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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의 소설숲

나 혼자만 마나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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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림™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8
최근연재일 :
2023.05.18 10: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623
추천수 :
30
글자수 :
52,173

작성
23.05.17 11:50
조회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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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9화

DUMMY

9화 – 당신, 마법사잖아요?



#1


그것은 작은 저택이었다.

블루 존에 있나? 아니면 옐로우 존?

저택이 아니라 흉가나 폐가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흉흉한 곳이었다.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그런 저택.


“이곳을 조사해주시면, 1천만 크레딧을 드리죠. 그리고······‘도움’이 될 만한 물건을 입수하시면, 5천만 크레딧을 얹어 드리겠습니다.”

“어려운 임무가 되겠군요.”

“그래요. 솔직히 말하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인재를 찾아야하는 입장이거든요.”


인재라.

솔직히 말해, 자신 말고도 있지 않을까?

원작의 주인공이라든지, 아니면 그의 동료라든지.

무려 5천만 크레딧이라는 숫자가 혹하긴 했지만, 유성은 알고 있었다.


이 세계에서 보수란, 커지는 만큼 위험한 임무라는 걸.

어떤 세계를 막론하고 대가가 큰 것은, 그만큼 값어치를 하기 마련이니.

여태 자기 목숨을 소중히 여겼던 유성은 큰 고민이 들었다.


‘강해지는 건 좋은데···너무 한 번에 뛰는 거 아니야?’


게임으로 치자면 보통 난이도에서 갑자기 불지옥 난이도로 올라가는 것 같단 말이지.

이 세계에 발을 들이냐 마느냐는 온전히 자신의 선택이겠지.

유성은 조용히 거절하려고 했다.

갑자기 뜬 메시지만 아니었다면.


[해당 임무를 수락하면, ‘게임’이 시작됩니다.]

[게임에서 승리할 시, 본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획득한 능력들은 모두 유지됩니다.]


‘이런 미친.’


멸망을 향해 나아가는 세상이 아닌, 비교적 평화로운 지구로 돌아갈 수 있다고?

유성은 사진과 헬렌을 번갈아 가며 바라봤다.

그 시선이 매우 불온해 보였는지, 뒤에 있던 거인이 입을 열었다.


“심부름꾼. 이사님은 시간이 귀하신 분이다.”


유성은 그 소리에 잠시 뒤를 돌아봤다.

시간이라···.

그래, 귀하신 분이겠지.

안 그래도 승낙할 생각이었다.


심부름꾼의 감이 말해주고 있거든.

아직도 품속에 있는 주사기와 비슷한 물건, 어쩌면 이곳에서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그 전에, 유성은 확답을 받아놓을 필요가 있었다.

세상사 아무리 더러운 인간 천지라지만, 그렇기에 계약서가 존재하는 것 아니겠는가.


“알렉스. 지금 당신이 껴들 자리가 아닐 텐데요.”

“···죄송합니다. 이사님.”

“이건 긴중한 문제입니다. 제 말,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예. 알겠습니다.”


유성은 그저 두 사람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 구태여 입을 열진 않았다.

이런 자리에서 침묵은 금이요, 가만히만 있어도 반 이상은 확실히 갈 테니까.

거인, 알렉스는 그런 유성을 보고 눈썹을 꿈틀거렸다.


‘진중하고 무겁다. 어지간한 도발에도 넘어가지 않는군. 상황 파악을 귀신같이 잘하는 자다. 하긴, 그러니 여기까지 왔겠지만.’


무섭도록 자신의 위치를 잘 이용하는 자.

알렉스의 판단은 그랬다.

거기다 일신의 무력도 강하다.

그러니, 아군이 된다면 더없이 든든한 존재가 되었겠지.


‘그런 의미에서, 꼭 이사님 곁에 머물게 만들어야겠군.’


비밀리에 활동하는 심부름꾼.

그것은 많은 문제를 처리해 줄 것이며, 만약 잘못되더라도 버리기 쉬운 폐기물이 되겠지.

헬렌 역시 비슷한 생각일 터다.

알렉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일단 제의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확답을 안 주시는군요. 이유를 여쭤도 될까요?”


유성은 잠깐 고민했다.

일단 승낙은 100%인데, 조건을 더 내걸고 싶은 느낌?

그래서 그냥 던지고 봤다.

상대방은 대기업 이사.

아무렇게나 던지면, 알아서 받아주리라 생각했다.


“이사님이 저의 편이 되어주시겠다는 확답이 없기 때문입니다.”

“······.”


헬렌은 작게 입을 벌렸다.

