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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의 소설숲

나 혼자만 마나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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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림™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8
최근연재일 :
2023.05.18 10: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626
추천수 :
30
글자수 :
52,173

작성
23.05.12 12:00
조회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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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4화

DUMMY

4화 – 기업에서 일해볼 생각 없나?


#1


인간의 성취감이란, 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게 만든다.

육체적인 피로감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마치 마약을 들이마시는 것처럼 그것만 생각날 정도라고 한다.

지금 유성의 상태가 딱 그랬다.


적을 베어내고 힘을 흡수하는 행위.

지친 몸을 회복시켜주는 신비함.

마약처럼 퍼지는 힘의 증가는 중독된 것처럼 움직이게 만들었다.


“살아 있나.”

“씨-바 안 뒈졌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아오 진짜 더럽게 빠르네. 마지막 한 놈은.”

“너무 깊숙이 들어왔군.”


언더독 사냥에서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 몇 개 있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너무 깊이 들어가지 말 것.’

언더 시티는 짙은 어둠과 예상치 못한 적을 만날 수 있는 곳이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자, 유성은 빨리 나가야겠다는 생각만 가득차게 되었다.


그레이 역시 주변을 둘러보더니 쯧, 하고 혀를 찼다.

너무 깊게 들어온 것을 인지한 모양.


‘너무 정신없이 왔잖아. 지치진 않았는데, 현상범이라도 만날까봐 걱정이네.’


“야, 돌아가자. 칩도 이만하면 됐고, 보수는 더 챙겨 주겠지.”

“조심해라.”


언제 어디서 적이 튀어나올지 몰랐으니까.

뿔뿔이 흩어진 지원자들은 어디서 무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언제부턴가 조용해진 것을 느끼자, 불길한 느낌이 스쳐 지나갔다.

유성은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그 순간, 쌔한 느낌이 들이닥쳤다.

극한까지 단련된 육체는 날카로운 기척을 잡아챘고, 그것이 아주 위험하다는 것을 느끼고 경고했다.

콰장창-!

난간이 부서지고 날카로운 금속이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이런 씨-.’


욕이 튀어나올 뻔했지만, 가까스로 참을 수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는 깜짝 놀라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는 게 정확하겠지.

까딱 잘못했으면 진짜 죽을 뻔했다.


온 몸에 있는 모공이 활짝 열리고 감각이 확장되는 느낌.

죽음의 위기가 감각을 더욱 예민하게 만들었다.


“아니, 이걸 피해?”


낯선 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둠 속을 꿰뚫어 보는 눈동자로 고개를 돌리자, 괴상하게 생긴 녀석이 폼나는 자세로 착지한 뒤였다.

생김새는 꽤 기괴했다.


마치 여러 가지 옷을 기워 입은 모습이랄까.

옷 대신 팔, 다리, 몸통이라는 점이 달랐지만.

여러 사람의 파츠를 덕지덕지 끼워 맞춘 괴인이었다.


“너, 제법이구만. 나름 회심의 일격이었는데 말이야.”

“······.”

“어, 어이. 저 녀석, [누더기 아르칸]이잖아.”


들어본 적 있었다.

옆 쉘터에서도 제법 유명한 녀석이었는데.

시술받은 인간들의 파츠를 뜯어 개조하고 다니는 녀석이었지?


‘죽는 거 아니야, 이거?’


유성의 표정이 더욱 딱딱하게 굳었다.

그의 얼굴이 험악하게 변했고, 주변의 기운이 착 가라앉았다.

아르칸 역시 그 모습을 보고 꿀꺽, 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무슨 분위기가···. 기업 놈들이 쓰레기들만 보낸 건 아닌가?’


쓰레기들 사이에 진짜를 섞어 보낼 줄은-.

아르칸은 긴장감이 역력한 목소리로 물었다.


“나를 잡으러 온 건가?”

“······.”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유성은 고민했다.

여기서 고개를 저으면 얕보이겠지.

그렇다고 긍정하면? 저만한 괴물을 무슨 수로 이긴담.


고민하던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적은 찰나를 기다려주지 못했다.

아르칸은 자세를 낮추며 으르렁거렸다.


“그냥 보내주려 했는데, 안 되겠군.”


‘이런 썅.’


그냥 간다고 할 걸!

아스텐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움찔, 아르칸이 위협적인 눈빛에 몸을 떠는 것이 보였다.


[개입할까요?]

[지켜보시죠. 한계를 시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

[알겠습니다.]

