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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 님의 서재입니다.

독행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류청
작품등록일 :
2018.04.06 14:07
최근연재일 :
2020.10.22 06:34
연재수 :
1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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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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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글자수 :
999,310

작성
20.09.3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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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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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17쪽

세개의 검

DUMMY

“ 내가 오리라 충분히 예상하면서 그의 칼을 받았다는 말이지! 쓸데없는 동정심이 너를 죽일 수도 있는데?”


동방삭은 손뼉을 치면서 웃었다.


“ 나의 반야가 자네의 혼원을 쓰러뜨리는 데에는 작은 허점 하나만 있으면 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 더구나 류사! 그 아이에게 혼원을 전수한 내 뜻이 어디에 있는지 짐작하면서까지! 하하하! 천하독패 조화종! 아니 목생아야! 정말 대단하다!


나는 이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자네가 약점을 가지고도 나를 이길 수 있다는 교만함으로 보아야 하나? 아니면 나의 우정이 자네를 살려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인가? ”


조화종은 동방삭의 장광설을 듣고도 덤덤한 낯빛을 바꾸지 않았다.


“ 그 아이가 나의 경문혈을 점하였다는 것을 미리 알려주지! 오래전부터 나는 너의 반야미륵공이 요란스런 사술에 불과할 뿐, 혼원의 도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하였다. 그것을 확인하려고 하였는데 너무 오랜 세월이 걸렸다.”


“ 목생아야! 너에게 반치의 약점이 있으면 내가 이길 확률은 한자가 늘어난다! 나도 너의 혼원을 견식할 기쁨에 가슴이 벅차구나! ”


“ 너의 기고만장함을 보니, 오늘 석장평의 싸움에도 술수를 부렸겠구나! 손요삼을 습격하였느냐?”


“ 솔직히 그러하다! 어차피 혈수궁의 손요삼이야 배신하려고 호시탐탐하던 자가 아니냐? 아까울 것이 무엇이랴? 오히려 후환을 제거하여준다면 고마워해야 할 일이지!”


동방삭이 어깨로 조화종을 ‘툭’ 밀었다.


“ 아프네! 이 사람아! ”


조화종이 눈살을 찌푸리며 어깨를 주물렀다.


“ 아프다니 미안하군! 그만하겠네! 여기까지 왔으니 자미궁을 구경하고 싶은데, 보여줄 수 있겠는가?”


“ 보여주지! 낯익은 풍경을 보게 될걸세!”


“ 그러니 더 궁금하군! 어서가세!”


조화종이 일어나면서 자신에게로 쏘아오는 쇠공을 왼손으로 쳐서, 물속으로 쳐박았다.


” 이놈의 공은 방향을 제대로 못 찾아! 제멋대로 튄단 말이야!“


” 에구구! 그러지 말게나! 이만큼 말 잘 듣는 공도 드물다네!“


동방삭이 손을 내밀자 쇠공이 말 잘 듣는 강아지처럼 솟아올라 손바닥에 얹혔다. 조화종은 본체만체하고 앞서서 계곡을 따라 걸어 올라갔다. 반 마장쯤 올라가자 작은 폭포가 보였다. 조화종은 거리낌없이 폭포 안으로 들어갔다.


허리를 굽혀야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작은 동굴이 나타나고 다시 반마장을 기다시피 들어가니 갑자기 앞이 환해졌다. 희미한 빛이 들어오고 곧 눈앞에 기와집이 가득한 마을 풍경이 펼쳐졌다. 사방에는 험준한 봉우리가 두르고 벌판 가운데로 강이 흐르며 곡식이 그득히 자라고 있었다. 기후는 온화하고 복숭아나무들이 향기를 풍겼다.


여기저기서 물이 용솟음치고 더운 김을 뿜어내었다. 하늘의 별은 초롱초롱 빛나며 훈훈한 바람이 뺨을 간질였다. 삼경이 지나가고 깊은 밤이 오고 있었다. 어두웠지만 보라색의 고귀한 기운이 감돌았다. 신선이 산다는 선계가 이곳 인가 싶었다. 동방삭은 어느새 눈썹을 길게 드리운 위충현의 본모습으로 돌아왔다.


” 아! 자네가 원하던 선계가 이런 곳이었던가? 온천이 솟아나 지열이 뜨거운 땅이로군! 그래서 사철 따뜻한 게야!“


위충현이 감탄했다.


” 이런 마을을 지으려니 돈이 많이 들었겠구만!“


조화종은 미소만 지었다. 위충현이 다소 들뜬 음성으로 회상했다.


