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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 87_SSD_*****

이계의 노예인생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화창
작품등록일 :
2020.05.11 10:30
최근연재일 :
2020.08.15 12:05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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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14,429

작성
20.05.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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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5화. 야매 혹은 미친짓

DUMMY

모두가 잠들어 있는 늦은 밤. 노예를 이동시키는 병사들도 잠이 들고, 고된 걸음에 지친 노예들도 다 자고 있는 가운데, 홀로 앉아서 끙끙 거리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바로 기환이었다.

기환은 주변의 마나를 느끼는 건 아주 빨랐지만 그 다음인 마나를 끌어 모으는 일은 도무지 진전이 없었다. 계속 끙끙 거리며 마나를 모으려 하는 기환을 보며 어빙은, 기환이 있던 곳은 마나가 없었서 그럴 지도 모르겠다는 추측을 내놓았다.

이쪽 세계의 사람들은 보통 태어나고 숨을 쉬며 살아가기만 해도 마나가 몸에 어느 정도 쌓이게 된다. 하지만 기환은 이곳에 와서 처음 마나를 겪었기 때문에 몸에 쌓인 마나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따져보니 기환이 마나를 빨리 느낀 것도 설명이 됐다. 이쪽 세계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늘 마나 속에서 살아왔다. 그래서 마나의 존재는 너무나도 익숙한 것이기 때문에 그것에 이질감을 느끼지 않았다. 때문에 이쪽 사람들은 첫 단계인 마나를 느끼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은 마치 공기의 존재를 느끼기 힘든 것과 마찬 가지였다.

하지만 마나라는 것을 여기서 처음 느낀 기환은 그 존재를 빨리 알아차린 것이었다. 대신 몸 안의 쌓인 마나가 없는 기환은 자신의 마나를 이용해 주변의 마나를 모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기환의 행복감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좌절로 바뀌었다. 그래도 기환은 포기하지 않고 마나를 움직이려 애썼다.


***


“자네 괜찮나?”


어빙이 걸어가다 비틀거리는 기환을 붙잡아주며 물었다. 기화은 대답하지도 않고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어빙은 그런 기환을 보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기환은 며칠 동안 밤을 새며 마나를 모으려 애썼지만 결국 실패했다.

무리하게 마나를 수련하다 체력이 바닥난 기환은 걸어가는 도중에도 졸기 일 수였고 몇 번이나 넘어질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몸이 지친 것보다 마음이 꺽인 것이 문제였다.


“시밸, 마법사든 기사든 마나를 수련하려면 어려서부터 시작한다네, 그중에서도 엘리트만 모인다는 각국의 왕립 학교는 엄선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을 모아 그들만의 방법으로 교육을 시키지. 그 말인즉 나이가 들어서 시작하면 그만큼 불리한 거야”

“그 얘기는 예전에 이미 했어요.”

“너무 실망하지 말게 자네가 어렸으면 뛰어난 성취를 얻었을 거라 장담하네. 하지만 지금 나이에, 게다 몸에 마나가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네”

“재능이 있었으면 됐겠죠. 하지만 저는 없다는 거고요”


기환이 시니컬한 말투로 빈정거리자 어빙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말 없이 계속 걷기만 했다. 그날 밤 부터 기환은 마나를 수련하지 않았다.


***


그 이후, 기환은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왔다. 기환은 어빙과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며 걸어갔다. 하지만 예전처럼 마나나 마법에 대해 묻지 않았다. 그렇게 갑자기 바뀐 모습을 본 어빙은 더 걱정이 됐다.


“시밸, 자네 괜찮나?”

“노예한테 괜찮냐고 묻는 게 뭔 실례입니까? 세상에 괜찮은 노예가 어딨어요?”

“그게 아니고 마법은 포기한 건가?”


그러자 기환이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뭐 포기 안하면 방법이 있나요?”

“그렇다면 평생 노예로 살겠다는 건가?”

“모르죠. 그럼 노예에서 벗어날 방법을 알려주던가요. 갑자기 왜 물어보는 건데요?”

“아직 젊은 사람이 벌써 포기한 듯 보이니까 하는 말이네”

“여기 노예 중 저만 젊은 가요?”

“자네는 저들과는 다르지 않나. 뭐 일단 다른 대륙에서 왔고, 아주 똑똑하며 재능도 있지 않는가?”

“재능이 있다고요? 그럼 뭐해요. 나이가 많아서 안 된다면서요”

“물론 나이가 있긴 하지 그렇다고 이렇게 바로 포기하는 건가? 자네는 모든 조건이 다 맞춰져야만 움직이는 사람인가?”

