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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루찌님의 서재입니다.

드림 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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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루찌
작품등록일 :
2023.05.10 19:29
최근연재일 :
2023.10.21 20:00
연재수 :
1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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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3
글자수 :
798,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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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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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화

DUMMY

평화롭게 들려오는 바닷새들의 울음소리, 힘없이 부서지는 파도.




바다의 짠 내음이 코를 타고 폐로 스며드는 이곳은 케인 일행의 목적지 중 하나인 '아쥴 항구'였다.




오래전 마키르가 탔던 크라켄 토벌선의 선장인 아쥴의 이름을 딴 이곳은 다른 대륙과 가장 교류가 많은 항구인만큼 매우 분주하고 많은 사람이 일을 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오래전 그때 그 모습 그대로군..."




동부 대륙 출신인 카츠도 살아생전 남부 대륙에 왔을 때 반드시 거쳐갔던 아쥴 항구.




그는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는 듯 아련한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이들 앞에 놓인 미래는 그런 감상에 젖은 아름다움이 아니었다.




크라켄, 타락한 얼음 정령뿐만이 아닌 수많은 괴수들을 상대해야 하는 미래이니.




그래도 우선 이들은 예정된 배 출발 시간보다 조금 더 일찍 도착했기에 하루 정도는 여유를 즐기기로 했다.




"크르르르..."




"아, 이 녀석을 데리고 갈 수는 없겠지."




케인은 행여나 아쥴 항구의 사람들이 발라라크를 보고 놀랄까 잠시 꿈 포션으로 녀석을 넣어두었고, 항구의 깊은 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곳은 바다와 붙어있는 장소답게 어부와 작살잡이들을 위한 옷과 물건들을 파는 상점이 대다수였고, 음식점 또한 해산물을 이용한 곳이 많이 있었다.




그들은 이따금씩 그 옷들을 입어보기도 하고, 어부와 작살잡이가 된 것처럼 장난을 치기도 하며 아쥴 항구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것들을 구경했다.




바다의 짠내가 깊게 풍겨오는 이곳.




하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평화로움은 그 어떤 것보다 달콤했고, 케인 일행이 그 평화를 한참 동안 만끽하고 있음과 동시에 태양은 바다의 수평선을 따라 저물어가고 있었다.




"날이 어두워지네. 슬슬 묵을 곳을 찾아봐야겠어."




"에엥!? 벌써? 아직도 볼거리가 이렇게 많은데!?"




해가 짐과 동시에 숙소를 찾자는 케인의 말에 하스는 오랜만에 놀러 나온 어린아이처럼 어리광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것 봐! 여기 이 기념품들과, 멋진 옷들!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는 군것질 거리들! 이걸 벌써 포기한다고!?"




그는 케인을 조금 더 설득하기 위해 기념품을 들고 흔들어 보이기도 하고, 아름다운 옷을 셀리나의 앞에 대어보며 열심히 움직였다.




모두가 그의 행동에 웃음을 터뜨렸지만 그런 하스조차도 돌아오는 케인의 대답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히려 앞장을 설 수밖에 없었다.




"흐음... 그래? 하스, 내가 듣기로는 이곳 아쥴 항구에서만 파는 기가 막힌 술이 하나 있다던데. 그게 어느 여관에 있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여기서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다간..."




"우오오오오옷!!!! 가자!!! 그게 어디든지 내가 찾아주마!!!"




술과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하스는 케인의 말에 순식간에 돌변하며 그가 말한 여관을 찾기 위해 우다다 달려 나갔다.




"푸핫!! 정말 단순한 놈이라니까."




그렇게 케인 일행은 해가 저문 아쥴 항구에서 하스를 선두로 그 유명한 여관이자 술집을 찾기 위해 발걸음을 서둘렀다.




"오오오옷!! 왠지 저기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걸!?"




그때, 한참이나 앞서 달려가던 하스가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팔을 휘저으며 뒤따라오는 케인 일행을 향해 소리쳤다.




"음?"




그의 말을 듣고 조금 더 서둘러 따라온 케인은 어떤 여관 앞에 유독 많은 사람이 모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그 많은 사람들은 오크통 하나를 가운데에 둔 뒤 팔씨름으로 힘을 겨루고 있는 두 남자를 구경하고 있었고, 왠지 흥미가 생긴 케인 일행은 무언가에 홀린 듯 그곳으로 향해갔다.




꾸드드드득-!!




"후으으읍!!"




"우라아아아압!!!"




쩌저저저적-




"롭스!!! 끝내버려!!!"




그중 롭스라 불리는 남자가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받고 있었고, 케인이 호기심에 그의 얼굴을 살피려 했지만 덥수룩하고 꼬질꼬질하게 자란 긴 머리와 수염 탓에 이목구비를 뚜렷이 볼 수가 없었다.




언뜻 보기에 집을 잃은 거지 같은 행색을 한 롭스.




심지어 그는 체구도 작았으며 그렇다고 작은 몸집을 커버할 정도의 근육이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반면 그 상대는 비교적 얼굴 정도는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말끔함을 유지한 채, 체격도 다부질 뿐만 아니라 우락부락한 팔 근육을 뽐내며 마치 팔씨름 대회의 챔피언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케인 일행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외부인은 당연히 롭스가 아닌 그의 상대가 그를 압살 할 것이라 예상할 것이었고, 그들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예상처럼 롭스의 팔은 점차 불리한 쪽으로 기울어가고 있었다.




"하하하하!!! 롭스!!! 이제 끝내라고!!!"




그럼에도 롭스를 향한 응원은 계속되고 있었고, 순간 케인 일행은 자신들이 롭스란 사람을 반대로 알고 있는 것이었나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그런데 그때.




우드드드득!!!




