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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 87_SSD_*****

이계의 노예인생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화창
작품등록일 :
2020.05.11 10:30
최근연재일 :
2020.08.15 12:05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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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753
추천수 :
2,636
글자수 :
514,429

작성
20.05.1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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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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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글자
11쪽

8화. 유적(3)

DUMMY

기환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앞으로 뛰어갔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유적에서 이렇게 마구잡이로 달려가는 건 분명 위험한 일이었지만, 어차피 가만있었어도 죽었을 것이다. 이왕 죽을 바에는 뭐라도 시도는 해보고 죽는 게 덜 억울하다는 판단이었다.


“헉헉 시발...”


잠시 멈춰 숨을 고르며 뒤를 살펴보니 기환을 쫓는 노예와 병사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쪽이다!! 잡아라!!!”


얼마 가지도 못했는데 이러다가는 금방 잡혀서 고통스럽게 죽을지도 모른다. 기환은 잡혀서 고문을 받을 바엔 자살해 버리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갈림길이 나오면 그냥 대충 감으로 움직였다. 아직 별일이 없는 게 천운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곧 위기가 찾아왔다. 기환의 앞에 사람형체의 뭔가가 서 있었다. 어두워서 잘은 보이지 않았기에 기환은 경계하면서 앞으로 조금씩 걸어갔다. 조금 다가가서 살펴보니 그것은 누더기를 걸친 사람 같았다.


‘뭐지 좀비인가?’


좀비 같은 것이 아무런 움직임 없이 가만히 서 있자, 기환은 그냥 지나치면 괜찮을까 싶어 조심히 움직였다. 좀비라면 물리지만 않으면 괜찮을 거란 기대를 하며 기환은 그것에 점점 다가갔다.


‘추격자들이 오기 전에 빨리 움직여야해’


결심이 서자 기환은 과감하게 그 형체에 다가갔다. 더 가까이서 보니 누더기는 마법사의 로브 같은 것이 였고, 좀비라기보다는 얼굴이 뼈만 있는 게 언데드 해골병사인 스캘래톤 같기도 했다.

그리고 그때 기환의 눈에 들어온 것은 그 해골의 손위에 올려져 있는 구슬 같은 것이었다.


‘설마 마석?’


기환은 순간 도망 치는 것도 잊고 마석에 대한 욕심이 났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희박한 희망 혹은 욕심을 쫓는 게 인간의 본성이었다. 기환은 저것이 마석일 거라는 확신과 함께 구슬을 향해 다가갔다. 그 손에 들려 있는 구슬을 집으려 손을 뻗으려는데 이 몬스터가 그냥 스캘래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예감, 아니 예감을 넘어 아닐 거란 강한 판단이 들었다. 하급 몬스터에게서 나올 만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러나 기환은 이미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 그나마 마석을 구한다면 지금 이곳에서 자신의 인생에 다시 한 번 기회가 올지 모른다. 그저 성공 아니면 죽음이라는 마음으로, 기환은 해골이 가진 구슬을 잡았다. 하지만 기환의 손이 구슬에 닿자 해골도 손을 움직여 구슬을 움켜쥐었다. 앙상한 해골의 손은 엄청난 힘으로 마석 쥐고 있어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 순간 기환은 해골의 눈을 들여다 보게 되었다. 눈에는 어느새 푸르스름한 빛이 감돌고 있었다. 그 빛에서는 형연할 수 없는 악과 분노가 느껴졌다. 순간 겁먹은 기환은 구슬을 놓고 뒤로 물러났다. 해골이 표정을 지을 순 없었지만 그 얼굴에서는 온갖 혐오와 증오가 느껴졌다.


‘제길 실패다’


곧 해골은 기이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손에든 구슬이 검푸스름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기환은 놀라 반대 방향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래 아직 죽지 않았어 살아있으면 기회는 올거야’


기환은 그렇게 생각하며 마석을 얻지 못한 것에 대해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사실 죽지 않은 것만 해도 크게 감사할 일이었다.

그러나 얼마 가지도 못해 자신을 쫓던 노예 중 한 명과 마주쳤다.


“찾았다!!!”


기환은 다시 돌아갈까 하다가 알 수 없는 해골 괴물 보다는 이 노예가 낫겠다 싶었다. 그래서 앞을 가로막을 노예를 재끼고 도망치려 하는데 그 노예는 몸을 날려 기환을 붙잡고 매달렸다.


“여기 도망자가 있다!!”

“같은 노예끼리 봐주면 안 되냐!?”

“미안 그랬다간 내가 죽어!!”

“포상으로 빵 한조각 더 먹으려는 거겠지”

“그것도 있고!”


