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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의 소설숲

나 혼자만 마나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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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림™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8
최근연재일 :
2023.05.18 10: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627
추천수 :
30
글자수 :
52,173

작성
23.05.11 12:00
조회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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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3화

DUMMY

3화 – 기계의 세상에서 마나를 다루다



#1


에카론도 마나 연공법.

익히기 어렵지만, 효율은 말도 못하는 마나 연공법이지.

유성은 자꾸 움찔거리는 입꼬리를 관리하느라 애써야 했다.

움찔움찔, 떨리는 입꼬리와 이따금 부르르 떠는 모습.


옆에 있던 개조인간, 그레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거이거, 심부름꾼이라고 하더니 살육에 미쳐 날뛰고 싶은 거 아니야!?

당장 날뛰고 싶어서 몸을 부르르 떠는 거 봐라.


‘얘 옆에 있으면 실적 좀 올리겠는데.’


개뿔, 아무 능력도 없는 유성이었지만 착각과 오해는 쌓여만 갔다.

그의 험악한 인상은 이곳, 정없는 Ar랜드에서도 여실히 힘을 발휘하는 중이었다.

한편 유성은 눈을 감은 채 새로 얻은 능력을 연구하는 중이었다.


‘변이, 진화, 돌연변이, 그리고 마나를 가진 사람이나 생물 전반···.’


그 모든 것들의 힘을 흡수할 수 있다는 거잖아.

그렇다면······언더 시티에 있는 이들, 블루 존 너머에 있는 좀비나 구울, 돌연변이들도 해당되는 거 아닐까?

실험해 보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 거렸다.


이제 곧 도착할테니, 바로 실험해 볼 수 있겠지.

이럴 때를 대비해서 무기도 챙겨뒀다.

자, 그럼 마나를 모아 볼까?


‘오 모인다.’


각인된 지식을 따라 천천히 호흡하니 심장에 이질적인 기운이 모이기 시작했다.

염동력으로 보이지 않는 모래 알갱이들을 조종하는 느낌?

그걸 단단하게 뭉치니 절로 회전하는 구체가 생성되었다.


구체는 느리지만 조금씩 마나를 빨아들였다.

모두가 안전벨트를 매고 있는 지금, 적어도 지금만큼은 아무도 자신을 건드릴 수 없을 테니, 열심히 모아 둬야지.

후우우우-.

천천히 호흡할 때마다 피부로, 코로 마나가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역시 흔한 클리셰만큼 편안한 것이 없는 법.

유성은 웅웅거리며 날아가는 비공정 안쪽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중이었다.,


#2


“일어나라! 쓰레기 청소 시간이다!”

“······벌써 다 왔네.”


고함 소리에, 유성은 슬며시 눈을 뜨며 입맛을 다셨다.

비행 시간은 약 5시간.

그동안 열심히 연공법을 돌리며 쥐똥만 한 마나를 모아 두었다.

테니스공 수준의 크기를 지닌 마나 덩어리.


천천히 회전하고 있는 걸 확인한 뒤,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그레이를 툭 쳤다.

화들짝 놀라며 일어나는 그레이를 바라본 유성이 짧게 입을 열었다.


“가자.”

“어? 어어 그래. 벌써 도착했군.”


그레이는 시술도 많이 받았고, 특히 오른팔은 괴력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옆에 붙어있으면 목숨은 부지할 수 있겠지.

유성은 빌붙을 상대로 그레이를 택했다.


비공정에서 내리니, 새로운 도시의 정경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이 바로 네오 쉘터 네키론.

현재 가장 번성한 네오 쉘터이며, 인류의 중심지라고 불리는 곳이기도 했다.


[찰칵!]


이런 곳에서 기념샷이 빠질 수 없지.

유성은 주변을 바라보며 감탄을 흘렸다.

우뚝 솟은 첩탑, 그 밑으로 깔린 도시, 이따금 보이는 차량과 불이 꺼진 간판···.

쭉쭉 뻗은 거리에 우글거리는 사람은, 문득 멸망을 향해 간다는 걸 잊게 만들 정도였다.


“지금부터 언더시티로 출발한다. 브리핑은 기어보이를 통해 전달하겠다.”


해결사들은 감독관의 말을 잘 따르는 편이었다.

유성 역시 그레이와 나란히 걸음을 옮기며, 기어보이를 확인했다.


[언더독 소탕]

[제한 시간 : 3시간]

[보수 : 3천 크레딧 +a]

[현상범 사냥시, 추가 보수 있음]


“흠-.”

“왜, 현상범 잡으려고? 너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는데.”


옆에서 그레이가 무어라 말했다.

