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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음식
작품등록일 :
2024.01.16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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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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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91화. 탈출

DUMMY

수많은 시체와 시체.

쵸소카베의 2만 군병 중 1만이나 사라지고, 가진 힘이 반이나 빠져버린 쵸소카베 모토치카가 진중에 방문했다.

지금껏 후계자를 보낸 것과 달리 자존심을 구긴 방문이었다.


나는 구겨진 표정의 쵸소카베 모토치카를 바라보았다.


뱀 같은 눈과 커다란 덩치.

시코쿠에서는 귀신같은 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리고 내가 본 것도 비슷했다. 똑똑한 자다. 하지만 믿기에는 문제가 있어.


나는 상태창으로 놈의 속마음을 보았다. 거기다가 놈은 사이토 도시미츠(규슈, 아리마를 책임진 부하)의 외가 사람이기도 했다.

그것으로 보았을 때 쵸소카베와 나는 다른 연합과 조금 달랐다. 물론 부하의 혈족으로 보았을 때 그런 거지. 전국시대의 의리로 보았을 때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바로 그것처럼 놈의 속마음은 달랐다.


“정이대장군. 아군 피해가 상당합니다.”


[피해 보상을 원한다. 아케치 네놈 때문에 싸운 쓸모없는 전쟁이었다. 마땅한 보상을 원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다 노부나가에게 갈 것이다.]


“피해는 컸지만, 충분히 도쿠가와에게 타격을 입혔으니 몇 번만 더 공격하면 놈을 밀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케치 네놈이 어떻게 지원하냐에 따라 마음을 달리할 것이다. 나도 우에스기처럼 먼 곳에 영지가 있었어야 했는데... 내가 있는 시코쿠 섬은 교토와 너무 가깝단 말이야. 이래서야 언제 천하를 잡아볼까?]


방긋 웃는 얼굴과 다른 속마음.


상태창이 없었다면 깜박 속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놈의 속마음을 보고 있으니

놈의 군대를 뼛속까지 이용할 작정이다.


“이보시게, 궁내소보(쵸소카베의 관직명) 그대의 노고는 잘 알아요. 조정에서 연일 칭찬이 자자합니다.”

“조정에서요?”

“이미 그대의 전공을 상신해 올렸어요. 지금 가진 관위보다 더한 걸 내줄 겁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보답할 생각입니다. 그러니 조금 더 힘을 냅시다.”

“역시나 대장군이십니다. 하지만 보다시피 2만 군졸 중 1만이나 상했어요. 싸우려고 해도 사기가 많이 떨어졌단 말입니다.”

“사기야, 끌어올리면 그만이지요. 병졸에게 보상을 약속하지요. 그들이 죽거나 다쳐도 개인당 은자 50냥씩 내줄 생각입니다.”

“그렇게나 많이요?”

“아즈치에 넘쳐나는 게 군자금이 아닙니까. 얼마 후면 군자금을 가진 수레가 당도할 겁니다. 그러니 한 번 더 싸워봅시다.”

“무슨 말씀인 줄 알겠지만, 사기가 떨어져서...”

“그거라면 내가 해결하지요.”


나는 그 말과 동시에 김충선을 비롯한 사카이 상인연합 출신 부하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내 의도를 이해하고 쵸소카베 군영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내가 했던 말을 병사에게 전하며 은자 50냥씩 포상으로 걸었다.


그러자 함성이 들린다.

쵸소카베 병졸들은 함성을 내질렀다.


-와아아아아!!!!! 정이대장군께서 포상을 약속했다.

-와아아아아!!!!! 싸우자!

-도쿠가와 병졸들을 박살내자!


사기가 들끓었다. 쵸소카베 모토치카의 표정이 구겨진다. 놈이 원했던 것과 정반대의 사건. 놈은 은근슬쩍 빠지려고 했는데 나에게 발목이 잡혔다. 거기다가 놈이 가진 군병은 1만이고, 내가 가진 군병도 1만이다. 초반 5천 병졸로 시작해서 사이카 상인연합에서 용병을 보내줬다.

모두 돈으로 사들인 잡졸이지만, 지금은 이렇게라도 덩치를 키워야 했다. 거기다가 군량이란 목줄을 쥐고 있어, 쵸소카베도 날 따라야 했다.

더구나 도쿠가와도 힘이 빠진 건 분명했다.