기환은 노예를 뿌리치려고 매달리는 노예를 발로 차고 흔들며 때어내려 했지만 노예는 끈질겼다. 그러는 사이에 다른 노예들과 병사들이 몰려왔다. 기환은 마음이 급해 졌다.


“젠장 놔 이새끼야!!”


기환은 매달린 노예를 주먹으로 마구 내려치고 발로 걷어차서 노예를 떨쳐냈다. 하지만 이미 병사들과 노예들이 기환의 앞을 가로막았다. 기환은 주위에 있는 돌을 집어 들고 휘두르며 소리를 질렀다.


“씨발 덤벼!! 나 한 놈만 팬다. 내가 죽더라도 꼭 한명은 죽이고 뒤질거야!!”


기환은 미친 놈처럼 소리를 지르며 발악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노예와 병사들이 겁은 먹은 듯 다가오지 못했다. 기환은 잠시 이들이 자신의 기백에 압도당한 것인가 했지만 그럴리 없었다.

그들의 시선은 자신이 아닌 자신의 뒤를 바라보고 있었다. 게다가 이젠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젠장 인생 더럽게 꼬이네’


기환은 조심스럽게 뒤를 돌아 보았다.


“으악!! 씨발!!”


기환은 뒤를 돌아보자마자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졌다. 기환의 뒤로 썩어 문드러진 시체가 다가 오고 있었다. 그것이 뭔지는 한눈에 봐도 뭔지 알 수 있었다. 좀비... 영화에서 하도 많이 나와 이젠 질려버린 좀비였지만 역시나 실제로 보는 건 달랐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만한 것은 이들이 미친 사람처럼 달려들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징그러운 시체가 때거지로 서서히 몰려오는 모습은 충분한 공포심을 불어넣었다.


“물러나지 마라 이놈들!!”

“우리보고 뭘 어떻게 하란 거야? 우린 노예인데!!”


병사가 도망치려는 노예들을 다그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무리 복종이 뼈속까지 세겨진 노예지만 죽음 앞에서는 소용 없었다. 물론 병사도 노예들 보고 싸우라고 하는 게 아니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이었지만 역효과였다.


“비켜라! 얼쩡거리면 베어버리겠다!!”


그때 노예들을 가르며 릴라드가 나타났다. 자신 있게 앞으로 나아가는 릴라드의 모습이 노예들에게 신뢰를 주었는지 동요가 어느정도 가라앉았다.

릴라드는 좀비 때를 보고도 거침없이 다가갔다.


“너는 조금 이따 처리해주지”


릴라드는 비참하게 바닥을 기던 기환을 처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그리고 검을 뽑아 제일 앞의 좀비를 두 동강 내었다.


“릴라드!!! 무슨 일이지?”

“콜린 위험하니까 물러나십쇼.”

“릴라드 너 혼자 싸우게 놔둘 수 없다!!! 그것은 기사의 명예가 아니다”

“콜린은 아직 기사가 아닙니다”

“곧 될거니 상관 없다!!”


뒤이어 나타난 콜린도 릴라드의 말을 듣지 않고 기어이 검을 뽑고 앞으로 나아왔다. 콜린의 ‘혼자 싸우게 놔둘 수 없다’는 말이 기환에게는 위험하니 같이 싸우자가 아닌 너 혼자 활약하게 놔둘 수 없다는 말처럼 들렸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보다 일초라도 빨리 안전한 곳으로 피해야만 했다. 그렇게 바닥을 기던 기환은 좀비들과 릴라드가 싸움을 벌이는 곳에서 조금 떨어져 벽에 붙었다. 눈치를 봐서 몰래 노예무리에 합류해 얼굴을 가리고 도망치려는 계획이었다.


“콜린 위험하다 싶으면 무리하지 말고 도망치십쇼.”

“그럴 일 없다 너의 뒤는 내가 지키마”


물론 릴라드의 뒤는 아무도 없었기에 지킬 일은 없었지만, 콜린은 그런 소설 대사 같은 말을 잘도 하였다. 솔직히 말하면 매끈한 외모 때문에 그런 말이 어울리는 느낌도 들었다.

그래도 릴라드의 걱정이 무색하게 예상외로 콜린은 꽤나 잘 싸우고 있었다. 장비 빨이 되니까 좀비들은 콜린에게 피해를 입히지 못했고, 움직임이 느린 좀비들을 상대로 콜린은 그간에 배운 기술을 뽐내고 있었다.


“잔느엘 아직 도착 안했소? 이번엔 당신이 활약할 기회를 빼앗지 않을 테니 눈치 보지 말고 얼른 나서주시오!”

“앞의 말은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지만!! 일단 도와드리겠습니다!!”


