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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의 소설숲

나 혼자만 마나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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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림™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8
최근연재일 :
2023.05.18 10: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629
추천수 :
30
글자수 :
52,173

작성
23.05.10 11:33
조회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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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1화

DUMMY

1화 – 비공개 SNS에서 좋아요를 받았다?



#1


어떤 감독님께서 이렇게 적으셨다.

<이 세상은, 고수에겐 놀이터요, 하수에겐 지옥 같으니.>

빙의자 김유성은 오늘도 그 말에 적극적으로 공감하며 걸음을 옮겼다.


[찰칵!]


눈을 두 번 끔뻑이자 사진이 찍혔다.

오늘 하루도 일용할 크레딧을 얻기 위해선 필수적인 작업이었다.

유성이 빙의된 세상은 사이버펑크와 아포칼립스, 그리고 코스믹 호러가 섞인 세계.

[법칙]에 의해 화기가 죽어버리고 오직 인간과 냉병기만이 병기로 취급되는 세상.


[Ar랜드].

멸망을 향해 나아가는 세계였다.


“오늘도 잘 부탁한다고.”

“예.”

“역시, 듬직해서 좋아. 눈매도 사납고, 조용하고, 일 처리 깔끔하고. 내가 이래서 너에게 자주 맡기지.”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남자에게 검정색 가방을 받아든 유성은 꾸벅, 고개를 숙이고 몸을 돌렸다.

아무도 없는 곳까지 당도하자, 그는 푸후-, 한숨을 내뱉었다.


“무게 잡기도 힘들어 죽겠다. 쓰바, 집에는 대체 언제 갈 수 있는 거야?”


혼잣말을 구시렁거리며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는 유성.

남들은 그를 과묵하고 믿음직스러운 [심부름꾼]으로 생각했지만, 실상은 평범한 대한민국 태생 아조씨였다.

평범하게 학창시절을 보내고, 평범하게 대학을 나왔으며, 평범하게 능력을 각성한 F급 헌터이기도 했다.


아, 그래서 능력이 뭐냐고?

방금 두 번 눈 깜빡였잖은가.

바로 그게 유성의 능력이었다.


「캡쳐」와 「기록」.

그가 심부름꾼으로나마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어디 보자···블루존 3구역? 여기 요새 분위기가 험악한 곳 아니었나?’


유성은 인상을 찌푸렸다.

사나운 눈매가 더욱 인상을 안좋게 만들었다.

원래 이런 눈매가 아니었는데, 이곳에 오면서 변해버렸더라.

덕분에 무게만 좀 잡으면, 길거리에서 시비 걸릴 일은 없었다.


집에 돌아가는 거?

일단 먹고 살기부터 바빠서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의 목표는 적당히 자리잡고 극이 끝날 때까지 버티는 것.

모든 위협이 사라질 때 단서를 찾아도 늦지 않으리라.


‘그러니까 사리면서 살아야지.’


짧은 인생이었지만, 그가 배운 것이 몇 개 있었다.

존나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

모르면 그냥 닥치고 있어라, 그리하면 해야 할 것이 보일 것이다.


‘이상하게 여기서는 그게 더 잘 먹힌단 말이지.’


그저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보수를 더 챙겨주고, 알아서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그것이 압도적인 인상에서 나오는 것이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못했지만.

어쨌든, 오늘도 이 비루한 능력으로 하루를 살아가야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 세계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은 안다는 것일까.

아주 유명한 게임이었고, 튜토리얼과 초반부 정도만 즐겨 본 유성.

하루하루 벌어먹고 사는 F급 헌터에게, 게임은 사치와도 같아 금방 접었지만.


‘못내 아쉽단 말이지. 설정집이라도 좀 읽을 걸.’


후회해 봤자 무슨 소용이겠는가.

쩝, 입맛을 다신 그가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나름, 낭만은 있지.”


이곳은 법보다 주먹이 위인 곳이고, 나름의 낭만이 살아 숨 쉬는 곳이었다.

솔직히, 그렇게라도 자위하지 않으면 진즉에 목매달아 죽었을 것이다.

유성의 취미는 여행과 사진 찍기.

SNS에 맛있어 보이는 음식과 멋진 풍경, 때로는 헌터들의 모습을 담아내기도 했다.


그렇게 키운 SNS의 팔로워 역시 1만이 조금 넘었었지.

애석하게도 이곳은 SNS가 존재하지 않았다.

잘못 올렸다간 신상이 모조리 털리는 건 물론, 소리소문없이 사라질 수도 있었으니까.


“으응, 근데 이건 뭐지?”


혹시 추가적인 의뢰가 없나, 팔뚝에 찬 [기어보이]를 확인한 유성.

이곳의 스마트폰과 같은 역할을 기어보이의 화면에는, 전엔 볼 수 없었던 어플이 깔려 있었다.


[차원 SNS]


이건 또 뭐람.

SNS라면 일가견이 있었던 유성은 갑자기 깔린 어플을 조사해 보기로 했다.

