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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루찌님의 서재입니다.

드림 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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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루찌
작품등록일 :
2023.05.10 19:29
최근연재일 :
2023.10.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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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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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95화

DUMMY

시끌벅적하던 여관은 어느새 북해에 갑자기 나타난 크라켄에 대한 이야기로 인해 분위기는 다소 무거워지고 말았고 그 중심에는 케인 일행과 북부 대륙을 오가는 순항선인 바실리호의 선장 롭스가 있었다.




그리고 그 롭스는 크라켄을 무찌를 테니 자신들을 돕겠냐는 터무니없는 케인의 질문에 어떤 의심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일면식이라고는 조금 전 하스와 팔씨름을 한 게 전부인 그가 케인의 말에 동의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사실 그것은 케인을 믿기 때문에 나온 대답이 아니었다.




롭스는 지난날 항구 앞바다에서 등장했던 크라켄과 그로 인한 수많은 사람들의 끔찍한 죽음을 두 눈으로 목격했고,




잊을 수 없는 순간에 대한 분노로 빚어진 충동적인 대답이었던 것이다.




즉, 그가 긍정적인듯한 대답을 했다고 하더라도 정말 그를 설득시킨 것은 아니었고, 케인은 그가 납득할만한 계획과 자신이 가진 능력을 입증해야만 했다.




"그런데 왜 녀석을 잡겠다는 거지? 아니 그전에, 어떻게? 그리 대단한 실력자로는 안 보이는데."




마침 롭스는 뒤늦게 케인에 대한 의문이 들었고, 이는 케인이 그를 설득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크라켄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바다로 나가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롭스의 튼튼한 배가 필요했다.




때문에 케인은 그를 반드시 설득해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는 꼭 북부 대륙으로 가야 해. 하지만 그러려면 반드시 순항선을 타야만 하고. 방법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아까 당신 부관이 그러지 않았나? 당신이 크라켄의 촉수를 잘라냈다고."




"... 그랬지. 하지만 그게 왜..."




케인은 조금 전 대화에 끼어든 부관의 이야기에서 다른 사람은 쉽게 찾아낼 수 없었던 특이점을 발견했고, 롭스는 그에게 대답을 하며 케인이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떠올려냈다.




"... 그렇군... 인간이 만든 날붙이에 베이는 피부를 가진 크라켄이라..."




바로, 이번에 나타난 크라켄이 가진 특징이었다.




본래 크라켄이 북해의 악마라고 불렸던 이유는 그 엄청난 몸집과 그것을 이용한 파괴적인 괴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일개 병사들이 가진 무기로는 베고 찌를 수 없는 두터운 피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놈은 수 없이 쏟아지는 화살은 물론 웬만큼 날고 기는 실력자들의 검도 튕겨내며 무적과도 같은 체급을 가지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그 크라켄을 토벌했던 아쥴 선장의 토벌대들이 지금까지도 칭송받는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아쥴 항구 사람들이 발견한 크라켄은 달랐다.




몸집과 괴력은 과거 세상에 존재했던 크라켄과 흡사했지만, 롭스와 그의 선원들이 가져온 검, 도끼, 창에 찔리고 베일 정도로 피부는 질기지 않았다.




즉, 적당한 수의 배와 선원들, 그리고 그럴듯한 전략만 있다면 충분히 녀석을 잡을 수 있다는 뜻과 같았다.




"하지만... 겨우 그 정도로는 내 선원들은 물론 항구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없어."




그러나 롭스의 말대로 아무리 크라켄의 피부가 예전 같지 않다한들 깊은 바다에서 만나는 그 괴수는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어쭙잖은 계획과 준비로는 아예 전멸을 할 수도 있는 싸움이었다.




하나, 케인의 설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그럴 거라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신 말이 맞아. 그래도 해야만 한다는 건 스스로도 알고 있을 텐데. 당신 말대로 놈은 이곳으로 돌아올 테고, 그땐 더 많은 피해가 생길 거야."




"... 아예 항구를 버리고 도망치는 방법도 있겠지."




용맹함이 느껴지던 롭스도 사람들이 더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내였고, 그는 아직 크라켄과의 싸움에서 이길 자신이 없는 듯해 보였다.




"당신이 이곳을 버리고 도망친다고? 아니, 분명 싸울 텐데."




그러나 케인은 롭스를 잠깐 마주쳤음에도 그의 심리를 잘 알고 있었다.




크라켄이 나타나 모두가 달아나고 비명을 지르던 그날.




롭스가 죽음을 각오하고 선원들과 함께 앞으로 나선 이유는 단순히 사람들을 살리기 위함 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




그리고 아쥴 선장의 명예와 영광이 드리운 이 항구가 파괴되는 것을 그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롭스는 케인의 말에 스스로도 항구를 포기하고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듯이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답했다.




"그렇지만... 나 혼자서는 무리다. 다른 이에게 함께 싸워달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고..."




그의 말 또한 일리가 있었다.




다른 사람들 또한 롭스만큼 목숨을 걸어가면서까지 항구를 지킬 의지가 있을 거란 보장은 없을 테니까.




때문에 케인은 그 역할을 자신이 맡아주기로 했다.




아쥴 항구의 사람들이 롭스와 함께 일어서 크라켄과 함께 싸울 용기를 얻을 수 있는 동기 부여를 말이다.




그들이 검과 창을 손에 쥔다면, 롭스 또한 그들을 이끌고 앞장설 수 있는 용기가 생길 것이다.




"... 내가 재밌는 걸 하나 보여주지."




그렇게 케인은, 갑작스레 자신의 허리춤에서 빈 포션 하나를 꺼내 들었다.




"케인...!?"