”물소가 밭을 갈던 북월의 마을 같기도 하네! 아! 그렇지! 그곳에 대나무 밭이 있었는데! “


조화종이 왼손을 뻗어 산기슭의 숲을 가리켰다.


” 저곳이 대숲이라네! 상비죽을 심었지!“


” 오호! 자네는 아직 그 당시를 기억하고 있군! 루채완이 살던 마을 풍경 같기도 하고!“


” 사람들 마음속에 있는 고향의 모습이 아닐까?“


조화종이 쓸쓸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몇 발자국 걸어가 동편으로 난 가지 하나를 꺽었다. 위충현의 쇠공은 끝없이 오르내리며 주위를 돌았다. 침착하게 말했다.



” 새벽이 오기 전에 번뇌를 끝내세!“


” 잠깐 기다리게! 우리 서로의 극락을 위해 염불을 올리겠네!“


위충현이 중얼중얼 극락왕생을 읊었다. 이윽고 그가 눈을 떴다.


” 부디 성불하시게!“


” 속진을 터니 남천문이 저 앞이라네!“


조화종이 복숭아 가지를 가볍게 흔들었다. 위충현이 합장했다.


” 자! 그럼 한수 받아주시게나!“


쇠공이 무겁게 구르며 조화종을 정면에서 쳤다.


‘투툭!’


나뭇가지로 슬쩍 때렸다. 쇠공에 역회전이 걸리며 이번에는 위충현에게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위충현은 받아서 가볍게 밀었다. 몇 번 공이 오고 갔다. 그러다 위충현이 굴러오는 공을 뛰어서 올려찼다.


” 피이잉!“


쇠공이 맹렬히 돌면서 하얀 경기가 뿜어나왔다. 조화종은 나뭇가지로 원을 그리며 공의 속도를 줄였다. 그리고는 발등으로 앞면을 찍었다. 이번에는 공이 흔들거렸다. 좌우로 비틀거리더니 갑자기 위충현의 옆으로 휙 돌아서 등을 들이받았다. 위충현은 돌아서서 쇠공을 안았다.


”공을 주고받는 것은 시시하군! 내가 공을 안고 복숭아나무로 돌격할 테니 막아보게!“


그러더니 쇠공을 옆구리에 끼고 복숭아나무 방향으로 돌격하기 시작했다. 조화종이 뛰어가는 그의 등을 잡아채어 아래로 눌렀다. 위충현은 공을 낀 채 팔굽으로 복부를 가격했다. 경문혈이었다. 조화종은 상관하지 않고 위충현의 목을 잡아 겨드랑이에 끼었다.


” 크아! “


위충현이 고통에 찬 신음을 지르며 두 발을 치켜들어 가위 형태로 조화종의 몸을 감았다. 둘은 감고 조으며 땅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어느 순간 위충현이 조화종을 들어서 메다꽂았다.


” 동영의 유술이라네!“


위충현이 득의한 소리를 질렀다. 그 때 조화종의 몸이 반쯤 누운 자세로 날아올라, 두 발로 가슴을 연타했다.


” 대단하군!“


위충현이 감탄하자, 조화종이 빙긋 웃으며 두 주먹을 내뻗었다. 다시 주먹이 연사되기 시작했다. 위충현 역시 주먹을 쥐고 마주 두들겼다. 위충현이 먼저 나가떨어졌다.


” 조금 쉬다 다시 하세! 확실히 젊을 때와는 달라! 자네도 그렇고! 그 때는 밤새 놀아도 괜찮았는데! 그런데 자네 경문혈은 아프지 않은가?“


위충현은 걱정하는 척했다.


‘이런 못된 놈!’


조화종은 속으로 욕을 하며 겉으로는 웃어보였다.

둘은 숨을 고르며 자리에 앉아 멀거니 마을을 바라보았다. 위충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 저런 선계에서도 질투와 모략이 있다네!“


” 알고 있네! 먹고 자고 입는 것에 부족함이 없어도 모략하는 게 인간이지! 하지만 이곳에서는 아니되네! “


” 왜 그런가?“


” 먹고 자고 입는 것을 내가 다 결정해서 주거든! 더 가질 수도 없고 적게 갖지도 않아! 일하는 양도 정해서 준다네! 그러니 다른 욕심을 부릴 여유가 없지! “


” 그것참! 좋은 방법이군! 내 참고하도록 하지!“


‘ 능력에 따라서 일하고 필요에 따라서 나누어 준다! 그게 선계의 규칙임을 잊지 말게!”