설마 누가 해킹한 건 아니겠지?


‘방호벽은 문제없는데. 흠······대체 이건 뭐여?’


일단 들어가 보기로 했다.

그곳은 그저 데이터베이스와 비슷한 곳이었다.

팔로잉도, 팔로워도 할 수 없는 어플.

유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런 걸 SNS라고 할 수 있는 걸까?

이리저리 둘러보니, 다른 사람의 게시물 역시 찾아볼 수 없었다.

대체 뭐지?


“뭔가 좀 찝찝하긴 해도······시험 삼아 아무거나 올려 볼까?”


기어 보이 안쪽에도 그간 짬짬이 찍어 왔던 사진들이 제법 있었다.

호기심도 생겼으니, 자신의 신상과는 아무런 관련 없는 사진을 올려보기로 했다.

SNS라니, 오랜만이라서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했고.


그렇게 올린 세 장의 사진.

황폐화된 세계와 우뚝 솟은 도시, [네오 쉘터].

그리고 그곳을 오가는 비공정.

이 세계를 가장 잘 표현하는 사진 세 장을 올려 보았다.

그렇게 SNS를 만지작거리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늦겠는데.”


역시, SNS를 보는 건 시간낭비라니까.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걸음을 옮기는 유성.

그가 향할 곳은 갱단이 접수하고 있는 구역, 블루 존이었다.


#2


대기는 퀴퀴했고 쓰레기를 치우지 않아, 여기저기 고약한 냄새가 올라왔다.

골목 사이사이에선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기척이 불길하게 느껴지곤 했다.

갱단도 심부름꾼을 함부로 건들진 않는다.

그들 역시 심부름꾼을 써야 할 때가 종종 있었으므로.

그러니, 부디 더러운 일에 휘말리지 않기를.


‘오늘따라 더 으스스한걸.’


블루 존은 으레 그랬다.

깔끔하게 관리된 그린 존과 달리, 이곳은 도시에서 살아갈 수 없는 이들이 모여 사는 곳이었으니까.

돈이 없거나 범죄자거나, 아니면 둘 다거나.


그렇기에 거칠고, 영악하고, 더럽고 배신을 밥먹듯이 하는 이들이 살아갔다.

대부분의 불법적인 거래 역시 이곳에서 이뤄졌다.

유성 본인의 거래도 비슷한 종류겠지.


‘저쪽인가.’


허름한 판자와 휑한 폐가가 보이는 곳.

넘겨받은 좌표엔 분명, 저쪽이라고 되어 있었다.


유성은 폐가를 기웃거리면서도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왜 있잖은가.

피부로 느껴지는 공기의 질감이 다른 기분.

유성···은 조용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흠.”


‘하, 씨바-. 퍼드슨은 왜 이딴 의뢰를 물고 온 거야!?’


뭔지 모를 샘플과 비교적 안전한 블루 존.

그냥 전달만 해 주면 된다고 해서 덥석 물었던 것이 잘못이었나?

아니면, 두둑한 보수금에 눈이 먼 자신이 잘못되었나?

이런 일은 수도 없이 겪어봤으니, 빠져나갈 구멍이나 만들어야겠지.


이리저리 나타난 인기척이 드러났다.

검은 복장에 무장을 든든하게 하고 나타난 무리.

풍기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일단, 유성은 조용히 그들을 바라보기로 했다.


[찰칵!]


물론 촬영해 두는 건 잊지 않았다.

녀석들, 어디 소속일까?

아오, 이럴 줄 알았으면 적어도 엔딩은 보는 건데!

유성은 입을 다물고 지그시 녀석들을 살폈다.

그 사나운 눈매가 나타난 인물을 훑는 순간, 기묘하고도 팽팽한 긴장감이 생겨났다.


유성은 빠르게 녀석들의 인상을 파악했다.

다 망해가는 세계인데도 질 좋은 옷감과 방어구를 착용하고 있었다.

얼굴은 검정색 방독면을 써, 누구인지 특정하기 어려웠다.

단순한 갱단이 아니라는 거지.


“중요한 의뢰로 등록했더니, 보통내기가 아닌 녀석을 보냈군.”

“······.”


뭐라는 거야, 지금 어떻게 도망갈지 고민 중이구만.

유성은 슬그머니 자세를 낮췄다.

저 새끼들한테 걸리면 뼈도 못 추린다.

가지고 있는 장비나 파츠만 보더라도 보통내기가 아닐 것 같았으니까.


‘숫자도 너무 많아.’


팽팽한 긴장감의 연속.

어느 한쪽이라도 달려들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 순간, 유성의 머릿속으로 메시지가 들려왔다.

그 메시지는 위기를 탈출할 기회이자, 인생을 바꿀 기회였다.


[제국의 검사 : 제인 밀러가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제인 밀러의 좋아요를 받아, 그의 능력을 계승합니다.]

[제인 밀러의 육체 능력을 얻습니다.]


‘응?’


꾸드드득-.

그는 전신이 변화하는 것을 느꼈다.