여관의 모두가 보는 앞에서 포션을 꺼내든 케인의 모습에 하스와 셀리나는 술이 확 깰 정도로 놀랐지만,




술기운이 돌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만큼이나 롭스와 아쥴 항구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인지,




케인은 말리려는 하스의 부름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꿈 마법을 시전 하기 시작했다.




"이게... 뭐지...?"




"... 너희들의 꿈."




다소 아리송할 수 있는 말과 함께 꿈 마법을 시전 한 케인.




그러자 여관에 있는 아쥴 항구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아름다운 황금빛의 여러 꿈들이 케인의 손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자, 잠깐...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냐...!!"




누구나 이런 광경을 본다면 롭스처럼 화들짝 놀라 당황할 것이다.




자신을 포함해 주변 모든 이의 머릿속에서 알 수 없는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으니.




하지만 그럼에도 이들이 별 다른 난동을 피우지 않고 잠자코 지켜보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들 앞에 펼쳐진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빛.




그것은 바다에 비쳐 반짝이는 햇살만큼이나 눈부시고 영롱함을 뽐내고 있었다.




"에휴... 나도 모르겠다. 다들 그냥 좋은 구경이나 하라고..."




하스는 많은 이들 앞에서 멋대로 꿈 마법을 선보이는 케인이 또 잡혀가게 될까 걱정됐지만, 지금 만큼은 그를 내버려 두기로 했다.




그의 꿈 마법을 지켜보는 이들의 눈빛은 감히 방해할 수 없을 정도로 빛나고 있었기에.




케인도 자신이 또 한 번의 범죄 행위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고, 그저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보다 '왜' 하고 있는지에 중점을 둘 뿐이었다.




슈하아아아악-!




케인의 손에 한데 모인 항구 사람들의 수많은 꿈.




그것은 이전에 케인이 선보이던 꿈 마법과는 다른 형태로 이어졌다.




빛은 특정한 물체로 실체화되지 않고, 하나의 선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황금빛의 실 같은 선.




그리고 그 선은 다시 하나의 형태를 띠며 입체적인 그림을 그려갔다.




"저건...!!"




빛으로 만들어진 그림은 바로 아쥴 항구의 모습이었고, 여관에서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여관 1층 허공에 떠오른 이 황금빛의 그림은 점차 움직이기 시작하며 하나의 살아있는 그림이 되었다.




이 빛으로 만들어진 항구 속에서는 사람들이 열심히 일을 하고, 물건도 팔며 평화롭고 안정적인 삶이 그려지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전보다 훨씬 더 풍요로워진 듯한 아쥴 항구.




단순한 선으로 이루어져 마치 어린아이가 그린 어정쩡한 사람 같음에도, 케인이 만들어낸 황금빛 항구의 사람들은 지금 이곳 여관의 그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아..."




그리고 그때, 케인의 경이로운 꿈 마법을 지켜보던 누군가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을 감탄으로 내뱉으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옆에 있던 동료들도 하나둘씩 따라 눈물을 흘렸다.




"이건... 이건...!! 크흑...!!"




이들이 흘리는 것은 분노나 슬픔이 아닌 감격의 눈물.




그리고 그 이유에는 케인의 활약이 있었다.




케인이 여관에서 갑작스레 시전 한 꿈 마법은 사실 아쥴 항구 사람들이 늘 꿈꿔오던 자신들의 미래였다.




사실 아쥴 선장의 영광이 스며들어 있고, 사람들이 크게 부족한 것 없이 살아가는 이곳에도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아픔과 과거가 있었다.




북부 대륙의 많은 왕국들이 멸망하고, 수많은 전쟁으로 인해 그 외의 대륙들과도 교류가 끊기며 점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줄어가고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아직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정작 아쥴 항구 사람들은 점차 사람들이 줄어가고 있음에 말하기 힘든 불안감을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두고 있던 것이었다.




거기에 더해 갑작스러운 크라켄의 등장에 그 불안감은 커져만 갔고, 소중한 주변인을 잃은 사람들도 상당수였다.




때문에 그들은 매일밤 과거의 영광을 누리던 아쥴 항구와 이제는 먼저 떠나버린 소중한 사람들을 꿈속에서나마 그리워하고 있던 것이었고,




케인은 그런 그들의 꿈을 추출해 내한 데로 모아 그들에게 직접 보여준 것이었다.




그리고 그 효과는, 롭스를 포함한 모든 이들을 설득하기에 충분했다.




자신들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고향과 가족들을, 두려움 때문에 저버릴 이는 없을 테니 말이다.




"... 무슨 자신감으로 크라켄을 무찌르자고 한 건가 싶었는데... 마법사였나."




모두가 감격에 빠져 있는 그 순간, 롭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케인에게 물었다.




"... 그렇다고 해두지. 아직 우리가 못 미더운 것 알아. 겉보기에는 떠돌이 모험가 네 명이니까. 하지만 힘을 합치면..."




"아니, 못 미덥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할 수 있지. 고맙다. 덕분에 우리의 고향을 지킬 수 있는 용기가 생겼어."




딱히 실력을 보여주거나 그것을 입증할만한 문서를 제시한 것도 아니었다.




단순히 경이로울 정도로 아름다운 꿈 마법을 선보였을 뿐인데, 롭스는 조금 전과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크라켄을 무찌르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갑자기 그의 마음이 변한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케인의 꿈 마법을 지켜보며 그로 인해 부끄러움, 용기, 자부심, 결속력 등 수많은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의 감정과 생각들은 다른 항구 사람들도 모두가 함께 느끼고 있었다.




'할 수 있다. 그리고, 해야만 한다.'




작가 김루찌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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