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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어벤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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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0.03.08 09:09
최근연재일 :
2020.07.22 15:09
연재수 :
119 회
조회수 :
38,872
추천수 :
980
글자수 :
596,627

작성
20.04.2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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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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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1쪽

47.채드의 의뢰(2).

DUMMY

자신이 변했다는 말에 뭐가 변했다는 건지 몰라도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듯 말하는 여자의 얼굴을 보며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넌, 네 자신이 얼마나 변했는지 모르는구나?”

“글쎄, 난 모르겠는데?”

“난, 어때? 변한 거 같아?”


이걸 기억이 안 난다고 사실대로 말을해야 되나? 어차피 듣기 좋게 말하는 방법도 모른다.

“미안한 얘기지만 사실대로 말하자면 네가 기억에 없다.”

“호호호, 내 그럴 줄 알았어. 내가 아는 넌 그때 누구한테도 관심이 없어보였거든. 그러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본 것뿐이니까, 미안해할 필요 없어.”

강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선생님은 왜 시집을 안가세요?”

“그거야.. 눈에 차는 사람이 없어서 그러는 거지, 왜는 왜겠니. 그러는 너야말로 만나는 사람이라도 있는 거니?”

“아이, 저도 없어요, 학창시절에 워낙 강렬한 인상을 줬던 누구 때문에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요.”

뭔 말들을 하는 건지 알아듣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서는 머리에서 김이 솟아오를 것 같았다.

‘이것들이! 감히 어디다대고 꼬릴 치고 있는 거야!’


복잡한 거리를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경서를 뒤쫓느라 경호원들은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네온싸인을 보자마자 계단을 구르듯 달려 내려간 경서는 입구에서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자세를 가다듬은 경서는 어깨를 한껏 젖히고 턱을 치켜들곤 도도한 자세로 들어갔다.


온다는 말을 하지않고 왔으니 강호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걱정도 됐지만 당장은 여우들 틈바구니에서 강호를 지켜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섰다.


테이블에 다가선 경서는 우연히 본 것처럼 말을 걸었다.

“어? 강호씨 언제 여기 왔어요? 이분들은 누구시고, 저한테 소개 안해주실 거예요?”


강호의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 여우는 또 무슨 수작이지? 강호도 모르는 척 맞장구쳤다.

“어? 여긴 왜 온거야?”

“그냥 차나 한잔 마시고 갈까 하구요.”

“어차피 봤으니 인사나 하지, 여긴 내 고등학교때 은사였던 강여진선생님, 이쪽은 동창 이미주씨.”


이미주가 궁금증이 가득한 얼굴로 강호를 쳐다보고 있고 강여진 역시 어색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강호, 이분은 누구신지?”

“아, 그냥 알고지내는 사입니다.”


기다렸다는 듯 경서가 웃으며 명함을 꺼내 건네주었다.

“호호호, 미처 명함도 못 드렸네요.”


명함에 박혀있는 화려한 진주빛 로고를 본 강여진과 이미주의 눈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화진그룹 연구소장이시라고요? 언젠가.. 기사로 나왔던...?”

“호호호, 맞아요, 좋은 일로 기사에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질 못해서 안타깝지만요.”


놀라긴 이미주가 더 놀랐다. 처음 보는 사이긴 하지만 화진이라면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의 원청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이미주도 조심스럽게 명함을 꺼내 경서에게 건네주며 입을 열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화승실업의 영업팀장 이미주입니다.”

“오, 화승실업이라면.. 하반기부터 화진반도체에 에칭가스를 납품하게된 업체 맞지요?”

“네, 맞습니다.”

“이런 곳에서 이렇게 만나보게 되니 반갑네요. 앉으시지요.”


말 몇 마디로 단박에 호스트자리에 올라앉은 경서를 보며 강호는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어색했던 자리는 금방 여인네들의 수다로 시끄러워졌다.


이미주가 못내 궁금했던지 경서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런데, 강호하고는 어떤 사이야?”

“호호, 부끄럽지만, 고백했다 차인사이.”

“뭐? 천하의 화진그룹 외동딸이 차였다고?”


