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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요 북해빙궁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JOON™
작품등록일 :
2024.06.05 13:18
최근연재일 :
2024.06.14 16:00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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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9
추천수 :
29
글자수 :
147,346

작성
24.06.1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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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0화

DUMMY

빙승기가 착각한게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예전에 재미있던 일이 오늘도 재밌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무슨 말이냐면, 도끼로 장작을 패는 건 하나도 재밌지 않다는 말이었다! 전혀!


이미 해 보았기 때문인지 오늘 느낌은 노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열심히 장작을 산처럼 만들었다. 머리를 비우고 하루종일 단순노동을 하니 복잡한 머리를 식히는 데는 도움이 되는 듯해서.


틀린 생각은 아니었다. 때때로 무인들은 벽에 막힐 때 머리를 비우고 오히려 무아지경에 드는 경우가 왕왕 있었으니까.


“소궁주님 덕분에 오늘도 많은 장작을 만들었습니다.”


일이 끝나자 장작을 담당하는 문도가 고개를 바짝 숙였다.


“그동안 무인들은 도움이 됐나요?”

“네. 삼일전에도 찾아와주셨습니다. 그리고 겨울내 쓸 양은 이제 충분합니다. 저희도 이미 만든 장작만 마을에 나르고 그만하려고 합니다.”

“그래요. 그렇군요.”


‘그건 삼일전부터 안찾아왔다는 말이네? 이거봐. 이럴줄 알았어.’


그래도 빙승기는 실망하지 않았다.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의 지시를 무시한 무인에게는 무언가 조치를 취하긴 해야했다는 생각은 했다.

빙승기는 고아여서 무시받는 건 익숙했지만, 여기서는 참지 않아도 되니까.


그래도 되니까!


‘넌 뒤졌다.’


척박한 북해 생활도 지위만 높으면 단점만 있는 건 아니라는 말이었다.


“오늘 고생했습니다.”


빙승기가 주섬주섬 외투를 걸치고 다시 본궁으로 가기전에 따라왔던 무인들에게 예의상 말했다.


“아닙니다. 그리고 말 낮춰주십시오, 소궁주님······.”


그들은 하루만에 눈밑이 시커멓게 되고 입술은 하얗게 부르텄다. 내상을 충분히 다스리지 못한상태에서 장작까지 패니 상태가 좋아질리가.


“네? 제가 감히 그럴수 있나요. 하늘 같은 무인님들인데. 하늘 같으니까 내가 알아서 모셔야죠. 내가 눈치 하나는 잘보니까 걱정마요. 원하는 게 그거잖아? 해줄게요. 씨발새끼님들아.”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무인 셋은 변명할 생각도 없이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눈속에 머리만 튀어나온 모양새가 꼭 땅에 머리만 남겨두고 파묻은 것 같았다.


“······.”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어떻게 직접 확인도 하지 않고 소궁주에게 실망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지경이지만, 자업자득이었다.


한 번 이빨을 드러낸 놈은 죽여야 한다. 이것도 무림의 상식이었으니까.


그리고 속은 놈이 잘못이다. 이것 또한 무림의 상식이었다.


저 두 가지 상식이 합쳐지면, 어설프게 용서해 주었다가 당하면 그건 당한놈이 잘못이라는 결과가 된다.


이미 수백년 동안 어설픈 용서로 안좋은 꼴을 당한 선례가 너무 많기도 했다.


무인들은 소궁주의 실력을 오판한 덕에 당장 목이 따여 죽어도 할 말이 없었다.


“······.”


그러나 빙승기는 빙수련에게 주입받기는 했지만, 아직 그런 상식이 몸에 익지 않은 현대인이었다. 무저항 상대를 공격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성격도 아니었고.


‘귀찮다.’


빙승기는 이제 아무래도 좋아졌다. 장작을 패면서 화가 다 날아가기도 했고, 지금은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컸으니까.


“그래, 일어나. 길이나 안내해.”

“감사합니다!”


빙승기의 말에서 용서를 읽은 무인들이 재빨리 일어났다. 그들은 이제 다시 쌓인 눈을 헤치며 본궁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가 몰라서 물어 보는 데 무인은 겨울 내내 수련만 한다면서. 왜이렇게 바쁜척을 해?”

“그것도 다 다릅니다. 저희 삼단은 겨울에도 매일 순찰을 돕니다. 오늘도 위험한 단서를 발견해서 보고도 해야했습니다.”

“해봐.”

“예? 보고는 단주님에게 해야 합니다······.”

