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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 님의 서재입니다.

대충 사는 인간의 세상 뒤집記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keju0422
작품등록일 :
2022.06.14 04:52
최근연재일 :
2023.01.30 19:55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8,204
추천수 :
373
글자수 :
836,773

작성
22.06.14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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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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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DUMMY

15화

엄마는 왜 하필 나얼 노래냐, 괜히 나얼에게 트집을 잡았다. 차창을 닫고 하염없이

울었다. 약 올린다고 라디오에서는 잇달아 산울림의 ‘청춘’이 흘러나왔다. 언젠간 가

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가사 하나하나가 엄마의 가슴을 찔렀고

결국엔 후벼 팠다. 내 청춘은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부룩송아지 같은 천방지축 상고머리 사내에게 하룻밤 풋사랑으로 요절이나 덜컥 애가 생겨 끝났지만, 덜컥 생긴 애는 제대로 키우려고 눈에 불을 켜고 살았는데 이 무슨 청천벽력이냐,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고 치가 떨렸다. 생각하면 할수록 분하고 원통해서 이 쓰레기 같은 인간들을 어떻게 씹어 먹어야 분이 풀릴까 생각하니 몸서리쳐져 엄마는 핸들을 두드렸다.

크락슨 소리가 허공을 공허하게 울렸다. 계속 크락슨 소리가 울리자 마주 보던 파출

소서 순경이 나왔다. 엄마는 그곳에서 황급히 빠져나왔다.

집에 온 엄마는 소주에 나박김치를 놓고 술을 마셨다. 엄마는 당신을 학대하며 술을 마셨다. 끓어오르는 눈물을 그냥 흘리며 술을 마셨다. 그러다가 나박김치 국물도 마셨다.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정신은 말똥했다. 눈물은 봇물 터지듯이 흘러내렸지만.

칼에 찔려 구멍이 난 아들 등짝 사진을 손가락으로 확대하다가 끔찍해서 또 소리 내 통곡했다. 나박김치를 입에 물고 통곡했다.


- 니 아빠랑 잘 안 돼도 너랑은 잘되고 싶은데, 그래 줄래?


샤크 킥으로 목덜미를 내리치듯 결혼할 거냐고 물은 내 딸의 말에 내가 우물쭈물 선뜻 대답하지 못하자 민교가 눈치 빠르게 내 딸 조선의에게 부탁하듯 말했다.


- 이모, 아님 고모?

- 다 좋아 친구도 좋고 내 멘토도 좋고...

- 그럼, 내가 부르고 싶은 대로 그때그때 부를게.

- 고마워, 정말 땡큐다.

- 근데 만일 아빠랑 합쳐도 엄마라고 안 부를 거야.

- 당근, 그럴 일도 없겠지만...

- 민교야 그런 소리 하지 마, 저 인간이 뭐 대단하다고 기가 죽어?


엄마가 민교한테 미안한 것인지 아니면 가족이 됐으면 하는 바람인지 민교를 다독였

다.


- 저한텐 대단해 보여요...

- 뭐, 모성 본능?


민교가 고개를 끄덕였다.

딸은 킥킥대며 웃었다. 입속에서 밥알이 튀어나왔다.

아버지는 물을 마시다가 사레가 들었다.


- 아이고, 그놈의 얼어 죽을 모성애, 저놈은 왜 그걸 가지고 태어나가 여럿 괴롭히

냐...


과장된 듯한 엄마의 말이 나를 더 우습게 만들었다.


- 학교는 언제 옮겼어?


생뚱맞게 흘러가는 분위기가 나를 희화화(戲畫化) 시키는 것 같아 짐짓 내가 건조하고 시니컬하게 물었다.


- 2학년 여름 방학 때...

- 학교에서 떠나라고 했겠지.


아버지가 한마디 거들었다.


- 아닙니다, 자의 반 타의 반이지만, 타의가 아니더라도 자의(自意)로 옮겼을 겁니다. 성제와 그 패거리들이 보기 싫었으니까요. 그들과 어울리기 싫어서 피해 다니다가 일부러 텐프로로 뛰어들었어요.

