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선유 87_SSD_*****

이계의 노예인생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화창
작품등록일 :
2020.05.11 10:30
최근연재일 :
2020.08.15 12:05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82,749
추천수 :
2,636
글자수 :
514,429

작성
20.05.12 12:05
조회
1,902
추천
48
글자
13쪽

4화. 마나는 소용돌이다

DUMMY

다음 날, 이른 아침 노예들은 점호를 위해 막사 앞 공터에 모여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인원을 세면서 빵을 나눠주고, 바로 공사에 투입 되어야 하는데 오늘을 뭔가 뜸을 들이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총 감독관이 연단위로 올라갔다.


“오늘 서쪽 길라우스 지방의 유적 발굴현장으로 이송될 노예들을 선출하겠다.


그러자 노예들 사이에서는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기환이 어빙에게 왜 그러는 지 물었다.


“노예들이 제일 기피하는 곳이 유적이나 던전 발굴 현장이라네, 거기서는 잘못하다 몬스터들에게 당하기 일쑤니까.”

“그런 위험한 곳에 노예들만 있지는 않잖아요.

“물론 그렇지 감독관들은 노예들이 죽는 사이 도망가서 그 사실을 알리면, 그제 서야 군인들과 기사, 마법사들이 와서 처리를 하는 거지, 간혹 처리하기 버거운 경우는 그대로 봉쇄한 후 사람을 모아 다시 연 다네.”

“물론 노예들이 아직 안에 있어도 그러겠죠?”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아는 군, 그래서 그런 전쟁터 노예와 발굴 노예를 ‘고기 갑옷’이라고도 하지.”

“모든 유적이 다 그런 거에요?"

“그나마 발견 된지 오래된 곳은 좀더 안전하지, 그동안 계속해서 탐사를 하고 몬스터들을 사냥했으니까, 하지만 ‘발굴현장’이라고 하는 거 보면 아직 근래에 발견 됐다는 뜻이야. 아마도 위험할 가능성이 높겠지”

“저기에 가면 대부분 죽는 다는 거네요.”

“그래도 혹시 가서 살아남으면 노예에서 해방 될 수도 있다네.

“왜죠?”

“유적이나 던전이 흔치는 않으니 가치 있는 게 나온다면야... 귀중한 발굴에 참여한 사람에게 상을 주고 노예는 해방시켜주기도 한다네.”

“발굴 도중 노예들이 너무 많이 죽어서 미안해서 그런 건가요?”

“아니, 거기서 살아남은 노예들이 트라우마 때문에 제대로 일을 못하거든”


기환은 다시 한 번 힘 없는 자들이 겪는 설움을 실감했다. 그들은 끊임없이 빨아 먹히고 이용당하다가 더 이상 나올게 없자 버려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안타까운 상념에 잠겨있을 틈도 없이, 기환은 누군가가 자신들의 근처에 다가와 있는 것을 느꼈다. 그는 어빙을 가지고 내기를 했다가 진 그 감독관이었다. 그는 비릿한 미소로 어빙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환은 어빙이 분명 발굴현장으로 가게 될 것임을 직감했다. 어빙 자신도 그것을 알았는지 기환을 보며 서글픈 미소를 지었다. 어빙은 아무 잘 못도 없었지만, 죽게 될 것이 다. 그저 살아있어서, 감독관이 내기에 지게 되었다는 이유로 죽음에 내몰리게 된 것이다. 누군가의 생명이 누군가에게는 이토록 가벼운 것이었다. 그러자 기환은 안타까움 과 함께 공포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힘 없는 자, 평생 빨아 먹히고 이용당하다 버려지게 되는 건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어쩌면 어빙은 운이 좋은 사람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살아 남은 것이다. 이 발굴 현장만 해도 어빙처럼 나이가 많은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기환이 어빙보다 오래 살 수 있을 확률은 희박했다. 말 그대로 당장 내일이라도 죽을 지도 모르는 처지였다.

그때 감독관이 발굴현장으로 갈 노예를 추리는 직원에게 어빙을 가리켰다.


“어빙...”

“괜찮네 나야 충분히 살았고, 노예생활을 끝을 낼 때가 온 게지”

“그래도...”

“그렇다면 자네가 대신 가줄 텐가?”


어빙의 말에 기환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괜찮네, 자신을 위해 사는 사람을 비난할 수는 없는 걸세”


그때 감독관이 어빙을 향해 채찍을 내질렀다. 바로 튀어나오지 않고 기환과 떠드는 게 맘에 안 들었던 것이다. 그러자 쓰러지는 어빙을 기환이 부축했다. 하지만 그게 기환의 실수라면 실수였다. 감독관은 기환을 보며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지었고, 기환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쟤도 같이 보내버려”


***


길라우스 유적으로 이송되는 노예들은 줄줄이 줄에 묶인 채 걸어서 옮겨지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도 노예들을 이송했는지 꽤나 많은 이들이 줄줄이 걷고 있었다. 그들은 해가 떠있을 때는 걷고 해가 지면 노숙을 했다. 하루의 대부분을 걷는 데 보냈지만. 휴식 시간도 있었고 식사도 이전보다 질이 좋았다. 사정을 잘 모르는 이들은 지금의 상황에 행복해 하기도 했다.

