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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어벤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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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0.03.08 09:09
최근연재일 :
2020.07.22 15:09
연재수 :
1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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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75
추천수 :
980
글자수 :
596,627

작성
20.04.19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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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1쪽

43.한국의 선택은(2).

DUMMY

“하하, 그저 내가 생각해본 최악의 가정일 뿐입니다. 자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여의도에 도착해 의심이 가시지 않은 장인보의 얼굴을 쳐다보며 웃음으로 작별인사를 대신하고 차에서 내린 강호는 가을에게 문제가 있는 건 없는지 문자를 남겼다.

-별 문제 없지?

-나야 괜찮지만 어딜 갔었기에 그동안 연락이 없었던 거야?

-너도 알고 있다시피 북쪽 일하나 처리하고 이제 도착한 길이다.

-...그랬구나. 잘 끝난거야?

-그럭저럭.

-이리 올 거야?

비벼댈 언덕하나 없는 낯선 곳이니 답답하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가서보자.


.


비서실장이 쳐다보고 있는 자리에서 국정원장이 가지고온 김남정의 친서를 읽은 대통령의 얼굴에 묘한 기색이 떠올랐다.

“이 서한을 가지고온게 국정원프리랜서라고?”

“네, 그렇습니다.”

“뭐하던 놈이지?

“부사관으로 공군에 복무하다 장애를 입고 전역한 자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김남정과 인연을 맺게 된 건진 아나?”


원장은 싱가폴과 북한에서 벌어진 사건을 늘어놓았다.

“호, 그걸 이놈혼자서 다 해결했다는 거야?”

“그렇습니다.”

“생명의 은인이라, 그래서 그러는 건가?”

“무슨 일이신지?”

“김남정이가 자신의 대화창구로 이놈을 지명했어.”

“네에? 그게 무슨?”

“우리 측과의 모든 대화는 이놈을 통해서 하겠다는 거지.”

“기, 김남정이 민간인에게 그런 전권을 줬다는 겁니까? 허, 그 미친놈이!”

“그런데, 문제는 과연 이일이 나에게 득이 되겠냐는거지.”

“제가 무슨 일인지 알아도 되겠습니까?”

“자유무역도시를 만들겠다는데 설명회에 참가할 업체들을 뽑아 보내달라는군.”

“...그거, 나쁜 일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자넨, 그렇게 생각하나?”


어리둥절한 얼굴로 원장이 대통령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만약에 북으로 들어간 업체들이 김남정의 변덕으로 발이 묶이면 어떻게 될까?”

“..아무리 북한이라지만 그럴수 있을까요? 세계적으로 지탄을 받을텐데..?”

“흐흐, 언제는 그놈들한테 상식이 통한적이 있었나?”

“그래도 각하께는 치적이 될수도 있는 일이 아닐까요?”

“글쎄? 기회가 될지, 아니면 내발로 무덤으로 기어들어가는 꼴이 될지 그건 알수가 없는 일이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일단 기업들의 의향을 들어보게 간담회라도 개최해야겠지. 그러니 권실장이 30개 업체를 선별해서 초청장을 발송하도록 하게.”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안원장은 김남정의 대리인이라는 그자를 놓치지 말고 행적을 지켜보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


떠오르지도 않는 오래전의 기억을 더듬으며 강호는 여의도 벚나무가로수 길을 걸었다.

‘내가 언제 여길 온 적이 있었나? 왜 여기서 내릴 생각을 했던 걸까? 그리고 어째서 이 길이 낯설지가 않은거지?’


강호의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이길, 아무리 봐도 어째 낯설지가 않아.’


눈앞에 젊은 부부가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흐릿하게 보였다.

뭐지? 무슨 사람들이..?


앞서 걷던 부부가 멈춰서더니 고개를 돌려 안타까움이 가득한 얼굴로 강호를 돌아다보았다.


벼락이 머리를 관통한 것 같은 저릿한 충격에 몸이 굳어버렸다.


어..! 엄마? 엄마! 젊은 시절 고왔던 모습의 엄마다.

