 대신 친구 추가 어떠세요?”






[‘천랑’님의 친구 추가!]






“좋아요.”






[천랑 님이 친구 목록에 추가되었습니다.]






“오예! 감사합니다. 그럼 나중에 또 수선이 필요하거나 제작이 필요할 때 찾아와 주세요!”




“물론이죠.”




로우는 메리세에게 슬쩍 눈짓을 했다.




“너는 장비 수선 같은 거 안 해?”




“으음. 저는 괜찮아요.”




그녀가 입고 있는 장비는 흰색의 민소매 티에 금빛의 짧은 핫팬츠. 자기주장이 강한 몸매와 어우러져 꽤나 자극적인 패션 센스였다. 소심한 성격의 그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 패션에는 데리고 다니는 실리라는 정령의 영향력이 굉장히 크게 작용했겠지. 안 봐도 비디오다. 현대풍의 그 장비는 척 봐도 상당한 고렙제의 아이템. 딱히 새로 갈아 치울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럼 다음이 봅시다.”




“안녕히 가세요!”




인사를 한 뒤 수선점 밖으로 나오자 벌써 해가 전부 지고 어두컴컴한 밤공기가 공간을 차갑게 덮고 있었다. 이 분위기, 뭔가 익숙했다. 그는 여관으로 돌아가던 도중에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몇 초나 기다렸을까, 어둠 속에서 검은색 일색의 복장을 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안녕 빡빡이 아저씨.”




“······슬슬 그녀를 내놓아라. 우린 그녀를 꼭 데려가야만 한다.”




“오오! 저번보다 대사가 훨씬 늘어났잖아.”




그녀를 내놓으라는 대사밖에 하지 않던 예전보다는 훨씬 말수가 늘어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줄 수는 없지. 이유라도 좀 말해 보실까?”




“이유를 말하려고 왔으면 복면은 쓰지도 않았다.”




“그럼 내가 어이쿠 복면가왕님 어서 데려가십쇼 하고 줄 것 같았어?”




“······.”




왜인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저 복면의 누군가도 상당히 절박해 보였다. 한 번 싸워 봤기에 그는 로우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여관의 슬래이야를 훔쳐서 달아날 수도 없었을 테고. 그렇기 때문에 습격을 하지 않고 이렇게 평범하게 찾아왔겠지. 분위기가 스산한 것은 여전했지만.




“우리는 그녀를 위해 찾아온 것이다. 다시 한 번 생각해 줬으면 좋겠군.”




그런 말과 함께 복면의 누군가는 또다시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로우는 착잡한 기분을 느끼며 여관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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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113화 - 약속은 깨야 제 맛 (4) +2 19.06.05 150 4 12쪽
112 112화 - 약속은 깨야 제 맛 (3) 19.06.04 154 3 11쪽
111 111화 - 약속은 깨야 제 맛 (2) 19.06.03 156 4 11쪽
110 110화 - 약속은 깨야 제 맛 (1) 19.06.02 15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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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108화 - 그게 대수야? (1) 19.05.31 167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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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105화 - 제작? (1) 19.05.28 175 5 12쪽
104 104화 - 그거 조금 미끄러워요 (8) 19.05.27 163 4 11쪽
103 103화 - 그거 조금 미끄러워요 (7) 19.05.26 184 4 11쪽
102 102화 - 그거 조금 미끄러워요 (6) 19.05.25 199 4 11쪽
101 101화 - 그거 조금 미끄러워요 (5) 19.05.24 165 5 12쪽
100 100화 - 그거 조금 미끄러워요 (4) 19.05.23 171 4 12쪽
99 99화 - 그거 조금 미끄러워요 (3) 19.05.22 189 3 12쪽
98 98화 - 그거 조금 미끄러워요 (2) 19.05.21 185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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