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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어벤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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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0.03.08 09:09
최근연재일 :
2020.07.22 15:09
연재수 :
1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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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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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0
글자수 :
596,627

작성
20.05.03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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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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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7.히미코의 현신.

DUMMY

“사야코는 이미 처녀성을 잃었다.”

“그런..?”

“그러니 서둘러라, 내가 교코로 갈수 있도록.”


우려했던 대로 일족모두의 목숨을 걸어야 할 일이 벌어졌다. 떨리는 목소리가 쥐어짜듯 간신히 새어나왔다.

“모셔갈 다마시고우로를 준비하겠습니다.”


구지케는 고색창연한 알수없는 재료로 만들어진 다마시고우로를 조심스럽게 오동나무상자에 담고 차에 올라 고쿄로 향했다.

이미 통보를 해놓고 출발한 길이기에 해자를 가로지르는 니쥬바시를 건너자 초소에서 넘버를 확인한 경비는 지체없이 차단봉을 올려주었다.



“신관께서 어쩐 일로 저를 보자고 하셨는지..?”

황거의 접견실에서 만난 유키공주가 의아한 눈빛으로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교코의 삼전신전을 관리하는 신관의 부탁이 있었기에 접견을 허락하기는 했지만 이세신궁의 신관이라는 구지케가 자신을 만나려는 이유를 짐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만면에 온화한 미소를 지은 구지케가 오동나무상자를 내밀며 말했다.

“신의 계시로 받은 신물을 전달해드리기 위해 왔습니다.”

“신물이요?”

“열어보시지요.”


유키는 조심스럽게 보자기를 풀고 오동나무상자 뚜껑을 열었다.

“어머! 정말 향로가 예쁘네요.”

“원인모를 복통이 갑자기 있으셨던 걸로 압니다.”

“그걸 어떻게..?”

“이 향로에 침향을 넣어놓았습니다. 오늘저녁 침향에 불을 피워놓고 주무시면 복통이 사라지게 되실겁니다.”


유키가 의심스런 눈으로 물었다.

“그게.. 정말인가요? 의사도 원인을 모른다고 했는데?”

“신병이기 때문에 의사로서는 원인을 알수가 없는겁니다.

“신병이요?”

“그렇습니다. 유키님의 몸을 차지하려고 해자의 메가네바시에 붙어살던 오니가 요술을 부린겁니다.”


의심스런 눈길을 거두지 못한 유키가 반문을 했다.

“그게 정말인가요?”

“흐흐흐, 거짓을 말씀드릴 이유가 없지요. 절 찾으실 때까지 삼전신전의 혼덴에서 경전을 읽고 있을 겁니다.”

“흠, 알겠습니다.”


저녁10시 유키는 미심쩍어하면서도 향로의 침향에 불을 붙여놓고 잠이 들었다.

자정이 되자 향로 겉의 양각되어있는 문양이 제멋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향로의 문양이 귀면상으로 변하자 흉측하게 이빨이 돋아난 귀면의 입이 벌어지고 검은 기류가 흘러나와 유키의 콧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침의차림의 유키가 허공에 떠올랐다.


유키는 어딘지 모를 어두운 공간에서 눈이 떠졌다.

어둠속에서 자신의 앞에 화려한 옛날 궁장복식의 여인이 나타났다.

이쁘다..

“넌 내가 누군지 알겠느냐?”


유키는 여인이 자신의 몸을 차지하려는 요괴라는 것을 물어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알 것 같네요.”

“날 위해 넌 지금부터 깊이깊이 잠들어야 한다.”

“아니요, 그렇겐 못하겠습니다.”

유키는 여인에게 달려들어 반항을 했다.

육체가 망가질 것이기에 혼을 죽일 수는 없었던 히미코는 반항하는 유키의 혼을 붙잡아 무의식의 심연 속에 가두었다.


허공에 떠오른 채 한참을 경련하듯 떨어대던 유키의 몸이 점차 안정을 되찾아갔다.

“호호홋, 완전하진 않지만 절반은 성공이로군. 흠, 이제 어디서든 귀역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도록 세계 곳곳에 게이트를 설치할일만 남은거지.”


*


채드는 자신을 찾아와 거만한 눈길로 쳐다보고 있는 백계러시아인을 날카로운 눈으로 쏘아보았다.

러시아인 뒤로 거대한 체구를 가진 두 놈이 손을 맞잡고 병풍처럼 서있었다.


비록 현역을 떠났지만 자신도 특수군에서 한몫을 했던 사람이란 자부심은 잃지 않고 있던 채드는 비록 황당한 표정을 감출 수는 없었지만 지지 않는 눈길로 마주보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파이프라인공사를 당신들에게 수의계약으로 넘겨달라는 얘긴가?”

“선택은 당신의 몫이야, 그렇지 않으면 아예 공사를 못하게 될테니까.”

“그 정도로 자신 있다는 건가?”