[깡통은 말고, 내추럴만 데려와요.]

[예. 적당히 개입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2


일촉즉발의 팽팽한 상황.

그레이는 뒤쪽에서 멀뚱히 바라보고만 있었고, 유성은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린 상태였다.

딱 한 번만 피하면 도망칠 수 있지 않을까?

그따위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소드 마스터 : 칼리온이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칼리온의 검술 일부를 계승합니다.]


찌릿, 극심한 편두통과 함께 칼리온이라는 자의 검술이 머릿속에 들어왔다.

대체 뭘 보고 좋아요를 누른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고무적인 일이었다.

소드 마스터 칼리온.


제국의 횡포에서 반란군을 구원한 이였으며, 대륙의 제일검이라 불린 자.

그의 검은 빠르고 강맹했으며, 거대한 드래곤도 일격에 처리할 정도로 위대했다.

물론 그 힘 전부를 소화할 수는 없었으나, 그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익혀 왔던 검술의 기초 정도는 얻어올 수 있었다.


‘이거라면?’


저놈의 힘이 얼마나 되는진 모르겠지만, 받아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으리라.

유성은 부드럽고 고고하게 자세를 취했다.

그 모습은 절도 있고 아름다워, 그레이와 아르칸, 미지의 관중도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역시, 힘을 숨겼나.’

‘제대로 하겠다 이거지? 지금까지는 놀았고? 하, 괴물 같은 새끼.’

‘위험하다.’


미지의 관중, 그레이, 아르칸의 생각은 대부분 비슷했다.

지금까지는 대충 검을 휘둘렀다면, 지금부터는 아닐 것이다.

진짜 실력 중 일부를 내보인다는 걸까.


“그레이.”

“어? 어! 왜!”

“구조 요청을 보내라.”


유성은 혹시 몰라 보험까지 들어놓기로 했다.

끈질기게 버티다 보면, 구하러 오겠지.

사냥꾼 사이에서 구조 요청은 겁쟁이나 하는 짓이라고 그랬나?

알바냐, 내 목숨이 더 소중하지.


그레이는 알겠다고 하며 기어보이로 구조 요청을 보냈다.

동시에 아르칸이 유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죽어라-!”


공포에 질린 동물은 더 크게 짖는다고 했던가.

녀석은 시간을 질질 끌기 싫은 듯, 무식하게 달려들었다.

언더시티는 저녀석들의 구역이었지만, 그래도 기업을 무서워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기업은 반드시, 구조 신호에 답할 것이다.


‘그때까지만 버티면 돼.’


무기와 개조된 팔이 맞붙는 순간, 신묘한 움직임이 흘러나왔다.

그건, 무의식적으로 이뤄진 움직이며 오랜 시간 수련과 경험으로 인한 반격이었다.


“오오-!”

“뭐야, 이건?”


분명히 힘에서는 압도적인 차이가 났다.

마나를 모두 끌어다 써도 절대 이길 수 없는 차이.

하지만, ‘마스터’라는 경지에 다다른 검술은 절대적인 힘을 극복하게 만들었으니.

유성은 힘을 흘리고 아르칸의 등을 잡을 수 있었다.


‘뭐야, 왜 이렇게 멀리 가!?’


등에 검을 꽂아 넣으려 했지만, 예상보다 더 멀리 날아간 아르칸 덕분에 타이밍을 놓쳤다.

일생일대의 기회였는데!

처음이라 힘 조절을 못 했나?.

아무래도 육체와의 괴리감이 남아 있었으니 그랬던 모양.


“크윽, 나, 날 가지고 놀아!?”

“······.”


유성은 아무런 말 없이 그를 바라봤다.

솔직히 무어라 말하고 싶어도 힘이 쫙 빠져서 말할 기분조차 들지 않았다.

아르칸의 일격은 굉장히 묵직하고 날카로웠거든.

여기서 괜히 도발했다가, 달려들기라도 한다면 뒷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이제 고작 1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구조는 바라지도 않아야겠지.

어떡하지?

유성의 뒷목으로 식은땀이 삐질 흘렀다.


‘미치겠네. 제인 밀러라는 사람, 생각보다 별로였잖아?’


인간의 육체를 극한으로 단련한다 한들, 기계와 과학의 산물로 이뤄진 사이보그를 어떻게 이기겠는가.

마나와 검술이 없었다면, 힘에서 밀려 바로 짖이겨졌을 것이다.