“공격하라! 끝까지 몰아붙여 승리한다!”


내 호령에 군병이 움직였다.


선봉에 쵸소카베를 밀어 넣고

아군은 유격대를 운용해서 도쿠가와를 몰아붙였다.


그러자 도쿠가와가 밀린다. 숫자도 아군의 반절만 남았고 피해도 상당해서 이겨낼 게 아니었다.


그 전쟁이 하루 더 지나자


1만만 남았던 도쿠가와 군대는 5천 이하로 줄고

쵸소카베는 도쿠가와를 완전히 끝내기 위해 추격을 시작했다.


“도쿠가와의 수급을 취하자!”

“그래, 잘하고 있어! 대장군께서 포상을 약속하지 않았던가!”

“저기다! 저기에 도쿠가와의 본진이 보인다!”


미친 듯 몰아붙이는 쵸소카베의 7천 보병. 긴 장창으로 무장한 병력이 도쿠가와의 보병대를 때려 부순다. 아군은 그 후미를 쭟아서 사카이 용병대를 보냈다.


그리고 지금의 승기를 이용해서 아즈치에 전령을 또다시 보냈다.


[지금이다. 어서 빠져나와야 한다.]

[아즈치를 빠져나와 오사카 항구로 오라. 우리는 규슈로 가야 한다.]

[노부나가의 본대가 오기 전에 빠져나간다.]


개선 스님에게 했던 말처럼 사촌 동생이 무사히 빠져나오기를 원했다.


그리고 들려온 답변이란 어려움.


예전처럼 끝까지 싸워서 이겨내겠다가 아니라 어려움을 말하고 있었다.


시바타의 5만 병력이 아즈치를 포위하고, 그 공격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아즈치를 지키는 1만 5천 병졸은 꼼짝없이 갇혔다. 거기다가 니죠성을 지키던 막내 사위도 비슷한 서신을 보내왔다.


[니죠성으로 히데나가의(히데요시의 동생) 선봉대가 나타났습니다. 이들의 방해로 성 밖으로 나가기가 어렵습니다.]


모호한 답변.

히데나가의 군병이라고 보았자 1만 5천이 전부인 걸 안다. 회전을 통해 싸우려면 어렵지만, 성을 버리고 오사카로 내려오는 건 어렵지 않다고 여겼다. 거기다가 막내 사위의 병력은 1만. 그 병력으로 히데나가의 선봉대를 못 이길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니죠성의 막내 사위도 그렇지만, 아즈치의 상황도 비슷했다.


나는 답답한 아즈치로 전령을 또 보냈다.


[늦더라도 비밀통로를 이용하란 말이다.]

[대규모로 빠져나가지 못해도 방법은 있다. 우선 수뇌부를 비롯한 중요 병력만 빼내서 돌아오라!]


명령을 내리고 기다렸다.


오사카에서 버티고 서서 모두 모이기를 원했다. 함선은 이미 준비되었고 그걸 타고 바다로 나가면 되었다.

그 바람으로 기다리고 기다렸다.

쓸모없는 교토 방어에 힘을 쓸 게 아니라 규슈를 잡아먹는 게 우선이었다.

그전에 항전하듯 용병을 모집했다. 사카이 상인연합에 의뢰해서 싸울 수 있는 자들을 모병했다. 막대한 자금을 그쪽으로 퍼부으며 다가올 노부나가와 전쟁을 대비했다.


하지만 내 생각보다 노부나가의 진군은 더 빨랐다. 아니 노부나가를 붙잡고 있어야 할 호조, 사나다 마사유키, 우에스기의 배신이 영향을 미쳤다.


배신자 새끼들.

네놈들이 그럴 줄은 이미 알았다.


오다의 본대 7만. 그 7만에 맞서 싸우기 시작한 쵸소카베의 병졸. 도쿠가와를 추격하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니와 히데나가의(4천왕 서열 4위) 철포대에 불벼락을 맞고,

다키가와 가즈마스(4천왕 서열 2위) 기습 공격으로 허리가 끊겼다. 7천 병력이 한꺼번에 와해하고 도망치기 바빴다.


도망치는 자들을 수습하고 모병으로 덩치를 키운 용병대를 욱여넣었다. 힘 싸움. 선봉대에 불과한 적들을 힘으로 밀었다.


그리고 수비가 용이한 지형으로 후퇴해 영채를 세웠다.


