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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의 소설숲

나 혼자만 마나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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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림™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8
최근연재일 :
2023.05.18 10: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625
추천수 :
30
글자수 :
52,173

작성
23.05.15 12:00
조회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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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7화

DUMMY

7화 – 웨이브가 웬말이냐



#1


Ar랜드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죽어 나가는 곳이 어딜까.

바로 전장이었다.

인류의 최전선이었으며, 다가오는 멸망에 저항하는 곳.

계속해서 영토를 확보하고자, 물자와 인력을 갈아 넣는 곳.


심각한 범죄에 연루된 이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이들, 영웅이 되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들······.

온갖 인간군상이 모여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곳은 끊임없이 변이체가 몰려들며, 오로지 개개인의 실력으로만 살아남아야 하는 곳이었다.


그곳으로 가는 장갑차 안, 유성은 말없이 자신의 지식을 곱씹는 중이었다.


“······.”


그가 탄 장갑차는 아무런 말도 없이 덜컹거리는 소리, 바퀴가 바닥을 긁는 소리, 엔진이 우는 소리만이 들렸다.

참 신기하지.

엔진이나 비공정은 돌아가는데, 적을 공격하는 화기는 쓸모가 없어지니.

이게 이 세계의 콘셉트인걸 어쩌겠는가.


유성은 미약하지만,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것을 위안으로 삼고 연공법에 심취해 있었다.

지금까지는 별 탈 없이 달려 나가고 있었다.

기업의 깃발을 달고 있어서일까, 갱단 역시 함부로 공격하진 않는 모양.


‘괜히 기업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없어진 갱단이 한둘이 아니니······근데 여긴 왜 이렇게 군기가 빡세냐.’


유성도 대한민국에 있을 때 군대를 다녀왔다.

부조리와 불합리로 점철된 곳이었지만, 적응하니 나름 사람냄새가 났던 곳이었다.

이렇게 이동할 때면 두런두런 떠들기도 했었는데, 여긴 말 한마디 없이 조용했다.


이 모든 것이 유성이 뿜어대는 분위기 때문이라는 걸 알까?

눈을 감고 팔짱을 끼고 있는 것만으로도 떠들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가 맴돌았다.

그를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다가 눈이라도 마주치면, 얼른 고개를 돌리는 것이 공통점.

만약 이들이 마나를 느끼거나 무림의 고수처럼 기운을 감지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겠지.


하지만, 이곳은 과학과 독자적인 마법만이 발달한 세상.

겉모습으로만 상대방을 파악할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뭐, 나는 집중할 수 있어서 좋지만.’


유성은 괜히 친한척 하며 말을 걸어오는 것보단,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더 나았다.

왜냐고?

그래야지 에카론도 연공법을 팍팍 돌릴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얼마쯤 갔을까.

열심히 운전하고 있던 운전병이 뒤쪽으로 무전을 보내왔다.


“전방에 미확인 물체. 속도를 줄이겠습니다.”

“뭔데?”

“흙먼지······아니······변이체 같습니다.”


처음에는 흙먼지인 줄 알았다가 말을 바꾸는 이.

호송대장인 마이클은 운전석 쪽으로 다가가, 유리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잠시 말이 없어졌다.


“씨발, 웨이브잖아! 전원 전투 준비! 보급물자는 뒤로 빼고 장갑차로 벽을 세워라!”


웨이브라고?

유성은 얼굴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건 다른 병사들이라도 다르지 않았다.


“웨이브!?”

“아니 씨발, 웨이브가 왜 여기서 일어나!?”

“여, 여기 블루존 아니었어?”


패닉 수준으로 어버버 거리는 병사들.

가벼운 마음으로 나왔다가 졸지에 웨이브를 만났으니, 이럴 만도 했다.

그러면서도 훈련의 성과는 있었는지, 몸은 자동 반사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끼이익-!

차체를 바리케이트로 만들어 입구를 좁혔다.

그 사이에 거대한 방패를 든 인원들이 앞서 나왔다.

뒤에는 창이나 검을 들어, 무장한 인원들이 서 있었다.


말이 사이버펑크지, 전술만 보자면 중세시대나 다름없는 모양.

어쩌겠는가.

당장 취할 수 있는 전술이 이것밖에 없는 것을.


“자네, 웨이브 상대는 해봤나?”

“아뇨.”

“한 가지 팁을 주도록 하지.”


마이클은 착착, 삼단으로 늘어다는 창을 꺼내며 말했다.

