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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 님의 서재입니다.

대충 사는 인간의 세상 뒤집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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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ju0422
작품등록일 :
2022.06.14 04:52
최근연재일 :
2023.01.30 19:55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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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6,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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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4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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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DUMMY

8화

남자들은 생리 문제가 생기면 작은 거는 고분 부근 적당한 곳에 서서 해결하면 되었다. 근데 여자들은 사실 불편한 게 많았다. 작은 거든 큰 거든 무조건 엉덩이를 까야 하기 때문이었다. 고분 발굴이나 고분 현장을 정리하기 위해 많은 수의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데 적당한 장소 찾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수풀이 우거지고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곳에 볼일을 본다는 건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뱀이나 꿩, 고라니, 진짜 멧돼지 같은 것이 튀어나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신경을 곤두세워서 볼일을 봐도 혹 발을 헛디뎌 넘어지거나 언덕에서 굴러떨어지는 경우도 염두에 둬야 했다. 그런 불상사도 가끔 생겨 낭패를 겪기에 그랬다. 내 여자 동기 중 하나는 고라니가 튀어나오자 놀라 자기가 싼 똥에 주저앉은 적이 있었다. 나에게 SOS를 쳐 생수와 휴지와 넝쿨 이파리로 구해 준 적도 있었다. 그게 고맙다고 사귀자고 해서 사귀었는데 금방 헤어졌다. 둘이 죽이 맞아 담요 깔아 놓고 키스를 하려다가 몸에서 똥 냄새가 나는 것 같았고 똥 무더기에 주저앉은 모습이 자꾸 떠올라 하는 듯 마는 듯 데면데면하다가 그 후의 일도 치르지 못하고 헤어졌던 슬픈 기억이 있다. 그래서 여자들은 배설할 때 언제 어디서 예상치 못한 난감한 일들이 벌어질지 몰라 바짝 촉각을 세워야 했다. 물론 한 곳에서 오랫동안 발굴 작업하면 간이 화장실을 만들기도 하고 이동화장실을 설치하기도 하지만 경비 문제나 현실적인 문제로 쉽지 않았고 이용률도 낮았다.

그 사건도 서민교가 최대한 엄폐 은폐해서 볼일을 봤는데 내가 그만 우연히 그곳을 지나가다가 예기치 않게 봤던 것이었다. 유난히 엉덩이 부분이 발달한 민교의 신체적 특징 때문인 것도 한몫했다. 그렇지만 본의 아니게라도 보긴 봤기 때문에 조목조목 따져 들면 나는 영락없이 파렴치한 되기에 십상이었다. 아 골치 아프네, 왜 그래 엉덩이가 크냐, 바위도 모자라 삐져나와 가지고 말이야, 서양인 피가 섞였나?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 민교의 의도가 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애인 하나로는 성인 안 차나? 내가 좋으면 좋다고 하든지, 아니면 만인들 앞에서 떠들어 나를 망신을 주든지, 뭐냐? 대체...

근데 내가 유우의 비옷에 슬쩍 찔러준 게 진짜로 ‘직호문녹각제도장구’가 맞는 거 아닐까? 그렇게 찾고 싶어서 우리 조상들 피 빨아먹을 듯 뱀파이어 마냥 고분마다 설쳐댔잖아, 그럼 난, 私心(사심) 섞인 내 행동의 미안풀이용이었는데 졸지에 매국노가 된 거잖아 내 의도와 달리, 근데 매국노 맞긴 맞아? 이완용이처럼 나라 팔아먹은 것도 아닌데, 아, 졸라 기분 더럽네... 아무튼 못 할 짓을 한 건 맞는 건 같은데, 어떻게 하지,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하루하루 사는 놈한테 이 무슨 시련이냐, 하긴 자업자득이지, 무슨 내가 마초라고 그 엄청난 뒷배경을 가진 일본 상류층 처녀에게 수작을 걸었으니, 유우도 자존심이 있겠지, 자기하고 맞는 레벨의 놈한테 그런 일을 당했으면 기분이라도 덜 상하겠지, 왠 자폭이냐? 자뻑도 아니고, 성제 같은 놈이면 봐주려나, 근데 성제는 ‘직호문녹각제도장구’가 뭔지 모르잖아, 전공이 우리 쪽하고 다른 거 같던데...


- 교수님, 직고문각제가 뭡니까?


드물지만 띄엄띄엄 웃음소리가 들렸다.


- 누구야?

- 접니다.


용감하게 손을 들었다. 민교를 첫눈에 보고 이 학교에 저런 맵시녀가 있나 싶어 마음에 들어 뒤따라 들어간 1학년 교양 수업이었다. 급하게 핸드폰으로 검색한 뒤 질문이었다.


- 무식한 놈이 용감하다고... 직고문각제가 아니고 직호문각제다, 정식 명칭은 ‘직호

문녹각제도장구(直弧文鹿角製刀裝具)’다, 야요이시대(彌生時代) 일본 고분에서 많이

출토된 일본 고유의 일본식 문양이며 말이산 고분에서 출토되었다고 하는데 실제 유

물은 존재하지 않고 사진과 문서로만 전해져 내려온다... 호(弧)는 활 호를 말하며 활

처럼 굽은 선을 녹각도장구(鹿角刀裝具)에 새겼다...


조달호 교수 설명의 요지는 그 ‘직호문녹각제도장구(直弧文鹿角製刀裝具)’가 말이산 고분에서 출토되었기에 임나일본부설을 일본이 주장한다는 것이었다. 즉 일본의 어느 국가가 영남지역을 식민지로 만들어 다스렸다, 그래서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탈하여

강제로 합병한 뒤 36년간 식민지로 삼은 정당한 역사적 근거를 그 유물에서 찾았다는 것이었다.