이건 또 뭔지? 강호는 어이가 없어 웃을 넘길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


그때부터 격의가 없어진 세여자의 주량겨루기가 시작됐다.


술자리는 너나할것 없이 세 여자가 테이블에 머리를 처박는 것으로 끝이 났다.

“후, 이게 도대체 무슨 꼴인지...”


어쩔수 없이 자신이 카운터에서 계산을 마친 강호는 안면이 있던 경서의 경호원을 손짓해 불렀다.

“조심해서 데리고 가시오.”


경서가 경호원들에게 부축돼가고 나서 테이블에 얼굴을 묻은 둘을 보며 한숨을 내쉰 강호는 한쪽어깨에 하나씩 부축을 하고 밖으로 나와서 택시를 잡았다.

“기사님, 가까운 호텔로 부탁합니다.”


기사가 빙글거리며 웃는 모습을 보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아 민망함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영동호텔로 모시면 될까요?”

“아무데나 가까운 곳으로 부탁합니다.”


둘의 어깨를 부축하고 택시에서 내린 강호의 눈에 호텔의 간판이 보이자 서슴없이 들어가 체크인을 하고 둘을 한 침대에 몰아넣고는 문을 잠그고 옆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몸을 누였다.


“허, 이게 도대체 무슨 꼴이야.”

자신을 지켜보는 눈들이 있다는걸 알고 있으면서도 위협을 느끼지 못했기에 이럴 수 있었던 것이지 자칫하면 총 맞아 죽기 딱 좋을 일이다.


잠은 오질 않고 생각만 많아졌다.

그나저나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까? 어떤 결정을 내리든 자신이야 상관은 없지만 자신에게 총구를 겨누는 일만큼은 없었으면 싶었다. 당한만큼 갚아준다는게 자신의 신조이기 때문이다.


아침식사를 마치고난 강호는 채드에게 전화를 걸어 경비문제를 매듭지었다.

인당 월 이천오백 달러를 주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 SAVIOR대원들에겐 월 오천 달러를 주는 것으로 합의를 보자마자 김남정에게 연락을 취해 일차선발대로 천명을 보내줄 것을 요구했다.


장인보에게 전화를 건 강호는 정부의 결정이 늦어지는 것 같아 외국으로 나가니 필요하면 연락하라는 전화를 남기곤 끊어버렸다.

강여진과 이미주에게도 메모를 남긴 강호는 미련 없이 공항으로 달려가며 가을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바로 공항으로 올수 있니?”

-알았어.


가을이야 미국인 신분이니 말할 것도 없고 채드의 말대로 러시아로 출국하는대는 아틀라스직원이라는 신분으로 어떻게 발급받았는지 알수 없는 미국관용여권으로 충분했다. 아틀라스가 미국정부의 투자라도 받았던 건가? 아니면 경서의 말대로 에릭이 막후에서 미국정부까지도 움직일 수 있는 실력자 일지도 모르지.


직항편으로 가을과 함께 블라디보스톡까지 간 강호는 대기하고 있던 아틀라스소속의 세스나 터보프롭 경비행기를 타고 스코보로디노까지 아슬아슬하게 중국국경을 넘나들며 날아갔다.


미리 채드에게 지시를 받았는지 미하일이라 불러달라던 군인출신의 조종사는 커다란 배낭에 강호가 필요로 할 물품들, 두 자루 마카로프권총과 여분의 탄창, 그리고 수백발의 탄약을 준비해주었다.

한자루를 여분의 탄창과 함께 가을에게 건네준 강호는 한 자루를 뒤춤에 꽃아 넣었다.

아무르강 한가운데를 국경으로 중국과 마주보고 있는 곳이다.

가스전 지대는 도시를 벗어난 밀림지대로 하늘에서 내려다 본 것은 밀림 속에 만들어진 거대한 공터였다.


비행기는 울퉁불퉁 포장도 안돼있는 활주로를 부서질 듯 덜컹거리면서 용케도 내려앉았다.

험악한 착륙에도 가을은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았지만 강호는 하마터면 지릴뻔 했다.