눈앞에 보이는 사람이 어머니라는 확신이 들자 갑자기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갑자기 눈앞의 풍경이 이지러지더니 머리가 깨지는 것 같은 아픔과 함께 부부가 사라졌다.


천둥소리 같은 호령의 포효가 머릿속에서 울려왔다.

가위눌린 꿈에서 놀라 깼을 때처럼 차가운 기운이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


“뭐, 뭐야, 뭔가 본 것 같았는데? 그게 뭐였지?”

기억을 해낼수 없는 답답한 마음에 어쩌다 생각이 많아질 때면 한 대씩 태우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불을 붙여 폐 속 깊숙이 빨아들였던 연기가 수증기처럼 뿜어져 나와 허공에 흩어지자 답답한 가슴이 조금은 풀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구지케는 야마노 이와토의 동굴속에서 들려오는 히미코의 말에 넙죽 엎드렸다.

“구지케! 드디어 한국으로 도망친 미치코의 잔류사념이 나타났다. 네가 그 사념이 접촉한 인간을 찾아 내 앞에 데려와야겠다.”

“지금즉시 명하신대로 봉행하겠습니다.”


히미코의 손이 쳐들리고 검은 기류가 쏘아져나가 구지케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구지케는 막강한 힘이 차오르는 것을 알수있었다.


“네게 내 신력을 넣어주었으니 알아보는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히미코는 언제나 옳다. 히미코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야마타이족의 족장 구지케는 미치코가 도망쳤을 때처럼 실수가 있어선 안된다는 생각에 부하들을 데려가기로 마음먹고 즉시 부족원들을 불러 모았다.

그중에서 가장강한 네명의 전사를 골라 뽑은 구지케는 여행 준비를 시켰다.


“센다이! 히미코님을 모실 그릇을 찾으러 갈 것이니 빨리 준비하도록 해라. 그리고 한국에서 문제가 생겨도 즉시 해결할 수 있도록 CIRO에도 협조요청을 해놓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


모니터로 강호를 주시하고있던 경서는 모니터에 갑자기 노이즈가 생기는 것을 보고 와치의 상태를 점검했지만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화면은 이내 정상으로 돌아왔다.

“뭐야 갑자기? 호오-, 정말이지 알 수 없는 사람이라니까.”


와치가 날아올라 주변을 샅샅이 스캔했지만 이상 징후는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강호의 옷깃에 붙은 와치는 평소엔 볼수 없었던 강호의 젖은 눈을 보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왜 저렇게 슬픈 눈을..? 도대체 무슨 일이야?


입에서 빠져나와 흩어지는 담배연기를 지켜보던 강호는 꽁초를 비벼 껐다.

아련한 그리움의 그림자를 본 것 같았지만 그게 무엇이었는지 기억은 나질 않고 옥죄는 가슴만 시리도록 아파왔다.


‘내가 뭘 본거지?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프고 아린건지 모르겠네.’

경서는 정처 없이 걷고만 있는 강호의 마음이 무엇 때문인지 알 것 같았다.

평소와 달리 힘없이 쳐진 어깨와 걸음걸이는 외로움이 물씬 풍겼다.


“고아라더니.. 저 사람 지금 외로운거야.”

지켜보고 있는 자신의 가슴속에도 찬바람이 이는 것 같았다.


.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졌다.

자신의 치적으로 남길 것인가, 아니면 퇴임이후 자신의 안전을 지켜줄 정권승계를 위해 대리자의 입을 막을 것인가.

자신의 선택에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어 선택이 필요할 때마다 단 한번도 실패도 겪은적이 없었지만 이번만큼은 어쩐 일인지 확신이 서질 않았다.


어느 것을 선택하더라도 당장은 자신에게 해가 될 것은 없다.

하지만 언제고 자신의 결정이 세간에 드러나게 된다면 자신이 내렸던 결정을 두고 문제를 삼을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또다시 정당치 못한 방법으로 정권을 장악한 자신을 향해 정통성의 포문을 얼고 나올 것이 틀림없었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고민을 거듭하던 대통령이 실장을 불렀다.

“권실장, 그 김남정의 대리인이라는 놈을 데려와 봐. 한번 얼굴이라도 보고 싶군.”


