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影野輯錄

주유강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마눌밭
작품등록일 :
2012.11.15 06:53
최근연재일 :
2013.01.1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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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4.26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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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주유강호-사천편[제7화]

DUMMY

그런데 밟는 것에만 열중한 나머지 그녀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간과하고 말았다. 바로 우리에 갇혀 똬리를 틀고 있는 거대한 구렁이의 존재였다. 만약 평소의 그녀였다면 바로 앞에서 한가롭게 사내의 머리를 짓이기는 것에만 열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비록 현 당문의 제일기재라고는 하나, 연이은 사단과 일천한 경험에 천강에 대한 증오가 더해져, 중대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주부망(朱腐蟒).'

우리 안에서 두 남녀의 이전투구(泥田鬪狗)를 관망하는 거대한 영물이 있었다. 온몸에 피 칠갑을 한 것처럼 검붉은 빛을 발하며, 금방이라도 주위의 모든 것을 불태워 버릴 것만 같았다. 문외한이 보았다면 그 외모만을 보고 양독물(陽毒物)의 일종으로 여기겠지만, 실제로는 음독(陰毒)의 제왕이었다. 이 놈은 극양지기의 화신들로 가득 찬 이 방에서 홀로 그들과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오래 전 당문에서 신농거를 운용하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경험 부족으로 인해, 크고 작은 사고들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그 중 가장 심각한 사고는, 독물들의 유실이었다. 여러 가지 원인으로 유실은 계속 되었는데, 그 중 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동종간의 격한 싸움으로 인한 대량 폐사였다. 낯설고 좁은 환경에서 극도로 예민해진 독물들은 경미한 자극에도 발작하여, 그들을 대량 사육하고 있는 방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방 전체가 고독(蠱毒)을 만들기 위한 거대한 도가니처럼 되는 것이다. 먹고 먹히는 사투 끝에 운 좋게 한 마리가 남아 천하 절독이라도 구해지면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그것은 묘강의 비문(秘門)에서나 가능한 일이고, 무고술에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당문으로서는 시체와 맹독으로 가득 찬 방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목숨을 내 놓을 지경이었다.


그들은 노력이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을 기울였지만, 해결책은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당문의 비처인 신농거는 절진 속에 위치하고 있었기에 함부로 규모를 늘리거나 구조를 바꾸기도 곤란했다. 뼈아픈 유실을 방관만 하던 차에 해결의 실마리는 우연히 찾아왔다.


현재 천강이 쓰러져 있는 곳의 맞은편, 당문의 사람들이 서사(西舍)라 불리는 곳에서 사고가 터졌다. 음독물들만 잔뜩 모아놓은 그곳에서, 주부망이 우리를 부수고 사라졌다. 관리되지 않은 독물, 그것도 제왕이라 불릴 정도로 강력한 녀석의 탈주는 재앙 그 자체였다. 당문은 즉시 총력을 기울여 녀석의 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한번 인간의 손에 잡힌 경험이 있는 녀석은 여간 해서는 그 흔적조차 찾아내기 힘들 정도로 은밀히 행동했다.


아무런 성과도 없이 며칠이 흘러갔다. 인명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으나, 폭풍전야의 무거운 압박이 계속해서 당문을 짓누르고 있었다. 그 와중에 서사에서는 예의 몰살 사태가 또 벌어졌다. 중인들은 사태 수습을 위해 수색을 중단하고, 각자의 부서로 돌아갔다. 행운은 이 때부터 시작이었다. 행적이 묘연하던 구렁이가 발견되었다. 그것도 현재 천강이 있는 바로 이곳 동사(東舍)의 한가운데에서 수많은 독물들과 대치한 채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의 시간이 흘러갔다. 빈발하던 폐사는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당문은 이로서 한가지 중요한 발견을 할 수 있었다. 상극의 성질을 가진 독물의 단체(單體)가 상대 무리와 대칭을 유지할 때, 극도의 긴장 속에서도 안정을 유지한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압도적인 독성을 가진 놈들을 계속해서 수급해야 하지만, 당문으로서는 문제될 게 없었다. 그렇게 누대에 걸쳐 이 곳 동사에 터를 잡고 살아온 게 주부망이었다. 지금 우리 속에 있는 게 당시의 녀석은 아니지만, 장내를 압도하는 독성은 선대에 못지 않았다.


