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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 님의 서재입니다.

독행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류청
작품등록일 :
2018.04.0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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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2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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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5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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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황성으로 가는길 3

DUMMY

갑자기 바람의 방향이 바뀌며 진눈깨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싸늘한 공기가 숲에서 내려와 스산한 소리를 내었다. 죽음의 냄새를 맡은 군병들의 말이 투레질을 치며 앞발을 들어올렸다. 그와 동시 운성현 지현 석상철이 패검을 위로 치켜들었다. 빛이 사각으로 들어가서 그의 턱과 입술의 굴곡을 선명히 드러내었다.


“ 가서 죽여라!”


그의 음성이 공허하게 울렸지만 말들은 서서히 앞을 다가왔다. 그 뒤를 창과 도끼 병들이 오와 열을 맞춰 저벅저벅 땅을 울렸다. 군대의 무서움은 집단의 일사불란함에 있었다. 개개인의 화려한 움직임이나, 수 갑자의 내공은 수십 수백 군사들의 단순한 집중과 속도에는 허약했다.


군사들의 명령체계는 감정이 배제되고 공포는 무시되었다. 그들은 해일이었고, 산사태였다. 무장한 사람의 물결이 쏟아져왔다. 신왕의 가병들은 북방병으로서 전투 경험이 있었으나, 공포에 질려 한 곳으로 몰려들었다. 방패로 둘러싸긴 했으나 내민 창끝이 떨렸다.


사공문덕이 독전했지만 그들은 주춤거리고 있었다. 신왕 역시 하얗게 질렸다. 좀 전까지 보여주었던 패기와 왕족으로서의 위엄은 죽음의 창칼 앞에서 무너지고 있었다. 운성현 지현 석상철은 그 변화를 눈치채고 삼십 보 앞에서 진군을 멈췄다.


“ 왕야! 지금이라도 투항한다면 옥체를 안전히 모시리다! ”


목소리에 인정을 싣지 않았다.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타협의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이다. 다만 항복만 있을 뿐이다. 그의 음성은 그러한 뜻만 전했다. 사공문덕이 가늘게 몸을 떠는 신왕의 앞을 가리며 석상철의 제안을 거절했다.


“ 석 지현! 위 충현의 개 노릇을 그만두고, 대명의 신하가 되라! 네가 진정 역적이 되려느냐?”


석상철은 대답하지 않았다. 손을 들어 앞을 가리켰다.


“ 쳐라! 사정을 두지 마라!”


류사는 그들이 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말을 앞으로 몰았다. 군병과의 접전은 그들의 대오를 무너뜨려 집단의 명령체계를 무너뜨리는데 있었다. 열을 흩트리고, 지휘관을 제거하면 그들은 오합지졸이 되게 마련이었다.


앞장선 두 필의 말이 류사의 양 측면으로 긴 창대를 들이밀었다. 하나는 몸을 틀어 피하고 다른 하나는 맞받았다. 적의 창을 허공으로 날리며 목을 찔렀다. 투구가 떨어지고 말이 달려나갔다. ‘투둑’ 기수는 허수아비처럼 땅에 떨어졌다.


‘이놈!’


뒤 따라 오던 말에서 육중한 화극이 떨어졌다. 류사의 창은 화극을 비스듬히 밀어내며 회전했다. 무서운 힘이었다. 육십 여섯 근의 쇠뭉치가 류사의 힘 앞에서는 젓가락처럼 가볍게 날렸다. 다시 창이 그의 목을 찔렀다.


갑옷을 피해 가장 약한 곳을 노리고 창 끝이 파고들었다. 순식간에 기병 둘의 목숨이 날아갔다. 그러나 나머지 기병과 보병들은 신왕을 노리고 몰려들었다. 방패 진 밖으로 뻗친 창들이 기병의 말들을 노려 사선으로 치올랐다. 창날이 눈을 노리자 말이 놀라 뒤로 주춤거렸다.


류사가 물러서는 그들을 덮쳤다. 이번에는 보병의 철퇴를 뺏아들고 마구잡이로 두들겼다. 말의 면상을 치고 기병의 몸통을 두들겼다.