여느 클리셰처럼 고통이 엄청나다거나 하는 건 없었다.

그저 정신 차리고 보니, 비실비실한 몸이 변화했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


“심부름꾼이라고 들었는데.”

“실력을 숨기고 있었군.”


졸지에 힘순찐처럼 되어버린 유성은 눈매를 더욱 좁혔다.

당장에라도 달려들 듯, 위험한 기색이 풍겼다.

그 분위기의 대부분은 날카로운 유성의 눈매와 무표정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었다.

거기다 갑자기 부푼 몸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경계심을 갖게 해주었다.


“포기해야 합니까?”

“아니, 그럴 순 없다.”

“그렇다면······.”


자기들끼리 알 수 없는 말을 떠드는 검은 복장의 인간들.

유성은 슬그머니 뒷걸음질 치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지식을 되새김질했다.

제국의 검사, 제인 밀러.

유능한 기사였으며, 검의 달인이라고 불리는 자.


그의 훈련 과정, 그의 노력,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했는지, 어떤 고생을 하며 육체를 키웠는지···.

그런 것들이 모조리 체화되었다.

제인 밀러의 기억과 경험, 지식이 고스란히 박힌 것.


‘어쨌든, 이건 기회야.’


“의뢰는 완수했다.”


떨림을 숨기려고 일부러 짧게 말했다.

질질 끌 필요도 없다.

마침 저쪽에 우당탕, 소란스러움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음, 갱단끼리의 전투인가, 저쪽을 활용하면 되겠네.

유성은 폐가의 위로 훌쩍 뛰어넘었다.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폐가 위로 뛰어오른 유성.

제인 밀러의 지식을 통해 행한 일이었지만, 유성 본인이 가장 놀랐다.


‘이, 이게 돼?’


멍하니 올려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유성은 얼른 케이스를 던져버렸다.

이깟 샘플, 알게 뭐냐.

계약금도 받았고, 샘플도 무사히 전달해 주었다.


더 이상 저 녀석들과 얽히긴 싫었다.

그렇게 바라보고 있자, 이상한 놈들이 조심스럽게 빠져나가는 것이 보였다.

끝까지 경계하듯,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놈들.

다행히도 그들은 유성에게 아무런 해코지도 하지 않은 채 사라졌다.


“······후아, 뒤지는 줄 알았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유성이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

빨리 집에나 가자.


#3


“목격자를 죽이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요?”

“아니, 그 녀석은 위험하다. 손해를 감수할 필욘 없어.”

“그 정도라고요?”


방독면을 쓴 사내는 보았다.

매섭게 노려보는 눈동자, 주변을 압도하는 분위기.

자연스럽게 서 있는 것만으로도 본질을 꿰뚫어 보는 것 같은 눈동자.

게다가 그 유려한 동작은 무엇이었던가.


오만한 듯 내려다보던 자태는, 결코 일개 심부름꾼에서 나올 수 없는 분위기였다.

그렇기에 더 신중을 더해 상대해야겠다는 판단을 내렸고, 얌전히 물러난 것.

아직도 그 눈동자를 보면 몸이 떨렸다.


“무슨 파츠를 시술한 걸까요?”

“글쎄. 어쩌면 마법사일지도 모르지.”

“그런 놈이 왜······.”

“그래서 조심하라는 거다. 상대방의 강함을 알아야 이 개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거야.”


그들을 이끄는 리더의 말에, 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렴, 오래 살아남은 사람의 말을 들어서 나쁠 건 없었으니까.

아직도 그 눈빛을 보면 잊을 수가 없었다.

진실을 알지 못한 채, 그들은 다시 그린 존 어디론가 돌아갔다.


[찰칵!]


“오, 잘 나왔네. 아 배고프네. 오늘은 뭐 먹지?”


정작 유성은 태평하게 보수금을 받으러 네오 쉘터 : [네르키움]으로 향하고 있었지만.

정말 십년감수 했지.

갑자기 생겨난 능력이 아니었다면, 꼼짝 없이 죽을 분위기였다.


[차원 SNS]


“이거, 진짜 뭐냐.”


좋아요를 받으면 능력이 생겨?

자신에게 딱 맞는 능력이 아니던가.

사진 몇 장을 더 올려봐야지, 하고 생각한 유성.

그렇게 딜러, 퍼드슨의 건물로 향한 그는 충격적인 광경에 욕설을 내뱉었다.


“······이런 썅.”


그는 불에 타고 있는 건물을 바라보며, 정말 재수 옴 붙었다고 생각했다.

항상 의뢰를 맡기던 건물이 활활 타고 있었으니까.


이래서야, 오늘 돈은 누구한테 받지?

심부름꾼의 걱정은 오직 일용할 푼돈뿐이었다.


작가의말

시작합니다.

연재중이던 타 작품은 리메이크 후 이사 예정입니다 ㅜㅜ 

갑작스럽게 결정되어 공지 없이 내린점, 죄송합니다.


공모전으로 새롭게 시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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