유성 역시 검붉은 색의 검을 꺼내들었다.

우웅-.

검이 우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착각일까.


무언가 기대한다는 듯, 검신이 떨려오는 것 같았다.

검을 한번 내려다본 유성은, 마이클의 말을 기다렸다.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숨차 죽을 것 같더라도 검을 휘둘러. 그게 유일한 팁이야.”

“···그러죠.”


유성 역시 검을 단단히 잡고 웨이브를 기다렸다.

마이클이 무전기에 대고 소리쳤다.


“관측 결과는? 몇등급이냐!”

“D등급 웨이브! 추정 개체 250마리!”

“다행히 죽을 정도는 아니구만. 방패 똑바로 들어라!”


유성은 앞을 바라봤다.

영상에서만 봤던 변이체들이 눈에 들어왔다.

블루존 밖으로 나온 적은 처음이라, 이런 일도 익숙하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겁이 나거나 위축되는 현상은 없었다.


단지, 저놈들을 죽이면 과연, 에카론도 연공법으로 쌓은 마나가 얼마나 많아질지 궁금할 뿐.

본래 조금 더 숨길 생각이었는데,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어쩔 수 없겠지.


‘멸망을 막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이 살리는 게 좋지.’


유성은 검을 꺼내고 대기했다.

곧이어 충돌이 일어났다.

시체 썩은 냄새, 곰팡이가 피어나는 냄새, 덕지덕지 묻어있는 음식물 썩는 냄새 등등이 뒤섞여 심리적인 압박감을 뿜어댔다.


우어어어어어-!

변이체.

사람 형상과 작은 들짐승의 형상을 한 이들이 산 자들을 향해 들러붙었다.

그것은 움직이는 해일이었으며, 그 어떤 재난보다 사람의 목숨을 많이 앗아간 재앙이었다.


“씨바아아알-! 절대 뚫리지 마!”

“찔러! 씨발 찔르라고!”


처절한 고함이 울려 퍼졌다.

방패 뒤에서 기다란 창을 들고 있던 이들이 힘껏 찔러 넣었다.

변이체도 체력이 존재하는 걸까, 아무 데나 찔러도 바닥에 쓰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저것들을 잡으면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까?

유성의 머리가 그렇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는 검을 빼들고 마이클에게 말했다.


“제가 일부를 빼돌려도 되겠습니까?”

“뭐? 미쳤나!?”

“정면으로 쏠리는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겁니다.”


덤덤하게 말하는 어투에, 마이클은 반사적으로 만류하려던 것을 참았다.

웨이브는 재앙이었다.

하지만, 초인들이나 마법사들이 극복하지 못하는 재앙은 아니었다.

그들은 엄청난 화력과 압도적인 실력으로 웨이브를 막아서는 영웅들이었으니.


유성은 소문만 무성한 심부름꾼이었다.

저 압도적인 분위기는 소문이 되었고, 그가 엄청난 실력자라는 게 기정사실이었다.

그 깐깐한 엔드버가 추천했다니, 믿어도 되지 않을까?


“죽어도 난 모르네.”

“알겠습니다. 그럼-.”


유성은 장갑차 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찰칵-!]


처절하게 싸우고 있는 광경은 여러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장면이었다.

이번 싸움 중간중간 찍어, 피드에 올려야겠네.

유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검날을 쓸었다.


화르르륵-!

가벼운 인첸트 마법.

잘 꺼지지 않는 불길이 검날에 붙었다.

이 마법은 닿는 적에게 옮겨붙어, 몸집을 키우는 불길이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전투에 용이할 터다.


“후우······.”


가 보자.

유성은 심호흡 후에 소드 마스터의 검술을 떠올렸다.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것보다야 훨씬 낫겠지.

유성은 그대로 장갑차에서 웨이브쪽으로 쏘아졌다.


덜컹, 육중한 장갑차의 바퀴가 들릴 정도의 파괴력.

마나를 온몸에 두른 유성의 몸뚱이는, 기계적인 도움 없이도 병기 그 자체였다.

콰아아앙-!

몸뚱이로 숄더태클을 거니, 우르르 쓰러지는 변이체들.


엉키고 설키며 날아가는 볼링핀처럼, 단번에 몰려오는 진형이 붕괴했다.

동시에,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졌다.


[변이의 힘을 흡수합니다.]

[변이의 힘을 흡수합니다.]

[변이의······.]

[······.]

······.


좌르르륵 뜨는 메시지에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차오르는 마나.

