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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N™ 님의 서재입니다.

오세요 북해빙궁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JOON™
작품등록일 :
2024.06.05 13:18
최근연재일 :
2024.06.14 16:0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2,326
추천수 :
29
글자수 :
147,346

작성
24.06.14 16:00
조회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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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6화

DUMMY

“더 해 보거라.”


고저없는 빙궁주의 주문에 다시 빙승기가 움직였다.


그의 손이 지나간 자리를 차갑게 식은 공기가 대신한다. 공기는 어찌나 차가웠는지 빙승기가 입은 옷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리고 옷은 이리저리 움직이며 작은 얼음 알갱이를 만들고 먼지처럼 떨어졌다.


“그것이 최선이냐?”

“네?”


빙승기는 빙백신장의 칠장 한빙응수(寒冰凝水)의 시연을 멈추었다. 칠장은 빙백신장의 마지막장이었고, 그건 무척 빠른 진도였다.


“헉-!!!”


그는 급히 빙궁주에게서 튀어나온 기운을 감으로 피했으나, 완전하지는 않았다. 기운에 스친 오른쪽 어깨가 눈에 맞은 것처럼 하얗게 세어버렸다.


하지만 빙궁주라면 그게 끝일리 없었다.


흡!


빙승기는 다시 코앞까지 닥쳐온 기운을 피할 생각은 포기하고, 앞으로 장법을 쏘았다.


손바닥 바로 앞에서 무형의 기운끼리 부딪히자 폭발하며 바늘처럼 얇고 뾰족한 고드름이 뿜어져 나왔다. 연무장 천장과 벽에 미세한 고드름이 빼곡히 박혔다.


이제 빙승기는 함부로 내공 소모가 극심한 호신강기를 낭비하지 않았다. 빙궁주와의 대련에선 내공이 다 떨어질 것을 대비해야했으니까.


이것 또한 그의 성장이었다.


“더 빨리 움직일 수 있지 않느냐.”


‘아, 예······. 시발!’


빙승기가 재차 받을 공격을 대비해 자세를 낮출 때, 빙궁주의 손이 원을 그리며 빙승기을 향했다.


준비시간이 늘어난다는 건 더 큰 공격이 있다는 것!


빙승기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번에는 단전에 갈무리된 내공을 한껏 가져와 손바닥을 펼쳤다.


“빙백신장!!”


다시 음유한 기운끼리 부딪히며 얼음 바늘이 폭발하듯 피어올랐다!


공기조차 얼려버리는 극한의 기운. 평범한 장법에 북해의 차가운 기운을 싣기 위해 수백년 동안 다듬어진 결과가 이것이었다.


이만한 기운을 사람이 맨몸으로 받아내면 얼어 죽는 것이 당연했다.


어쩌면 빙승기도 그렇게 되었을 지도. 무공의 수준이 조금만 낮았어도 빙궁주의 장법은 빙승기의 것을 뚫고 들어왔을 테니까.


“네가 막은 것이 십이성의 빙백신장이다.”


빙궁주는 들었던 손을 내렸다.


“와, 십이성의 무공을 막았으면 할만큼 한 거 아닌가요?”

“······다음 무공을 준비해라.”


빙궁주는 대답할 가치가 없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우아하게 우유빛의 검을 뽑았다.


하지만 그녀 정도의 고수에게 검을 뽑는 것과 베는 것은 별개의 행동이 아닌 법. 빙승기는 당하기전에 먼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공을 펼쳤다.


“북해산탄장-!”


그 즉시 검환으로 만든 구슬이 빙궁주를 덮쳤다. 과거 백랑에게 쓴 것과는 달랐다. 더 작았지만 훨씬 촘촘했다.


그러나 그것도 동시에 움직인 빙궁주의 검에 대부분이 베어지고 흩어졌다. 이미 여러번 본 공격이었으니까.


빙궁주를 빗겨간 구슬은 남은 힘만으로도 연무장에 큰 폭발을 일으켰지만, 맞추지 못한다면 의미는 없다.


빙승기는 몸을 피하며 다시 빙궁주를 노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발성 공격이 아니었다.


그의 손에서 구슬이 끝없이 쏘아졌다. 마치 탄막처럼! 한 번에 안되면 맞을 때까지라는 기관총의 원리를 담은 것이었다.


비록 손톱만한 구슬 크기였지만, 누가 검환을 수백개씩 만들어낼 수 있을까?


보통 무인은 평생을 수련해도 이룰 수 없는 경지였다. 그만큼 빙승기의 내공도 빠르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빙궁주는 점이나 면을 넘어 공간마저 막아내는 수준의 고수였고, 끊임없이 북해산탄장을 무력화했다.


끝없는 도망과 추격. 그리고 끝은 빙궁주의 검이 빙승기의 목에 닿는 것으로 끝이 났다.


허억, 허억.


빙승기는 전력으로 몸을 움직여 힘차게 뛰는 경동맥에 서늘한 검이 닿을 때마다, 한기가 뇌까지 관통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바로 죽음이었다.


오늘 살아있는 내가 내일은 흙이 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아직 살아있다는 감각. 그런 것을 몇번이고 경험할 때마다 점점 삶에 진지해지는 자신을 느꼈다.


이제는 빙승기도 완전히 북해빙궁의 무인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적어도 무협이라는 세상에 적응한 것은 분명했다.


수련이 끝난 연무장은 마치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처참한 꼴로 변해있었다. 오늘도 수련 후 들어오는 하인들이 기절할 테지만, 남의 일이었다.