“누가 하지 말래? 가는동안 심심하니까 단주한테도 하고 나한테도 하라고!”


무인들은 말해도 되는지 서로 눈치를 살폈다.


“이래서 검은머리 짐승은 안 된다니까.”


동시에 빙승기 중심으로 무릎까지 쌓여있던 눈이 풍압으로 일제히 사라지며 맨바닥이 드러났다. 그건 아까처럼 실력행사를 하겠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무인들은 이제 싫은 표정이 아니었다. 북해인 기준으로 이런 행동은 무척 좋게 해석될 여지가 많았다.


아니, 오히려 좋아! 였다.


“이렇게 남자다운 분이었는 데 그것도 모르고······.”

“진정한 북해 상남자이십니다.”

“아니, 그렇게 칭찬하라고 한말은 아니고······. 아, 빨리 말해, 시발!!”


그들은 오늘 순찰중에 보았던 것을 모두 말했다.


북해의 날씨는 모든 것을 얼려버린다. 하지만 동물들이 아주 살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추운 날씨에 적응한 순록이나 늑대 같은 경우는 결코 수가 적지 않았다.


북해는 너무나도 광활한 대지라서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더 많았는 데, 그 지역에 사는 동물까지 합치면 못해도 수십만 마리는 되지 않을까?


그들을 먹고사는 곰이나 호랑이 또한 적지 않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먹을 것이 사라지는 겨울만큼은 모두가 공평하게 힘들어지는 데, 그러면 영역에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저희는 빙궁 코앞에서 영물끼리 부딪힌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순록 영물과 늑대 영물로 추정되는 데 이긴 쪽은 늑대 영물입니다. 그런데 늑대 무리가 순록을 다 먹어치우고나면 그다음은 우리 인간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건 당장 내일도 될 수 있고요. 늑대 무리 하나가 먹어치우는 양이 엄청나기 때문이죠. 그래서 피해를 막으려면 그전에 추적대를 꾸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영물?”

“예. 소궁주님. 영물이 북해빙궁 영역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비상상황입니다!”

“영물이 그렇게 무서운 거야?”


영물의 개념이 없는 빙승기가 물었다.


“기본 적으로 영물을 발견하면 더 접근하지 말고 위에 보고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저 같은 일류 경지로는 상대할 수 없으니까요.”

“동물이 그렇게 강하다고?”

“소궁주님은 아직 보신적이 없으시겠지만, 영물은 단주님조차 만전의 상태가 아닌 경우 잡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무시무시하네~.”


단주급이라하면 절정 고수를 의미했다. 그리고 빙승기가 아는 절정고수는 빙수련뿐인데, 빙수련이 겨우 잡을 수 있는 동물이라니?


그는 쉽게 상상하지 못했다.


“그래도 잡긴 잡는 거네. 단주정도만 되면.”

“그렇습니다. 검기라면 영물의 가죽을 벨 수 있으니까요.”


‘절정 고수와 동급인 동물이 돌아다닌다······.’


빙승기는 한 번 떠올려봤다. 빙수련이 수련중 주화입마로 광인이 되어 머리가 산발한 채로 한손에는 진검을 쥐고 주변을 어슬렁거린다고······.


그건 무척 큰일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빙승기는 그런 곳에서 단 하루도 살고 싶지 않을 것 같았다. 아니, 살고 싶지 않았다!


“그래. 그런데 이렇게 눈보라가 치는 데 추적은 할 수 있고?”

“추적에 능한 사냥꾼이 있습니다. 그쪽의 힘을 빌려서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괜찮네. 괜히 늑대죽음 당하는 사람은 없어야지.”

“?”


대답하던 무인이 멍청한 표정을 짓자 옆의 무인이 퍽! 하고 옆구리를 찔렀다.


“아, 네. 그 말이 맞습니다······. 개죽음이 아니고 늑대죽음······. 하하. 하하하.”

“확실히 무인도 쓸모가 있네. 이해했어.”


빙승기는 필요 이상의 무공을 익혀서 무엇에 쓰는지 늘 의문이었다.


그런데 절정 고수가 아니면 막을 수 없는 위협이 주변에 산재해있다면, 북해빙궁의 무공에 대한 미친 집착도 이해할 수 있을 법했다.


‘결국 무공은 북해에서 살기 위한 필요조건이네. 시발······.’


살기 위한 조건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검에서는 기가 뿜어져 나와야 한다니, 이 세상은 정말 살기 빡센 곳 같았다.


“그래서 내일이라도 추적대를 꾸리는 건가? 급하다며?”


