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影野輯錄

주유강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마눌밭
작품등록일 :
2012.11.15 06:53
최근연재일 :
2013.01.13 14:24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240,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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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0
글자수 :
294,577

작성
11.06.2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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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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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글자
10쪽

주유강호-사천편[제14-2화]

DUMMY

시간은 흘러 사위는 어둠에 잠겼다. 복수에 미친 것은 인간뿐이라 내리 이틀을 달리는 강행군에 말들이 먼저 지쳤다. 목표로 하던 천강도 생각보다 빨리 잡혀서 그들의 긴장도 풀렸다. 잠을 자기 위해 말을 멈추고 노숙 준비를 했다. 자리를 마련하고 건량과 술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술 냄새가 의식만 간신히 남아 있는 천강의 코를 자극했다. 고통으로 마비되어 있던 감각을 깨웠다. 잊고 있던 허기와 갈증이 그를 덮쳤다.


식사를 마친 당표가 양손에 건량과 술을 들고 천강 앞으로 다가왔다. 탈진한 천강은 그저 눈만 끔벅이고 있었다.

"먹고 싶나?"

대답을 할 리 없었다. 숨쉬기 조차 버거운 그였다. 퍽 소리가 나며 당표의 발이 천강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그의 몸이 본능적으로 움츠러들었다.

"대답 안 하나? 네놈을 위해 친히 술까지 마련했는데 감히 무시를 해?"

발길질이 이어졌다.

"대답하란 말이다. 이 천한 놈."

천강의 입에서는 신음조차 나지 않았다. 단지 선혈이 흙으로 범벅 된 얼굴에 도랑을 만들었다. 당표가 건량을 땅바닥에 던졌다. 턱을 들어 입만 벌리면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에게 선의가 있을 리 없다. 다른 손에 들고 있던 술병을 기울여 내용물을 그 위에 끼얹은 다음 발로 짓이겼다.


그나마 허기는 참을 수 있었다. 견딜 수 없는 것은 갈증이었다. 온몸의 수분이 빠져 나간 상태에서 맡은 술 냄새는 부모라도 팔아버릴 만큼 유혹적이었다. 그는 입을 벌렸다. 몸을 꿈틀거리며 이미 흙 속에 스며든 술을 마시기 위해 한 움큼 입 속으로 베 물었다. 건량과 흙과 술이 한꺼번에 들어왔다. 아직 축축했다. 힘껏 빨면 목을 축일 만큼은 나올 것도 같았다. 혼신의 힘을 다했다. 액체가 마악 목구멍을 타고 넘으려 했다. 당표가 천강의 머리를 걷어찼다. 결국 입 속에 있던 것이 밖으로 쏟아졌다.


"더러운 새끼, 내 앞에서 그런 추접스런 꼴을 보이다니 벌레만도 못한 네 녀석이 감히 당문의 위업에 흠집을 내다니......"

당표의 말에 걷어차인 고통 따윈 깡그리 잊어버렸다. 자신의 행동이 제대로 녀석들에게 먹힌 것이다. 말할 수 없는 통쾌함과 기쁨이 몸을 강타했다. 안면의 근육이 움직여 웃음을 만들어 냈다. 그 모습을 본 당표가 더욱더 매섭게 발광했다.


"표 아우 그만하게, 본가를 떠나기 전, 가주께서 그를 발견하면 산채로 잡아오라고 하질 않았나?"

당표의 구타가 잦아들었다.

"죄송합니다 원 형님. 이 놈이 갑자기 비웃는 바람에 그만 흥분한 것 같습니다."

"책망할 것 없다네. 나도 자네와 별반 다르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래도 명령은 지켜야 하지 않겠나."

당원은 쓰러진 천강에게 다가가 건량과 술을 던져 주었다.

"당문은 네놈의 죽음조차 허하지 않는다. 어서 먹도록 하라."

천강은 땅에 떨어진 음식을 정신 없이 먹었다. 손이 묶여 있어 입으로 술병을 넘어뜨려 입구에서 흐르는 술을 받아 마셨다.