‘뭐! 이런 괴물이’


군병들을 이끌고 온 백호장은 기가 막혔다. 좌우를 둘러보고 총기 한 사람을 불렀다. 그는 쌍도끼를 든 거한이었다.


“ 장 총기! 저 자를 해치우게!”


총기 한 사람이 자원했다. 날렵하게 생긴 자였다.


“ 제가 장 총기를 돕겠습니다.”


백호장이 허락했다. 그러자 총기 두 사람은 류사의 양 옆으로 말을 몰아 협격했다. 창은 직선으로 찔렀다. 군병들의 무기술은 간명했다. 방어를 생각하지 않고 찌르는 동작에만 전념했다. 무림인들처럼 변화를 추구하지 않았다. 직선적이고 전신의 힘을 실었다.


다음 동작은 필요치 않았다. 그 이후는 다른 군병이 맡아서 할 일이었다. 이런 점이 무림인과 군대의 차이였다. 집단이 한 덩어리가 되어 적의 목숨을 노렸다.


‘씌악!’


창대가 화살처럼 번득였다. 그와 동시에 쌍도끼가 가까이 들이쳤다. 장 총기의 허연 입김이 새어나왔다. 류사의 오른 손에 든 철퇴가 도끼를 두들겼다. 창날은 왼손으로 당겼다. 왈칵 날렵한 몸매의 총기가 끌려오며 말잔등에서 버티려고 하였다.


소용없었다. 흑암의 기운이 그를 어둠 속으로 끌어들이며 뺏긴 창대가 그의 얼굴을 부수었다. 저항이 되지 않았다. 마치 바윗돌 같았다. 주인을 잃은 말이 다른 곳으로 달아났다. 장 총기의 신세 역시 마찬가지였다. 철퇴가 도끼를 때려 손에서 놓치게 했다. 무거운 쇳덩어리가 복부를 두들겨 피를 토하게 만들었다. 류사는 계속 말을 달렸다.


그가 가는 곳에서는 기병이고 보병이고 소용이 없었다. 철퇴로 내리치고, 말굽으로 차고 창을 뺏아서 찌르는 무자비한 학살이 벌어졌다. 그러나 백부장의 지휘 아래 원형진이 무너졌다. 보병들이 기병들의 사이로 들어가 방패를 무너뜨렸다. 칼과 창이 난무하는 혼전이 전개되었다.


보병들은 신왕의 가병들을 둘러싸며 밀고 들어왔다. 사공문덕이 저항했으나 가병들은 하나씩 둘씩 쓰러져갔다. 그 사이로 류사가 말을 몰아 들어왔다. 이번에는 경기로 휩쓸었다. 검은 기운이 일렁거리며 전장을 휩쓸었다. 병사들이 피를 토하며 쓰러져갔다. 마침내 백호장이 나섰다.


그는 전장에서 단련된 용사였다. 사장 팔척의 긴 사모를 휘두르며 말을 급하게 몰았다. 류사는 마주 달려나가며 말 잔등에 몸을 붙였다. 사모가 류사의 잔등을 스치고 창날이 백부장의 옆구리를 쑤시고 들어갔다. ‘허억’ 백부장의 입에서 헛바람이 새어나오며 피분수가 쏟아졌다. 그가 쓰러지자 군병들의 동요가 일어났다.


“ 백호장이 죽었다! ”


공포심이 그들을 물러서게 했다. 그 사이 가병들도 쓰러져 대 여섯명 정도 남아 있었다. 죽어나갔다. 군병들도 절반 정도 죽거나 부상을 입어 남은 인원이 서른 명 정도였다. 부장이 병사들을 불러들였다. 석 지현이 달려 나오며 패검으로 달아나는 병사들을 베었다.


“ 물러서는 놈은 죽는다!”


독려하며 말을 몰아 나왔다. 안색이 창백해지며 안개 같은 기운이 그의 주변에 서렸다. 흑암의 기운 앞에서 그가 갑자기 사라졌다. 비명소리가 들렸다. 신왕을 호위하던 낭인무사 하나가 두 쪽으로 갈라지며 피가 쏟아졌다. 그가 노린 것은 류사가 아니라 신왕이었다.


“ 씌아악!”


그가 요악스럽게 입술을 씨익 올렸다. 류사는 그 모습이 낯이 익었다.


