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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N™ 님의 서재입니다.

오세요 북해빙궁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JOON™
작품등록일 :
2024.06.05 13:18
최근연재일 :
2024.06.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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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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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글자수 :
147,346

작성
24.06.05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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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화 시작

DUMMY

해외 출장을 갈 때 가장 견디기 힘든 건 비행기 실내 소음이다.


시차 적응, 음식문화, 외국어 등 도착해서도 문제 될 건 산재해 있겠지만, 그래도 비행기 실내 소음은 수치로 표현하면 90데시벨(dB)이나 되기 때문이다.


몇 시간만 견디면 되는 게 뭐가 힘드냐고?


몇 시간이라······.


90데시벨이 얼마나 큰 소리냐면, 바로 옆에서 기차가 전력으로 지나가는 소리. 혹은 매미가 힘차게 우는 소리를 바로 옆에서 듣는 것보다 큰 소리다.


그런데 몇 시간이고 매미가 우는 소리를 들어본 사람이 있는가?


보통은 그전에 견디지 못하고 무슨 조치를 취하기 마련이다. 참을 수 없으니까.


특히 소리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더!


그래서 비행기를 자주 타는 사람은 청력건강과 정신건강을 위해서 귀마개나 헤드폰을 꼭 챙긴다.


불행히도 이승기는 예민한 귀를 갖고 태어나서 오늘 처음 비행기를 타보았기에, 그런 것이 필요하다는 걸 몰랐다.


‘정신이 나갈 것 같아!!’


이승기는 이미 최대치로 불행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에게 무언가를 더 얹어주지 못해 안달 난 것처럼 보였다.


그건 어떻게든 손자를 살찌우려는 할머니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말이야, 나는 무협 소설이란 모두 팬픽이라고 봐.”


이게 다 비행기 표를 예약한 재무팀 강 주임 때문이었다!


“왜냐하면 무협 소설은 중국을 배경으로 하거든. 기본적으로 중국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깔고, 거기에 중국의 가치관과 철학까지 깔려있어. 여기까진 오케이! 그런데 중국 무협 소설의 설정까지 그대로 가져다 쓰잖아. 그것도 특정 작가가 창작한.”


재무팀 강 주임은 왜 이승기와 대표이사의 자리를 나란히 지정했을까? 덕분에 이승기는 신체적인 고통과 육체적인 고통 두 가지를 모두 맛보아야 했다.


이승기는 돌아가는 즉시 따지겠다고 다짐했다.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런 거냐고!’


“그냥 내 생각! 개인적인 생각이야.”

“아, 그렇습니까.”


이승기는 그딴 건 관심 없었다. 애초에 소설을 보지 않으니까!


가뜩이나 소음으로 머리가 울리는데, 거기에 한술 더 떠 안전벨트라는 고문기구에 잡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한 채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까지 듣고 있으니.


“부연설명을 하자면 소림사는 들어봤지? 영화에서 보면 주황색 옷을 입은 대머리 중으로 나오잖아. 그곳은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긴 해. 하지만 거기서 사용하는 무공이나 문파의 성격 같은 건 김용이 정립한 거거든. 무당파, 화산파, 사천당가도 다 마찬가지고. 아, 물론 중국 무협에는 없는 한국에서만 쭉 사용하는 설정도 있는데 그런 차이는 있지. 어쨌든 그것도 어떤 작가의 창작을 가져와 쓰는 거니까 온전한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거야.”

“그래서 무협 소설은 이런 설정을 그대로 가져와서 입맛에 맞게 누가 누가 더 잘 고쳐 쓰나 하는 경기 같은 거라고 할까나. 그래도 그것만의 재미는 있어. 나도 거기에 빠진 거고. 다른 소설에는 없고 무협에만 있는 뽕이 있거든······.”


그렇다. 여기가 바로 지옥이었다!


“무협에는 ‘협’자가 들어가지? 나는 이게 바로 무협 소설의 정체성이라고 봐. 협이 빠진 무협은 무협이 아닌 거지. 반대로 협만 있다면 그건 어떤 내용이 되든 무협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거고. 그런데 이 협이라는 건 정의하기 참 애매해. 사람마다 협의 기준이 다르거든.”

“그리고 무협 소설은 현실과 아주 동떨어진 세계가 아니라는 점에서 신비한 느낌이 더 드는 것 같아. 우리가 귀신을 무서워하는 이유는 뭘까? 그건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세상에 이해할 수 없는 무엇이 있다는 게 공포로 다가오는 거거든. 우리 눈에는 그냥 높은 산에 있는 절이 사실은 고수가 즐비한 곳이라든지, 우리는 몰랐지만 그들 나름의 세상과 규칙이 존재한다는 게 신기한 거야.”


살려줘! 시발!