단단한 방어막.

쉽게 뚫리지 않게 길을 막고 버텼다.


그 과정에도 용병을 계속 고용하고 조정의 토벌령을 적 병졸에게 뿌려, ‘네놈들은 반역자다.’ ‘지금이라도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며 눈감아 주겠다는’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소용없다. 저들의 숫자를 믿었는지 아니면 노부나가의 지휘력 덕분인지.

도망치거나 항복하는 자들은 드물었다.


“쉽지 않아. 역시 노부나가의 용인술은 대단하단 말이지.”


나는 높은 망루에 올라 7만 노부나가의 본대를 보았다. 숫자로 보자면 긁어모은 용병과 쵸소카베의 3천 패잔병. 그리고 하나쿠마성에서 가져온 5천으로 간신히 막아내는 중이었다.


나는 노부나가의 군중을 바라보고 다시금 오사카 항구가 보이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그런 내 모습에 김충선이 입을 열었다.


“아즈치에서 탈출한 군병을 함선에 태우고 있습니다.”

“얼마나 빠져나왔지?”

“1만 5천 3천이 빠져나온 것으로 압니다.”

“사촌 동생은?”

“아직입니다. 우선 개선 스님과 3천 병력이 나왔고 다음으로 나온다고 하였습니다.”

“서두르라고 해. 노부나가가 오사카로 진격하기 전에 벗어나야 한다.”

“알겠습니다. 전령을 다시금 보내겠습니다.”


김충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껏 규슈로 올려보낸 병력만 8천. 처음 아즈치에서 벗어난 5천 병력과 얼마 전 함선에 올라탄 병력을 합치면 8천이 규슈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아즈치에 남은 병력 1만 2천에, 사위가 가진 1만을 보내면 처음 계획대로 교토를 벗어나는 것이다.

바로 그것을 위해서 노부나가의 진격을 방해하는 것이고.


싸움이 이어졌다.


반나절 동안 영채를(길을 막는 요새) 두들기던 노부나가는 전쟁을 멈췄다.


무슨 일인지 싸움을 멈추고 기다렸다.


나는 놈의 속내를 알지 못해 불안했다.


뭔가 있다?

싸움을 멈출 노부나가가 아닌데 숨 고르기를 하고 있어.

무슨 일이지??


그리고 하루가 지나자 들려온 소식은 배신.


배신할 놈들은 다 배신했다고 여겼는데.

또다시 배신이 이어졌다.


먼저 가까운 곳의 츠츠이 가문이 노부나가에게 붙었다. 1만 병졸을 끌고 온 놈이 노부나가에게 합류했다.


거기다가 더 충격적인 건 막내 사위의 가문.


은거 중인 호소카와의 당주.

호소카와 후지카가(막내 사위의 아버지) 은거를 풀고 가문의 당주로 돌아왔다.


놈은 친우인 나를 배신하고, 노부나가에게 붙었다.


지금껏 니죠성에서 빠져나오지 않은 이유도 그것이었고,

막내 사위는 당주의 명령으로 나와 절연絶緣하기로 했다.


달랑 편지 한 장 보내는 것으로 절연絶緣


“이렇게 관계를 끊다니. 부인도(막내딸) 버리고 결국에 가문을 따른단 말이지.”


내 말에 김충선이 대답했다.


“호소카와가 살 방법은 그것이라고 여겼겠지요.”

“어리석은 판단이야. 나 대신에 노부나가를 선택하다니.”

“모든 연합이 배신했으니 호소카와도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놈들의 신의가 거기까지인 게 안타깝다.”

“그런데 어떻게 합니까? 사위 분이 규슈를 장악한 걸 알지 않습니까?

지금껏 노부나가를 속이려고 했던 게 무위로 돌아갈까? 걱정입니다.”

“아니야. 정여립과 상의한 계획 중에 그것도 있었어. 막내사위는 아리마와 관계는 알아도, 쇼니 가문이(수리검이 책임지고 있는) 우리인 걸 모른다.”

“아, 다행입니다. 하마터면 일을 그르칠 뻔했습니다.”

“숨겨야지. 적도 아군도 모르게 진행한 일이 많다. 그만큼 신중하게 처리를 해왔다. 거기다가 아리마를 돈 받고 도와준 것으로 알지. 내가 그곳의 수장이 되었단 사실은 모른다. 사위가 정확히 알고 있는 건 대마도가 아군 영역인 게 마지막이다.”