“...”

“어떤 경지에 오르는 게 그리 쉽게 될 거라 생각했던 건가?”


어빙이 기환을 계속해서 다그치자, 기환은 진지한 표정으로 어빙을 바라봤다. 어빙은 기환을 다그쳐서라도 다시 바로잡아 주고자, 엄한 표정으로 기환의 눈빛을 받았다.


“우리가 유적 발굴 현장에 언제 도착하죠?”

“얼핏 들었을 때는 이제 2,3일 정도 남았겠지”

“제가 발굴현장에 가면 살아남을 수 있을 까요?”


기환의 말에 어빙은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기환은 쓸쓸한 미소를 지었고 어빙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둘은 말없이 걸었다.


***


그날 저녁, 배급된 빵을 먹고 있는 기환과 어빙. 기환은 빵이 질린다는 불평을 하면서, 그가 있던 세상에서의 음식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물론 제가 살던 곳도 그랬지만, 빵도 비싼 건 엄청 비싸고, 대신 그만큼 맛있겠죠? 저는 단 걸 좋아해서 생크림이나 딸기크림 뭐 아무튼 크림이면 다 좋아했어요. 여기서도 뭔가 특별한 맛의 빵이 있겠죠?”

“왕족들이나 귀족들이 먹는 건 뭔가 특별한 게 있겠지”

“그래도 대신에 여기는 튀김 요리가 약할 거 같아요. 사실 기름으로 튀김가루 입혀 튀기는 게 막 쉽 진 않잖아요? 그래도 제가 있던 곳은 튀김 그중에도 닭튀김이 어마어마했어요. 치킨이라고 하는데 아 어빙이 허니 치킨을 먹어봤어야 하는데, 이 맛을 말로 하려니까 참”


신나게 얘기하는 기환에 비해 어빙은 땅바닥을 본 채 미소만 지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기환이 어빙을 안타깝게 바라봤다.


“아이 영감탱이, 왜 이렇게 쳐져 있어요?”

“낮에 일은 내가 사과하네.”

“얼레? 뭘 또 사과까지 해요”

“늙으면 꼰대가 된다더니. 내가 너무 주제넘은 잔소리를 지껄였네. 너그럽게 봐주게나”

“그래요. 봐줄게요. 그러니까 됐죠? 끝난 거 에요. 내 소중한 시간 최대한 즐겁게 보내야 하니 재미있는 얘기나 더 풀어봐요”

“그래 고맙네.”

“그나저나 어빙은 가족은 없어요?”

“가족이라... 음 노예가 가족이 어디 있겠나?”

“어빙도 처음부터 노예는 아니었다면서요? 노예가 되기 전에 뭘 했어요?”

“글쎄 너무 오래 되서 기억이 잘 안나는데...”

“이제까지는 늘 그런 식으로 빠져나갔지만 나한테 미안한 거 있지 않아요?”

“하하 그럼 그걸로 봐주는 건가?”

“그래요 봐 줄게요.”


어빙은 잠시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음... 나는 한 지방 도시에서 영주성을 지키는 경비병이었네, 조금이지만 나름 마나를 느낄 수 있어서 영주성 경비병에 뽑혔지.”

“어빙도 엘리트였네요”

“아니 그 정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차고 넘친다네. 교육을 받고 몇 년을 노력해서 스캔 정도는 할 줄 알게 된 거지”

“근데 어쩌다 노예가 됐어요?”

“평범한 이야기네,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고. 영주가 탐을 냈어. 그래서 도망치려 했지. 하지만 실패했네.”

“제법 안타까운 이야기네요.”

“그게 다네 그래서 가족도 없었고, 부모님에게 불똥이 튈까 인연도 끊었다네.”

“썩 재미있는 얘기는 아니에요”

“대신 다른 재미있는 얘기를 해주지”

“뭔데요?”

“마나에 대해 말해지 않은 것이 있는데 세상에는 마석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건 알고 있지?”


기환은 어빙의 말에 뭔가 다시 한번 마음이 두근 거리는 것을 느꼈다.


“마석은 말 그대로 마나가 담겨있는 돌이네.”

“혹시 마법사들이 지팡이에 달고 있는 보석 같은 건가요?”

“맞네 거의 모든 마법사들은 마석을 이용해 만든 지팡이나 와드를 들고 다니지”


기환은 왠지 자신이 원하는 말이 나올 거 같아 뒤이어 이어질 말을 기대하고 있었다. 어빙은 기환의 예감이 맞다는 것을 확인이라도 시켜주듯이 빙그레 웃었다.