“ 잘 알았네! 자 해가 뜨기 전에 갈 사람은 가야 하지 않겠나? 이번에는 자네가 무얼로 싸울지 정해보게!”


“ 아이들처럼 주먹다짐은 그만하고 나는 달리 겨루고 싶네!”


“ 말해보게나!”


“ 부끄럽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내가 칼질을 좀 할 줄 알지 않는가? 그래서 말인데!”


조화종이 미안한 듯 머리를 긁었다. 칼과 검의 싸움은 자신이 위충현보다 우위라고 그는 자신했다. 위충현은 묘한 미소를 지었다. 조화종이 변명하듯 말했다.


“ 자네도 알다시피 류사를 놓아주다 보니 내가 좀 다쳤지 않는가? 내력으로는 아무래도 내가 손해이니 자네가 좀 양보하게! 다른 무기는 쓰지말고 칼과 검일세!”


“ 여기 칼과 검이 어디 있는가?”


조화종이 소리쳤다.


“ 여동빈!”


허공에서 소리가 났다.


“ 주공! 복숭아나무 아래 준비를 해 두었습니다!”


“ 나무 아래 있다고 하니 자네가 가서 쓸만한 걸로 구해오게!”


위충현이 고개를 저었다.


“ 나는 괜찮으니 자네나 가져오게!”


조화종이 의혹이 가득하여 위충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위충현은 얼굴 가득히 넉넉한 미소를 지으며 사양했다. 조화종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 나는 가지고 다니니 필요없네!”


하고는 품을 뒤적여 단검 한 자루를 꺼냈다. 조화종이 미소를 거두지 않고 물었다.


“ 그게 무엇인가?”


조화종이 엉거주춤 대답했다.


“ 좋은 물건은 아니네만 정혼검일세!”


“ 이런!”


이번에는 위충현이 속으로 욕했다. (이 늙은 놈이 잔꾀를 부려 정혼검을 다시 제련하여 단검으로 만들었구나! )


정혼검은 비록 조화종에 의해 부러졌지만, 당대 명검중의 하나였다. 예리하기가 하늘거리며 떨어지는 비단을 베었다. 조화종은 자신의 장기인 검으로 위충현을 처단하려고 작정하였다. 그러자 위충현은 잠시 난처한 기색을 짓더니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조화종은 그 것을 보고 경악했다.


“ 벽옥최명도?”


조화종이 감회에 젖어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스승인 법해선사로부터 받은 사문의 귀물 벽옥최명도를 이곳에서 다시 보게 되다니! 루채완에게 정표로 주었던 검이 돌고 돌아 위충현의 손에 떨어지다니!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 그 물건을 어떻게 자네가?”


의혹 가득한 심정으로 피를 토했다. 강한 정신적 충격으로 목에서 검붉은 피가 새어나왔다.


“ 어떻게 자네가?”


조화종이 절규하며 다시 물었다. 위충현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 동림의 추원표가 가지고 있더군! 그를 붙잡을 때 압수하였네!”


조화종은 흔들렸다. 사문의 유품을 연인에게 배신당하여 빼앗기고, 다시 배신한 동지의 손에 들려져 있다니 그의 기가 역류하기 시작했다. 위험한 행동이었다. 벽옥최명도는 상대방의 기를 흡수하는 특수한 기능을 가진 보물이었다.


조화종은 흥분된 마음에 기가 역류되었으나, 미처 되돌리지 못하였다. 그 기의 폭주를 벽옥최명도가 포착하였다. 푸르스름한 기운이 벽옥도의 도신에서 구름처럼 일어났다. 조화종은 태허혼원의 기운을 역류하여 폭풍을 일으켰다.


“ 오너라! 벽옥도야! ”


조화종이 일으킨 태허가 공간을 수축시키기 시작했다.


“ 파파파파파!”


경기가 물결치듯하며 솟구치기 시작했다. 위충현은 그 가운데를 거대한 바위처럼 꿈적하지 않고 서 있었다.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 가운데를 흰빛이 지나갔다. 벽옥최명도가 흰빛을 끌어당겼다. 검과 도가 맞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위충현이 큰 북을 두드리듯 소리를 질렀다.


“ 벽옥여의(碧玉如意)”


자색의 벽옥도가 투명해지며 흰빛을 흡수해 나갔다. 조화종은 급속히 빠져나가는 경기에 놀라, 역류된 진기를 제자리로 돌리려고 하였다. 벽옥도가 정혼검의 움직임을 저지했다. 움직이는 순간 벽옥도는 조화종의 목을 칠 것이었다.