문을 열고 내리는 강호를 쳐다보며 다 안다는 듯 조종사가 웃으며 엄지 척을 내밀었다.

마주 손가락을 내밀어준 강호는 이상한 표정으로 가을을 쳐다보았다.

“넌 어째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다?”

“AN2기를 타보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냐.”

“그래? 뭐 난 타본 적이 없으니 알 수가 있나.”

“호호호, 타보면 기절할걸? 하도 낡아서 금방이라도 부서져 추락할것 같은 소리가 나.”


가스전의 현장은 널려있는 온갖 채굴장비들이 고물처럼 쌓여있어 마치 폐허를 연상케 했다.

빽빽한 원시림 속에 만들어진 오두막집들은 경비대원들이 숙소로 쓰려고 만들어놓은 것 같았으나 지금은 노무자들 차지가 된 것 같았다.


비행기가 내려앉는 것을 봤는지 통나무집들의 나무문이 열리고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거야 인종전시장도 아니고? 모든 인종이 색깔별로 다 모여 있는 것 같았다.

북에서 일꾼들이 오자면 사상검증이니 교육이니 해서 며칠은 걸리겠지? 급할 거 없다, 천천히 하자 천천히.

배낭을 챙겨 내리자 비행기는 곧바로 떠올라 인사를 하듯 기수를 흔들고는 남쪽으로 사라졌다. 노무자들과 아는 척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강호는 본사직원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자신들의 뒤를 따라 쫓아오는 노무자들을 본 강호는 짐작할수 있었다.

알만하군.. 저 숲속 어디엔가 있겠지.


가을과 함께 사무동 건물로 사용했던 건물을 찾아낸 강호는 잠겨있는 문을 거침없이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두운 실내를 밝히려 스위치를 올렸지만 불이 들어오질 않아 실내의 덧창문을 열자 그래도 조금은 밝은 빛이 들어와 어둠을 밀어냈다.

“발전기가 없는 건가? 아니면 기름이 없는 건가?”


의자에 앉아 가을과 함께 앞일을 구상하고 있자 문이 열리고 대머리에 문신을 한 거대한 덩치의 백인이 들어서서 심히 불량스러운 눈으로 가을을 쳐다보았다.


눈깔을 빼버릴까? 심각하게 고민이 드는 장면이다.

가을도 놈의 눈길을 느꼈는지 희미하게 살기를 띤 눈이 번들거리며 빛났다.


살기띤 가을의 눈을 슬그머니 외면한 백인이 강호를 보며 물었다.

“당신이 본사에서 온 사람인가?”

“내가 어디서 왔든 네가 알 일은 아니고, 넌 누구지?”

“내 이름은 데나킨으로 이곳에 있는 노무자들의 대표다.”

“여기 있던 본사직원은 어디로 갔는지 알고 있나?”

“흐흐, 그거야 나도 모르지, 여기가 싫어서 집으로 돌아갔는지 아니면 죽어서 땅속에 파묻혔는지 내가 알게 뭐야?”


불빛 없는 흐릿한 어둠 속에서 강호의 눈이 새파랗게 빛났다.

“흐흐흐, 이거 참. 죽여 없앴단 얘기를 어렵게도 한다.”

“그래? 그런데 넌, 무슨 일로 여길 들어온 거지?”


강호의 눈빛에 주눅이 들었는지 거한의 말투가 조금은 가라앉은 것을 알수있었다.

“네가 본사직원이라면 앞으로 우리의 처우를 어떻게 할 건지 알아보러 들어왔다.”

“지금은 계약할일 없으니까 갈 사람은 돌아가라고 해.”

“그걸 말이라고...⁉”

“너! 경고는 한번뿐이다. 계약을 하고 싶으면 기다리고, 싫으면 돌아가라고 해!”

“그걸 노조의 허락도 없이 네 맘대로 정한다고?”

“노조? 근로계약도 없는 노조를 누구 맘대로 결성했나?”


백돼지처럼 보이는 대머리 거한이 이마에 핏대를 세우고 말했다.

“....너도 오래살기 싫은 모양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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