유성의 날카로운 눈매가 자신의 속내를 꿰뚫어보는 느낌이 들었다.

서늘하고 날카롭다.

동시에, 빈틈을 찾는 맹수의 눈빛과도 같았다.


이런 사람이 고작 심부름꾼이라고?말도 안 되는 소리.

헬렌은 확신했다.

이 사람이야말로, 다가올 재앙에, 자신들이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꼭 필요한 인재라고.


“좋아요. 그럼, 제가 어떤 걸 해드려야 유성씨의 전폭적인 지지자가 될 수 있죠?”


유성은 각오를 다진 헬렌의 눈빛을 보았다.

어······이게 진짜 된다고?

솔직히, 건방지다고 한 소리 들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나오다니, 어쩌면···?


‘근데 여기서 뭘 던져야 하나.’


단어를 잘 선택해야 할 때가 왔다.

간단하고 범용성 있는 단어들의 조합.

그런 것들이 필요한 때였다.


잠시 뜸을 들인 유성.

그가 간결하게 입을 열었다.


“절 지켜 주십쇼.”

“지켜달라?”“예.”


헬렌의 고운 아미가 살짝 찌푸려졌다.

그가 말하는 ‘지켜달라’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겠지.

그녀의 생각이 깊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일단, 걱정하시는 게 무엇인지는 알 것 같군요.”


헬렌의 결론은 그것이었다.

본래 심부름꾼은 가장 먼저 버려지는 패.

정치적인 이용 속에 이리저리 굴려지다, 버려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런 걸 걱정하는 걸테지.


“귀여운 구석이 있네요. 본인의 실력이라면, 충분한 부와 명예를 가질 수 있음에도 그런 모습이라니.”

“······.”


무슨 실력?

무슨 부와 명예?

유성은 되묻고 싶었지만, 그냥 입을 다물기로 했다.

되묻기에는 혼자 납득하고 넘어가는 분위기였으니, 이대로도 좋겠다 싶었으니까.


“걱정하시는 부분은 제가 신경 써 드리죠. 그러면, 승낙하시는 걸로 알고 있겠습니다.”

“예.”

“아, 그리고 혼자 이동하는 것이 아니니, 너무 부담가지지 마세요. 그럼······내일 뵙겠습니다.”

“몇시까지 오면 됩니까?”


약속 시각은 알려주고 내쫓아야지.

유성은 짤막하게 물었고, 헬렌은 시계를 보며 답했다.


“오전 11시에 회사 로비로 오세요. 안내하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제 연락처를 드리죠.”

“이사님.”


알렉스가 무어라 말하려 했지만, 이미 헬렌의 손이 제지하는 상태였다.

그녀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괜찮아. 우릴 죽이려면 이미 죽였겠지. 그렇죠?”

“······.”


뭔 소리야 대체.

유성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침묵이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졌는지는, 그들의 판단에 맡길 생각이었다.

뒤돌아나가는 그의 뒤로, 헬렌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 마법사잖아요. 그쵸?”


유성은 답하지 않고 문을 열고 사라졌다.


#2


“후우······.”


유성은 한숨과 함께 엔데믹 코퍼레이션의 본사를 나왔다.

솔직히, 살 떨려 죽을 뻔했다.

알렉스라고 했던가.

그 강철 거인이 언제 자신을 죽이려고 할지 몰랐으니까.


지금 싸우면 이길 수 있을까?

아마 안 되겠지.

고도로 발달된 과학은 마법과 다를 바 없다던가.


‘맞는 말이야. 오러를 발산하는 검이나, 플라즈마 소드나 거기서 거기지 뭐.’


그러니까 더욱 강해져야겠다.

일단 나름대로 후견인도 얻었다.

게다가, ‘게임’이라는 건 뭘까.

이 디스토피아적 세계에서 평화로운 지구로 돌아갈 수 있다니.


‘하긴 해야겠지.’


적어도 거긴 멸망을 향해 가진 않았으니까.

유성은 본사를 한번 올려다본 뒤,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때, 반가운 알람이 울렸으니.


[사진 : 고층에서 찍은 야경에 좋아요가 달렸습니다.]

[레인저 – 아마리스의 ‘통찰안’을 계승합니다.]

[통찰안 : 그 어떤 방해 속에서도 사물을 꿰뚫어 볼 수 있습니다.]


“오.”


레인저 아마리스.

전쟁이라는 곳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레인저이자 저격수.

그의 활 솜씨는 수 킬로미터 밖에 있는 표적을 맞힐 정도였다.

지식이 몰려들었다.


