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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N™ 님의 서재입니다.

오세요 북해빙궁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JOON™
작품등록일 :
2024.06.05 13:18
최근연재일 :
2024.06.14 16:0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2,328
추천수 :
29
글자수 :
147,346

작성
24.06.14 09:00
조회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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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24화

DUMMY

‘그들’처럼 높은 존재가 되는 것.


언젠가부터 백랑은 그것 하나만이 ‘유일한’ 삶의 이유였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오늘이 오기까지 늑대 무리를 버려본 적도 없으면서 말이다.


본래 백랑은 본래 영역으로 돌아가 회복해야 했다. 그것이 미래를 위한 현명한 선택이었으니까.


하지만 백랑은 뒤늦게 어렵게 낳은 자식이 무리에서 떨어진 것을 참지 못했다.


커다란 기운을 품은 인간을 상대로 승리를 장담할 수도 없었다. 애초에 그것이 불가능해 도망쳤지 않은가?


그래서 이번에는 누구에게도 나눠주지 않고 수십년간 잡아두었던 기운을 풀었다.


모으기는 어려워도 버리는 것은 참으로 쉽다. 이 기운은 곧 허무하게 허공으로 흩어지겠지만, 그때까지는 백랑의 것이었다.


아주 잠시라도 저 증오스런 인간을 찢어 죽일 시간을 벌어줄 것이다.


크아아아!!!!!!


백랑의 토해낸 외침과 부딪힌 북해산탄공이 풀어지고 흩어졌다.


“미친! 시발!!”


빙승기도 너무 놀라 비명을 질렀다.


‘이런 식으로도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


북해산탄공의 또다른 부족함을 발견하고 말았다. 혹시 이건 모든 장법의 단점이 아닐까? 모르겠다. 아무튼 미완성도 이런 미완성이 없었다!


하지만 모든 무인이 백랑처럼 대응할 수 있는 건 아니었으니 무조건 빙승기의 잘못이라고 하기도 어려웠다.


단지 상대를 잘못만났을 뿐이었다. 무림에서 상대를 잘못만난다는 건 곧 죽음이었지만!


북해의 공기를 찢어발기는 백랑의 앞발이 빙승기를 내리쳤다. 그가 공격을 피하며 북해산탄장을 쏘았다.


다시 수십개의 검환이 백랑을 덮쳤으나 백랑도 이미 몇번이나 본 공격이었다. 일부는 움직여서, 일부는 다시 한 번 기를 토해내며 막아냈다.


이렇게되면 빙승기가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백랑은 빙승기의 공격을 몇번 맞아줄 맷집이 있지만, 그는 발톱에 한 번이라도 몸이 스치면 그대로 찢어져야 하니까.


다행이라면 백랑이 다른 늑대를 데려오지 않은 점이었다. 이 상황에 다른 것까지 신경썼다간 뇌가 과부하로 익어버렸을 것이다.


‘어쩌지? 어쩌지?’


빙승기는 모르고 있었다. 백랑이 생명을 도외시하고 달려들고 있다는 것을.


목숨을 포기하고 덤비는 존재는 이렇게 무서운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고아였던 빙승기가 뒤가 없이 사는 쪽이었지만, ‘진짜’ 앞에서는 이렇게 겸손해질 수밖에 없었다.


“북해산탄장!”


하지만 빙승기도 뒤가 없었다. 미완성일지라도 지금 가진 가장 강한 공격을 퍼부을 수밖에!


한 방은 맞겠지. 한 번은 먹히겠지. 너라고 한 번도 실수하지 않지는 않겠지!


빙승기도 내공을 아끼려는 생각은 일치감치 버렸다. 대신 신법에 내공을 더 할애해 피하는 걸 중시하고 기회가 될 때마다 백랑에게 북해산탄장을 쏘았다.


즉, 장기전이었다.


그리고 이건 내력 싸움이기도 했다. 먼저 기를 다 소모하는쪽이 죽어야 하는.


빙승기는 북해산탄장을 쏠 때마다 단전에서 빠르게 줄어가는 내공을 느끼며 죽음의 공포에 쫓기는 기분이 되었다.


“북해산탄장!”


크아아앙-!!!


피해를 도외시한 백랑이 북해산탄장을 그대로 몸으로 받으며 빙승기를 덥석 깨물었다. 전신이 기로 충만한 덕일까?


빠찍.


지금까지는 깨부수지 못했던 빙승기의 호신강기가 부서지며 백랑의 턱이 닫혔다.


“소궁주님!!”


백랑의 살기에 쓰러졌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린 일류 무인이 일어나자마자 본 것은 백랑이 빙승기를 삼키는 끔찍한 모습이었다.