천강의 몽롱한 머릿속에 시리고 날카로운 기운이 파고 들었다. 열기로 가득 차 꽉 막혔던 가슴이 조금씩 편해지며, 사지에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주부망의 강한 음기가 천강을 사지(死地)에서 조금씩 끌어내 주었다. 천강의 우수(右手)가 재빠르게 움직였다. 숙영의 발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었다. 천강의 손은 강력한 덫처럼 그녀의 가느다란 발목을 움켜쥐었다. 동시에 그의 손가락은 복사뼈 부근의 구허혈(丘墟穴)을 파고 들었다.


득의 양양해 하던 그녀의 입에서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발목에서 시작된 고통은 그녀의 반신을 타고 돌았다. 즉시 내공을 일으켜 방비를 했으나 왼쪽다리의 마비를 막지는 못했다. 천강은 마치 강시라도 된 듯 몸의 관절을 거의 쓰지 않고 일어났다. 여전히 그의 오른손에는 숙영의 발목이 잡혀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바닥에 처박힌 채 빗자루 취급을 받았다. 천강은 발목을 움켜쥐었던 손에 힘을 풀고 재빨리 고쳐 쥐었다. 동시에 허공에서 흔들리던 다른 쪽 발도 마저 잡고 가까운 벽으로 집어 던졌다.


맹독을 품은 독물들이 잔뜩 도열해 있는 벽을 향해 날려가는 숙영이었지만, 덕분에 구허혈의 제압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녀는 한줄기 진기를 뽑아내어 독룡편을 천강의 다리를 향해 날렸다. 아직 운신이 자유롭지 못한 천강의 발에 독룡편이 감겼다. 그녀는 벽에 부딪히기 직전 천강의 발을 지지대 삼아 속도를 줄일 수 있어 치명상을 가까스로 모면했다. 그렇다고 무사할 수는 없었다. 벽과 충돌한 후 바닥에 떨어진 그녀 위로 선반이 무너져 내렸다.


수많은 독물을 담은 자기(磁器)가 함께 쏟아졌다. 엄청난 소음과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고, 각종 개구리, 뱀, 벌레가 심각한 자극을 받아 죽고 죽이는 혈투가 시작되었다. 방안은 극독으로 가득 찼다. 천강은 기세에 눌려 멍하니 있다가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숙영이 잔해 속에 깔린 채 자신의 무기를 회수하자, 독룡편의 가시가 바지 자락을 쓸었고 그 기세를 이기지 못해 넘어진 것이다. 마침 그 옆에는 주부망이 형형한 안광을 뿌리며 잔뜩 독기를 뿜어대고 있었다. 양독(陽毒)에 치명적인 약점을 가진 그로서는 이 녀석의 옆을 떠날 수가 없었다.


언제 숙영의 공격이 시작될 지 모른다. 그는 몸을 숙여 주부망을 가둔 우리의 문을 열어 젖혔다. 구렁이는 화살과 같은 빠르기로 천강을 향해 달려들었다. 천강은 옆으로 피하며 주부망의 머리를 찍어 눌렀다.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독기를 내뿜으며 달려드는 시점에 중독되어 꼼짝없이 목숨을 잃었겠지만, 현재의 천강에 있어서는 둘도 없는 천하의 명약이었다.


독이 무용지물이 된 주부망은 여타의 구렁이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게다가 오랜 감금생활로 인해서 인지 힘이 많이 약해져 있던 탓인지, 천강은 더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녀석은 머리가 제압을 당하자 나머지 몸통으로 천강의 휘감아 압박을 가하기 위해 기묘하게 꼬며 덮쳐왔다. 천강은 여전히 침착하게 공격을 피하며 주부망의 꼬리를 낚아채, 도리깨 질을 하듯 바닥에 메다 꽂았다. 거의 한 장 반에 달하는 거대한 구렁이는 공력을 잔뜩 실은 이 공격에 온몸의 뼈가 산산이 부서졌다. 당문으로서는 또 하나의 심각한 손실이 발생하는 순간이었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참사가 재차 벌어지는 현장의 한 가운데에 주부망은 널브러져 있었고, 그 주위는 녀석이 뿜어낸 극독으로 인해 일정한 경계를 이루었다. 그 경계 너머에는 여전히 독물들의 의미 없이 치열한 사투가 계속 되었다. 천강은 이곳을 빠져나가기 위해 주부망을 들어 올리려 몸을 굽혔다. 물먹은 솜처럼 축 늘어진 녀석은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다. 되는 대로 말아 들쳐 메고는 출입구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독룡편이 그의 진로를 가로 막았다. 숙영은 당문의 심법과 영험한 피독주 등의 보호로 수 많은 독극물의 공격에 결정적인 치명타는 입지 않았지만, 옷과 피부에 스며드는 독까지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심하게 부풀어 올라 원래의 모습을 찾기 힘들어진 얼굴은 납빛으로 죽어 있었고, 화려한 의복은 누더기로 변해, 당장 개방으로 숨어든다 해도 알아채기 힘들 지경이었다.