기환은 탈출을 생각했으나, 탈출을 시도하던 자들이 잔인하게 죽어서 머리가 걸리는 것을 보고는 포기했다. 어빙은 한껏 침울해진 기환에게 사과를 하며 위로했다. 기환도 처음에는 어빙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어디 그게 어빙의 잘못인가? 잘못은 자신의 스탯에 박힌 노예라는 두 글자였다. 그러자 자신을 이곳으로 소환해하고선 마음에 안 든다며 노예로 만들어버린 마비스 왕국에 증오가 차올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당장 아무 일도 없는 나름 평화로운 나날이 이어지고, 노동이 없어 몸이 좀 편해지자 기환도 마음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어빙과도 화해아닌 화해를 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게다 계속되는 이동에 지루함을 달래줄 건 대화밖에 없었다.


“어빙, 뭐 좀 물어봐도 되요?”

“물어 보게나”

“마법은 어떻게 써요?”

“나야 전문 마법사가 아니니 잘은 모르지”

“하지만 스캔마법을 할 수 있잖아요.”

“그 정도야 요즘엔 마법이라고 하지도 않지, 굳이 말하자면 마나를 사용하는 방법이라고나 할까”

“그러니까요. 제가 있던 곳에는 마나가 없었어요. 그래서 잘 몰라요”

“흐름 좋아 시밸, 일단 마나는 말야 주변에 널려 있다네, 장소에 따라 조금 양이 틀리긴 하지만 마나가 없는 곳은 없다네. 그리고 마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지”

“그럼 금이나 보석이 될 수 있나요?”

“이론상으로는 그렇다고 하는데 실제로 해낸 사람은 없네, 학자들 의견으로 마나로 금을 만드는 것보다 철로 금을 만드는 게 더 편할 텐데 굳이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이지”


기환의 지식으로도 다른 물질을 금으로 만들어지려면 태양보다 몇 배나 큰 항성에서 일어나는 핵융합을 통해 가능하다. 물론 기환이 어디서 주워들은 정보에 따르면 현대에서는 입자 가속기를 이용해 다른 금속을 이용해 금을 만드는데 성공은 했다. 하지만 그렇게 금을 만드는 가격이 금값보다 비싸다고 했다.

하지만 이곳의 세계에서는 마나라는게 있으니 나중에 시도해 볼만한 가치는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환의 상념이 계속되는 순간에도 어빙의 설명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마나를 다룬 다는 것은 먼저 마나를 끌어 모으는 것부터 시작한다네, 그래서 한 번에 얼마나 주변의 마나를 끌어 모으는 가로 기본적인 마법사의 능력을 판단 할 수 있다네”

“끌어 모은 다는 건 몸속에 저장 한다는 건가요?”


기환은 자신이 알고 있던 게임이나 판타지 소설 속의 마나 개념을 떠올렸다. 하지만 어빙은 고개를 저었다.


“물론 사람의 몸속에도 마나가 있고 수련을 할수록 늘어나겠지만 그 걸로는 턱없이 부족하네, 마나는 말 그대로 끌어 모아서 쓴다네. 예를 들면 두 사람이 싸우고 있고 주변에 있는 마나의 양이 100이라고 쳐보자고. 그런데 두 사람의 마나 숙련도가 2배정도 차이가 난다고 하면 각자 사용할 수 있는 마나의 양은 33대 66이 되겠지. 하지만 주변의 모든 마나가 두 사람에게로 다 모이는 게 아니니 대략 30대 60정도 되는 거야.”

“그렇다면 실력 차가 많은 사람 앞에서는 마나가 없어 마법을 못 쓸 수도 있겠네요? 한사람이 마나를 몽땅 독차지 해버리면 나머지는 마나가 없어 마법을 사용 못할 수도 있다는 거잖아요”

“스스로 생각해 보게나 과연 그럴지”


기환은 잠시 생각하더니 알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완전히 밀폐된 공간이라면 그렇겠지만, 열려 있는 공간에선 주변 마나가 고갈 될 일이 없으니 그럴 일은 드물겠네요. 한 사람이 공기를 많이 마신다고 내가 마실 공기가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

“맞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전 세계의 마나를 다 모으지 않는 한 그런 일은 없겠지. 게다가 사람이 모을 수 있는 마나는 한계가 있으니까. 하지만 아무 영향이 없지는 않다네 고수가 운용하는 마나의 흐름에 하수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네. 이해가 어렵다면 바람을 생각해보게나.”

“바람이요?”

“보통 처음 입문자들에게 하는 말이 있지 ‘마나는 소용돌이다’”


기환은 어빙의 말을 들으니까 이해가 됐다. 큰 소용돌이 앞에서 작은 소용돌이는 약해질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마나를 끌어 모으는 방식도 소용돌이를 만든 느낌이겠네요.”