“시험해보고 싶다면 말리진 않겠어, 하지만 별로 권하고 싶지는 않군.”

“아마, 이곳에 대한 소문을 제대로 듣지 못한 모양인데...”

“클클클, 이곳을 바바야가가 지켜주고 있다는 같잖은 헛소문 말인가?”

“호, 그렇게 우습나? 바바야가가 이렇게 자신이 무시당했다는걸 알면 화가나서 자네들을 방문할지도 모를텐데?”

“흐흥, 어쨌든 일주일동안 시내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그 안에 답을 주도록.”

“충고하는데, 기대하지 않는게 좋을거야.”


통나무 문이 열리고 눈보라가 몰아쳐 들어왔다. 가을이 강호의 뒤에서 문을 닫고 눈을 털어댔다.

“너 뭐하냐?”

“하하, 어이없지만 나 지금 협박당하고 있는 중입니다.”

“뭐? 이놈들을 얘기하는 거야?”

“가즈프롬 회장의 소개로 왔다기에 만나줬더니 느닷없이 일주일 안에 공사를 달라고 협박을 하고 있네요.”

“정말로 가즈프롬 회장의 소개는 맞고?”

“저런 양아치 짓을 하는걸 보면 설마.. 아니겠지요?”


영어로 오가는 소리가 자신들을 욕하는 소리라고 알아들었는지 눈빛이 변했다.

가슴으로 손이 가는 놈을 보며 웃음을 머금은 강호가 나지막하게 소리쳤다.

“총 뽑으면 죽는다!”


가을이 어느새 뒤에서 총을 겨누고 있었다.

기세가 죽어버린 놈들의 눈을 보며 강호가 혀를 찼다.

“쯧, 한놈쯤은 저승구경을 시켜주려고 했더니 어디 이래서야.. 일주일? 내일까지 이곳을 떠나지 않으면 오늘과 같은 눈 구경은 두 번다시 못할거다.”


독기서린 눈을 부릅뜬 백계러시아인이 소리쳤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지만 우리를 무시한 대가를 어떻게 치르게 될지 두고보자!”

“흐흐, 잊지 않는 게 좋아, 내 경고는 내일까지다.”


저놈들 눈길을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지나 모르겠다.

“아무래도 마피아들이 본격적으로 나설 모양인데 괜찮겠지요?”

“그래서 시간 끌어 좋을게 없다고 한 건데. 아틀라스는 재는게 너무 많아.”

“아무래도 사업자입장에선 국제정세를 따지지 않을 수가 없어서 그런 거지요.”


경서의 불안해하는 목소리가 마음에 걸리는 강호다.

“내가 언제까지나 이곳에 있을거라 생각 하지 말고 스스로 알아서 보안을 강화하도록 해.”

“어디.. 다른 곳으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글쎄..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사람앞일이란 장담을 할 수가 없는 거니까.”

“확실하게 자리가 잡힐 때까진 보스가 이곳에 남아줬으면 싶은데 어려울까요?”

“하하, 날 믿고 따라주는건 고맙지만, 마이크나 프랭크도 나만큼 믿어도 될 민큼의 실력은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야, 강철민이나 그 밑의 북한군도 총싸움이라면 쓸만하게 할테니 크게 문제될건 없을거고. 저놈들이 내일까지 이곳에서 떠나지 않는다면 그것까진 내가 처리해 놓도록 할테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


유키의 몸이 무중력 공간에 있는 것처럼 천천히 떠올랐다.

번쩍 떠진 눈엔 검은 동자만이 유리알처럼 번들거렸다.

“휴, 영력이 대단한 계집애로군. 결국 혼을 없애진 못했지만 어떻게 가둬놓은 혼령이 날뛸 수가 있는거지?”

나신으로 전신거울 앞에선 유키는 지신의 몸을 쓰다듬다 유방을 가볍게 쥐어보곤 부르르 몸을 떨었다. 이정도면 감각이 완전하게 살아났군. 나신의 몸이 불빛을 받아 요염하게 빛났다.

“흠, 이정도면 괜찮은걸. 호호호, 이 세계를 점령하기로 마음먹었으니 우선 요우카이동경부터 설치를 해놓고 그놈을 찾아보기로 할까? 그러자면 우선 구지케를 불러야겠군.”


불려온 구지케는 조심스럽게 유키의 얼굴을 살폈다.

“호호홋, 그렇게 볼 것 없다. 바로 나니까.”

“그럼.. 성공하신 겁니까?”

“그렇다.”

“그럼, 이제 어찌하실지?”

“그놈은 아직도 러시아에 있나?”

“그렇습니다.”

“흠,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귀력은 어떠신지..?”

“이정도만해도 이 세계 인간들에겐 충분하지 않을까?”


그놈을 너무 얕보는거 아닌가?

“네에.. 그럼 그곳으로 가시겠습니까?”

