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어벤저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0.03.08 09:09
최근연재일 :
2020.07.22 15:09
연재수 :
119 회
조회수 :
38,876
추천수 :
980
글자수 :
596,627

작성
20.04.09 12:21
조회
434
추천
9
글자
11쪽

33.포로 구출작전(3).

DUMMY

뒤집은 종이에 또 다른 글이 있었다.

《중국, 북한정권 교체시도.》

버석거리는 종이를 입에 물고 씹어 삼켜버린 정수는 속이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긴장으로 흘린 땀에 젖은 몸이 척척했지만 미쳐 느낄 겨를도 없이 조급한 마음만 들었다.


이게 무슨 뜻이야!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 진거야? 어디로 가지? 이럴땐 어떻게 해야 하는거야! 이런 경우는 상상해본적도 없었지만.. 아니다, 두려워서 생각을 하지 않았을 뿐 임무를 맡은 한 언제고 벌어질 일은 맞다. 생각보다 빨리 그날이 왔을 뿐, 어쨌든 자신은 전달받은 내용을 본부에 전해야할 의무가 생긴 것이다.


일단은 피하고 봐야한다는 생각에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회사로 돌아온 정수는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 자신의 차 대신 출장이라도 간 것인지 보름가까이 방치되어있던 이웃사무실의 차량문을 뜯고 올라탔다.


시동스위치의 커버를 뜯고 배선을 찾아 연결하면서도 배터리가 없어 시동이 안 걸리면 어쩌나하는 걱정과 다르게 차는 부드럽게 시동이 걸렸다.

주차장을 빠져나온 차는 밀마에 적힌 지시와 다르게 자신의 직감이 가리키는대로 몽고를 향해 달렸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피신해야만 한다면 내 육감에 따른다.


긴장을 풀지 못하고 몽고로 갈수있는 6번과 7번 고속도로를 놓고 망설이던 김정수는 조금이라도 가까운 6번 고속도로로 차를 밀어 넣었다.

고속도로라곤 하지만 중국의 고속도로는 마음 놓고 달릴 수 있는 길이 못된다.

무법차량들이 몰려드는 곳이 바로 고속도로다. 언제 어느 때 추돌사고를 당할지 몰라 잠시도 한눈을 팔수가 없는 곳이다. 화물차역시 무시무시한 흉기다. 적재정량이란걸 모르는 중국화물트럭은 적재중량의 2배 이상 정도는 우습게 때려싣고 다닌다. 그 바람에 달리던 트럭의 적재함을 받치고 있는 판스프링이 부러져 전복하는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났지만 이곳은 단속이란게 없다. 아예 중량검사조차 하지않는 것이다.

그런 도로에 갑작스럽게 대형화물차가 받을 듯이 옆으로 달려드는 것을 본 정수는 기절할 듯 놀라 화물차를 피해 차선을 바꿨다.

일부러 내가 탄차를 노린게 분명해, MSS인걸까?

명백한 고의추돌시도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쩔 도리 없이 차선을 변경을 했지만 뒤에서 맹렬하게 달려드는 트럭은 미쳐 피할 겨를이 없었다. 튕겨져 나간 차는 가드레일조차 없는 도로 밖의 낭떠러지로 날아갔다.


체념의 웃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허허허, 어떻게 안거지? 이젠 쫓길 일도 없겠구나,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건지 알기나하고 죽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을 끝으로 20m절벽 아래로 떨어진 거센 충격이 온몸을 덮쳤다.

사고를 낸 두 대의 트럭에서 내린 운전수들이 절벽아래 형체만 남은 승용차를 보고 낄낄거리면서 사진을 찍고 사라졌다.


.


국정원 1국은 초상집의 분위기였다.

1국의 가장 큰 임무는 다른 자잘한 이런저런 임무들을 떠나 해외의 군사 및 산업정보수집과 파견요원들의 조직 관리에 있다. 그런데 중국 쪽에 파견된 10명이 넘는 모든 블랙요원들이 약속이나 한 듯 한순간에 모든 연락이 끊기고 감쪽같이 증발해 버린 것이다.


1차장 유진상의 독기서린 목소리가 가늘게 흘러나왔다.

“도대체 중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야⁉ 중국 대사관의 화이트에게선 연락이 없었나?”

“그쪽에서 알아낸 건 76집단군이 타지키스탄에 기지를 만들어 파병한 것 외엔 별다른 특이점을 인지한 상황이 전혀 없다고 합니다.”

“북한의 동향은 어떻다고 하던가?”

“2국에 확인해봤지만 역시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럼 MSS가 무슨 이유로 우리요원들을 모조리 제거한 거지?”

“....이유를 알수가 없습니다..”

“요원중의 누군가가 중국의 비밀을 알아냈고 그 비밀을 우리에게 전달하기 전에 제거를 한 것이라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무언가가 틀림없이 있어, 그걸 알아내야 한다!”

“요원을 다시 보내야 할까요?”

“그놈들이 누구를 보낼지 이미 알고 있다면 소용없는 일이지.”

“그 말씀은.. 설마?”