“그렇지 처음 시작은 소용돌이지만 그렇게 모은 마나로 마법을 쓰기에는 효율이 떨어지지 그래서 실력이 상승하면 구 형태로 마나를 모으고 이때부터 정식 마법사로 인정을 한다네. 그 마법사를 1써클 마법사라고 부르지”

“그럼 마법사들의 실력을 판단할 때도 얼마나 큰 구를 만들 수 있는 가로 판단하겠군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만이 아니라네.”


어빙의 말에 기환은 다 시 한번 문제를 푸는 학생처럼 생각에 잠겼다.


“밀도”

“맞네 왜 그런지 알겠나?”

“마나로 만든 구의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마나에 대한 통제력이 약해서 그러겠죠”

“정답이네, 얼마나 밀도 있는 구를 만드는 가는 그 사람의 마나 컨트롤도 보여주는 것이지. 그래서 1서클을 인정받을 때 안이 가닥찬 손바닥 반한 마나의 구를 만들 수 있는 가를 본다네. 1써클 마법사의 마나량을 1이라고 친다면 2써클은 두배인 2고, 3써클은 그 두배인 4, 4써클은 8, 5써클은 16, 이런 식으로 늘어나는 거라네”

“그건 마법사의 경우만을 따지는 거죠? 검사나 그런 사람들은 어떡하죠?”

“그들은 보통 마나를 무기에 두르는 방식으로 사용하지. 마찬가지로 무기에 모이는 밀도로 구분하는데 실력이 낮으면 약한 바람처럼 두르고, 고수라면 마나가 물처럼 무기를 둘러써 흐르지. 그 경지를 넘으면 마나가 돌처럼 무기를 싸고 있다네”

“흐음... 신기하네요 마나라는 거”


기환은 이 곳의 역사에 비해 과학기술이 발전하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지금 총이 나온다 해도 그들에겐 그다지 혁신적이지 않을 것 이다. 마나라는 것은 그만큼 혁신적인 물질이고, 현대였으면 아마 만능 물질, 만능 에너지 같은 이름으로 불렸을 거 같다.


“좋아요!! 그럼 마나는 모으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시밸 열정이 넘치는 군, 그래 먼저 마나를 느껴야 하네, 주변에 마나를 느끼고, 자신의 몸에 흐르는 마나를 느껴야 하네. 그 다음 자신의 마나를 이용해 주변의 마나를 끌어 모으는 거라네”

“그게 다 에요?”

“사실 좋은 스승이 있다면 그가 마나의 흐름을 이끌어 느끼게 해줄 수 있겠지, 그러나 미안하게도 나는 노예라네. 고명한 마법사들에게는 따로 어떤 방법이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애석하게도 내가 아는 건 이런 기본 적인 것들 뿐이라네”


그러자 기환은 조금 실망한 듯 한 기색을 내비쳤다. 어빙도 자신이 노예이전에는 청운의 꿈을 품고 배웠기에 이정도이지 노예에게 뭘 더 바라냐며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기환은 대놓고 실망 스러운 기색을 보이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 생각하며 웃으며 어빙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더군다나 어빙은 지금 작은 가능성에 기대를 품는 자신을 도와주고 있는 사람이었다.


“먼저 주변의 마나를 느끼도록 해보게”


기환은 어빙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에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


기환은 어빙의 말을 듣고 마나를 느끼려는 수련을 시작했다. 하루 종일 하는 일은 걷는 일 뿐이였기에, 걸어가면서도 수련을 하였다. 어빙은 집중력이 많이 필요한 일이라 쉽지 않을 거라 조언했지만, 예상 외로 기환은 마나의 존재를 빨리 느꼈다. 대기 중에 흐르는 어떤 이질적인 기운, 마치 습기를 머금은 바람 같은 기운이었다. 하지만 습기와 다르게 눅눅한 기분이 들지 않았고 상쾌한 기분마저 드는 그런 것이었다.

기환은 어빙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어빙은 그가 생각보다 빨리 마나를 느꼈다며 놀라워했다. 심지어 조용하고 맑은 곳에서 가만히 앉아 집중해서 한 것도 아니고, 줄에 묶여 걸어가는 중임을 감안하면, 이는 놀라울 만한 재능이라 할 수 있었다.


‘좋았어!! 할 수 있어!!’


기환은 이 곳에 온 이후로 제일 행복한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그 기분도 잠시뿐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계의 노예인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 8화. 유적(3) +5 20.05.14 1,651 43 11쪽
7 7화. 유적(2) +3 20.05.14 1,668 53 13쪽
6 6화. 유적(1) +3 20.05.13 1,766 51 12쪽
5 5화. 야매 혹은 미친짓 +2 20.05.12 1,802 47 12쪽
» 4화. 마나는 소용돌이다 +4 20.05.12 1,903 48 13쪽
3 3화. 노예, 시벨 조르가네 +10 20.05.11 2,151 51 13쪽
2 2화. 나도 이세계에 떨어졌다! 근데... +12 20.05.11 2,617 69 16쪽
1 1화. 대학원생이라 쓰고 노예라고 읽는다 +27 20.05.11 3,205 107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