“ 네놈은? ”


류사는 말을 박차고 허공을 날았다. 사공 문덕의 검이 손에서 떨어지고 흰 빛이 그어지는 순간, 수월도가 패검을 막았다.


“ 전륜왕!”


류사가 소리쳤다. 석 지현이 싸늘한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다시 흰 빛이 그어졌다. 검이 보이지 않고 한기가 뿌려졌다. 수월도가 마주쳤으나 흰 빛은 류사의 어깨를 스쳤다. 예리한 검날이었다. 마치 살얼음이 지나가는 듯했다. 엷은 피가 류사의 어깨에서 배어나왔다. 수월도가 흰빛을 저격했다.


‘싀이이...’


흰빛이 스르르 사라졌다. 잠형술이었다. 은신술 중에서도 상승신법이었다. 공간을 뛰어넘듯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석지현의 검이 흰빛을 그으며 가병을 베고 신왕에게 다가갔다. 사공문덕의 검이 흰빛을 저격했지만, 소용없었다.


사공문덕의 옆구리에서 피가 흘렀다. 흰빛은 다시 사선으로 그어졌다.


‘철그렁’


수월도가 막으며 앞으로 밀고 들어갔다. 흰빛이 일렁이며 사라졌다. 류사의 기가 흐름을 붙잡았다. 주왕의 묘에서 훈련된 오감이 흰빛의 움직임을 따라갔다. 수월도가 유성처럼 날았다. 먹구름이 흰빛을 덮쳤다.


‘키이이!“


흰빛이 요동치더니 허공으로 솟았다. 수월도가 그 뒤를 쫓았다.


‘사악’


흰빛이 반원형으로 허공을 그었다. ‘차차창’ 쇠날 부딪치는 소리가 맑게 울렸다. 그러더니 흰빛은 사라지고 검은 기운이 사방에 퍼졌다. 달려들던 군사들이 여기저기 쓰러져갔다.


” 저게 무어냐?“


군사들이 칼질을 멈추고 허공을 바라보았다. 흑암의 기운 속에 시뻘건 눈이 번쩍였다. 수월도가 붉게 번쩍였다.


” 저자는 마왕이다!“


병사들이 수군거리며 공포가 그들을 덮었다. 석 지현이 그들의 뒤에서 나타났다.


” 두려워하지 마라! 사술일 뿐이다!“


류사가 허공에서 내려와 군사들에게 다가왔다. 공포에 사로잡힌 군사들은 오합지졸일 뿐이었다.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 도망가지 마라!“


석 지현이 독려했지만 그들은 말을 듣지 않았다. 석 지현의 패검이 달아나는 자들을 베었지만 공포에 질린 군중은 멈추지 않았다. 부장조차 달아나자 석 지현은 손을 뻗어 진눈깨비를 받아 손을 비볐다. 그의 얼굴빛이 더욱 창백해졌다.


류사에게서 마기가 느껴진다면 그의 기운은 사이했다. 관복을 벗어던지자 새하얀 장포가 나타났다. 엷게 웃음을 지었다.


” 들은대로 마기가 성하구나! 겨뤄 볼만 하다!“


” 전륜왕! 너를 만나기를 기다렸다!“


류사가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수월도가 아래로 향했다. 기의 흐름이 수축되었다. 발도의 자세였다. 전륜왕은 패검을 옆구리에 올렸다. 그 역시 발도의 품세였다. 발도와 발도가 맞붙었다. 팽팽한 기의 소용돌이가 진눈깨비의 흩날림을 사방으로 뿌렸다. 그러다 번쩍 흰빛이 움직이는데 화살이 날아왔다.


” 그만 싸움을 멈추라! 산서성 안찰사의 명이다!“


일단의 군사들이 모습을 보였다. 수월도와 패검이 부딪쳤다가 떨어졌다. 전륜왕이 진눈깨비의 흩날림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 다시 보자! 류사!“


류사는 그를 쫒지 않았다. 신왕이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 이만하기 다행이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가병이 열명 이상 죽어 나갔는데 부하를 돌보지 않는, 신왕 역시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소인배에 불과했다. 류사는 씁슬한 기분을 억누르고 대답했다.