새파랗게 어린 녀석들에게 개 취급을 당하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먹고 또 마셨다. 당원이라는 자의 위협에 굴복해서가 아니었다. 그의 가슴속에는 절대 타인에 의해 죽음을 당하지 않으리라는 강한 의지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삶과 죽음에 대해서 비교적 담백한 태도를 보였던 그였다. 묘상을 만나고 모든 것이 변했다. 그의 법문은 강호에서 정상적인 삶을 되찾을 수 있는 소중한 열쇠였다. 생에 대한 집착은 가능성을 손에 넣은 자들의 공통적이며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자라새끼, 잘도 처먹는군!"

당표가 침을 뱉고 자리로 돌아갔다. 당원도 천강을 묶은 밧줄을 확인하고 돌아갔다. 천강은 배속에 음식과 술이 들어가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바로 곯아떨어졌다. 날이 새면 다시 당가 녀석들의 고문이 다시 시작되겠지만, 수마의 공격은 모든 근심과 걱정을 날려버릴 정도로 강력했다.


몇 시진을 잤을까, 새벽의 싸늘한 공기가 천강을 휘감았다.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천강이 이를 견딜 방도가 없었다. 천근 무게의 눈꺼풀이 힘겹게 올라갔다. 어찌된 일인지 양 손과 양 발을 묶고 있던 밧줄이 풀려 있었다. 혈도를 짚였는지 움직일 수는 없었지만, 밧줄은 분명히 그의 옆에 본래의 기능을 잃은 채 방치되어 있었다. 대신 무수한 낙엽이 그를 덮고 있었다.


"네, 네놈이 어떻게...... 으악!"

당원의 비명이었다.

"무, 무슨...... 주천강 너 너 이놈?"

천강은 귀신에 홀린 것 같았다. 몸을 움직일 수 없어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으나, 자기(?)가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자는 당표를 걷어차 날려보내고, 아직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 당룡을 향해 독수를 펼치려 하였다. 당표가 신형을 간신히 일으켜 세우고 수미자오정(須彌紫烏丁)이라는 암기를 날렸다. 흑자색을 띈 우모(牛毛)침의 일종으로 일반의 것보다 훨씬 가늘고 가벼웠다. 대신 한쪽 끝에 깃을 일체형으로 만들어 놓아, 공력이 된다면 여타의 우모침들과는 달리 공기의 흐름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로운 운용이 가능했다. 그만큼 운용도 어려웠지만 제대로 펼쳐지는 자오정을 방어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당표는 자신의 암기에 쓰러지는 주천강을 상상했다.

"아악"

비명이 울려 퍼졌다. 당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주천강의 신형이 갑자기 사라지고, 뒤에 있던 당룡이 고스란히 암기세례를 받은 것이다.

"이, 이런 용 아우!!"

당표가 놀라 달려왔다. 그 사이를 틈타 주천강이 달아나기 시작했다. 당표가 다시 자오정을 날렸다. 이번에는 정확하게 그자의 등에 박혔다. 주천강이 힘없이 쓰러졌다.


당표는 해독제를 꺼내 급히 당룡에게 먹였다.

"표 형님…… 그자는 주천강이었습니까?"

"그렇다네, 그 놈이 암수를 숨겨두고 있을 줄이야. 씹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

"저 그런데, 원 형님은?"

당표는 퍼뜩 정신이 들어 당원을 찾았다.

"형님! 형님!"

당표의 애타는 부름에도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다. 주천강의 암습에 당한 것이다. 눈에 핏발이 섰다. 암기를 맞고 쓰러져 있는 주천강을 찢어 발기기 위해 미친 듯이 달려갔다. 하지만 몇 발짝 옮기기도 전에 피를 토하고 쓰러졌다. 당룡이 놀라 일어서려 하였고, 당표는 몸을 천천히 일으키며 한쪽 손을 내밀어 그의 아우를 제지했다. 그는 가벼운 내상을 입었을 뿐이라며 당룡을 안심시켰다.