“그 설마가 맞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우리 쪽에 변절한 오열이 명단을 넘겨줬겠지. 누가됐든 성역 없이 내부감찰을 통해 오열을 찾아내라! 어떻게 하든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고 중국의 응징은 그 다음일이다.”


못마땅하긴 해도 사태해결을 위해 2국과 공조를 해야 할 때가 왔군.

“난, 아무래도 2차장을 만나봐야겠다. 너희는 지금즉시 지시한일을 실행하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지금은 자신이 직접 관리하는 컨트랙터와 먼저 연락을 취하기 위해서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노트북을 열어 매일 창을 연 유진상은 12자리패스워드를 조심스럽게 입력시켰다.


빈 방에 자판치는 타자소리만 조용하게 울려 퍼졌다.

타다닥 타다닥.

不知道青海的天气最近是什么样子,所以外面的10瓶瓶子被打破了?(칭하이의 날씨가 요즘 어떻기에 밖에 내놓은 병이 열 개나 깨졌다고 하는지 모르겠네?)


血腥的冷.(살벌하게 추워) ...再过一次寒冷是没用的. (이 추위엔 다시 병을 보낸다고 해도 소용없을거야)


타타닥 타닥.

有什么不对劲的?(무슨 이변이라도 생긴건가?)


我不知道.(나도 모르겠어.)


다다다닥.

等我开了,你会联系你的,对吧?(날이 풀리면 연락해줄거지?)


好.(그러지)


화가 난 유진상의 눈썹이 곤두서고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화가 나거나 흥분을 주체하지 못할 때면 나타나는 유진상의 특징이다.


“이 새끼! 이 돈값도 제대로 못하는 새끼! 정말 모르는거냐? 아니면 감추고 있는거냐!”

대답 없는 공허한 메아리다.


방을 나선 유진상은 같은 울타리 안에 있다해도 얼굴한번보기 힘든 사이, 비록 실적을 놓고 경쟁하는 사이지만 그래도 그나마 위급상황 시에는 뒤를 맡길 수 있는 동료라는 생각을 하며 2국의 사무실로 발을 옮겼다.


*


라흐몬이 이끄는 민병대는 국경에서 불과 1Km도 떨어지지 않은 중국군의 기지가 잘 보이는 파키스탄의 숲속에 숨어 박격포 방열을 마치고 고각의 조정을 마쳤다. 이제 신호를 기다려 발사만 하면 중국군 기지는 순식간에 쓰레기더미로 변할 것이라 굳게 믿었다.


준비가 끝난 열문의 박격포와 AT4를 어깨에 맨 민병대원들, 곳곳에 흩어져 M2중기관총을 겨냥하고 발사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자신의 부하들을 확인한 라흐몬의 입가로 잔인한 미소가 흘렀다.


번쩍 한손을 치켜들었던 라흐몬의 손이 공간을 잘라내듯 기운차게 떨어졌다.

삐융! 삐융! 쓍!

수십줄기의 AT4불줄기가 컨테이너를 향해 날아가고

퓽! 풍! 풍!

사거리 3Km가 넘는 60mm박격포탄이 육안으로 훤히 보이는 기지를 향해 직사포처럼 무자비하게 날아갔다.

콰응! 콰응! 콰응! 콰콰콰 쾅‼

2파 3파의 로켓과 박격포의 공격을 받은 컨테이너와 막사엔 구멍이 숭숭 뚫리고 철판이 종잇장처럼 찢겨져 허공에 비산했다.


투투투퉁‼ 투투투퉁‼

기다렸다는 듯 수십 정의 M2브라우닝 중기관총 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이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한참을 두들겨댄 사격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자 이상한 생각이 들어 망원경으로 중국군기지를 살피던 라흐몬의 눈으로 이상한 광경이 들어왔다.

위잉-! 위잉-!

강 건너 중국기지 뒤편의 절벽이 요란한 경보음을 내면서 창문처럼 열리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보였다.

“허.. 저게 뭐야? 절벽이 창문처럼 열려..?”


카불의 중부사령부 지휘통제실에서 드론이 보내오는 영상을 모니터로 지켜보던 맥닐사령관은 더 이상 볼 자신이 없어 고개를 숙였다.


쒝! 쒝! 쒝! 쉐엑‼

느닷없이 절벽이 열리고 나타난 중국군의 방사포가 불을 뿜었고 화살처럼 날아든 수십 발의 4.8인치 카츄사로켓탄에 아편쟁이들이 속수무책으로 두들겨 맞고 허공에 찢겨진 종이조각처럼 날아다니는 장면에 차마 더 이상 보지를 못하고 고개를 돌려버린 것이다.


“저자들.. 다 죽겠구나.”

부하들이 듣기엔 안타까운 목소리였지만 실상 영혼이 없는 울림이다.

상부의 명령이라지만 죽을 자리라는걸 뻔히 알면서도 보낸 악어의 눈물에 다름없다.


악어의 눈물샘은 입의 침샘과 신경이 연결되어 있어서 입안에 수분이 있어야 먹이를 쉽게 삼킬수 있기에 먹이를 잡아먹을 때 침과 같이 눈물이 흘러나오는데 이를 언뜻 보면 자신이 잡아먹는 동물이 불쌍해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이는 거짓눈물이다.