새롭게 바뀐 눈.

신의 축복이라고 칭송받았던 눈동자는 일발필중의 솜씨를 만들어 주었다.

눈의 사용법은 간단했다.

기본적으로 어둠 속을 꿰뚫어 볼 수 있었고, 망원렌즈처럼 확대, 축소도 가능했다.


‘마나를 주입하면 성능이 늘어나는군.’


지잉-.

시험 삼아 엔데믹 코퍼레이션 건물을 확대해 보았다.

건물을 어떻게 지었는지, 어디에 실금이 가 있는지 똑똑히 보였다.

성능이 제법인데?

익숙해지면 마법을 이용한 저격도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라이트도 필요 없으니, 기습도 용이할 테고.’


유성은 집으로 돌아가며 전략을 고민해 보았다.

사진에 찍힌 저택도 조사해봐야겠지.

딜러에게 의뢰라도 해 볼까?


‘이 근처에 아는 딜러가······.’


네키론엔 아는 딜러가 없네.

소개라도 받아야겠다며, 터덜터덜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런 유성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이들이 있었으니.


“정말, 저자를 믿으시는 겁니까?”

“아니? 시험이지.”

“실력도 출중하고 눈치도 제법 있어 보입니다. 신뢰에는 신뢰로 보답하기만 한다면, 중히 써도 될 것 같습니다.”

“어머, 그래서 그렇게 견제한 건가?”


두 사람은 헬렌과 알렉스였다.

으르렁거렸던 알렉스는 의외로 후한 평가를 내렸다.

그 눈빛, 그 분위기.

헬렌 곁에 있으면 확실히 명예를 드높일 수 있는 자라고 생각했으니.


“그런 건 아닙니다. 분야가 다르지 않습니까.”

“후후, 그래. 하지만······뭔가 좀 불안하달까?”

“그렇습니까.”


헬렌은 가벼운 한숨과 함께 말을 이었다.


“후! 지켜보면 알겠지. 알드리미는 어때?”

“열심히 다른 이들에게 구슬려지고 있겠죠. 멍청하니, 여기저기 정보를 가져다 바칠 겁니다.”

“흠······그래. 그것도 생각해보자.”


헬렌은 사라진 유성의 뒷모습을 쫓다, 고개를 돌렸다.

엔데믹 코퍼레이션은 다가올 위협에 대비해야 했다.

다른 기업들, 다른 갱단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머리 아프네.’


일단 유성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기용 가치가 있을지부터 판단하는 걸로 하자.

그녀는 자리에 앉아 서류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를 후원하는 처지에 선 이상, 지원할 수 있는 건 해줄 생각이었으니.


#3


다음날.

유성은 엔데믹 코퍼레이션 본사로 출근했다.

본래 거주했던 쉘터에서 딜러 하나를 소개받았지만, 딱히 소득은 없었다.

저택의 사진을 보내줘도 관할 구역이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소득 없이 끝난 딜러와의 접촉은 훗날, 의뢰 하나를 맡기는 것으로 끝났다.

결국, 직접 부딪쳐서 알아봐야 한다는 건데···.

그래도 새로운 능력으로 무장했으니, 살아 돌아올 순 있겠지.


‘상식적으로 초반 지역에 말도 안 되는 보스를 갖다 두진 않겠지.’


Ar랜드는 기본적으로 게임이었다.

튜토리얼을 제외하면, 고난도 보스나 던전을 배치하진 않았을 거란 추측.

그 추측이 적중하길 기원하며, 안내받은 대기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미리 도착해 있는 여인이 있었으니.


“왔군.”

“알드미리.”

“같이 작전에 투입하게 됐다. 잘 부탁하지.”


그녀가 척척 걸어와 손을 내밀었다.

유성은 단단한 손을 맞잡고 흔들었다.

가여운 악수였지만, 그녀가 가진 기본적인 악력이 얼마나 강한지 느낄 수 있었다.

이러니 본편에서 조연 자리를 꿰찼겠지.


“설마 유능한 해결사가 너일 줄은 몰랐다. 하긴······그정도 실력이면 충분하지.”

“내용은 전달 받았나?”


유성은 짧게 물었고, 알드미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헬렌에게 사주받았나?

아니면 다른 이들과 엮여 있을까?

궁금증이 생겨 입을 열려는 찰나, 대기실의 문이 열리고 낯선 이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반갑군. 제군. 이번 임무의 브리핑을 맡은 [호너]라고 한다.”


새로운 인물의 등장.

유성은 그의 얼굴을 보고, 기시감이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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