류사와의 결투에서 다친 경문혈이 기의 운행을 더디게 했다. 위충현은 그것을 노렸다. 그 짧은 순간의 느림을 벽옥도가 잡아채어 조화종의 기를 약화시켜 나갔다. 마침내 조화종이 뒤로 물러났다. 벽옥도가 직진하여 날아왔다.


’카 카캉!‘


정혼검이 연속하여 벽옥도를 좌우로 두들겼다. 그리고 검과 도는 폭풍을 일으키며 마주치고 스쳐갔다. 조화종은 태허에서 무위로 들어가려고 하였다. 무위는 정순한 기의 흐름을 가져야했다. 그러나 벽옥도는 태허를 그냥 두지 않고 괴롭히며, 부상당한 경문혈은 기의 자연스런 순환을 방해했다. 위충현은 조화종이 지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이 싸움에서 두 가지 계략을 사용하였으며, 둘 다 성공했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 조화종을 잡을 기회는 없었다. 그가 완전히 무위로 들어가 버린다면, 위충현의 반야로는 이길 수 없었다.


(침착해라! 위충현!) 위충현은 스스로를 타이르며, 승부를 서두르지 않았다. 오히려 조급한 승부는 조화종이 걸어 올 것이었다. 그는 무형의 검으로 변하려 할 것이고 그 때가 정순한 기로 변할 시기였다. 그러나 과연 변할 수 있을까?


그 순간 벽옥도는 조화종의 경문혈을 칠 것이었다. 조화종은 검의 변화로 벽옥도의 기를 저지하려고 하였다. 무명검이 펼쳐졌다. 검은 움직이지 않고 사방의 공간에 나타났다. 벽옥도가 찌르고 정혼검은 막았다. 정혼검이 가득 펼쳐지며 육박하자, 벽옥도는 푸른 광망으로 흡수했다. 지루한 공방이 펼쳐졌다.


무명과 반야가 끝없는 소모전을 되풀이하였다. 그리고 새벽의 빛이 다가왔다. 조화종은 조금씩 지쳐갔다. 천지지간의 기와 조화종 사이에 그만큼의 틈이 벌어졌다. 반야가 태허의 빈 공간으로 들어왔다. 새벽 장닭이 울고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 스승이시여! ”


오랜만에 조화종은 스승이 생각났다. 법해선사! 나무하는 어린아이에게 무를 가르친 분 ! (스승이시여! 제가 택한 이 길이 옳으오니까?“) 조화종은 미소지었다! 스승이 말하였다.(너의 하는 일은 언제나 옳다!. 너 자신을 의심하지 말아라! )


위충현은 미소짓는 조화종을 바라보며 놀랐다. (이 자는 정말 강하다! 누군가 무의 극의를 본 자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말하리라! 천하독패 조화종 그만이 무가 무엇인지 아는 자라고!)

이번에는 위충현이 변화했다. 그의 반야 미륵공은 거대한 바위처럼 굴러갔다. 그러다 쪼개져서 수많은 파편으로 변해 천지를 가득채우며 조화종을 덮었다.


( 친구여! 이제 두 가지 칼로 자네를 사지로 몰았고, 마지막 검이 남았다. 그 검이 너를 편안하게 만들 것이다. 무위로 들어가라! 어서!)


위충현의 몸이 반공에 떠오르며 금빛 광망을 뿜어내었다, 벽옥도가 온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조화종은 벽옥도의 빛들을 흰 빛 하나로 막았다. 긴 용틀임 하듯 빛이 치솟았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진기가 경문혈을 툭 쳤다.


아릿한 통증이 무위로 들어가는 길을 주춤거리게 하였다. 벽옥도가 경문혈을 노리고 들어왔다. 정혼검은 예상한 듯 옆으로 흘렀다. 그 순간 벼락치듯 하는 소리가 천지를 울리며 긴 검 한 자루가 조화종의 등을 푹 찔렀다.


’푸욱‘


검이 살과 뼈를 헤집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렸다. 목숨의 급소를 찾아 날카로운 쇠붙이는 반듯하게 갈라 들어갔다. 붉은 피를 머금은 검 끝이 폐부를 뚫고 가슴 밖으로 비죽이 나타났다.

” 흑! 너는?“


조화종은 자신이 본 것을 의심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또다시 나타났다. 여동빈의 천둔검이 그의 몸을 헤집었다.