불-끈!!




거의 다 넘어간 것만 같았던 롭스의 팔에 엄청난 근육이 생기며 순식간에 상대의 팔을 꺾어버리고 말았다.




콰아앙!!!




"에, 에엥...!?"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케인 일행은 두 눈이 휘둥그레지다 못해 앞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놀라움을 표출했다.




케인은 이제야 그가 왜 이렇게 많은 응원을 받는지 알 것 같았다.




지저분한 겉모습과 작은 체구.




하지만 그 몸에서 나오는 반전의 힘은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들에게 묘한 짜릿함을 안겨다 주었다.




"우하하하하하하!!!"




"역시 롭스야!!! 오늘은 내가 사겠네!!"




"하하하!! 이번에도 크게 땄군. 마누라한테 고기를 실컷 먹일 수 있겠는 걸!!"




사람들은 그의 승리에 한껏 기뻐하며 소리쳤고, 롭스 본인 또한 호탕하게 웃으며 분위기를 더욱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이게... 뭐람... 카츠, 네가 이곳을 들렸을 때도 이런 게 있었나?"




지금껏 살아오며 보지 못했던 광경에 당황한 케인이 물었으나, 카츠 또한 이 팔씨름 경기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는지 별 다른 말 없이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으음!? 못 보던 녀석들인데. 내 경기를 보러 왔나!?"




그런데 그때 케인 일행을 발견한 롭스가 그들에게 말을 걸어왔다.




"아, 그게 저희는 묵을만한 여관을 찾으러..."




"우하하하하!!! 그래!? 그거 고맙군!!! 어땠나 나의 경기가!!!"




"음...?"




한데 롭스는 케인의 말을 완전히 제멋대로 들으며 일방적인 질문을 이어나갔다.




"아하하하하하!! 대단했다고? 이거 쑥스럽구만. 그래서, 어디에서 왔는가!"




왠지 대화가 통하지 않는 것만 같은 그.




"판타나에서..."




"우우우우우우라하하하하하하하하!!! 내 명성이 판타나까지!!!"




"이야 롭스!! 대단한 걸!?"




케인이 조심스럽게 대답을 했지만 그는 여전히 본인이 듣고 싶은 대로 들으며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고, 그를 응원하던 사람들도 그가 대단하다며 흥을 부추겨 주었다.




"아하하..."




얼떨결에 대화를 나누게 되긴 했지만 더 이상 이어나가다간 상당히 귀찮아질 것만 같았던 케인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자리를 뜨려 했다.




정말, 그러려고 했다.




"아, 거참 지가하고 싶은 말만 하네. 살면서 팔씨름 부심은 난생처음 본다."




짜증 섞인 하스의 한 마디가 튀어나오기 전 까지는.




"..."




롭스와 현장에 있던 모든 관중들의 시선이 하스에게 쏠렸다.




동료인 케인 일행들 까지도.




순식간에 찾아온 고요한 정적.




케인은 마음속으로 제발 그들이 하스의 말을 못 들었기를 바랄 뿐이었다.




"지금... 뭐라고 했지? 지가? 팔씨름 부심?"




하지만 불길한 예감은 쉽게 빗나가지 않는 법.




케인은 고개를 푹 숙이며 또 다른 사건을 만들어내는 하스를 속으로 원망할 뿐이었다.




'젠장!!! 하스 녀석은 또 왜 이러는 거야!? 저 자식은 왜 지 욕만 제대로 알아듣고!!'




덜컹!!




그때 화가 난듯한 롭스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하스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기 시작했다.




은근한 체격이 있는 하스에게 한참이나 미치지 못하는 작은 키.




그러나 그가 뿜어내는 위압감은 순식간에 주변의 모든 공기를 무겁게 만들어갔다.




하지만 그 속에서 유일하게 눈썹하나 움직이지 않고 자신만의 공기를 가볍게 들이쉬고 있는 남자.




"뭐 어쩌라고? 또 말해줘?"




우리의 사고뭉치, 하스 벨렘미르였다.




케인은 끝없이 속으로 빌어댔다.




'제발, 제발, 제발!!! 지금이라도 잘못했다고 말해!!!'




그러나 케인은 텔레파시를 사용하는 마법사가 아니었고, 그의 소리 없는 아우성은 하스에게 들릴 리 만무했다.




"... 대도시에서 온 애송이가 반전의 롭스를 못 알아보는구나."




"반전? 반전은 네 입냄새가 반전이고."




사실 이 상황은 하스가 자신의 친구이자 고용주인 케인의 말을 롭스가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는 것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물론 롭스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악취는 하스의 말대로 엄청난 반전과도 같았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두 사람과의 싸움이 벌어지는 것은 예견된 일과도 같았다.




"건방진 녀석. 자리에 앉아라. 본때를 보여주지!!!"




"... 뭐, 뭐...?"




다만, 그 싸움은 남자들 간의 주먹다짐이 아닌 조금 전에 벌어진 팔씨름 경기였을 뿐.




당연히 주먹으로 인한 싸움이 날 줄 알았던 하스는 조금 당황했지만 이내 기가 찬다는 듯이 헛웃음을 지으며 그의 요구에 응했다.




"허... 참! 그래도 뭐 팔씨름에 자부심이 있다는 건가?"




"하스..."




이미 그를 말리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상황.




케인은 한숨을 퍽 내쉬며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지켜봐야 할 뿐이었다.




얼떨결에 벌어진 롭스와 하스의 팔씨름 경기.




자리에 앉은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며 조금 전 경기가 벌어졌던 오크통 위에 팔을 얹었고, 그들 사이에서는 알 수 없는 묘한 긴장감이 느껴져 왔다.




작가 김루찌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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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95화 23.08.10 1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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