세 명의 추적자 중 한 명은 죽고, 다른 한 명은 중독되었으며, 남은 한 명은 내상을 입었다. 주천강이 비록 수미자오정에 중독되어 생사를 헤매고 있다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당문의 참패였다. 당표는 주먹을 으스러지도록 꽉 쥐었다.

"우아아아악"

울분을 참을 수 없었는지 고함을 지르다 내상이 심해져 다시 토혈(吐血)을 했다. 그 덕분에 정신이 다시 맑아졌다. 냉정을 되찾은 당표는 바로 현장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우선은 땅을 파고 숨진 당원을 가매장 했다. 주검을 본문으로 옮겨야 했으나 그보다는 당룡의 상세가 더 중요했다. 당원의 주검은 본가에 알려 후일 회수할 계획이었다. 해독제는 독의 확산을 막을 뿐, 몸 속으로 들어간 자오정은 본가에서 제대로 된 처치를 받아야 제거할 수 있었다. 혈맥을 따라 돌다가 언제 중요한 장기를 해할 지 모른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당룡을 한시바삐 본가로 옮기는 것이 중요했다. 그는 혈맥의 흐름을 늦추기 위해 당룡의 수혈을 짚었다. 당표의 수고는 배로 늘 것이지만 그 편이 아우의 목숨을 살릴 기회를 늘릴 수 있었다.


한편 주천강에게 다가가 그의 기색을 살폈다. 이미 암기의 독기가 온몸을 훑고 지나가 대라신선이 현신한다 해도 살릴 수 없었다. 당표는 확인 차 사혈을 몇 개 점한 후에 당원이 묻힌 옆에 구덩이를 하나 더 만들었다. 이자 역시 본가로 보내야 했다. 적어도 이 모든 일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라도 그의 시체는 꼭 필요했다. 내상을 입은 몸으로 두 개의 무덤을 만드는 것이 수월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는 묵묵히 일을 끝냈다. 긴 한숨을 내쉰 후, 조심스럽게 당룡을 업고 힘겨운 걸음을 옮겼다. 타고 왔던 말들은 소란 틈에 어디론가 뿔뿔이 도망가 찾을 길이 없었다.


천강의 혈도가 풀렸다.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소리로 대부분의 사정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대체 '주천강'이란 자가 누군지 미치도록 궁금했다. 분명 자기 자신은 아니었다. 현재 걷는 것도 기적인 상태였다. 그래도 호기심이 먼저였다. 간신히 무덤 앞에 도착했다. 갑자기 천강이 얼빠진 비명을 질렀다. 그나마 땅바닥에 몸을 끌다시피 하였기 때문에 엉덩방아를 찧는 추태는 면했다. '주천강'이 묻힌 무덤에서 손이 쑥하고 솟아 올랐기 때문이다. 이어 돌과 흙이 구르는 소리가 나고 시체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뭐, 뭐, 뭐야, 다, 당신?"

심장이 몸 밖으로 빠져 나올 것 같았다. 가빠진 호흡을 겨우 진정하고 상대의 얼굴을 보았다. 흡사 동경(銅鏡) 속에 비친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뜯겨나간 귀가 온전하고 얼굴에 상처가 적다는 것 정도였다. 그자는 천강을 보며 오른손 집게 손가락을 펴 입술에 대었다. 조용히 하라는 표시였다. 웃고는 있었지만 그자에게서는 일말의 따뜻함도 찾을 수 없었다. 천강이 다시 입을 벌리려 하자 그자가 신형을 날렸다. 당표가 사라진 방향이었다. 천강은 바닥에 주저앉아 멍하게 하늘을 바라보았다. 해는 이미 중천에 걸려있었다. 쏟아지는 피로감에 눈을 감았다. 더 이상 머리를 굴리다가는 주체하지 못하고 폭발할 것이 분명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삽화의 천지입니다
갑자기 새로운 인물과 말이 등장하여 작업시간이 약간 부족한
느낌의 연재분이였습니다 ㅎㅎ
항상 찾아주시고 응원 주시는분들이 계셔서 힘납니다
다음화 글을 보니 더욱 열심히 달려야 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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