” 어떻게 ! 네가?“


의혹이 가득찬 음성으로 조화종은 겨우 물었다.


’ 주공! 은퇴하심은 아니 되는 것입니다. 주공이 믿는 선계란 저 아래에 있습니다. 혼자서만 청복을 누리신다는 것은 아니되는 일이지요!”


“ 여동빈! ”


조화종은 핏덩이를 쏟으며 겨우 입을 열었다.


“ 너마저 어떻게? 이런 일을?”


“ 주공! 선계란 산 속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창칼이 선계를 만든다는 것을 주공은 잊으셨습니다! ”


위충현이 걸어왔다.


“ 친구여! 믿음과 배신은 다르다는 것을 북월에서 이미 말하지 않았던가? 천하쟁패의 큰 뜻을 자네는 이미 저버렸고, 사소한 인정으로 몸을 상하였으니 죽음이 어찌 멀리 있으리?


자네가 경문혈만 상하지 않았어도 무위로 들어갔을 것이고, 그리하였다면 벽옥도가 어찌 자네의 기를 흔들어 천둔검의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였으리! 이 세 가지 검 모두 자네의 인정이 자초한 것이니 무슨 원망을 하리오! ”


조화종이 쿨럭거리며 말하였다.


“ 자네 말이 옳다! 나는 사람을 믿고 배신당하였다. 그것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그리고 지금 깨달았다만 선계란 사람 속에서는 없는 것이다. 신선이란 여동빈의 말이 옳다. 창칼속에 있는 것이다. 아! 눈이 어두워지는구나! 친구여! 내 손을 잡아주게! 마지막 가는 나를 축원해주게! 여동빈! 자네도 나의 한 손을 잡아주게나!”


“ 주공! ”


여동빈이 조화종의 손을 잡아 뺨에 비볐다. 따뜻한 온기가 여동빈을 흐느끼게 했다. 위충현이 크게 팔을 벌려 조화종을 안았다. 피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두 사람의 옷을 흠뻑 적셨다.


해가 떠올랐다. 빛살이 환하게 천지를 비추고, 사람들이 들로 나왔다. 조화종은 고개를 깊숙이 떨구었다. 마른 기침을 하며 위충현이 입을 열었다.


“ 염라 왕!”


여동빈이 무릎을 끓고 땅바닥에 양손을 짚었다.


“ 구천세! 명을 내리십시오!”


“ 거역하는 자들을 소탕하고 이 곳을 다른 명이 있을 때까지 폐쇄하라! ”


“ 명을 받들겠습니다.”


천둔검 여동빈이 염라 왕으로 나타나는 순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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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24 마혜객
    작성일
    20.09.30 17:11
    No. 1

    조화종이 마침내 등선했네요. 끝내 배신의 검을 벗어나지 못한 채 자신의 이상향을 지상에서 구현하지 못하고 아쉽게 생을 마쳤습니다. 유토피아, 이데아, 도솔천, 샹그릴라, 무릉도원, 자미선궁, 율도국 ...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 세상이 힘들수록 더욱 찾으려 하는 이상향, 그걸 자신의 방식으로 이루려는 욕망 또한 자신을 포함하여 모두를 불태우는 검이 되겠지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세 개의 검'이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5 류청
    작성일
    20.09.30 19:10
    No. 2

    마혜객님과 세개의 검 뜻을 주고 받으니 즐겁습니다. 종전에 보지 못한 표현틀 하려고 애를 좀 썼습니다. 한가위 즐거운 날이 되시길 바랍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다오랑
    작성일
    20.09.30 19:47
    No. 3

    ^^추천! 잼나게 잘 읽었어요. 즐거운 추석보내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류청
    작성일
    20.09.30 20:50
    No. 4

    감사합니다! 즐거운 추석 되십시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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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황성으로가는 길 2 +6 20.10.14 276 10 16쪽
144 황성으로 가는 길 1 +4 20.10.13 300 9 17쪽
143 천둔검 여동빈 +4 20.10.11 313 11 16쪽
142 구출 2 +4 20.10.10 279 9 15쪽
141 구출 1 +4 20.10.08 276 11 14쪽
140 수색 +4 20.10.07 305 10 15쪽
139 침투 +4 20.10.06 305 10 14쪽
138 은광을 찾아서 +4 20.10.05 306 9 16쪽
137 동호제 +4 20.10.04 396 10 16쪽
136 파혼장 +6 20.10.03 355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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