그렇게 둘은 오늘치 수련을 끝냈다.


백랑과 혈투를 벌인지도 두달째. 빙승기는 차근차근 강해지는 중이다.


“최근 수련을 게을 리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들었다.”

“취미입니다. 존중해 주시죠······.”


빙궁주가 무슨 얘기를 들은 건지는 몰라도 그는 몹시 찔리는 게 많았다. 곧 거지 같은 겨울이 끝나고 봄이 다가오니까.


맛있는 빙수를 위해 준비해야 할건 많았고, 수련에 신경쓸 틈은 없었다.


“여전히 보법의 수준이 내 눈을 더럽히고.”

“네에······.”


빙승기의 생각에 북해빙궁에서 유일한 초절정 고수를 상대로 이만큼 버텼으면 잘한 것 같았지만, 낳아주신 어머니는 만족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따라서 빙승기는 오른쪽 어깨의 시큰거림을 참으며 눈을 피했다.


‘아, 빙수먹고 싶다.’


“······하지만 빙백신장은 십일성이 된 것이 확실하구나.”


반사적으로 빙승기의 고개가 돌아갔다.


“어머니, 그러면 수련 빈도를 줄여도 되는 게 아닐런지요.”

“네 무영신법(無影身法)도 십일성쯤 되었다면 지금보다는 오래 버틸 수 있었겠지. 정진해라. 성취를 보고 상승무공을 전수하겠다.”


빙궁주는 오히려 더욱 많은 숙제를 주려했다.


뭔가 잘못됐다. 이게 다 백랑 때문 같았다!


빙궁주는 빙승기가 백랑을 어찌어찌 잡았다는 사실을 알고나서 상을 주기는 커녕 반 시진이던 수련 시간을 한 시진으로 늘렸으니까.


결코 그의 말대꾸 때문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아니, 다 갖다 바쳤잖아. 귀한 거라며? 귀한 거라며! 이게 맞아?’


빙수에 집중하고 싶은 빙승기로서는 환장할 지경. 이렇게 조금씩 수련 시간이 늘다가 빙수련과 수련하는 것과 다를바없게 되기라도 하면 사는 이유가 없었다.


“잘하고 있다.”

“네에.”


잘했다는 말. 빙승기가 살면서 한 번도 부모에게 들어 보지 못한 말이었다.


빙승기는 고아였고, 어려서부터 학교에서 부모 욕을 하는 친구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저 부럽고 배부른 투정이 듣기 싫어 한 번은 싸운 적도 있었다. 이긴쪽은 그놈들이었다.


똑같이 코피가 터지고 얼굴에 흉터가 남았지만, 그들에게는 언제라도 급히 학교로 찾아와 껴안아주고 상대를 죽일듯 노려보는 부모가 있었으니까.


그래서 빙승기는 시작 전부터 질 수 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그때 그는 이렇게 생각했었다. 부모가 있으면 정말 잘할 자신이 있다고.


하지만 막상 팔자에 없던 부모가 생기고 보니 그런 마음은 쏙 들어가고 사라졌다······.


어째서일까. 사람의 마음이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달라서?


‘그냥 내가 이제는 그런 사람이 못되는가보지.’


한때는 모정이 미칠듯이 그리웠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그뿐이었다.


“어머니, 하나 물어봐도 됩니까?”

“그래.”

“혹시······. 혹시 저를 초절정 경지로 대우하시는 건 아니지요? 경지를 돌파하기 전에 저는 일류라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절정을 목표로 수련을 하는 게 맞지요?”


빙궁주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어거지로 오르긴 했지만, 너는 초절정 경지다. 너의 내공과 임독양맥 타통이 그것을 증명한다. 여러가지 문제로 실력이 절정과 비슷할뿐.”

“절정의 깨달음도 없는 제가 어떻게 초절정이겠습니까?”

“나는 나보다 하수의 의견은 듣지 않는다.”


‘시발.’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초절정 고수 앞에서 빙승기는 사춘기가 없는 아들인데.


“그러면 절정 수준으로 초절정의 상대가 되지 않는 건 당연한 거지요?”

“주화입마의 부작용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고 있느냐?”

“······네에.”

“그러면 정진해라.”

“봄부터는 수련 시간을 좀 줄이면 안될까요?”

“너는 북해빙궁의 유일한 후계자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빙궁주는 끝까지 빙승기가 원하는 대답을 해 주지 않고 초토화된 연무장을 빠져 나갔다.


극한의 기운을 내뿜는 빙궁주가 사라지자, 연무장에 박혔던 얼음바늘도 하나둘 녹으며 부러져 바닥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빙승기도 비가 되지도, 눈이 되지도 못한 알갱이를 맞으며 자리를 벗어났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기대치는 대부분 환상에서 출발한다. 빙궁주의 기대를 꺾고 싶었다면, 북해산탄장 같은 ‘자작상승무공’은 보여주지 않았으면 됐을 것을.


결국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린 빙승기였다.


1장 완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여기까지 재밌게 보셨나요? 댓글이 없네요...


더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1장에서 멈춰야할 것 같습니다 


더 재밌는 작품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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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24.06.11 5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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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24.06.11 58 1 10쪽
12 12화 24.06.10 60 1 9쪽
11 11화 24.06.10 66 1 15쪽
10 10화 24.06.09 78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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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화 24.06.08 97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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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화 24.06.06 138 1 15쪽
4 4화 24.06.06 167 2 14쪽
3 3화 24.06.05 201 4 13쪽
2 2화 24.06.05 222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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