실장은 고민이 깔려있는 대통령의 얼굴을 보며 어리둥절해졌다.

저런 표정은 여태껏 본적이 없는데 아무래도 이상한 걸?

“무슨 일로 그러시는지..?”

“아무래도 느낌이.. 영 안 좋아, 그놈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난 뒤에 결정을 해야 할 것 같다.”

“아, 예. 알겠습니다. 바로 불러들이겠습니다.”



여전히 알 수 없는 안타까운 감정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여의도를 배회하고 있던 강호의 앞을 검은 승합차가 가로막았다.


“이건 또 뭐야?”


안 그래도 마음이 혼란스러운 판에 상가라도 가는 길인지 차에서 내린 검은 양복을 입은 놈들이 앞을 가로막고 비웃는 웃음을 지었다.

대통령이 이런 놈을 왜 원하는지 몰라도 왠지 마음에 들지않는 모습 때문에 갑질에 익숙한 그로서는 말이 곱게 나오질 않았다.


안 그래도 답답한 마음을 풀 곳이 필요했던 터라 강호의 말이 곱게나갈리 없었다.

“니들 뭐냐?”

“뵙자고 하는 분이 있으니 차에 탑시다.”

“누가 날 보자고 하는 건데?”


째진 눈을 번들거리며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있던 놈이 손을 뻗으며 나섰다.

“쯧, 짜식이 타라면 탈것이지 뭔 말이 이렇게 많아!”

강호는 자신의 어깨를 붙잡아오는 손을 잡아 앞으로 당기며 상대의 오금을 가볍게 차서 꿇어앉히고 손목을 사정없이 비틀어 꺾었다.


그래도 훈련은 제대로 받았는지 손목이 꺾이자 어쩔 수 없이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이를 악물고 신음소리를 뱉어내지는 않았다.

“누군지 모르지만 손버릇이 안 좋은 친굴세? 누가 날 보자고 하는건지 말 안할건가?”


순식간에 벌어진 어이없는 상황을 보고 세놈이 주위를 에워쌌다.

내가 누구라는걸 알고 있는지 중년의 남자가 나섰다.

“어이, 그 손은 그만 놔주지.”

강호의 입에서 비웃음이 새어나왔다.


“넌, 누군지도 모르는 놈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말을 잘 따르는 모양이지?”

“흠, 우린 각하의 명령을 받고 온 걸세. 그러니 그만 그 친구를 풀어주는게 어때?”

“각하라면.. 대통령이? 나같이 하찮은 사람을 왜? 신분증 내놔봐.”


사내가 마지못해 지갑을 꺼내들고 펼쳤다.

강호는 신분을 확인하고도 꺾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허, 높은 자리에 있는 양반들은 이렇게 양아치 짓을 해도 되는가 보지?”

비명소리도 못 내고 땀만 흘리던 놈이 눈을 까뒤집고 온몸을 꼬아댔다.


“쯔쯧-, 실력도 없는 놈이 무슨 경호원을 한다고, 됐다 그만 가라. 그리고 당신들 잘 들어. 내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그런 놈인줄 알았다면 착각한 거야. 그러니 쓸데없이 힘자랑하지 말고 그냥 돌아가.”


강제동행하라는 명령을 받지 못했기에 중년인의 안색에 난감한 기색이 어리면서 상황을 이따위로 몰고 간 부하를 씹어먹을 듯 노려보았다.

“내 부하의 실수는 인정하지. 하지만 각하의 부름을 외면하고 나면 이곳에 발붙이고 살기 힘들 텐데?”

“하하, 이거 참 날 걱정해주는 거야? 아직 나란 놈에 대해 제대로 파악을 못한거 같은데.. 내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그런 걱정 하지 말고 당신일이나 똑바로 잘해.”


화가 난 기색이 역력한 남자가 씹듯이 말을 뱉어냈다.

“으음, 어디 자네 말대로 될지 지켜보지.”

어쩔 수없이 돌아가는 차량의 뒤를 강호는 서늘한 눈으로 지켜보았다.

‘쓸데없이 정부문제에 끼어들어 걸레질까지 해줄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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