- 자네 무슨 과야?

- 사학과 복학생입니다...

- 어쩐지 군바리 냄새가 나더라, 여기 반은 저 군바리처럼 고독할 고(孤)하고 활 호 (弧)하고 구분 못 할걸, 한문 교육을 없애버렸으니... 자네 이름이 뭐야?

- 안 가르쳐 줄랍니다...

- 이게 군기가 빠져가, 왜?

- 웃으려고 말입니다, 헤...

- 안 웃을 게 말해 봐.

- 조몽대(曺夢大)입니다, 꿈을 크게 가지라고 아버지가 지어 주신...


교수도 웃고 학생들도 손바닥을 치며 웃었다.

여기저기서 들릴 듯 말 듯 육두문자를 쓰며 수군거렸다.

내가 째려보자 조용해졌다.


- 웃어서 미안하네, 자네 수업 마치고 이걸 들고 날 따라와...


그렇게 조달호 교수와 인연이 되어 사학과 조교까지 되었다.

알다시피 사학과 나와서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적었다. 집에 적당히 손 좀 벌리면서

용돈도 벌고 남 보기에도 그럴싸했고, 여기에다 금상첨화로 대학원까지 다니면 곧 교수라도 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공부는 진절머리가 나도 교수의 강권에 대학원도

다니고 있다. 3류대학 타이틀로는 조달호 교수 후임은 힘들고 은연중에 교수가 지방 박물관 학예사 자리 운운해서 그걸 믿고 열심히 교수 뒷바라지를 하는 것이다. 조교수의 기획력 즉 돈 끌어오는 수완이 탁월해 경남 사학계에서 거물로 대접받았다. 이

세계에서도 돈이 능력이고 실력이고 권위였다. 그래서 조교수의 입김이 사학계 곳곳에 미쳤다. 이번 함안 말이산 발굴도 일본 측의 은밀한 제안이 먼저 있었지만, 전적으로 조달호 교수가 그 제안을 받아들여 움직이었기에 순전히 조달호 교수의 작품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그러니 조교수의 영향력이 상당하기에 나 하나 이 세계에 발붙이게 하는 건 식은 죽 먹기라 나가서 이 계통하고 완전히 다른 직업을 구할 생각이 아니라면 조교수 비위를 잘 맞출 수밖에 없었다. 일본에 나만 빼놓고 갔냐고 투정을 부리고 앙탈을 부릴 수는 있어도 대놓고 반감을 표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었다. 그러나 사실 이번 일은 조교수가 고맙기도 했다. 내 입장이 일본 갈 수 없는 처진데 가자고 닦달하면 난감한 상황에 봉착할 뻔했기 때문이었다.

일주일 만에 조교수와 민교가 일본에서 돌아왔다.


- 선배, 불멍이요? 뷰멍이요?

- 응?...

- 잘한다, 이 바쁜데 멍때리기는... 빨리 갖고 와요, 불꽃무늬토기하고 부뚜막토기...


민교가 잰걸음으로 와서 무대 밖에서 멍 때리고 있던 내게 말했다.

학교 소극장 무대 벽에 ‘말이산 49호 고분 한일합동 유물발굴 세미나’ 플랫카드가 걸려 있었다. 한일합동 유물발굴단이 발굴한 유물을 민교가 분주히 준비하는데 막상 제일 먼저 바지런해야 할 조교인 나는 심드렁해져 어슬렁거리고 있으니 민교가 핀잔을 준 것이었다.

무대 안에는 긴 탁자에 하얀 종이를 깔고 고분에서 발굴한 유물을 조교수와 민교가 진열하고 있었다. 조교수는 불꽃무늬 토기, 수레바퀴형 토기, 부뚜막 토기, 직호무늬 토기 조각 등 이름표를 유물 앞에 붙이고 있었다. 그런데 직호문녹각제도장구는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불안해졌다. 내가 이시하라 유우 주머니에 찔러준 게 직호문녹각제도장구가 아닌가? 뭐지? 우려했던 것이 현실이 되었나? 유물 현장에서 심심찮게 발에 차이는 목곽묘 나무 조각으로 판명 났단 말인가? 근데 왜 일주일이나 발표를 연기했지?


- 돌아보지 말고 들어, 츠키지 어시장 가 봤어?


보이지 않던 이시하라 유우가 어느새 나타나 나에게 말을 던졌다. 유우의 머릿결에서 라일락꽃 향기가 확 풍겼다. 잠자고 있던 늑대가 그 향기에 눈을 떴다.


- 일본 최대 최고의 수산물 시장, 동경에 있는...

- 응... 그 시장엔 칼잡이들이 수백 명 있지. 대대로 내려오는 칼의 명장들이 말이

야...

- 그래서?...


뭐 어쩌라고? 겁주냐? 그러고 싶었다.


- 그 츠키지 어시장 삼분의 일이 내 소유야...

- 부자네... 다른 것도 있는 거 알아...

- 우리 집 담벼락에 오줌 자국이라도 남기고 싶었어?

- 죽여, 목숨 걸만 했으니까...

- 그래 죽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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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4 71 5 9쪽
9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4 67 4 10쪽
»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4 69 4 9쪽
7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4 76 4 9쪽
6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4 95 4 10쪽
5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4 88 3 10쪽
4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4 119 4 16쪽
3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4 177 5 12쪽
2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4 277 7 11쪽
1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22.06.14 970 10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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