” 아직 경계해야 합니다.“


벌판 저편에서 일단의 군사들이 모습을 보였다. 푸른 관복을 입은 관헌이 마상에서 내려 신왕에게 절했다.


” 임분현 지현 송 헌입니다. 왕야께 인사드립니다.“


신왕이 이제 살았다 싶었는지 환한 기색을 보였다.


” 송 대인이구려! 고대감으로부터 말씀은 많이 들었소! 반적들이 설쳐대니 참으로 분하오! 대인이 오지 않았더라면 큰일 날 뻔하였소!“


은근히 신세 질 뜻을 비치는데, 송헌이 고개를 저었다.


” 하북군을 만나기 전에는 안심하기 이릅니다. 산서 도 지휘사가 반역하여 왕야를 억류하려하니 극히 조심하셔야 합니다. 지금부터는 안찰사가 내어준 군사들로 호위하겠습니다.“


송헌이 데려 온 군사들은 백호대였다. 대장은 유 충흔이라는 사람이었는데 사천 사람이었다. 토번과의 전투에서 공을 세워 병사에서 백호장으로 승진한 경력이 있었다. 이들은 안찰사 임표의 직할 부대였다.


” 안찰사는 오지 않았소?“


신왕의 물음에 송헌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 그 분은 도지휘사의 군막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소신은 그 분에게서 왕야를 호위하라는 명을 받고 군사를 이끌고 온 것입니다!“


” 그렇다면 가는 길이 순탄하지 않겠구려!“


신왕이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송헌이 군사를 지휘하여 신왕을 마차에 태우고 임분현으로 넘어갔다. 그 곳에서 하북으로 가려면 하남으로 남하하여 다시 북상하든지. 아니면 태원에서 북행하는 경로가 있었다.


북로를 잡으면 도 지휘사의 군대와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있고 평원전이 벌어 질 수 있었다. 남로는 태항산맥을 따라서 은폐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신왕은 고심하다가 남로를 잡았다.


” 아무래도 적의 주력을 만나면 평원에서는 어려우니 남로를 택합시다. 천계산을 지나갑시다.“


송헌과 류사가 동의했다. 그들은 직진하여 태원으로 향했다. 태원은 산서성의 수도여서 충돌할 여지가 적었다. 여기에서 물자를 보충하고 흔주를 통과했다. 그때까지 도지휘사의 군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태항 남로를 접어드는데 앞 길에서 먼지가 자욱하게 일며 산서성 도지휘사의 깃발이 나타났다. 전령이 누런 용이 꿈틀대는 깃발을 들고 소리질렀다.


” 반도들은 길을 멈추고 하마하라!“


송헌이 대거리 했다.


” 광록위 신왕이 급한 전갈을 받고 황성으로 향하는 길이니 물러서라!“


전령은 그 말을 무시하고 다시 호통쳤다.


” 조정의 명령이니 무기를 버리고 지시를 받으라!“


그리고는 말을 돌려 자신의 진중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비대한 몸집의 산서성 도지휘사 동몽룡이 모습을 보였다.


” 왕야는 모습을 보이고 조정의 명령에 따르시오.“


신왕이 말을 갈아타고 나타났다.


” 동 장군! 위 태감이야 말로 반적인데 그의 명을 따른다면 역도의 오명을 면치 못하오! 길을 내어주시오.“


동몽룡이 분개했다.


” 나는 조정의 명을 받아 영을 집행하려는 것인데 역도로 몰다니, 왕야야 말로 반심을 가진 것이오! 항복하지 않는다면 즉시 처결하여도 좋다는 명을 받았소! 수하들로 하여금 무기를 버리도록 명하시오!“


신왕은 도 지휘사의 병력 수가 많자 겁에 질렸다. 우물쭈물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류사가 신왕의 뒤에 바짝 붙어섰다.


” 떨지 마시고 위엄을 보이시오! 수하들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러자 신왕이 힘을 내어 꾸짖었다.


“ 홍무제 이후 황족은 그 신변을 황상이 아니면 처결하지 못하였다. 일개 변방의 장수가 겁박하니 네놈이야 말로 죽어 마땅하다!”


도지휘사 동몽룡이 대답하지 않고 군중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궁수들이 앞으로 나섰다. 신왕의 방패수들이 앞을 가렸다. 궁수들이 나섰다. 송헌이 칼을 들고 독전했다.