“맞네. 마석을 이용하면 마나를 끌어 모을 수 있네. 사용자에게 동화된 마석은 몸에 있는 마나처럼 사용 할 수도 있지. 뿐만 아니라 귀한 마석은 속성을 띄고 있는 경우도 있고 다양한 버프 효과를 주기도 하지”

“마법사들에게 필수겠네요”

“필수라고 할 수 있지만 필수가 아니지”

“비싸서겠죠”

“이런 날카로운 모습 오랜만이군”


그러자 기환은 조금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마법사들 뿐 아니라 기사들도 자신의 무기에 마석을 장착하네, 또한 여러 개의 마석을 버틸 수 있는 무기는 고급 무기로 여겨지기도 하지. 하지만 예상했다시피 그저 순수한 마나만 있는 마석도 그 가격이 만만치가 않네. 그래도 평민들에게 비쌀 순 있어도 정식 마법사가 된다면 순수한 마나만 담긴 아주 평범한 마석정도는 금새 얻을 수 있지”

“그렇군요. 저는 아주 현명하며 경험이 많고 뛰어나며 잘생긴 어빙이라면 저한테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해요”

“맞네, 마석을 구하기 쉬운 곳이 있지”

“우리가 가는 발굴 현장이 그곳이겠죠?”

“정답일세.”

“하지만 또 단서 조항이 붙겠죠?”

“예리하군, 마석은 유적이나 던전 혹은 자연의 기운이 강한 곳에서 생기거나, 고급 몬스터를 퇴치했을 때 얻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그 말은 먼저 시벨 자내가 마석을 얻는 게 굉장히 힘들다는 것이지. 하지만 어떻게 얻었다 해도 문제가 일어나지.”

“이젠 말 안 해도 알겠네요. 스탯에 노예라고 박혀 있기 때문이겠죠?”


어빙이 기환의 말을 긍정하며 슬픈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기환은 왠지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생기는 기분이였다.


“맞네, 노예가 마석을 반출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 걸리면 바로 목이 잘릴거야”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할 때 까지는 해 봐야죠”

“대견하군. 하지만 문제가 또 있네”


그러자 기환은 끊이지 않는 장애물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그래도 들어야 겠다는 표정으로 기환을 바라보았다.


“아씨... 그럴 줄 알았어요. 뭔데요?”

“자네의 문제는 몸 안에 마나가 쌓이지 않았다는 거지 않나. 조금이라도 있다면 마석의 마나를 움직여 마나를 사용 할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마석을 몸에 박아야 한다네”

“몸이라면 어디를 말하는 거죠?”

“보통은 명치 쪽에 하고 머리에 시도 하는 사람도 있다 하더군 그리고...”

“그리고 또 있어요?”

"사타구니에 박은 사람도 있다더군"

"강한 남자가 되고 싶었나 보네요"


기환은 질린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이건 사실 정식으로 인정받은 방법이 아니라네. 좋게 말하면 야매 보통은 미친짓이라고 하지. 성공한 사례가 있다고도 하지만 죽었다는 얘기를 더 많이 들었어”

“당연하겠죠. 수술 장비도 없이 쌩으로 몸에 돌을 박아 넣어야 하는데! 젠장 어디 아는 의사 있으면 옆에 좀 있어달라고 해줘요”


어빙은 기환의 슬픈 농담에도 잘 웃어 주었다.


“그 방법 말고는 없어요?”

“미안하지만 나로 써는 이게 최선일세. 너무 위험한 방법이라 알려주는 것도 고민이 많았네. 자네라면 분명이 할 거라 생각이 들어서”

“어차피 죽을 지도 모르는데 당연히 해봐야죠.”

“그래도 자네가 원래 모습대로 돌아온 거 같아서 보기 좋구먼.”

“몬스터에게 죽거나 몸에 돌 박고 죽을 지도 모르는데, 뭐가 좋다는 거 에요.”

“어차피 죽을 거 발버둥이라도 치다가 죽는 게 멋지지 않은가”

“참내 그나저나 어빙이야 말로 죽을지도 모르는데 겁 안나세요?”

“내가 20년간 노예생활을 버티는 데 다 노하우가 있다네. 뭐 죽는다 해도 이미 오래 산 몸뚱아리 별로 아쉬울 건 없다네.”

“정말 좋겠네요. 죽을 날 얼마 안 남아서”

“자네도”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흐믓한 미소를 지어 보았다. 말로는 죽을 거라 하지만 서로 죽지 않겠다 다짐하는 듯 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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