- 텐프로가 뭐야? 아빠 핸폰.


내 핸드폰으로 검색하려고 내게 손을 내밀며 선의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 공주께서는 몰라도 될 거 같은데요, 시간 많이 됐다, 몽대야 데려다 줘라...

- 니 차 갖고 왔을 거 아냐?

- 에라이, 썩을 놈... 당신이 데려다주세요.

- 버스 타고 왔어요.


나는 속으로 민교가 왜 차를 두고 왔지, 궁금해하며 머리를 갸우뚱했다.


- 가자, 그럼, 데려다 줄게...

- 내 아들 이거 왜 이러냐, 이렇게 센스 없는 줄 몰랐네, 아직 밥 다 안 먹었어, 어떻게 이런 애가 연애를 하냐, 구시대 유물만 발굴하더니 구시대 유물이 됐네.


아버지는 조선의의 호기심을 딴 데로 돌리려고 어머니가 한 말을 빨리 캐치를 못 한다며 나를 벽창호로 몰았다.

민교는 해질 무렵까지 집에 있었다. 여자 셋은 장소를 옮겨가며 수다를 떨었다. 내 딸 선의는 그 큰 눈을 반짝이며 턱받침으로 주로 듣는 쪽이었고 가끔 궁금한 게 나오면 물었다. 무궁무진한 어른들의 세계가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날씨까지 도와주었다.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니 수다 떨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부추부침개까지 부쳐 먹었다. 아버지와 나는 마늘을 까고 부추 껍질을 벗기고 콩나물을 다듬었다. 하나씩 끝날 때마다 엄마가 하나씩 일거리를 가져다주었다. 아버지는 부추부침개를 얻어먹은 뒤 정당(政黨)에 일이 있다며 도망가듯 가버렸다. 힐끔힐끔 내 눈치를 보던 민교가 드디어 집에 가야겠다며 일어났다.

엄마가 부추부침개 몇 개를 비닐에 싸서 롯데백화점 종이봉투에 담아서 민교에게 건넸다.


- 잘 먹을게요, 어머니.

- 자주 와, 우리 이빨 좀 까자, 입이 근질거려 죽겠어.

- 네, 어머니.


민교가 말끝마다 어머니였다. 다소 의도적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 아, 내 정신 봐, 밤 담아 온 바케츠 가져가야지.

- 아, 아뇨, 제가 그걸 가져가면 여기 올 핑계가 줄어들잖아요, 어머니.

- 그래, 그래, 맞다, 다음에 오면 거기에다 내가 김치를 담아주마.

- 고맙습니다, 어머니.

- 빨리 가자, 말이 많냐.


민교가 하는 게 가식적이고 노골적인 거 같아서 짜증이 나 채근을 했다. 그러나 엄마

는 그러는 민교의 아양이 좋은 것 같았다.


- 선의야, 조선의 국모가 될 조선의, 만나서 반가웠고 정말 즐거웠다.

- 응, 나도, 고모...


민교가 조선의를 와락 안았다. 선의도 받아줬다. 민교 눈에 눈물이 돌았다.

얘가 왜 이래? 지 딸인 것처럼, 속으로 같잖았다.


- 너도 바로 갈 거지?

- 야.

- 고모 집에 가는 건 아니고?


딸이 민교에게 고모라고 하는 이유를 알아차렸다. 나와 민교를 남매로 만든 그 이유

를... 선의의 발상이 앙증맞았다.


-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줄 거야.

- 아들, 자주 와라 좀...

- 무 썰게요?

- 밴댕이...


딸이 말했다.


- 뽀뽀 안 해줄 거야?

- 죽을래?

- 딸이 뽀뽀도 안 해주는데 여길 내가 왜 와?

- 그래, 그럼 내가 해줘?

- 엄마는 아버지가 있잖아요?

- 니도 민교가 있잖아, 둘이 잘 어울린다.

-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갑니다...