"네 이놈!"

앙칼진 소리를 지르며 천강을 노려보는 숙영의 모습은 봉두난발을 한 야차의 화신이었다. 천강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그녀의 공격에 대응했다. 그에게 매우 유익한 주부망의 독액은 정상적인 체질을 가진 숙영에 있어서는 치명적이었다. 또한 주위의 수많은 독물들과 그들이 벌여놓은 구역질 나는 잔여물 또한 그에 뒤지지 않은 극독의 향연을 벌이고 있어, 그녀의 움직임을 크게 제한했다.


순간의 분을 이기지 못해 다시 한번 스스로를 사지에 몰아넣은 그녀였지만, 후회고 반성이고의 개재가 아니었다. 오로지 천강을 죽여버리겠다는 일념으로, 자신의 안위도 돌아보지 않은 채 독룡편을 매섭게 휘둘렀다. 호연십팔편의 살초들이 그녀의 손에서 펼쳐지며 압박해 들어갔다. 천강은 대수롭지 않게 주부망을 들어올려 공격을 무위로 돌렸고 그 사이로 드러난 숙영의 파탄 속으로 집요하게 주부망 들이밀었다. 그 놈의 대가리는 훌륭하게 무기와 방패의 역할을 적절히 수행해 주었다. 숙영을 적당히 농락하던 천강은 지쳤는지 슬슬 방을 빠져나가려 했다.


그러자면, 성가신 독룡편을 무력화 시켜야 했다. 주부망의 보호를 받고 있기는 했지만, 독룡편의 극독은 무시할 수 없었다. 숙영은 생사를 도외시 한 채 동귀어진으로 몰고 가려 하여, 연달아 절초들을 뿌려대었다. 채찍에 스친 모든 것들이 파괴되고 있었다. 그 지경에도 독물들의 살육전은 계속되어 장내는 그것들이 뿜어내는 독으로 인해, 검푸른 독무(毒霧)와 분진으로 가득 찼다.


숙영의 공격은 이제 초식마저 무시한 채 마구잡이 식으로 이어졌다. 그렇다고 위세가 약해진 것은 아니어서 무시무시한 공력이 담긴 채찍이 천강의 가슴을 노려왔다. 천강은 피하지 않고 그대로 공격을 맞받아 쳤다. 주부망의 꼬리를 잡은 채, 대가리를 쇄도해 오는 독룡편의 끝을 향해 던졌다. 주부망은 온몸의 뼈가 가루가 되다시피 했지만, 머리는 무사했다. 두 사람의 무기가 교차했다. 구렁이는 그대로 숙영에게 돌진하며 아가리를 크게 벌려 독액을 뿜어냈다. 그녀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독룡편을 회수해 구렁이의 머리를 잡아채었다.


채찍의 가시들이 구렁이의 비늘 사이를 파고 들었고, 그 끝은 한껏 벌린 아가리를 관통해 정수리로 빠져 나왔다. 상극의 극독이 직접 접촉하자 고약한 냄새와 함께 연기가 피어 올랐다. 숙영의 독룡편과 천강의 주부망은 서로 엉켜 옴짝달싹 할 수 없게 되었다. 숙영은 채찍의 손잡이에 힘을 주었지만, 천강 또한 순순히 양보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주도권을 잡기 위해 내공을 끌어 올렸고, 자연스럽게 내공 대결로 이어졌다. 공력의 우위를 점한 천강과 운용의 정묘함에 앞서있는 숙영은 그렇게 균형을 유지하며 백척간두의 대치상태를 유지했다. 절독(切毒)의 지옥도 속에서 두 사람은 미동도 하지 않고 서로의 진기를 부딪혀 갔다. 한편 흩어진 독물들은 대부분 목숨을 잃었고, 살아남은 몇몇은 두 사람의 투기에 한껏 고무되어 더 심하게 날뛰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전 삽화를 담당하는 천지입니다
주유강호연재가 많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처음엔 주1회연재로 하기로 기획이 되었는데
점점 미루어 지더니 이젠 기억속에서도 잊혀질정도가 되었네요
그래도 혹시 기다려 주시는분이 계실것같고 연재 준비를
계속 하고 있는 와중에 더이상 미루어 지면 안될듯해
준비된 연재분 만이라도 한회한회 연재를 할 생각입니다
다시한번 죄송하단 말씀드리고 항상 건강하시길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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