“그 정도였습니까? 혹여 사위분의 배신까지 고려하신 겁니까?”

“......”


답하지 않았다. 두 번의 부활 동안 보고 들은 게 많았다.

이곳에 부활하자마자 막내 사위의 배신으로 죽었고,

다음으로 간신히 신의를 가졌지만, 막내 사위의 실수로(노부나가의 장남을 놓친 일) 또 죽임을 겪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신중할 수 밖에 없었다.


속이고 또, 속이고.


연합은 물론 사위까지 속여가며 일을 진행해야 했다. 지금도 부하들의 상태창을 살피며 일을 처리하지 않던가.


그것이 내 무기이고 살기 위한 노력이었다.


김충선은 내 대답이 없자 더는 묻지 않았다. 그저 묵묵하게 일처리를 해주는 게 그의 일이었다.


나는 김충선의 어깨를 두들기며 대답했다.


“마지막까지 다 온 것 같다. 오사카로 돌아가야지.”


그 말에 김충선이 놀란 눈을 떴다.


“노부나가에게 길을 열어준단 말입니까?”


“지금 회군하지 않으면 오사카로 진격하는 히데나가와 호소카와(막내 사위)의 군대에 오사카를 빼앗기고 말 것이야.”

“그렇게 빨리 오겠습니까? 그래도 옛 감정이 남았는데.”

“사람 마음이란 알 수 없는 일. 그것까지 가늠할 수는 없겠지.”


씁쓸하게 대답했다.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노부나가의 진격을 쉽게 놓아줄 수는 없겠지.


요여문이 지휘하는 용병대 1만과 쵸소카베의 3천 군대를 남겼다.

나머지는 5천 병력로 오사카를 지켜야 했다. 다른 말로 오사카로 돌아올 아군의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했다.


큐슈, 대마도. 이키 (1).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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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129화. 나의 소명이란 +1 24.05.21 299 13 12쪽
129 128화. 조선 선비들을 구하라. 내 부하가 될 자들이다. +1 24.05.20 320 13 12쪽
128 127화. 어딜 가겠다고? +1 24.05.19 320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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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125화. 시바타와 결전 24.05.17 316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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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122화. 적정 분열을 노려보자. +2 24.05.14 330 14 12쪽
122 121화. 원균은 매번 그랬다. 24.05.13 328 12 14쪽
121 120화. 노부나가의 출진 +1 24.05.12 351 13 13쪽
120 119화. 정철이 포로를 심문하는 방법. 24.05.11 355 13 13쪽
119 118화. 삼도수군 통제사는 이순신이지. 안 그래? 24.05.10 354 12 14쪽
118 117화. 노부나가의 조선 침공2 +2 24.05.09 387 13 13쪽
117 116화. 노부나가의 조선 침공 +3 24.05.08 382 17 13쪽
116 115화. 큰 전쟁의 서막3 +4 24.05.07 379 14 16쪽
115 114화. 큰 전쟁의 서막2 +4 24.05.06 380 14 15쪽
114 113화. 큰 전쟁의 서막. +1 24.05.05 395 14 12쪽
113 112화. 조선의 오판 +1 24.05.04 384 13 14쪽
112 111화. 와카사 항구에서 벗어나기. +2 24.05.03 358 13 14쪽
111 110화. 교토에서 탈출하라 +1 24.05.02 382 14 12쪽
110 109화. 교토 기습전. 24.05.01 385 13 12쪽
109 108화. 변해가는 국제 정세 +4 24.04.30 398 16 12쪽
108 107화 조선에서 온 손님은 +1 24.04.29 407 14 13쪽
107 106화. 커지는 전화의 불길 +1 24.04.28 418 14 12쪽
106 105화. 전쟁의 불길이 일어나다. +1 24.04.27 417 14 14쪽
105 104화. 대마도 전투 +3 24.04.26 403 12 15쪽
104 103화. 대마도에서 생긴 일2 +5 24.04.25 409 15 12쪽
103 102화. 대마도에서 생긴 일. 24.04.24 411 12 11쪽
102 101화. 변해가는 노부나가의 상황. +1 24.04.23 439 14 12쪽
101 100화. 니탕개에 난에서 얻어가는 것들. +4 24.04.22 425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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