“예를 또 하나 들면 우리가 지금 가는 곳도 그런데, 새외무림으로 유명한 북해빙궁도 분명히 작가의 창작이었단 말이지? 그런데 나중에 북해빙궁으로 추정되는 유적이 현실에서 발견된 거야! 분명히 지어낸 이야기인데 거기에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있다니?! 무협 팬으로서 어떻게 가보지 않을 수 있겠어. 안 그래?”

“그런가요. 그렇군요.”

“그래서 내가 여기를 첫 번째 해외 지점으로 내기로 한 거지. 의미가 있잖아! 북해빙궁이 있던 자리에서 ‘빙수’를 판다니. 먹힐 것 같지 않아?!”


‘그건 정말 모르겠는데.’


이승기는 평소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해외지점 일이 자신에게 돌아와 다 때려치우고 싶을 뿐이었다.


심지어 그는 이제 아르바이트나 매장 매니저도 아니었고, 본사로 들어와 제품개발 일을 하고 있었으니까!!


“물론 유적이 있다고 해서 모두 북해빙궁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 하지만 그렇게 믿고 싶으니까. 그리고 신비로우니까. 중원과도 교류하던 그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지금은 무얼 하고 있고, 그들의 무공은 어떻게 되었을까. 빙공은, 무공은 실존하던 것일까?”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승기에게 제품개발일이란 운명이 정해준 천직 같은 것이었다······.


이승기는 순간의 충동으로 이런 좋은 일자리를 걷어찰 생각은 없었다. 슬프게도 한국에는 일 년 내내 빙수를 원 없이 만들고 먹는 직장이 거의 없는 탓이다.


그래서 그는 필사적으로 잘하지 못하는 사회생활을 발휘해야 했다.


“그래서 러시아가 첫 번째 해외지점이 된 거군요. 하.하.하. 영하 이십 도로 내려가는 지역에서 빙수를 판다······. 대표님이 아니면 생각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이건 되는 주식이야!”


‘칭찬 아니야, 인마.’


“그런데 꼭 저여야 했는지······.”

“아, 그건 현지에 믿고 맡길 매니저를 키워야 하는데. 다들 밑에서부터 올라온 이 대리가 가장 적임이라고 생각해서.”


‘개새끼들.’


갈아 마셔도 시원찮은 것들이었다. 그보다 월급도 더 받는 교육 담당이 뻔히 있는데 납득될 리 없었다.


“저는 영어나 러시아어도 모르는데요?”

“요즘 번역 앱이 잘 나와서 상관없어.”


‘시발.’


대표이사는 이미 눈이 돌아갔는지 너무 단호했다. 이래서 남의 돈 벌기가 힘들다는 말이 나오나 보다.


“일단 일 년만 고생해주게.”


이 역시 처음 듣는 얘기였던 탓에 이승기의 입이 떡 벌어졌다.


“일 년이나요?! 제가 없으면 올해 제품개발은 어떻게······.”

“작년에 이 대리가 개발한 걸로 돌려막으면 돼. 코코넛 빙수가 대박 났었지? 젤리빙수하고. 그런 걸 일 년만 쓰고 버리긴 아깝잖아~. 아무튼 여긴 되는 곳이니까 조금만 고생해줘. 보채는 것도 아니야. 일 년 정도는 자리 잡는 시간으로 생각할 테니까!”


일 년이나 적자를 봐도 괜찮다는 건 대표 나름의 배려였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사업을 하는 이유는 결국 돈을 벌기 위해서니까.


하지만 이승기는 천국 같은 제품개발팀을 두고 러시아에서 일 년이나 썩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두 달. 두 달 안에 모든 교육을 마치고 돌아온다!’


“아무튼 그래서 북해빙궁이 왜 유명하냐면 말이야. 사람의 몸에는 기라는 게 있어서 이걸 쓰면 차가운 기를 뿜을 수 있는데, 북해빙궁은 그걸 극대화하는 무공을······.”


‘무조건 두 달이다! 개같이 굴려주겠어. 못 따라오면 죽여버리겠어!!!’


이승기는 정신이 혼미해지는 와중에 어서 이 지옥에서 빠져나오자고 다짐, 또 다짐했다.


***



‘진짜 개같이 부려먹네.’


어느 신규 매장이 그러하듯, 매장이 열리고 한 달은 지옥이었다. 이곳에는 무질서와 혼돈이 존재했다.


세상의 모든 일이 순서대로만 진행되면 얼마나 좋을까?


빙수를 만들 때 많게는 열 개가 넘는 재료가 들어가지만, 정해진 순서만 따른다면 끝까지 크고 멋진 모양에 안정적인 맛을 유지할 수 있듯이.


하지만 그 순서를 건너뛰는 순간부터 세상은 불필요하고 불합리한 일로 가득 차게 된다.