크엉!!!!


그러나 곧바로 백랑의 고통스런 비명과 함께 입이 벌어졌다. 그러자 시뻘건 피를 뒤집어쓴 빙승기가 비틀거리며 다시 한 번 북해산탄장을 백랑의 배속으로 때려박았다.


참을성이 더 적은쪽의 패착이 백랑의 목구멍과 내장을 뒤집어놓았다.


빙승기는 그럼에도 부족했는지 백랑이 망할 외침으로 모든 걸 망치기 전에 두개골을 향해서도 북해산탄장을 쏘았다.


퍼버버버벅!


입안에서부터의 공격은 어떤 방해도 없이 백랑을 난도질했다. 어마어마한 피가 백랑의 몸 안에서 흘러나왔고, 백랑의 시뻘건 눈동자도 초점을 잃어갔다.


빙승기는 백랑이 이미 혀를 내밀고 죽었음에도 내공이 다 떨어질 때까지 몇번이고 공격했다.


무서웠던 것이다. 초절정 고수인 빙궁주가 두개골을 쪼개려고 했을 때와 다를게없는 진짜 위기상황이었으니까.


“헉! 헉! 헉!”


빙승기는 단전이 거의 텅텅비고나서야 탈력감에 공격을 멈추었다.


“이새끼들······절정 고수면 잡는다고? 개소리하고 있어. 시발새끼들!”

“이런 영물일줄은 저희도······몰랐습니다. 추격대를 꾸렸어도······다 죽었겠군요.”


빙승기의 혼잣말을 들은 조장이 쓰러진 채로 변명을 했다.


“북해에는 이런놈이 수도 없이 돌아다닌다고? 니들 도대체 여기서 왜 사는 거야?”


정말이지 두번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인연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섰던 빙승기는 북해의 매운맛을 아주 단단히 보았다.


이렇게나 집밖은 위험하다.


그는 마음 편히 집 안에서 빙수나 만들고 싶었다. 그게 성격에 맞았다.



***



“소궁주님, 괜찮으십니까?”


빙승기는 백랑을 처치하고 아직 해체하지 않은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돌아오니 장작도 거의 다 타버려 새로운 것을 넣은 상태였다. 이제 몇 시진은 더 따듯하게 있을 수 있으리라.


“그래.”


하지만 사실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모두 내공도 바닥에 몸과 마음도 지쳐 만신창이었으니, 서둘러 마을로 내려가는 편이 좋았다.


그리고 오늘은 피를 너무 많이 흘렸으니까. 끝없이 쏟아지는 북해의 눈보라도 가려주지 못할만큼.


소만한 덩치의 늑대 수십마리가 흘린 피의 양은 겨울동안 간신히 목숨만 연명중인 짐승들을 유혹하기 충분했다.


그래서 사냥꾼은 이대로 모든 걸 내버려두고 내려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처음에는 빙승기도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백랑의 시체가 문제였다.


백랑은 무인 다섯이 시체를 끌고 돌아갈 수 없을 만큼 거대했다. 한가하게 가죽을 벗기고, 내장을 제거할 시간도 되지 않았다.


그건 빙승기의 첫 전리품이었다. 그리고 무단외박을 무마시킬 좋은 수단이기도 했다.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그건 여기서도 통하는 이치일 테니까.


‘생각없이 사는 잼민이가 되느냐, 북해의 위험을 막아낸 영웅이 되느냐?’


할 수 있다면 당연히 후자여야 했다! 빙승기의 생각은 그랬다.


그래서 그는 길을 아는 사냥꾼과 경지가 가장 높은 조장을 보내서 사람을 부르게 했다.


빙승기는 혹시 다른 짐승들이 찾아와도 쫓아낼 힘이 있었으니 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더 강해져야 해······!’


그래야 이런 불쾌한 이웃과 마주했을 때 더 당당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일은 이해할 수 없는일 투성이었다. 급조해서인지 무공 자체에 손볼 곳도 많았다.


나름대로 고민했던 무공이었는 데, 파괴력은 생각 같지 않았고 간단히 파훼되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유가 무엇인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는 게 문제였다. 빙궁주와 대련할 때처럼 숙제가 잔뜩 늘어난 기분이었다.


안그래도 풀어야 할 숙제가 쌓여있는데 말이다······.


‘무공 하나를 만드는 것도 이렇게 머리가 깨질 것 같은데. 북해빙궁의 수많은 무공은 어떻게 만들어진 거야?’


빙승기의 생각은 거기까지 이어졌다.


당연히 북해빙궁의 무공은 하루아침에 생긴게 아니었다. 뛰어난 고수들이 평생의 깨달음을 담아 수정하며 이어져왔기에 존재하는 것이었다.