이건, 엄청난 것이었다.


‘···쩌는데?’


유성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인원들이 입을 떡 벌린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고.

웨이브에 들이받아?


“미친 놈이구만.”


누군가의 뇌까림이 괴성에 묻혔다.


#2

영웅의 탄생은 아주 소소한 사건부터 시작할 때가 많다.

그 소소한 사건 속에, 비범함을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영웅의 잣대가 아닐까.

지금 유성의 모습이 딱 그러했다.

하급 웨이브.

멸망을 향해 나가는 세상에서는 정말 소소한 재앙.


그 재앙 속에 웃으며 뛰어든 유성은 미친 사람처럼 불꽃의 검을 휘두르는 중이었다.

앞에서 방패를 든 병사들은 보지 못했지만,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들은 보았다.

그의 불꽃이 선을 그릴 때마다, 변이체들이 속절없이 무너져가고 있다는 걸.


“마, 마법사였어?”

“저런 검이 있었나? 어디 제품이지?”

“와 씨발, 존나 쩐다.”

“하······존나 섹시하네.”


욕과 감탄이 난무한 전장.

유성은 홀로 빛나는 횃불처럼 반짝였다.

마이클은 앞에 있는 변이체를 찍어 쓰러뜨리며,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봤다.


‘엔드버님의 말씀이 맞았어.’


엄청난 실력자일 수도 있다는 말.

그의 호언장담은 현실로 나타났다.

유성은 미친 듯이 웃으며 검을 휘두르는 중이었다.

웨이브 한 가운데에 있으며 웃는 모습이라니.


“다들 정신 똑바로 차려! 여기서 뒈지면 개죽음이다!”

“으아아아아-!”

“밀어! 밀어 씨발-!”

“찔러! 찔러!”


유성에 의해 반토막이 난 웨이브.

그 사이 앞으로 밀려든 변이체를 싹 정리한 군인들이 점점 앞으로 진형을 옮겼다.

유성까지 닿는다면, 확실히 웨이브를 클리어할 수 있겠지.


“밀어붙여! 유성을 도와라!”

“으아아아아-!”


고금을 막론하고 사기는 전쟁,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히는 법.

유성의 돌발행동은 전황을 뒤집는 열쇠가 되었다.

그렇게 차근차근 밀어내자, 어느새 변이체의 숫자보다 정상적인 사람의 숫자가 더 많아졌다.


유성은 어느새 자신 옆에서 창, 검을 휘두르는 병사들을 보고 쩝, 입맛을 다셨다.

변이체가 주는 마나는 생각보다 많았고, 그 많은 마나를 독식할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

한 마리라도 더 많이 잡기 위해, 그는 죽어라 검을 휘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모든 장면을 찍는 이가 있었으니.


“와······씨발, 진짜 장난 아니네.”


맨 앞에 있는 장갑차를 운전하던 운전병이자, 현재는 가장 후방에서 대기하고 있는 자였다.

운전병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저 모든 상황을 찍어, 상부에 보고할 수 있었다.


“마법사인가? 저 불꽃은 뭐지? 그리고······내추럴이라며?”


상식적으로 내추럴은 저런 파괴력을 낼 수 없다.

약하디 약한 인간의 몸뚱이로 뭘 어쩌겠다고?

지금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강해지지 않으면, 개조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곳이었는데.


‘마법사, 혹은 돌연변이······정도인가?’


그는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열심히 전송을 시작했다.

답장은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다.


[흥미롭군. 무사히 복귀하면 22층으로 올려보내도록.]

[알겠습니다.]


유성이 있는 이상, 이번 임무는 무사히 끝나겠지.

마지막 변이체의 목에 칼을 쑤셔넣는 것을 끝으로, 전투가 끝났다.

먹먹한 환호성이 귓가를 때렸다.

그만큼 극적인 승리라는 걸까.


“이야-! 유성이라고 했나? 대박이구만!”

“덕분에 살았습니다!”

“역시, 엔드버씨가 추천할 만한 분이시군요!”


얼싸안고 살아남은 것에 대한 기쁨을 나누는 기업군.

유성은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가 문득 눈에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이게 뭐지?’


어느 변이체의 시체가 꽂혀 있는 무언가.

유성은 조용히 그것을 집어들었다.


“흠···.”


아무래도, 이 작은 물건이 앞으로 중요한 무언가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낡고 깨진 주사기 모양의 물체.

유성은 조용히 그것을 품속에 집어넣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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