현상범같은 소리 하네.

그들은 끔찍한 범죄자들이었다.

사형을 피해 달아난 녀석들이니, 당연히 그 힘도 굉장하겠지.


절대! 절대 그들과 만날 생각이 없었다.

혹시 모르지, 절대 고수가 좋아요를 눌러주면 가능할지도.

유성은 굳이 답하지 않고 낡고 넓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아래로 내려가면 3시간 후에 다시 데리러 올 거다. 그때까지 자유롭게 사냥하면 된다. 녀석들이 가진 [칩]은 꼭 가지고 오도록.”

“예이~.”

“드디어 사냥 시작이구만.”


[칩]은 신분증과 지갑 역할을 동시에 하는 것.

언더독들은 칩을 해킹해 정보를 말소시킨 상태로 다닌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제아무리 아무런 시술을 받지 않은 [내추럴]이라고 해도, 칩은 목 뒤에 장착해야 했다.


태어날 때부터 시술하니, 불가항력이라고나 할까.

유성은 뒷목에 있는 칩을 만지작거렸다.


‘칩이라···.’


일단 해봐야지.

덜컹-!

생각하는 사이, 드디어 언더 시티에 도착했다.

기어보이에서 라이트가 켜지며, 사냥이 시작되었다.


모두가 내렸고, 유성 역시 언더시티에 발을 들였다.

3시간 뒤에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긴 뒤, 엘리베이터는 다시 올라가버렸다.


“먼저 간다! 칩은 다 내꺼야!”

“얏호-! 가자아아아아-!”


감독관이 없어지자마자 날뛰는 사냥꾼들.

저렇게 뛰어다니면 위치가 모두 발각될텐데···.

아주 대놓고 광고를 하고 다니는 통에, 유성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옆에서 그레이가 입을 열었다.

그 역시 몸이 달아오르는 모양.


“우리도 가자. 질 순 없지.”

“그러지.”


유성 역시 호신용으로 챙겨온 검을 뽑아들고 사냥터로 향했다.

어떠한 법칙으로 인해 [냉병기]와 [마법]만 사용 가능한 세계.

그 역시 검을 들고 싸울 수밖에 없는 형국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총을 쏘고 싶은데, 그게 안 되더라.


‘게임에서도 제일 처음 만나는 적이 언더독이었지. 그러니까 별 거 아닐 거야.’


실제로 언더독은 초반 튜토리얼용 몬스터가 많았으니, 침착하기만 하면 충분히 상대 가능할 거다.

곧이어 전투가 벌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유성과 그레이는 반사적으로 뛰었다.


“으아아아-!”

“죽어!”

“지원 요청 해! 이 새끼들 갑자기 왜 지랄이야!?”

“다 죽여! 칩은 내 거다!”

“이 개같은 사냥꾼 새끼들!”


그야말로 아비규환.

어둠 속을 난무하는 라이트.

서로가 서로를 확인하지도 못할 환경이었지만, 유성은 누가 누군지 똑똑히 구분되었다.

이것이 바로 제인 밀러의 힘.


‘막타만 노리자.’


지금 그에게 절실한 건 보수가 아닌 에카론도 연공법의 실험이었으니.

무수히 많은 훈련을 거친 제인 밀러의 육체가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유성이 벼락처럼 움직여, 검을 휘둘렀다.


서걱-!

대상은 반쯤 좀비처럼 변해버린 감염자.

피인지 기름인지 모를 검은색 액체가 뿜어지며 절명한 대상.

그 순간, 유성의 몸으로 아주 조금의 기운이 들어왔다.


[변이의 힘을 흡수합니다.]


‘이거지!’


적을 죽이면 일정량의 힘을 흡수하는 능력!

이거야말로 에카론도 연공법의 진수라고 할 수 있었다.

유성은 미소를 숨기지 않았다.

체력이 빠져야 할 텐데, 오히려 힘이 넘쳐났다.


그래서 더욱 힘차게 검을 휘둘렀다.

전투 자체는 대한민국에서도, 이곳 세상에서도 익숙해져 있기에 거부감이 없었다.

게임 속 몬스터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편하기도 했고.


[변이의 힘을 흡수합니다.]

[변이의 힘을 흡수합니다.]

[변이의 힘을······.]


적들의 목이 떨어질 때마다 차곡차곡 쌓이는 마나.

마나는 복리이자처럼 조금씩 불어나, 힘을 키워나갔다.

제인 밀러의 육체는 검을 휘두를 때 최적화된 힘을 사용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무력.


“후우-.”

“이야······.”

“뭐야, 저 괴물은?”