노예들 사이를 해치고 나온 잔느엘과 레나는 바로 마법을 준비하였다. 먼저 잔느엘이 주문을 외우며 마나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지팡이와 목걸이, 팔찌의 마석이 반응해 빛이 나기 시작했다. 기환은 잔느엘이 마석을 여러 개 가지고 있는 걸 보니 그녀가 꽤나 잘나가거나 부자 마법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체인 파이어볼!!(Chain fireball)”


잔느엘의 지팡이 주변으로 3개의 화염구가 생성되었고, 곧 그녀의 외침과 함께 화염구들이 차례로 좀비 때를 향해 날아갔다. 폭발음과 함께 좀비 때가 초토화 됐다.


“역시 때거지에는 마법사가 편하네”


릴라드는 파이어볼에 맞아 폭사당한 좀비의 파편을 걷어내며 말했다.

기환이 보기에도 마법의 힘은 놀라웠다. 기환은 저 정도면 어느 정도의 마법사 일지 스탯을 보고 싶은 욕망이 들었다.


“복도가 좁아서 일부러 파이어볼의 크기를 조정했어요. 자칫하면 여러분들이 다치실 수도 있어서...”


잔느엘은 좀비 때를 폭사시켜 징그러운 시체 밭을 만들어 놓고서는 수줍어하는 소녀처럼 말했다. 콜린은 그런 잔느엘에게 허세를 부리며 매력을 어필을 하였다.


“잔느엘! 앞으로는 내 걱정 말고 마음껏 마법을 쓰시오, 동료의 마법에 당할 정도로 나약하지 않소!”

“콜린...”


주변 상황과 전혀 매치되지 않는 러브러브 라인을 끊은 건 릴라드 였다.


“자 연애는 나중에 하시고, 이제 할 일을 하시죠”


릴라드는 기환에게 시선을 돌렸다.

기환은 잔느엘의 마법에 빠져 멍하니 보고 있다가 미처 노예무리로 숨지 못했고, 사람들의 시선은 기환에게 집중 되었다.


“젠장... 아니 한번만 봐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그쪽의 노예가 되어 몸과 마음을 다 바치겠습니다. 뭐든지 하겠습니다”

“낮짝이 두꺼운 놈이군, 진작에 그랬어야지”

“그랬다면 봐주셨을 까요?”


기환이 희망을 담아 칼을 뽑고 다가 오는 릴라드에게 물었다.


“고통 없이 죽었을 지도?”

“썅놈 새끼들”

“썅놈은 너지 노예새끼야”


릴라드가 기환과 수준 낮은 대화를 이어가자 래나가 헛기침을 하며 눈치를 주었다.

기환은 끝가지 포기 하고 싶지 않아 머리를 굴려봤지만 도저히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 릴라드가 검을 뽑아 기환의 목에 댔고 콜린 역시 검을 들고 기환 앞에 섰다.

콜린은 좀비와 전투를 하고 나서 스트레스가 풀렸는지 표정이 이전에 비해 밝아 보였다. 기환의 작은 희망을 품으며 비굴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콜린도 기분이 좋은지 씩 웃었다.


“너도 불쌍한 놈이니 자비를 배풀어주마”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

“그래 죽이지는 않고 대신 팔다리 자르고 눈만 도려낼게 원래는 평생 고문실에 갇혀 살아야 하는데 오늘 기분이 좋아 봐준다.”


저란 잔인한 말을 아무렇지 하는 콜린에게 기환은 분노가 치밀었다.


“야이.. 이... 발정 난 씨발놈아!!! 차라리 죽여라”

“아니 이 노예놈이 진짜 주제를 모르고...”


콜린이 흥분해서 검을 높이 들었을 때 그때 릴라드가 콜린의 어깨를 잡았다. 콜린은 왜 또 방해냐는 표정으로 릴라드를 바라봤다. 하지만 릴라드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콜린 지금 그런 것에 신경 쓸 때가 아닙니다.”

“왜 무슨 일인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요. 뒤로 물러나세요.”


릴라드는 좀비때의 잔해가 있는 곳을 향해 검을 들었고, 잔느엘과 래나도 그쪽을 바라보며 마법과 신성마법을 준비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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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화. 유적(3) +5 20.05.14 1,652 43 11쪽
7 7화. 유적(2) +3 20.05.14 1,669 53 13쪽
6 6화. 유적(1) +3 20.05.13 1,767 51 12쪽
5 5화. 야매 혹은 미친짓 +2 20.05.12 1,802 47 12쪽
4 4화. 마나는 소용돌이다 +4 20.05.12 1,903 48 13쪽
3 3화. 노예, 시벨 조르가네 +10 20.05.11 2,152 51 13쪽
2 2화. 나도 이세계에 떨어졌다! 근데... +12 20.05.11 2,617 69 16쪽
1 1화. 대학원생이라 쓰고 노예라고 읽는다 +27 20.05.11 3,205 10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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