빙승기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그러면 좋겠지만, 사실 단주님은 며칠전부터 장기간 순찰중이라 자리에 없어서······.”

“언제는 단주한테 보고해야 한다며?”

“······.”


그건 그냥 빙승기를 압박하기 위한 한소리였던 모양이다.


“참······.”

”죽을죄를 졌습니다!!”


무인들이 다시 무릎을 꿇었다.


“아무튼 그러면 다른 단주가 잡으면 되잖아?”


영물은 절정 고수부터 잡을 수 있다고 하는 데, 삼단이 있다면 일단과 이단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단주들도 절정 고수일 테니 누가 잡든 상관없을 것 같았다.


“북해빙궁의 치안은 저희 단의 책임이고, 힘을 빌리는 건 수치스러운 일입니다.”

“니들 자존심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고요. 필요하면 해야지. 그게 싫었으면 너가 진작에 절정 고수가 됐어야지.”

“······소궁주님, 저희가 부탁해도 거절할 확률도 높습니다. 이 시기에는 단주나 조장급은 모두 폐관수련에 들어갑니다.”

“개판이네.”


‘빙 호위도 어디서 폐관수련을 한다고 했지. 그렇다면 이건 어쩔 수 없는 일로 봐야 하나? 그 사이에 죽는 사람은 재수가 없는 거고?’


늑대 영물로 피해가 생길거라는 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었다. 이러다가 피해가 커져야 폐관수련에 들어갔던 무인들을 불러서 조치를 취하던지 할 것이다.


하지만 빙승기는 팔자 또는 타고난 운명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건 그가 고아가 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였기에.


빙승기의 선택이나 행동과 관계없이 그냥 그렇게 태어났다는 데 무슨 할 말이 더 있겠는가?


‘니들이 수련에 미쳤다고 나까지 그러라는 법은 없지.’


“내가 가줄게.”

“예? 하지만 소궁주님은 실례지만 경지가 일류이시지 않습니까······?”

“일류한테 맞아 죽어볼래?”


빙승기가 표정을 구긴 채로 무인의 목에 손날을 갖다대었다. 그런데 그 손날에 닿은 피부가 지극히 섬뜩했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기가 뚜렷하게 서려있었기 때문이었다.


“수······수기(手氣)!”


빙승기가 장작을 썰 때 도끼에 미세하게 기가 서린 것은 보았다.


하지만 경지가 절정일 것이라고 의심은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일류 고수도 검에 기를 불어 넣을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이만치 두터운 기운라면 얘기가 달랐다. 같은 일류 경지인 조장은 결코 만들 수 없는 기운이 빙승기의 손에 서려있었다.


‘나이 열다섯에 경지가 일류도 아니고 절정이라고?’


말도 안되는 일을 목격한 무인들의 입이 벌어졌다.


”내일 당장 추적 시작해.”

“존명!!”


그걸로 끝이었다. 북해빙궁 삼단 일조장과 이하 두 명의 무인은 포권을 하며 또다시 무릎을 꿇었다. 오늘은 무릎이 남아나지 않는 날인가보다.


그렇게 빙승기는 북해빙궁 내에서 처음으로 일류 고수 한명과 이류 고수 두 명을 완전히 그의 편으로 만들었다. 나름대로 작지만 큰 걸음이었다.


‘내일은 이거다!’


하지만 그에게는 내일 즐길거리를 미리 찾아두었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었다.


‘흐흐.’


“그런데 소궁주님. 이렇게 멋지고 위대하기까지 하신 분인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하여튼 일단 놈들이 헛소리하는 걸 믿는 게 아니었습니다!”

“맞씀다. 눈깔이 썩은거 아닙니까? 대북해빙궁의 미래는 밝습니다. 저는 이제 무조건 소궁주님을 따르겠습니다.”

”저······. 팔뚝 한 번 만져봐도 되겠습니까?”


‘시발?!’


“평소에 수련은 외공과 내공을 몇 대 몇으로 하십니까?”

“아, 그건 저도 궁금하지 말입니다!”


빙승기는 돌변한 무인들의 태도가 전혀 반갑지 않았다. 누가 자신을 추앙하는 건 처음이어서 적응도 되지 않았고.


그리고 다 큰 시커먼 남정네들이 바짝 달라붙어서 아양을 떠는 모습을 봐서 뭐하겠는가? 눈이 썩을 뿐이었다.


빙승기는 빨리 본궁으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아니, 어서 빨리 주변 지리를 외워서 앞으로는 혼자 다니고 싶었다!


그런 결심을 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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