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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요 북해빙궁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JOON™
작품등록일 :
2024.06.05 13:18
최근연재일 :
2024.06.14 16:00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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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3
추천수 :
29
글자수 :
147,346

작성
24.06.10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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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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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2화

DUMMY

빙승기가 손뼉을 치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자자! 일단 모두 달라붙어서 장작을 만들건데요.”

“지금 수레가 다섯개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제생각에는 장작을 옮기는 시간보다 만드는 시간이 빨라요.”


빙수련이 무인을 데려오는 동안 빙승기도 문도들과 나무만 썰고 있던건 아니었다.


창고의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나무를 어디서 썰고 장작을 어디에 쌓아야 동선이 좋을지 생각해두었다.


빙승기가 썰어 보니 나무는 두꺼울 수록 쪼개는 데 필요한 힘이 늘어난다. 하지만 무인은 그런 것에 크게 영향받지 않고 쉽게 자를 수 있다.


또한 수도 아홉명이나 되었다. 빙승기를 포함하면 열명이었고. 그건 여기 있는 문도들보다 많은 수였다.


‘그렇다면······.’


“무인 일곱명은 지금 바로 수레로 장작을 나르세요. 다 실었으면 한명은 앞에서 수레가 이동하기쉽게 눈을 치우면서 이동. 그리고 여섯명은 수레를 뜰고 장작을 나르세요.”


처음 빙승기가 빙수련과 왔을 때, 그리고 빙수련이 다시 오고가며 어느정도 길이 생겼을 거다. 그 길을 중심으로 폭을 넓히는 게 새로 애먼 눈 사이를 뚫고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왕복으로 한 시진 반 줄게요. 일곱명은 내공이 떨어질 때까지 계속 옮기기만 합니다. 쓰러져도 여기 와서 쓰러지세요.”

“나머지 둘은 저와 계속 나무를 썰면 됩니다. 잘게 자르는 건 이 사람들이 할 테니까. 그러다가 수레가 오면 함께 실어주고 다시 빠르게 보내면 되요. 이해했어요?”


그러나 무인들은 멍청하게 빙승기를 쳐다보았다.


“이해했냐고!!”

“네!!”


빙승기는 일곱명의 무인에게 본궁으로 가는김에 거기서 식사도 넉넉히 가져오라 지시했다.


“그리고······저들이 가는 길을 모르면 빙 호위가 안내를 계속 해줘야 할 것 같은데요.”

“북해인은 이정도 눈으로 길을 잃지 않습니다.”

“그렇군요.”


빙수련까지 보내는데 실패한 빙승기는 속으로 혀를 찼다.


“밤새 눈보라치면 기껏 만든 길도 없어질 텐데 괜히 여러번 일하지 말고, 오늘 다 끝낼 생각들 하세요.”

“엇, 뭐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는 표정. 딱 걸렸죠? 하기 싫으면 저기 같이 누워있던가.”


빙승기는 고갯짓으로 빙수련이 간단히 기혈만 다스려준 무인을 가리켰다. 빙승기에게 지적당한 무인이 잽싸게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그가 데려온 무인 중 유일한 일류 경지라는 걸 들었을 때는 얼마나 아쉬웠던가!


빙승기는 일류 무인은 한 번에 얼마나 많은 나무를 벨 수 있을지 알고 싶었는데······.


‘그래도 일류 수준은 이정돈가? 대충 알겠어.’


빙수련이 실컷 겁을 준 것치고는 싱거웠다. 이정도면 떼로 달려들어도 해볼 만 한 것 같았다.


물론 기습에는 어떤 고수도 제실력을 내기 어려운 법이었다. 방심을 했다면 더욱 그렇고.


따라서 이것만으로 무인의 실력을 측정하기는 일렀으나, 빙승기는 아직 그런 내용까지 배우지 못했다.


짝! 짝!


“자, 시작합시다! 빨리 끝내고, 빨리 쉬러 갑시다!”


빙승기는 상황을 정리하고 다시 장작을 써는 데 집중하려 했다. 그런데 빙수련은 옆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왜요?”

“소궁주. 궁주님은 북해의 무인 하나하나를 ‘무척’ 아낍니다. 이런 행동은 궁주님의 분노를 살 수 있다는 걸 알려드립니다.”

“이런 행동이요? 제가 필요한곳에 무인을 뽑아쓰는 거 말인가요?”


빙수련은 말 대신 쓰러져있는 무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빙승기는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그도 모든 상황에 폭력부터 쓰는 사람은 절대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물어봤잖아요. 어떻게 하면 되냐고.”

“실력 차가 월등하다면 제압하는 방법도 있었습니다.”


‘뭐 멋들어지게 목에 검을 착 들이미는 그런 거 말인가? 그렇게 할 수 있었으면 내가 했지! 못하는 거 뻔히 알면서 이러네.’