그게 바로 전통이었고, 전통의 힘이었다.


아무튼 그 모든 숙제를 푸는날, 빙승기는 몇단계 성장한 무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전대 고수들처럼 북해빙궁에 큰 발자취를 남길 수 있을지도.


아닐지도.


“그나저나 소궁주님, 정말이지 오늘 개안을 했습니다.”

“네. 소궁주님 같은 절정 고수의 실력을 견식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됐어.”

“그런데 영물이 다 이런 수준은 아닙니다······. 소궁주님, 이건 정말 드문 경우입니다.”

“안믿어.”


빙승기는 이제 이들이 하는말은 아무것도 믿을 수 없었다.


“앞으로도 잘부탁드리겠습니다?”

“뒤질래?”


하지만 무인들은 개의치않아했다. 함께 사선을 넘긴 사이란 그런 것이었다.


북해인은 은원이 확실하다. 그러니 그들에게 목숨을 구해준 은인에게 벽을 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앗, 다 끓었습니다. 이것좀 드시겠습니까?”


빙승기도 그들의 마음을 일부 느끼고 있었다. 사실 그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중이었으니까.


그래서 지금까지는 일부러 묻지 않았던 것을 묻기로 했다.


“너희들 이름이 어떻게 되냐?”

“아, 저는 빙현종입니다!”

“저는 대북해빙궁 삼단 일조 소속 이류 무인 빙호갑이고, 조장 이름은 빙대준입니다.”

“뭐야, 너 왜 나대. 너 뭐 돼?”


‘빙현종. 빙호갑. 빙대준. 빙현종. 빙호갑. 빙대준.’


빙승기는 이름 세 개를 속으로 되뇌였다.



“난 빙승기다.”

“예!!”


이제 이들은 빙승기에게 무인이 아니라 한명의 이름이 있는 사람으로써 인식될 것이다.


빙승기는 여기에서도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지만, 오늘 일은 없던 것으로 하기에는 너무 큰 사건 같았다.


이렇게 힘들게 살린 이들이 잘못된다면, 기분이 무척 좋지 않을 것 같다는 그런 생각도 들어버렸다.


아무튼 빙승기는 차가운 빙수가 먹고 싶어져 천막 밖에서 눈을 퍼왔다. 그리고 열심히 입에 넣기 시작했다.


아그작. 아그작.


남들은 추위를 잊기 위해 따끈한 국물을 마시는 데 혼자 눈을 퍼먹는 모습은 무척 기이했다.


“소궁주님······. 그거 맛있습니까?”

“응.”

“혹시 그걸 먹어서 강해지신거 아닙니까?”

“응.”


모든게 귀찮아진 빙승기는 근거없는 낭설을 무의식적으로 퍼트렸다.


하지만 이들은 오직 북해빙궁의 후계자에게만 일인전승으로 전해지는 은밀한 비결이라도 들은 것처럼 눈을 빛냈다.


“소궁주님, 가르침을 구합니다. 혹시 한기를 직접 몸 안에 넣고 운기조식을 하는 수련법이십니까?”

“글쎄. 먹으면 그냥 기분 좋지 않나? 뭘 그런 걸 따지고 그래.”

“즐긴다? 그렇다면 소궁주님은 관조를 통해 육체적 고통을 초월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군요?!”

“그건 바로 초탈(超脱)의 경지······. 야, 우리도 지금 이런 걸 먹을 때가 아니다! 눈 가져오자!”

“그래!”


‘뭐래?’


“끄으으윽······.! 머리가 너무 아파······!”

“아픈게 아니다. 네 나약함이 빠지는 거야. 버텨!”


‘뭘까? 이 미친놈들은?’


찬 음식을 한 번에 많이 먹으면 두통이 생기는 건 상식이었다. 그건 한 번만 겪어봐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아지는 통증이었다.


빙승기는 이렇게 추운 지역에 사는 인간이 그런 것도 모를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눈을 그대로 퍼먹는 식문화가 존재하지 않았다. 차가운 것을 먹으면 열량을 소모한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먹을 것이 부족한 북해에서 열량을 낭비하는 건 절대로 해서는 안될 행동이었고. 그것이 북해의 상식이었다.


아무튼 빙승기는 눈을 먹으며 둘이 하는 행동을 바라보았다.


이정도면 오해라고 정정해줄법도 하지만, 백랑과의 싸움에서 모든 것을 하얗게 태워버린 그는 무척 지쳐있었다.


그래서 내버려두었다. 이게 미래에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모르고서······.


그렇게 빙승기는 북며들고 있었다.


오세요, 북해빙궁.


끈끈한 전우애를 느낄 수 있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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