“ 쏴라!”


산서군의 장수 명령에 따라 화살이 쏟아졌다. 여기저기 활에 맞아 뒹구는 병사들이 나타났다. 송헌도 응사했으나 병력 수에 밀렸다. 지휘사의 군은 송헌 군의 세배가 넘었다.


“ 이러다 다 죽겠습니다! 돌격합시다!”


사공문덕이 류사에게 동의를 구했다. 송헌이 그 말을 들었는지 화살을 쳐내며 가까이 왔다.


“ 류 대협! 아무래도 저들을 당해내기 어려우니 적당한 시기에 왕야를 모시고 달아나시오! 내가 엄호하겠소!”


그는 진지하게 말하였다. 죽음을 각오한 듯 했다.


“ 나는 무관 출신이오! 만주군과도 싸워 본 적이 있소! 쉽게 무너지지 않을테니 왕야를 모시고 천계산으로 잠입하시오!”


천계산을 타고 왕망령을 넘어서면 하북이 멀지 않았다. 류사는 망서렸다. 그 때 도지휘사의 창기병들이 모습을 보였다.


“ 부월은 앞으로!”


오구창과 부월을 든 병사들이 앞으로 나섰다. 송헌의 군은 기마병이 적어서 창과 부월로 말의 다리를 쳐서 자빠뜨리려는 전술이었다. 사공문덕을 불렀다.


“ 사공형! 내가 길을 열테니 왕야를 호위하여 바짝 뒤에 붙으시오!”


도지휘사의 군은 삼백이 넘고 이쪽은 백명에 못미쳤다. 어차피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다. 혼전중에 달아나는게 최선이었다. 송헌은 덤덤히 그들을 바라보더니 장도를 들고 앞으로 나섰다. 적의 수십기가 땅을 울리며 쏟아지기 시작했다. 송헌은 기병 십여기와 같이 마주쳐갔다.


말 울음소리와 고함소리가 뒤섞여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류사는 기병들의 무리에 돌입하는 척 하다가 좌측 평원으로 내달렸다. 좌우로 신왕과 사공문덕이 바짝 붙었다. 그들이 전장을 이탈하여 달아나는 것을 본 적의 기병 십 여기가 추적해 오기 시작했다. 류사가 말 등에 거꾸로 앉아 활을 매겼다.


거리가 오십보를 기다려 화살을 날리자 맨 앞을 달리던 기사 하나가 말에서 고꾸라졌다. 그래도 적은 추적을 단념하지 않고 따라붙었다. 화살이 날아왔다. 수월도가 화살을 쳐서 부러뜨렸다. 계속 날아왔다. 칼 그물을 쳤다. 비사문이 열리며 화살은 튕겨져 나갔다.


적은 이십보 앞으로 까지 바짝 붙었다. 유성표가 날아갔다. ’쐐앵‘하는 공기 가르는 소리를 내며 삐죽삐죽한 철편들이 달려오던 기수들의 얼굴을 가격했다. 다시 둘이 마상에서 떨어졌다.


이번에는 류사가 돌격했다. 말 잔등에 매달아놓은 장창을 휘둘러 다시 추적자들의 가슴과 배를 찔렀다. 기사들이 둘러싸며 그 중 하나의 창이 류사가 탄 말을 찔렀다. 말이 무릎을 끓고 쓰러지는 순간 일제히 창날이 날아왔다.


그때 류사의 몸이 떠 오르며 마상 기사 하나의 목을 발로 찼다. 휘청하는 자의 몸을 무릎으로 다시 차서 늑골을 부러뜨리고, 그 기세대로 다른 말의 기사를 덮쳤다, 어어! 할 사이도 없이 창날이 그의 목숨을 뺏았다. 마기가 뻗쳐 나왔다.


호통 소리와 함게 일진 광풍이 불었다. 흑암의 경기가 회오리처럼 일며 기사들을 마른 잎사귀 처럼 날려 보냈다. 마상 위의 기사들은 모두 사라졌다. 류사는 남은 말 두 필의 고삐를 잡아 채고 멀리 달려가고 있는 신왕을 쫓아갔다. 기마병들이 뒤를 추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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