나는 서둘러 대문을 열고 나왔다. 밖은 어느새 비가 개어 있었다. 공기가 맑았다. 민교가 따라 나와 내 팔을 꼈다. 틀림없이 엄마는 대문 앞에 나와서 보고 있을 것이다. 딸은 나오지 않을 것이고...

팔을 빼려고 하자 민교가 팔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 야, 왜 이래? 좀 심하다.

- 팔짱 좀 낀다고 다 사귀는 건가? 안 쪽팔리려고 그러는 거지...


그래, 내 팔에 황금 두른 것도 아니고, 민교도 자존심이 있는데, 그렇다고 딱히 싫은

거도 아니잖아, 라는 생각에 그냥 뒀다.


- 애들 왔죠?

- 애들 어떤 애들...


나는 번쩍 정신이 들었다.


- 그럼, 그 새끼들 니가 보냈어?


팔을 빼고 정색을 하고 물었다.


- 거머리가 나왔어요, 4년이나 남았는데...

- 거머리?

- 성제 꼬봉 있잖아요, 성제 재크나이프 숨기려다 선배한테 얻어 차인 놈...

- 그 거머리? 니 애인?

- 애인 아냐, 아 진짜 너무하네, 선배...

- 애인 맞잖아?

- 어울려 다녔지, 남친 정도...

- 엄마 말은 다르던데, 니 그 새끼 좋아한다며?

- 한 때, 잠깐... 이젠 꼴도 보기 싫어요.


민교의 말에 단호함이 묻어 있었고 칼이 숨겨져 있었다. 그 칼이 누굴 향한 칼이지...

하다가 갑자기 망치로 누가 뒤통수를 친 것처럼 뭔가 뇌리를 스쳤다. 갑자기 민교가

측은해 보였다. 안아주고 싶었지만, 남들 눈이 많아 등만 쓰다듬어 주었다. 내가 한

행동에 민교는 울컥했다.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댔다. 선배 이제 알았어? 하는 것 같았

다.


- 나 진짜 뒷북치지?

- 아니, 디비쫀다, 큭...

- 미안...


눈물이 가득한 눈을 들키지 않으려고 민교가 옆으로 얼굴을 돌렸다.


- 술이 떡이 돼서 말했어요, 내가 성제한테 당하는 거 그때 알고 있었다고...

- 근데 왜 가만히 있었대?

- 내 말이, 앞에 놓인 소주병을 그 새끼 대가리에 내리치고 나와버렸지요. 그리고 그 새끼랑 소식을 끊었고...

- 거머리가 가만히 있을 인간이 아닐 텐데.

- 나 찾으려고 혈안이 됐지요, 나는 전포동 동태파 보스가 하는 술집에 나갔고요, 그 보스가 나를 보호해 줬어요, 거머리는 기회를 엿보다가 조폭 간의 전쟁 핑계로 보 스를 칼로 담그고 징역 10년 받았고, 모범수로 가석방됐대요.

- 근데 왜 나냐?

- 나 때문이겠죠, 내 앞에 나타나 꿇어앉아 울고불고 빌고 했지만 내가 단칼에 거절

했거든요, 침까지 뱉으며... 내가 의외로 세게 나오는 이유가 선배라고 생각한 거

같아요, 안 그래도 그때 선배한테 발로 차인 게 개쪽 팔았다고 이빨을 갈았는데...

- 너, 나하고 사귄다고 했어?

- 아뇨, 미행했겠죠, 화왕산...

- 미행이 너냐, 나냐?

- 선배가 몰랐으면 선밴데, 선배랑 부닥친 거 보니 내 뒤를 밟았겠죠.

- 다 본 거 아냐?

- 그 넓은 산을 뒤져 찾았다고요?

- 하긴 가까이 붙었으면 니가 눈치챘을 테니까...


갑자기 민교의 쌍심지가 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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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4 71 5 9쪽
9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4 67 4 10쪽
8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4 69 4 9쪽
7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4 76 4 9쪽
6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4 95 4 10쪽
5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4 88 3 10쪽
4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4 119 4 16쪽
3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4 177 5 12쪽
2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4 277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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