“아직은, 이곳이 얼마나 변했는지 확인을 하고 적응을 한 뒤에 가도록 하자.”

“알겠습니다.”

“한동안 돌아다니고 있을테니, 넌 야마노이와토에서 귀력을 좀더 흡수하고 동굴을 봉쇄한 다음요우카이 동경을 가지고 이곳으로 돌아오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


호령의 포효에 놀라 자다 말고 번쩍 눈을 뜬 강호는 꿈을 되새겼다.

“무슨꿈이..? 이건 예지몽인가?”

어둠만이 가득한 세계에서 하늘을 가르는 번갯불에 의지해 끝없이 밀려드는 요괴와 온몸이 피에 젖어 홀로 싸우고 있는 자신이 보였다.


싸우다 지치면 은신처로 삼아놓은 동굴 속으로 몸을 피해 벽에 붙어있는 이끼를 뜯어먹고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로 갈증을 채우고 또다시 싸움을 나섰다. 그러다 호령의 포효에 놀라 잠을 깬 것이다.

비현실적이면서도 직접 겪은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지는 꿈이다. 꿈이 어찌나 생생한지 현실이 꿈이고 꿈이 현실인 것 같았다.


한동안 멍한 정신을 가다듬다 자리에서 일어난 강호는 벽에 매달린 조그만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아직도 거침없이 내리고 있는 눈은 이미 허벅지를 넘을 정도로 쌓여있는 것이 보였다.


제설작업에 동원된 대원들이 도로공사용 그레이더까지 끌어다 눈을 밀어대고 있었다.

‘뭐야? 이런 싸움이 정말로 벌어질 테니 미리준비하고 있으라고 경고하는거냐?’

잠시 더 눈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다 권총과 대검 한 자루만을 지닌 강호는 밖으로 나섰다.


“짐승이 되어야만 한다면 돼줘야지.”

울타리를 뛰어넘는 강호의 모습은 호랑이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달리는 눈 위에 흐릿한 발자국만이 남아있다 내리는 눈에 곧 덮여버렸다.


탄보후의 대부 세르게이의 명령을 받아 인력노조를 구성할 책임을 지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스코보로디노로 파견돼온 랴자는 자존심이 상해있었다.

자신도 구소련시절 KGB의 간부로 온갖 참혹한 일을 다 겪어봤으면서 기껏 젊은 놈 하나의 패기에 눌려 쫓겨나오다시피 한 것에 조금은 창피한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데리고 온 정예조직원이 30명, 이들 모두 스페츠나츠 출신들이다. 당장이라도 가스전으로 쳐들어가고 싶었지만 쏟아져 내리는 눈이 앞을 가로막았다. 게다가 조직원들은 입구를 지키고 있는 두 놈을 빼고는 벌써부터 모두가 보드카에 취해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눈을 보고 조직원이 투덜거렸다.

“이런 날 무슨 경계를 서라는 거야.”

“그러게 말이다. 들어가서 술병이나 하나 가지고 올까?”


이미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동료의 뒤에 대고 소리쳤다.

“어이, 아예 내 것까지 두병 들고 와.”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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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59.요괴의 출현(1). +2 20.05.05 296 6 11쪽
58 58.누구를 위해 피를 흘리나. +2 20.05.04 319 8 10쪽
» 57.히미코의 현신. +2 20.05.03 320 9 11쪽
56 56.공녀 유키. +2 20.05.02 328 7 10쪽
55 55.동 중국해(4). 20.05.01 335 8 11쪽
54 54.동 중국해(3). +2 20.04.30 340 8 11쪽
53 53.동 중국해(2). +4 20.04.29 348 10 10쪽
52 52.동 중국해(1). +2 20.04.28 365 8 11쪽
51 51.스코보로디노의 풍운(4). +2 20.04.27 370 8 11쪽
50 50.스코보로디노의 풍운(3). +2 20.04.26 354 10 10쪽
49 49.스코보로디노의 풍운(2) +2 20.04.25 362 9 10쪽
48 48.스코보로디노의 풍운(1) 20.04.24 375 10 11쪽
47 47.채드의 의뢰(2). 20.04.23 367 8 11쪽
46 46.채드의 의뢰(1). +2 20.04.22 381 10 10쪽
45 45.아틀라스그룹. +2 20.04.21 387 11 10쪽
44 44.나타나는 암중의 음모세력. +2 20.04.20 414 10 11쪽
43 43.한국의 선택은(2). +2 20.04.19 404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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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포로구출. 20.04.14 392 10 11쪽
37 37.카지노 전투(2). 20.04.13 402 9 12쪽
36 36.카지노 전투(1). 20.04.12 416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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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포로 구출작전(3). 20.04.09 434 9 11쪽
32 32.포로 구출작전(2). 20.04.08 434 11 12쪽
31 31.포로 구출작전(1). 20.04.07 450 13 12쪽
30 30.원망의 대상. 20.04.06 451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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