이해할 수 없는 인테리어 품질. 이해할 수 없는 재료 준비와 이해할 수 없는 아르바이트 채용까지.


와서 보니 가관이었다. 처음에 누가 뽑았는지 모를 아르바이트 세 명도 모두 갈아치웠다.


‘일머리가 없어도 이렇게 없다니 실화냐? 실화냐고!’


그나마 여러 번 갈아치우며 일을 따라오는 아르바이트생을 구한 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이승기는 그중 가장 잘하는 여자에게 매니저 자리를 주는걸 생각 중이었다.


‘그리고 가르치면서 어떻게 매장일도 해? 이게 말이야, 방구야?‘


결국 축나는 건 이승기의 몸이었고, 그렇게 흉부외과 의사가 심장을 멈추지 않고 심장 수술 하듯, 이승기는 빙수 매장을 운영하면서 그가 없이도 매장이 그럭저럭 돌아가도록 체질을 개선해나갔다.


대표이사 ’놈’은 진작에 먼저 한국으로 돌아갔다.


‘때려칠까? 아니야. 이만한 직업이 어디 있어······.’


이승기는 그가 돌아간 후에도 이 매장이 무사히 굴러갈지는 관심 없었다. 대표이사 놈의 뻘짓으로 소소하게 말아먹는 프로젝트가 한두 개도 아니었으니까.


‘안 망한 데는 내 지분도 있는 거 아닌가.’


그가 개발한 메뉴들이 유명해지지 않았다면 주변에 널린 카페와 경쟁에서 이기지 못했을 테니까.


다 거기서 거기 같은 빙수에도 차이는 있다. 사람들이 굳이 찾아와서 돈을 주고 먹는 빙수.


이승기가 개발한 빙수에는 디테일이 있었다.


하지만 만약 매장이 다 망했어도 대표이사 놈은 아무렇지 않아 할 것 같기도 했다.


그래도 되니까.


이승기는 그게 부러웠다. 태어나고 보니 부잣집의 유일한 후계자라니?


‘나도 그렇게 살아보고 싶었는데······.’


팥빙수를 사주고 기다리라는 말만 남긴채 도망친 부모를 둔 그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튼 그도 사람이었다. 한 달 내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매장에서 살다 보니 한계였다.


그래서 하루는 일을 제치고 무작정 시내로 나왔다.


난생처음 와본 러시아의 도시 이르쿠츠크는 바이칼 호수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깊고, 담은 물고 가장 많고-.


‘또 뭐더라, 가장 깨끗하다고 했나? 아무튼 다신 안 올 거니까 한번 보고 가자.’


그래서 이승기는 바다처럼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을 가진 호수도 보았고, 호수도 바다처럼 파도가 칠 수 있다는 것도 눈으로 확인했다. 직접 보지 않았다면 믿지 못했을 터였다.


그리고 거기서 배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는 알혼섬으로도 가보았다.


쨍하게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 녹색 들판이 한눈에 담겨 눈이 정화되는 곳.


‘너무 조용해. 그래서 좋아!’


일에 지쳤던 이승기는 그림 같은 풍경을 가진 섬에서 다른 관광객들과 떨어져나왔다.


소란스러움을 피해 더 조용해지고 싶어서. 그냥 그렇게 마음이 동해서.


이승기는 그렇게 한참을 홀로 걷다가 이질적인 것을 발견했다.


“음?”


그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땅바닥에 반쯤 파묻힌 이질적인 물건은 투명한 유리구슬을 엮은 팔찌 같았다.


이승기가 가까이 다가가서 겉에 묻은 모래를 털어보니, 유리가 탁한 것이 아주 오래 방치된 물건인 듯했다. 하지만 상태는 깨진 곳 하나 없이 멀쩡한 것이 최근에 버린 것처럼 보였다.


“이런 인간들은 어딜 가나 있네.”


이승기는 자기 마음에 쏙 든 깨끗한 대자연에 썩지 않는 이물질이 굴러다니는 게 마음에 걸려서 조용히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원래 그는 이렇게 착한 인간이 아닌데, 일종의 변덕인 셈이었다.


그렇게 알혼섬을 대충 돌아보고 이르쿠츠크로 돌아오니 진이 다 빠졌다.


“하이고, 내일은 또 어떻게 넘기나······.”


이승기는 숙소로 돌아와 씻고 눕자마자 말도 안 통하는 러시아 직원들과 내일도 부딪혀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막막해졌지만.


그렇게 떠나고 싶었던 곳이었음에도, 오늘의 관광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렇게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이승기가 주머니에 넣은 채 잊어버렸던 팔찌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은 그가 잠든 방을 가득 채웠다가 사라졌다.


이승기와 함께.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번에는 무협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부족한 점이 많은 글입니다. 


많은 댓글과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보완해서 더 재밌는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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