두 번은 받아낼 자신이 없는데···라고 생각한 순간, 낯선 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간이 없어서 그러는데, 기업에서 대신 가져가도 되겠는가. 양해를 구하지.”


뭘 대신 가져가?

고개를 돌려보니, 어둠 속에서부터 여유롭게 걸어 나오는 인영이 보였다.

아스텐도, 아르칸도 기척조차 잡지 못했던 새로운 인물이었다.

그는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 새하얀 제복을 입었다.

모자를 쓰고 두꺼운 장갑을 낀 남성은, 그레이보다 더욱 거대한 체구를 지닌 사람이었다.


가슴팍에 [E]라고 적힌 제복은, 그가 엔데믹 코퍼레이션 소속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한눈에 봐도 이런 곳에 있을 신분은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는 기백.


“어떤가, 내가 대신 사냥하고 싶은데.”

“그러시죠.”


제발 해주세요.

유성은 제법 예의바르게 말했다.

그 모습에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인 남자는 코트를 벗고 자신의 무기를 꺼냈다.

처컥-!

요란한 소리와 등장한 거대한 검날.


인상적인 점은, 그 검날이 본래 팔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다는 것.

팔과 검을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는 변신 파츠였다.

오오, 꽤 멋있잖아?


‘아프겠지?’


저걸 시술받을 때 얼마나 아팠을까.

아직 시술은 꿈도 꿀 수 없는 소시민, 유성이었다.


반면, 그 모습을 보고 혼비백산한 것은 아르칸이었다.

저 모습을 왜 못알아볼까.

유명한 사냥꾼이자 엔데믹 코퍼레이션의 [강철 사신, 엔드버]였는데!


“이, 이런 씨발-!”

“도망가려고? 나에게서?”


묵직한 저음과 폭발적인 각력이 더해졌다.

엔드버의 다리에는 킹콩처럼 뛰어오를 수 있는 파츠가 장착된 상태.

그것도 기업에서 후원해 준 호와로운 장비였다.

언더시티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아르칸 따위가 넘볼 수준이 아니란 거지.


그 뒤로는 뭐, 끔찍하게 도륙난 아르칸과 그의 덜렁덜렁 들고 온 엔드버의 모습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겠다.

유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몰라 그레이의 기어보이를 슬쩍 보자, 구조 신호는 계속 이어지는 중이었다.


#3


살아남은 이는 그레이, 유성을 포함해 셋.

언더독들이 작정하게 저항한 결과였다.

꽉 찼던 비공정과 달리, 기업으로 향하는 자동차는 휑하기만 했다.

뒤가 캥기는게, 아무래도 뭔가 있는 것 같단 말이지.


심부름꾼으로, 헌터로 활동해 왔던 유성의 촉이 움직이는 중이었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있을 때-.

삑-.

기어보이에서 알람이 울렸다.


“명함과 연락처다. 받아 둬라.”

“예.”


기업의 인맥이라, 나쁘지 않을지도.

게다가, 상대방은 꽤 거물 같았으니.


“고생했다. 언더독들이 그렇게 심하게 날뛸 줄은 몰랐군. 가뜩이나 돌연변이들도 많은 마당에.”

“정보를 조심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음?”


유성은 반사적으로 입을 열었다가 아차 했다.

괜한 얘기를 했나.

어쩌면 민감하다거나 자존심 상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었으니.

하지만 엔드버는 흥미롭다는 듯, 유성에게 재차 물었다.


“그 얘기, 조금 더 자세하게 해줄 수 있는가?”

“예.”

“여기서 말고, 본사로 가지.”


유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득하게 앉아서 얘기해야 할 것 같았으니까.

옆에서 머쓱하게 앉아있던 그레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우리 말고 한 명 더 있다고 했는데, 그 사람은 어디 있습니까?”

“벌써 본사로 돌아갔다. 보수를 받기 위해서.”

“운이 좋았나 보군요.”

“현상범을 세 명이나 잡았지만, 아르칸을 만나지 않은 걸 운이라고 따져야 한다면 그렇겠지.”

“······.”


본전도 못 찾은 그레이는 입을 다물었다.

엔드버는 팔짱을 끼고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는 유성을 보며 작게 감탄했다.

확실히, 물건은 물건이었으니까.


“이봐.”

“예.”


그가 유성을 불렀다.

그의 입에서, 달콤한 제안이 쏟아졌다.


“혹시 자네, 기업에서 일해볼 생각은 없는가?”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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