검 끝에서 뚝뚝 떨어지는 피.

싸늘한 표정과 압도적으로 뿜어지는 기백.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듯, 이죽이는 입가.

그건 언더독뿐만 아니라 사냥꾼들도 겁에 질리게 하는 효과를 발휘했다.


“치, 칩은 두고 가야겠군!”“빨리 다른 사냥감 찾자고. 가자 가자.”

“어이, 도와줘서 고맙다. 우린 간다!”


유성은 벅차오르는 감정을 숨기느라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마나를 갈무리하고 주변을 둘러봤을 때, 옆에는 그레이밖에 없었다.


“다들 부지런하군.”

“부지런하긴 인마, 다 쫄아서 칩도 두고 튀었구만.”


다들 시체가 무서웠나?

유성은 별다른 생각 없이 칩을 챙기기로 했다.

이게 다 돈인데, 안 챙기면 손해 아니냐.


“잘 됐네.”

“그래, 잘 됐지. 얼른 챙기자고. 이제 뭐 할 거냐? 더 뛸 거야?”

“그래.”


당연한 일을.

유성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레이는 그런 유성을 무슨 괴물 보듯 하는 중이었다.

미친 듯이 날뛰었음에도 숨 하나 차지 않는 저 모습.

역시, 유성은 힘을 숨긴채 살아가는 심부름꾼이었을 터다.


착각은 확신으로 변했고, 확신은 존경과 두려움으로 변했다.

옆에 착 붙어 있는다면 어느 정도 보수도 챙길 수 있겠지.

속물적인 생각을 꽁꽁 숨긴 그레이.


‘들키면 이 무서운 새끼가 내 목부터 치겠지.’


그러니까 최대한 동등한 입장에서 사냥하는 것처럼 보여야 했다.

검도 휘두르지 못하고 버스 탈 순 없잖은가.

그러면 이 녀석도 바로 손절할 터다.


“가자! 내가 안내할게! 몇 번 와 봤거든!”

“그래라.”


살아 있는 내비게이션이라니, 좋다.

유성은 시체들 사이를 거니는 그레이의 모습을 한 컷 찍었다.

짜식, 제법 그림 나오잖아?


‘이것도 올려야지.’


이번 피드의 콘셉트는 도시 속 상반된 모습이었다.

화려함이 깃든 지상과 음침함과 기괴함이 깃든 지하.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가는 일반인들 밑에는, 이렇게 추하고 더러운 현실이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SNS에 올린 후, 그레이를 바라봤다.

그는 유성과 눈을 마주하자마자 어깨를 으쓱이며 앞장섰다.


“가자. 다른 애들한테 뺏기면 안 되잖아?”

“그래.”


사냥은 계속되었다.

그레이는 유성의 몸을 잠시 살펴보다 한 마디를 건넸다.


“혹시 너 시술 받았냐?”

“아니.”


시술은 무서워서 못 받겠더라고.

유성은 뒷말은 삼키고 아니라는 것만 얘기했다.

그레이는 믿기지 않았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유성의 몸에는 아무런 시술의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으니까.


두 사람은 시체 더미를 넘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피를 밟으며 시시덕거리는 농담을 건넬 수 있는 것.

멸망을 향해가는 세상에 완벽히 적응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그 두 사람을 지켜보는 눈동자가 있었으니······.


[제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에도 그렇습니다. 조금 더 지켜봐 주세요.]

[알겠습니다.]


스르륵, 어둠 속에서 잠시 모습을 드러냈던 이가 다시 사라졌다.

언더독이지만, 갱단의 무리를 단둘이서 해치웠다.

잡다한 녀석들이 껴있었다곤 하나, 방해가 되었으면 되었지 도움이 되어 보이진 않았으니까.


지치지 않는 체력, 망설임 없이 휘두르는 검, 내추럴인 것 같은 몸뚱이까지.

순수한 단련만으로 저 정도 위력이라······.

아마 육체의 한계까지 단련했겠지.

데이터베이스에 의하면 지금껏 잡다한 일을 처리하는 심부름꾼이었는데, 뭔가 있는 모양.


‘재미있겠군.’


자신들이 준비하는 프로젝트엔 수많은 인재가 필요했다.

언더독을 잡아내는 건, 생각보다 많은 재능이 있어야 하는 일이거든.

어둠 속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담력, 떼로 몰려오는 이들을 상대하는 과감함과 실력, 지치지 않는 체력에 완급조절까지.


지켜볼 가치는 충분했다.


“끄아아아아악-!”


도시 깊은 곳에서 비명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이름 모를 관전자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비명을 쫓았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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