빙승기는 이제 고작 한 달 경력의 무인일 뿐이었다.


“그러면 어땠어야 했나요? 그냥 참아요? 아니면 돌려 보내요?”


그랬으면 가장 중요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지 않은가!


세상에는 기선제압이라는 말이 있었다. 그리고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것도 동서고금의 진리였다.


그리고 빙승기는 시간 낭비를 싫어하는 쪽이었다.


“저에게 지시를 내리십시오.”

“아.”


빙승기는 말문이 막혔다.


“소궁주는 명령을 내리는 입장입니다. 그걸 잊지 마십시오. 모르면 일단 물어 보세요. 아시겠습니까?”

“뭐······. 그래요. 그 말이 맞네요. 인정.”


맞다. 꼭 빙승기가 손을 쓸 필요는 없었다. 그녀 역시 북해빙궁의 무인이자 빙궁주를 따르는 존재였으니까.


눈앞에서 하극상을 가만히 바라볼 리가 없었고, 빙승기의 말 한마디면 움직였을 것이다.


먼저 움직이지 않은 것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소궁주의 권위를 인정해 주기 때문이었을 테고. 그렇게 생각하니 충신도 이런 충신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런 충신이 죽이려고 하던 나.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건가요?’


“앞으로는 그렇게 할 게요. 그런데 어머니한테 분노 좀 사면 어때요? 그래도 따지러 올 것 같지 않던데.”


빙승기는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그는 벌써 한 달이나 보지 못한 빙궁주의 얼굴이 가물가물했다.


“······혹시 궁주님의 관심을 받기 위해 저지른 겁니까?”

“예? 아니요. 또 오해하네요.”

“아닙니까?”

“아니에요!”

“······.”

“아니라고요!”


‘관심이라니?’


부모의 관심을 받기 위해 사고 치는 애들이란 얼마나 배가 부른 애들인가!


어려서부터 울거나 떼를 썼을 때 무언가를 해 주었다는 경험이 있지 않았다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빙승기에게는 그런 경험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고아였으니까.


”빙 호위. 저는요, 기억이 없어서요. 별로 소중하지가 않아요, 이 모든 게.”


그게 빙승기의 진심이었다.


“내가 지금 이러는 건 춥기 때문이에요. 내가 몇번이나 말했잖아요. 춥다고. 내가 빙수를 좋아하는 거랑 추운 걸 좋아하는 건 별개거든요!“

“굳이 정확하게 말하면······나는 따뜻한 곳에서 빙수 먹는 걸 좋아해요. 난 그래서 매장 온도도 지침으로 만들었거든요. 여름이라고 무식하게 실내 온도를 낮추면 안돼요. 왜냐? 추우면 그 맛이 안 나거든. 어떤 온도에 빙수를 먹어야 가장 맛있게 먹을지 고민하는 사람. 그게 나라고요.”

“기혈을 확인해도 되겠습니까?”


빙승기는 손목을 잡으려는 빙수련의 손길을 피했다.


이제는 알았다. 저 행동이 현대에서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을.


정신이 멀쩡한지 확인하기 위한······.


“저 안미쳤거든요!”

“······.”

“나중에 기억이 돌아오면 후회할까요? 그러라고 하세요. 난 지금 따뜻해지는 게 더 중요하니까. 사람이 오지도 않을 미래만 보고 어떻게 살아요?”

“소궁주, 일시적인 기억상실일 수 있습니다. 기억을 찾으면 오늘 일을 정말 후회하실 겁니다.”

“상관없어요. 내가 그걸 깨달았거든요. 쓸데없는 희망 같은 건 버리고, 지금 충실하게 사는 게 장땡이라고. 이것도 깨달음이라면 깨달음이네요.”

“무슨 희망을 버렸단 말입니까?”


빙승기는 이제 슬슬 빙수련과의 대화보다는 나무를 썰고 싶었다.


“그거야······. 한 번 고아는 영원한 고아다. 그런 거죠.”


이번에는 빙수련이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빙승기는 이때다 싶어 그녀를 두고 나무를 쪼개러 도망쳤다.


그럼에도 그녀는 빙승기의 입에서 ‘고아’라는 단어가 나온 후 한참이나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빙승기가 한 말의 진의를 파악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빙승기에게는 빙궁주라는 어머니가 있었다.


그런데 고아도 아니면서 무슨 생각으로, 무엇을 알고, 왜 그런 단어를 썼을까?


빙수련은 그것을 알아내야 했다.


하지만 지금 들은 대화만으로 빙승기가 도대체 무슨 헛소리를 지껄인 건지 알아낼 수는 없었다.


더 자세히 파악하려면 다시 그를 붙잡고 캐물어야 했으나, 그러자면 여기 있는 모두를 죽여서 입을 막아야 했다.


그건 빙궁주가 원하는 바가 아닐 것이었다.


빙수련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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