그러니 영상을 참관하면서 맥닐이 느끼는 소회는 현실적으로 나나 내 부하가 겪고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의 비극을 안타까워하는 구경꾼과 별다를 것이 없었다. 그저 내 부하들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하면서 구경꾼의 역할을 충실히 할 뿐이다.

“맞어, 내 책임이 아니란게 천만다행인거지.”


쿠콰콰쾅‼

겨냥한 것처럼 자신에게 똑바로 날아온 122mm로켓탄에 산산조각으로 찢겨나가며 라흐몬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햇빛을 받아 환하게 빛나는 대통령궁의 베란다에서 서서 대통령에 취임한 자신을 환영하기 위해 모여들어 환호하는 군중과 대낮임에도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은 폭죽을 보며 대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땅거죽이 뒤집어지는 폭발소리가 군중의 열렬한 환호처럼 들렸다.

“으하하, 드디어 성공이다. 난 꿈을 이뤘어!” 행복한 죽음의 결말이다.


네이트가 보내주는 영상을 테블릿으로 지켜보던 강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절벽이 열릴 수 있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했지만 어차피 안될 것이란 건 알고도 남았었다. 정규군과 허접한 아편쟁이의 싸움이라니 쳐다보던 개가 웃을 노릇이다.


분노한 강호의 목소리가 마이크의 귓전을 맴돌았다.

“저런걸 작전이라고? 미친 짓거리에 대한 뻔한 결말이고 아무리 블랙코미디라고 해도 이정도면 바닥도 없는 저질 코미디인거야.

하하, 이거야..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장난감 취급하는 놈들이라니.. 정말이지, 미국대통령도 어지간히 대단한 인간이야.”

반박을 할수 없는 말이기에 얼굴이 붉어질 수밖에 없다.


펜타곤의 통합작전회의실에서 영상을 지켜보던 이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100명이상의 목숨이 허무하게 사라졌다. 아무리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지시였다곤 하지만 대통령이 군사전문가는 아니다. 어떻게든 한번은 직위를 걸고라도 말렸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뭘 어떻게 해야 좋을지 감도 잡히질 않는군.”

그만 전역해야하나? 벌써 두 번째 든 생각이다.

아무도 대꾸하는 이 없는 합참의장의 공허한 목소리가 회의실을 떠돌다 사라졌다.


얼마의 목숨이 사라지던 내 목숨이 아닌 이상, 각기 다른 장소에서 똑같은 사건을 쳐다보는 각자의 소회는 모두 달랐다.


그것이 바로 인생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어벤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9 59.요괴의 출현(1). +2 20.05.05 296 6 11쪽
58 58.누구를 위해 피를 흘리나. +2 20.05.04 319 8 10쪽
57 57.히미코의 현신. +2 20.05.03 320 9 11쪽
56 56.공녀 유키. +2 20.05.02 328 7 10쪽
55 55.동 중국해(4). 20.05.01 335 8 11쪽
54 54.동 중국해(3). +2 20.04.30 340 8 11쪽
53 53.동 중국해(2). +4 20.04.29 348 10 10쪽
52 52.동 중국해(1). +2 20.04.28 365 8 11쪽
51 51.스코보로디노의 풍운(4). +2 20.04.27 370 8 11쪽
50 50.스코보로디노의 풍운(3). +2 20.04.26 354 10 10쪽
49 49.스코보로디노의 풍운(2) +2 20.04.25 362 9 10쪽
48 48.스코보로디노의 풍운(1) 20.04.24 375 10 11쪽
47 47.채드의 의뢰(2). 20.04.23 368 8 11쪽
46 46.채드의 의뢰(1). +2 20.04.22 381 10 10쪽
45 45.아틀라스그룹. +2 20.04.21 387 11 10쪽
44 44.나타나는 암중의 음모세력. +2 20.04.20 414 10 11쪽
43 43.한국의 선택은(2). +2 20.04.19 405 9 11쪽
42 42.한국의 선택은(1). +2 20.04.18 398 10 11쪽
41 41.곤경에 빠진 김남정(3). +2 20.04.17 398 10 11쪽
40 40.곤경에 빠진 김남정(2). +2 20.04.16 383 13 12쪽
39 39.곤경에 빠진 김남정(1) +4 20.04.15 399 9 12쪽
38 38.포로구출. 20.04.14 392 10 11쪽
37 37.카지노 전투(2). 20.04.13 402 9 12쪽
36 36.카지노 전투(1). 20.04.12 416 10 11쪽
35 35.후게자 보호의뢰. 20.04.11 426 9 11쪽
34 34.후계자들. 20.04.10 440 9 11쪽
» 33.포로 구출작전(3). 20.04.09 435 9 11쪽
32 32.포로 구출작전(2). 20.04.08 434 11 12쪽
31 31.포로 구출작전(1). 20.04.07 450 13 12쪽
30 30.원망의 대상. 20.04.06 451 9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